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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 악마 사냥꾼이 되었다-130화 (130/202)

#130

각오

지금까지 중 가장 빠른 움직임으로 돌진하는 에드를 보고 안타렐이 손에 들고 있던 지팡이로 바닥을 찍었다. 그러자 바닥에서 솟구친 것은 수를 헤아리기 힘든 마기로 이뤄진 뿌리였다.

무시무시한 기세로 날아드는 뿌리가 다가오는 것을 보면서도 에드는 오히려 속도를 높였다.

촤촤촤촥!

솟구친 뿌리의 빈틈은 찾아보기 힘들 정도였는데 에드는 그 사이를 파고들었다. 그것은 신기에 가까운 움직임.

안타렐은 그 모습을 보고도 믿을 수 없었다. 자신의 술법이 이렇게 쉽게 뚫릴 수 있는 건가?

하지만 그것에 대해 호기심을 표할 틈도 없었다. 이미 마기의 뿌리를 지나온 에드의 손에서 일곱 자루 비도가 뿌려졌으니까.

날아드는 비도를 보고 안타렐이 황급히 자신의 앞에 벽을 세웠다. 그러나 그 벽에 박힌 비도는 단 한 자루.

여섯 자루의 비도가 모조리 허상이었다. 안타렐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이게 무슨···?”

안타렐이 자신의 배를 내려다보았다. 그의 배에서는 피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보지도 못했다. 대체 어떻게 된 걸까?

안타렐은 혈마석이 깨진 것 때문에 의식이 점점 흐려졌다. 그사이에 에드는 이미 그가 만든 벽을 뛰어넘고 있었다. 환영 비도를 던져 시선을 잡아끌고, 투명 비도를 벽 너머로 던졌다.

이기어시로 이끈 비도가 크게 선회해서 안타렐의 배에 있는 혈마석을 뚫었다. 그렇게 단숨에 안타렐까지 해치운 에드는 투명 비도까지 집어 들고 상급 악마 멘제스터를 향해 달렸다.

멘제스터는 설마하니 크로셀의 사도와 손가락들이 이렇게 허무하게 죽을 줄은 몰랐다.

나름 쓸만한 녀석들이라고 여겼는데 고작 그 정도가 한계였나 보다.

하지만 자신을 향해서까지 달려오는 모습을 보니 어이가 없었다. 지옥의 ‘문’을 여는 악업을 이루면서 단숨에 상급 악마를 넘어섰다.

조금만 더하면 대악마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격이 높아진 자신을 향해 무모하게 달려드는 모습을 보고 멘제스터는 놈의 숨통을 끊어주기로 했다.

마젤타 왕국에 나와 있던 악마 둘이 죽었다는 얘기는 들었다. 하지만 그들은 상급 악마가 되었다고 해도 쌓은 악업의 크기가 작았다.

그런 둘을 죽였다고 겁도 없이 달려오다니.

그것도 일행의 도움도 없이 혼자서.

멘제스터는 달려드는 에드를 보며 마주 달려들었다. 그리고 그대로 손톱을 휘두른다.

멘제스터는 신체 변형이 가능했다. 팔을 길게 늘이거나 손톱을 길게 늘이거나 해서 상대의 거리 감각을 빼앗는 것으로 지금까지 적들을 쓰러트려 왔다.

상급 악마로 진화하면서 뛰어난 신체 능력까지 얻은 지금 고작 인간 따위에게 당할 이유가 없었다.

갑자기 길어진 손톱이 상대를 벨 수 있으리라 여겼다. 그만큼이나 신체 능력에도 자신이 있었으니까.

그런데 손톱은 허공을 갈랐다. 그리고 어느새 팔뚝에 비도 하나가 박혀 있었다. 피한 것도 신기했는데 언제 비도까지 날린 걸까?

의아해할 틈은 없었다. 비도에 찔린 손목이 돌처럼 굳어지고 있었으니까.

신체 변형도 석화 상태에서는 쓸 수 없었다. 그때 에드는 이미 품으로 파고들고 있었다.

근접전이라면 자신이 있다는 걸까?

코웃음을 친 멘제스터의 몸에서 가시가 튀어나왔다. 신체 변형이 가능한 것에는 상당한 이점이 있다. 경화시킨다면 검기에도 베이지 않는 가시를 만들 수 있으니까.

그렇게 만든 가시가 에드를 노리고 솟구쳤다. 그런데 에드는 지척에서 몸을 틀어서 그 모든 가시를 피했다. 이렇게 근거리에서 그 모든 가시를 피해낼 수 있을 거라고는 멘제스터도 상상할 수 없었다.

그렇게 지척에서 가시들을 피해내면서도 에드는 비도를 뿌렸다. 네 개의 비도가 날아오는 것을 인지하지 못했다. 코앞에서 날아드는 비도는 피할 엄두도 낼 수 없어서 몸을 딱딱하게 굳혔다.

