소설리스트

게임 속 악마 사냥꾼이 되었다-175화 (175/202)

#175

마무리

경험치가 물밀 듯이 밀려오고 있었다. 30레벨이 넘어가면 정말 지독하게 레벨을 올리기가 힘든데 라그록스를 죽이면서 3레벨이 올랐고, 네프사엘을 잡으면서 또 레벨이 2개가 올랐다.

30레벨 이후로도 레벨이 오를 때마다 끔찍하게 늘어나는 경험치를 생각하면 역시 대악마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디에고가 정신을 차리고 소환한 닉과 퓨리가 나타나 일행들을 태우는 사이에 에드는 두 개의 비도를 밟고 솟구친 채 머리가 사라진 네프사엘의 시체가 떨어지는 것을 바라보았다.

네프사엘은 확실히 죽었다. 하지만 그렇게 떨어지는 네프사엘의 팔에서 나왔던 네비로스의 촉수가 사라졌다.

금세 어둠 속으로 멀어지는 모습을 보면서 에드는 비도를 박차고 밑으로 뛰어내렸다. 머리부터 아래로 하고 내려가면서 심안을 확장한 에드는 이곳의 모습을 그려낼 수 있었다.

굉음을 울리며 쏟아지는 굵직한 물줄기가 폭포 아래에 있는 웅덩이를 때리며 안개를 만들고 있었다. 심안을 방해하는 안개였지만, 그 아래로 떨어져 내려 웅덩이에 빨려 들어간 네프사엘의 시체를 쫓아 에드도 그 웅덩이 안으로 뛰어들었다.

물속에 들어간 에드는 자신이 얼마나 무모했는지 깨달았다. 쏟아지는 폭포수가 웅덩이를 강타하며 만들어진 와류는 수영 좀 할 줄 안다고 해도 벗어날 수 없었다.

인간을 초월한 신체 능력을 지니고 있었음에도 몸이 빨려 들어갔다. 이리저리 휘돌아 정신이 없는 와중에 에드는 그 물살을 가르고 다가오는 존재를 느낄 수 있었다.

그렇게 다가온 것은 한 마리 바다사자였다. 다가온 바다사자의 목을 반사적으로 끌어안으니 그대로 와류를 벗어날 수 있었다.

[괜찮나?]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였다. 바다사자는 드레드가 변신한 것이었다.

에드는 드레드의 목을 끌어안은 채 손짓으로 어두운 물속에서 방향을 가리켰다. 원래라면 찾을 수 없을지도 모르겠지만, 심안으로 감지한 물속에서 움직이는 네프사엘의 시체를 찾을 수 있었다.

시체라면 이런 식으로 움직일 수 없다.

드레드도 그걸 알았는지 에드의 손짓으로 네프사엘의 시체를 확인하고는 무서운 속도로 헤엄쳐서 쫓아가기 시작했다.

이 지하 폭포가 어디로 이어졌는지 모르는 상황에서 적을 놓쳤다가는 대악마 한 마리를 풀어주는 셈이다. 특히 지금은 약해진 상황.

이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

지금이라면 놈의 숨통을 확실히 끊을 자신이 있었다. 대악마도 죽일 수 있는 화력을 가진 지금, 약해진 네비로스의 숨통을 온전히 끊어야 했다.

그래야 드레드도 마음 놓고 지낼 수 있겠지.

16년이나 품고 지난한 싸움을 해왔다면 이렇게 몸에서 빼냈을 때 확실히 죽여야 마음을 놓을 수 있으리라.

그래서 드레드는 무시무시한 속도로 수영하고 있었다. 에드는 마치 문어가 헤엄치는 것처럼 촉수를 이용해 도망치는 것을 보면 점점 네프사엘의 몸에 남아 있는 마력을 흡수하고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가는 것이 눈에 보였다.

드레드도 그걸 알았기에 속도를 높였다. 문제는 에드가 숨이 막혀온다는 점이었다.

에드가 드레드의 몸을 두드리자 그가 고개를 돌렸다. 그제야 그도 그걸 알아챘는지 에드의 입에다가 입을 맞췄다. 아무리 바다사자의 몸을 한 상태라고 해도 그 괴물과 같은 덩치를 생각하면 이런 입맞춤은 정말로 끔찍했다.

하지만 그걸 통해 드루이드의 술법이 걸렸다.

수중 호흡.

어째서인지 입 냄새가 나는 것 같은 산소라고 여기면서도 에드는 호흡할 수 있게 된 것에 감사했다.

문어처럼 수영하고 있지만, 네비로스의 수영 속도는 바다사자를 따돌릴 정도는 아니었다. 점점 거리가 좁혀지는 것을 보고 에드는 노화의 저주가 달린 비도를 던졌다.

물속이라고 해도 이기어시로 던진 비도는 마치 어뢰처럼 빠르게 날아갔다. 물살을 가르며 나아가는 비도를 보고 네비로스가 촉수를 휘둘렀다.

미안하지만 네비로스와의 결전이 처음이 아니다. 네비로스의 핵이 되는 촉수는 그 색부터가 다르다. 드레드와 싸우면서 거의 잃었지만, 그 외의 촉수는 언제든지 잘라낼 수 있다.

그게 네비로스의 전투 방식.

어떤 방식으로든 상처 입은 촉수는 버리는 것이 더 이롭다. 그래서 저주도 잘 안 걸려서 애를 먹는 놈이다.

굳이 네비로스를 상대하기 위해서 이기어시를 익힌 것은 아니지만, 심안으로 놈의 정수가 어디 있는지 알기에 어설픈 촉수를 유려하게 잘 피해서 그 정수를 노렸다.

네비로스도 그제야 상황을 파악했는지 보라색의 촉수를 뽑아냈다. 다른 촉수에 비해서 마력을 월등하게 많이 품은 촉수는 네비로스의 본채라고 볼 수 있었다.

그런 만큼 움직임도 다른 촉수와는 비교가 되지 않았다.

그제야 그 촉수가 노화의 비도를 쳐낼 수 있었다. 노화의 비도가 촉수에게 쳐내지는 찰나에 방향을 틀어서 상처를 입힐 수 있었다.

촉수 전체가 잘려나간 것은 아니지만, 그 작은 상처만으로도 노화의 권능이 발현되었다. 다른 촉수들과 다르게 가장 중요한 촉수가 노화하면서 느려지기 시작했다.

덕분에 속도가 느려진 네비로스를 따라잡을 수 있었다.

드레드가 먼저 달려들어 촉수를 물어뜯었다. 바다사자의 긴 송곳니가 지나간 자리에는 촉수의 조각만 떠돌았다. 드레드는 이미 네비로스를 죽였던 자.

이제 막 네프사엘의 마력을 취하며 힘을 되찾아가는 네비로스가 감당하기에는 너무 강했다.

에드는 드레드가 마치 분을 풀 듯이 네비로스의 촉수를 공격하는 것을 보면서 화살들을 날렸다.

연달아 쏘아낸 열 발의 화살을 차례로 이기어시로 다룬다. 처음 공격을 피하고 궤적만 정해준 채로 다른 화살에 의지를 실어서 다른 방향으로 틀어서 날리기를 이어서 하다 보니 드레드에게 짓이겨지던 네비로스의 몸에 화살들을 박아 넣을 수 있었다.

그렇다고 이 정도로 죽을 정도는 아니었다.

에드는 네비로스의 정수가 빠져나갈 방향이 없도록 화살을 꽂아놓은 상태로 쇄폭시를 사용했다.

쾅! 콰콰쾅!

연달아 폭발하는 쇄폭시에 네비로스의 핵이 말 그대로 갈가리 찢겨 그 흔적도 남지 않았다.