검기도 통하지 않을 단단한 육체를 만들었다 여겼는데 날아든 비도 네 개는 모조리 몸에 박혔다. 몸에 박힌 것도 문제인데 몸이 느려지고, 마기가 흩어진다.

다리에 박힌 비도는 다리를 돌처럼 굳게 만들었고, 옆구리에 박힌 비도를 통해 피가, 마력이 빨려 나간다.

그리고 몸이 느려진 멘제스터는 본능적으로 고개를 틀었다. 보이지도 않는 비도가 조금 전 머리가 있던 곳을 스쳐 지나갔다.

이 비도는 보통 비도가 아니다. 검기도 통하지 않는 자신의 육신에 이렇게 박히는 것만 해도 놀라운데 박힌 부위마다 다른 권능이 몸을 약화시킨다.

이대로 가다가는 손도 못 쓰고 죽을 것만 같았기에 멘제스터는 고슴도치처럼 전신에서 가시를 만들어 길게 뿜어냈다. 에드만이 아니라 저 뒤에서 지옥에서 올라온 악마들과 싸우고 있는 자들까지 노리고.

그러나 그 가시는 그만큼 길게 뻗지 못했다.

오히려 땅을 박차고 거리를 좁힌 에드가 뽑아 던진 화살 두 발이 멘제스터의 두 눈을 뚫고 그 뇌를 곤죽으로 만들었으니까.

멘제스터의 의식이 더는 이어지지 않았다. 그러나 이대로 당하지만은 않는다. 죽을 때 죽더라도 여기 있는 자들을 모조리 데리고 갈 생각이다.

마기를 끌어와서 혈마석에 주입해 그 힘을 폭주시킨다. 단숨에 이곳을 지옥으로 만들 생각이었는데 그때 날아온 한 개의 비도가 날아와 혈마석에 꽂혔다.

그것은 혈마석을 돌로 만들면서 멘제스터의 마지막 계획을 수포로 만들었다.

에드는 멘제스터가 돌이 되어 쓰러지는 것을 보고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마지막까지 뭔가 수작을 부리려고 하기에 혈마석을 돌로 만들어 버렸다.

그랬더니 완전히 숨이 끊어진 것.

하지만 마지막 발악이 성공했다면 일행들도 위험했을 정도로 위험한 공격이었다.

에드는 죽은 멘제스터의 몸에서 칠채비도와 두 개의 성유물을 회수하고는 술법진을 돌아보았다. 술법진의 핵은 지금까지 보지 못했을 정도로 커다란 혈마석이었다.

에드는 그 앞으로 다가가서는 석화의 비도를 뽑아서 손에 쥐었다.

지금 가장 단단한 무기라고 한다면 역시나 석화의 비도였다. 에드는 석화의 비도를 들어서 혈마석 앞에 섰다. 그때 혈마석이 반으로 갈라지며 그 안에서 짙은 어둠이 모습을 드러냈다.

마치 심연을 바라보는 것처럼 그 끝을 알 수 없는 깊은 어둠이 그 안에 깃들어 있었다.

[또 너냐?]

에드는 그 목소리를 기억했다.

“라그록스.”

[그래. 내 계획을 또 방해하는군.]

“그러니 계획 좀 그만 세워. 바빠 죽겠으니까.”

에드는 더 말을 듣지 않고 혈마석을 석화의 비도로 찔렀다.

카앙!

석화의 비도로 단숨에 뚫을 수 있을 줄 알았는데 혈마석을 감싼 기운이 어찌나 강한지 뚫지 못했다.

[크크크크. 지옥의 문이 열린 상황에서는 술법진의 핵은 지옥의 보호를 받는다. 그리 쉽게 부서질 리가 있나?]

드레드로 플레이할 때도 이걸 부수기 힘들었었다. 에드는 대답 대신 이번에는 파사의 비도를 꺼냈다. 기운, 특히 마기가 보호하고 있다면 파사의 비도가 딱이다.

에드가 파사의 비도를 쥐고 내리치자 핵을 감싸고 있던 기운이 흩어지는 것이 느껴졌다. 에드는 곧장 석화의 비도로 핵을 찔렀다.

핵이 돌처럼 굳으면서 라그록스의 마지막 목소리가 들렸다.

[안···돼!]

석화로 굳은 핵이 깨지는 순간 지옥의 문이 닫히기 시작했다. 그때 에드는 폭발적으로 들어오는 경험치를 느꼈다. 지금까지는 누구를 죽여야만 얻었던 경험치들이었다.

그런데 지금 지옥의 문을 연 핵을 부순 것만으로 경험치가 들어오고 있었다. 마치 메인 퀘스트를 깰 때 경험치를 얻었던 것처럼.

퀘스트의 존재가 없는 이곳에서는 처음으로 얻는 경험치였다. 그리고 그 경험치는 놀라워서 다시 한번 레벨을 올려줬다.