사라진 머리를 대신해 그곳에 자리잡던 네비로스의 정수가 사라지면서 다시 경험치가 밀려 들어왔다.

이번에는 레벨이 하나만 올랐다.

아무래도 네비로스는 죽었고, 그 정수라고 해도 대악마라고 하기에는 급이 떨어졌다. 네프사엘의 몸을 온전히 획득한 후였다면 몰라도 지금은 그리 많은 경험치를 획득할 수 없었다.

그래도 상당한 경험치다.

역시 대악마답다고 할까?

네프사엘의 몸이었다가 네비로스의 몸이 되었던 몸이 하릴없이 떠내려가려고 하기에 에드는 그것을 잡고 수면 위로 고개를 내밀었다. 그런 에드에게 수면을 박차고 독수리로 변한 드레드가 다가왔다.

굵직한 발목을 잡으니 그를 따라 치솟아 올라갈 수 있었다. 곧 우리는 닉과 퓨리를 탄 일행이 있는 곳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드레드의 발목을 잡고 날아온 에드를 보고 아린이 긴 숨을 토해냈다.

“깜짝 놀랐잖아요.”

아린이 신성력을 뿜어내고 있어서 주위를 밝히고 있었다.

덱스는 퓨리의 안장에 기대고 앉은 채 진이 쭉 빠진 표정으로 말했다.

“에드가 위험할 일은 없을 거라고 했잖아.”

“그래도 에드 시주가 걱정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소. 모두가 이만큼이나 전력을 다한 상황이었으니.”

노리스가 끼어들어 하는 말에 에드는 픽 웃음을 흘렸다. 에드는 드레드의 발목을 힘껏 잡아당겨 그의 등을 밟고 솟구쳤다.

에드는 훌쩍 몸을 날려서 닉의 안장 위에 안착했다. 에드는 아린에게 네프사엘의 몸을 내주며 말했다.

“네비로스가 이 몸을 차지하려고 해서 그걸 정리하고 오느라 오래 걸렸어요. 머리는 없지만 그래도 그냥 버릴 수는 없어서 가지고 왔어요.”

물에 흠뻑 젖은 에드의 모습을 보면서 아린은 한숨을 내쉬었다. 저 시체를 왜 가지고 왔는지는 짐작이 갔지만, 그런 위험한 일을 혼자 했다는 얘기를 들으니 가슴이 답답했다.

악마를 죽이는데 진심인 그가 네비로스가 몸을 가지는 것을 가만두고 볼 수 없었다는 것은 이해했지만, 그자를 죽인 것만 해도 굉장히 위험한 일이었다.

그 위험한 폭포수 아래의 웅덩이에 뛰어든 것도 모자라 수중전이라니?

다행히 네비로스를 죽였지만, 저 폭포는 그 자체로 위험했다. 인간이 아무리 초월적인 힘을 손에 넣는다고 해도 분명히 한계가 존재한다.

그것도 신의 손길이 닿지 않는 이 지하 폭포에서는.

에드는 일행을 돌아보다가 말을 꺼냈다.

“그보다 이제 이곳에서 나가야겠죠?”

이곳이 대체 어디인지, 어디로 나가야 할지 모르겠다. 동굴에 네프사엘이 낸 구멍을 따라 흘러내린 지하수가 만들어낸 폭포였다.

이 정도 깊이라면 이 폭포는 이미 한참 지하까지 떨어져 내리는 곳이었다. 에드가 급류를 타고 그냥 흘러가지 못한 것도 그 끝이 어딘지 짐작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그러니 이곳에서 나가는 것도 일이었다.

에드의 말에 앞으로 나선 것은 독수리로 변한 드레드였다.

“그건 내게 맡기게.”

그리 말한 드레드가 날개를 펄럭이며 치솟는 것을 보고 일행 모두가 그들을 따라 날아오르기 시작했다. 에드는 디에고를 보며 물었다.

“괜찮아?”