레벨이 오르고 상급 악마와 크로셀의 사도를 죽였다고 해도 필요 경험치가 크게 늘어서 레벨이 오르려면 한참 걸릴 줄 알았는데 다시 레벨이 올랐다.

에드는 민첩에 스탯을 투자하고는 곧장 일행에게 돌아갔다.

처음 사용해 본 칠채비도는 흡족했다. 날카로움도 날카로움이지만, 그 권능 하나하나가 상급 악마에게도 통했다.

게다가 투명 비도는 이기어시를 이용했을 때 적들은 제대로 된 대응도 하지 못할 정도였다.

에드는 일행을 향해 돌아가면서 화살을 계속 쏴 날렸다. 하급 악마들의 숨통을 단번에 끊는 화살.

이기어시를 쓰지 않고 날리는 일반 공격에도 하급 악마들이 죽어 나갔다. 그렇게 돌아온 에드가 일행과 합류했다.

지옥의 문은 이제 서서히 닫히는 중이다. 다만 그 와중에도 악마들이 튀어나온다는 것이 문제지만.

다행이라면 상급 악마가 튀어나오기 전에 문을 닫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점이었다.

중급 악마 정도라면 얼마든지 일행들이 막을 수 있었다. 에드가 나서지 않아도 충분히.

특히 지금 눈이 돌아간 론멜에게 걸리면 뼈도 못 추리리라.

“핵은 부쉈습니다. 곧 문이 닫힐 거예요.”

에드가 튀어나온 하급 악마의 머리에 화살을 꽂으며 하는 말에 모두 마지막 힘을 쥐어 짜내기 시작했다. 다들 말은 하지 않았지만, 슬슬 체력이 한계에 달하고 있었다.

이대로 끝날 거라 여겼다.

끼이이익!

그때 문을 비집고 나오려던 중급 악마의 가슴을 뚫고 나오는 것이 있었다. 그것은 얼핏 보면 손가락처럼 보였지만 그 크기가 남달랐다.

길이만 2미터가 넘어가는 것이었으니.

곧 그런 손가락들이 중급 악마들을 죽이고 지옥의 문을 좌우로 붙들었다.

단순한 손가락이 아니다. 그걸 보는 순간 일행 모두가 몸이 굳었다.

에드도 솜털이 곤두서는 감각을 느꼈다. 저건 상급 악마는 비교도 안 되는 존재다. 그만한 격을 지닌 존재.

대악마일까?

에드는 고민을 잇는 대신에 곧장 화살을 뽑아 날렸다. 아펠라의 이빨을 이용해 만든 화살이 날아가 손가락에 박혔다.

끄아아아!

지옥문 너머에서 끔찍한 비명이 들려왔다. 손가락 크기로 보면 고작 손톱 밑에 가시가 박힌 정도겠지만, 대악마 정도 되는 자라면 그만한 고통을 겪을 일도 없을 터였다.

그러니 고통에 놀라 손가락을 물렸다가 지옥문이 더 닫히는 중일 테지.

그때 화살이 박혔던 손가락이 에드를 가리켰다. 그 순간 에드는 섬뜩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어디로 가도, 저 손가락을 피할 수 없었다. 세상 모든 곳이 저 손가락의 범위 안에 있었다. 에드는 처음으로 죽음을 떠올렸다.

그러나 그냥 죽어줄 마음은 없었다. 에드가 아스트론의 성유물 화살을 뽑아서 쏘려고 할 때 에드를 가리켰던 손가락이 미사일처럼 날아왔다.

손가락이 뿌리째 뽑혀서 날아오는데 그건 죽음을 선고하는 것 같았다. 그때 에드의 앞으로 불쑥 나타난 이가 있었다.

아린이 방패를 들고 그 손가락을 막아냈다. 아린이 뒤로 주륵 밀릴 때 론멜이 옆에서 나타났다. 론멜이 휘두른 성검이 그대로 아린의 방패를 밀고 있던 손가락을 잘랐다.

지금까지 지옥에서 튀어나온 수많은 악마를 베면서 한계치까지 힘을 모았던 성검은 그 단단한 손가락을 잘라냈다.

끄아아악!

손가락을 쏘아내고도 연결은 되어 있었나 보다. 끔찍한 비명이 들렸다.

가시가 박히는 것과 손가락이 잘리는 고통은 다르다. 끔찍한 비명과 함께 닫혀가던 지옥문이 덜컹거렸다. 그대로 둔다면 지옥문이 그대로 부서질 것 같은 끔찍함.

끼이이익! 쿠웅!

하지만 요동치던 지옥문은 결국에 다시 닫혔다. 에드는 닫힌 지옥문을 바라보다가 바닥에 떨어진 손가락을 바라보았다. 고작 손가락 하나에 목숨을 잃을 뻔했다는 사실 때문인지 손바닥에 땀이 축축했다.

레벨이 꽤 올랐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다만 두렵다기보다는 짜릿했다. 목숨이 걸렸다는 것을 깨닫기에 각오가 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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