디에고의 안색은 창백하기 그지없었다. 지하에 불이라고는 아린의 후광과 시르케가 만든 불빛이 전부여서 더 그래 보이는 것일 수도 있었지만.

디에고는 닉과 퓨리가 몇 번이나 역소환 당한 데다가 마지막에 네프사엘을 붙들기까지 했으니 아무리 크리스탈 해골을 이용한다고 해도 멀쩡하긴 힘들었다.

디에고는 대답할 힘도 없는지 그저 미소를 지어 보일 뿐이었다. 옆에 있었다면 머리라도 쓰다듬어 줬을 텐데 그러지 못했다.

먼저 치솟아 오르던 드레드가 폭포가 쏟아지는 곳까지 올라가서는 날개를 펄럭이며 원을 그리며 날더니 다시 돌아왔다.

“들어온 길로 나가는 것은 무리다. 급류를 거슬러 올라가는 것은 나나 가능하지 다른 이들은 불가능하니까. 그러니 다른 길을 찾아야겠다. 잠시 시간이 필요하겠어. 그래도 바람은 부니까.”

그리 말한 드레드가 바람을 따라서 이동하는 것을 보고, 디에고가 힘겹게 입을 열었다.

“형. 오래는 못 견딜 것 같아요.”

“절벽 가까이 가줄 수 있겠나?”

지하 폭포 옆으로 물줄기가 닿지 않는 곳. 그곳으로 디에고가 닉과 퓨리를 이동시키자 노리스가 훌쩍 뛰어올라 주먹을 내뻗었다.

꽈앙!

굉음과 함께 벽이 부서졌다. 닉과 퓨리가 올라가서 쉴 수 있는 정도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일행이 잠깐 앉아 쉴만한 곳이 마련됐다.

이런 걸 보면 노리스도 확실히 규격 외의 존재다. 드레드나 펜드래건이라면 이미 완성된 존재지만, 그것도 아니면서 이만한 파괴력을 지닌 무공을 펼친다는 것이 대단한 일이었다.

아린은 에드가 건넨 시체를 깔고 앉은 채 입을 열었다.

“나가면 공주님부터 찾아야겠네요.”

에드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네프사엘과의 전투가 갑자기 펼쳐져서 그녀를 구하지 못했다.

수호 기사인 캄벨의 실력이 뛰어나다고 하지만 혼자서 견딜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만약에 공주가 잡혔다면 공주를 구출해야 할 판이었다.

그레드가 날아와 동굴로 들어오며 물었다.

“길은 찾았다. 나갈 수 있겠나?”

에드는 디에고를 돌아보았다. 지금까지 버틴 것이 한계였는지 디에고는 쓰러져 있었다. 지금 당장 디에고가 움직이는 것은 힘들어 보였다.

“여기서 디에고를 돌봐줘. 늦기 전에 공주님부터 찾아볼 테니까.”

에드는 아린과 노리스만 데리고 드레드와 함께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린은 드레드의 등에 탔고 노리스와 에드는 각기 다리에 매달린 채였다.

드레드가 찾은 곳은 그리 넓지 않은 곳으로 일종의 틈이라고 볼 수 있었다. 그 틈을 날아서 나간 그들은 동굴로 나올 수 있었다.

“드레드. 일행을 부탁해요.”

“걱정하지 마라.”

드레드가 먼저 떠나자 에드는 심안을 확장했다. 이곳에서 3레벨이 올랐다. 지금 레벨에서는 가히 폭렙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

그리고 30레벨이 넘어간 뒤에 레벨이 오르는 것은 신체 능력도 급격하게 상승한다. 레벨을 올리기 힘든 만큼 보상은 확실했다.

에드는 전과는 비교도 안 되는 영역을 심안으로 담고는 에스터를 찾아냈다. 그런데 상황이 그리 좋지 않았다.

“공주가 위험해요!”

에드가 먼저 땅을 박찼고, 아린과 노리스가 그 뒤를 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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