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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 악마 사냥꾼이 되었다-129화 (129/202)

#129

지옥문 전투

에드는 지옥의 ‘문’을 본 순간부터 마력을 끌어모았다. 빙결의 활이 새하얗게 빛날 때 에드는 곧장 화살을 날렸다.

신시아라는 성기사의 배를 악마 멘제스터가 뚫어버렸다고 해도 우선은 ‘문’이 열리는 것을 막아야 했다.

에드가 쏘아낸 화살이 새하얀 빛줄기처럼 날아가 열린 문을 비집고 튀어나오려는 악마들에게 꽂혔다.

쩌저저저적!

문을 통째로 얼리지는 못했지만, 그 일격에 하급 악마들이 모조리 얼어붙으면서 그들이 문을 틀어막았다. 에드는 곧장 두 번째 화살을 날렸다.

에드가 화살을 날리는 동안 이미 일행들은 뛰쳐나가는 중이었다. 아린의 해머가 멘제스터를 향해 날았고, 그 뒤를 따라 론멜이 달렸다.

에드가 날린 화살은 아스트론의 성유물. 신성력을 품은 화살이 날아가 문을 비집고 나오려다 통째로 얼어버린 악마들의 머리를 기이한 궤적을 그리며 모조리 뚫어버렸다.

그 한 줄기 화살은 악마들의 머리를 모조리 꿰뚫고 돌아와 에드의 손에 다시 잡혔다. 에드는 빙결의 화살집에 아스트론의 화살을 집어넣고는 달리기 시작했다.

“방해하지 못한다!”

신시아가 끔찍한 고통에 의지가 무너지는지 지옥의 문이 반쯤 열렸다. 에드가 얼렸던 악마들보다 더 많은 악마가 튀어나온다. 아직은 하급 악마일 뿐이지만, 그 경계가 흐려진다.

저들의 구분은 인간이 지은 것일 뿐.

지옥의 넘치는 악마들은 그 수가 압도적인 만큼 그 구분도 희미하다. 그래서 지금은 하급인지 중급인지 모를 놈들이 튀어나오는 중이다.

론멜이 멘제스터를 향해 뛰어올랐고, 멘제스터는 코웃음을 치며 훌쩍 몸을 피해냈다. 아린의 해머를 피하며 몸을 날렸던 멘제스터는 재차 달려드는 론멜을 피해서 지옥의 ‘문’ 위에 섰다.

론멜은 처음부터 멘제스터를 노린 것이 아니었다. 론멜은 멘제스터가 물러나기를 기다려 그대로 신시아의 구출을 위해 검을 휘둘렀다.

론멜의 성검이 그녀를 옥죄고 있던 술법진의 기운을 베어냈다. 원래라면 베어지지 않을 것이었지만, 론멜의 성검은 특별했다. 베는 것의 힘과 마력을 빼앗는 포식검.

론멜의 성검이 술법진의 기운을 포식하면서 신시아를 묶었던 기운을 잘라냈다. 덕분에 신시아가 술법진에서 떨어져 내렸고, 그런 그녀를 론멜이 받아들었다.

그녀를 받아든 론멜은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지옥의 ‘문’이 열리는 심각한 순간이었지만, 신시아를 이렇게 잃어버릴 수는 없었다. 자신에게 혹독하게 굴었지만, 지쳐 쓰러져 있을 때 그를 일으켜 준 것은 항상 신시아였다.

그런 그녀가 배에 구멍이 나서 피를 콸콸 쏟는데 자신이 해줄 수 있는 것이 없었다.

상급 악마를 제물로 바치면서 강해진 신성력도, 지금까지 마물들을 베어넘기고, 술법진의 기운을 포식하며 상상도 못 했던 힘을 전해주는 성검도.

지금 도움이 되는 것은 하나도 없었다.

그런 론멜의 앞에 내려선 이가 있었다. 아스트론의 성기사 아린. 그녀는 말도 하지 않고 신시아의 배에 손을 올리고 신성 회복 주문을 걸어주고 있었다.

피가 빠르게 멎는 것을 보고 론멜은 눈물을 쏟아내며 말했다.

“선배를 살려줘!”

아린은 대답도 하지 않고 집중해서 신성 회복 주문을 걸었다. 그리고 그러는 사이 일행들이 론멜의 옆에 서서 무기를 휘두르며 지옥에서 튀어나온 악마들을 상대하고 있었다.

이만큼의 많은 악마를 상대하는 것은 일행에게도 처음이었다. 브란트가 사슬을 휘둘러 악마들의 머리를 쪼개고 있었고, 덱스의 검은 악마의 목을 베고 지나갔다.

디에고의 닉과 퓨리, 톰까지 악마들과 싸우는 중이었지만, 브란트나 덱스처럼 압도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뒤에서 날아온 화살이 그런 악마들을 죽여 나갔다. 론멜은 그제야 일행들을 볼 수 있었다. 저들은 지금 이 상황에서도 신시아를 안전하게 지키면서 싸우는 중이었다. 아니, 아린이 신성 회복 주문을 걸어주는 것이 방해받지 않게 하려고 노력하는 중이었다.

“론···멜.”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론멜이 놀라서 고개를 숙이니 신시아가 그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상처는 회복되고 있었지만, 마기에 감염된 것은 치명적이었다.

그렇기에 그녀가 손을 들어 론멜의 가슴을 힘없이 밀며 말했다.

“가. 가···서 저걸 막아···라.”

“하지만 선배···.”

신시아의 눈꼬리가 사납게 올라갔다.

“이 멍청한 새끼가! 빨리 안 튀어가?”

다 죽어가던 사람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의 포효에 화들짝 놀란 론멜이 아린을 바라보았다. 아린이 그와 시선이 마주치자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그녀는 당장 저 지옥문을 막기 위해서라도, 아니면 지옥문의 술법을 펼쳤던 크로셀의 사도와 손가락들을 상대하기 위해서라도 움직여야 했지만, 치료에 집중하느라 아무것도 못하고 있었다.

신성력이 뛰어난 그녀였기에 더욱 잘 느낄 수 있었다.

저 지옥문이 정말로 지옥과 연결되었다는 것과 저것이 완전히 열리면 이건 마젤타 왕국 수준의 문제가 아니게 된다는 점이다.

말 그대로 현세에 지옥이 펼쳐질 터.

그것만은 막아야 했다. 그렇다고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저항해서 지옥문이 열리는 것을 저지했던 시트라의 성기사를 그냥 죽게 둘 수도 없었다.

그래서 론멜에게 싸우러 가라고 전했다.

론멜은 아린과 눈빛을 교환하더니 돌아섰다. 성검을 틀어쥔 론멜의 눈빛이 전에 없이 사나워졌다.

이 새끼들이 지옥의 문을 열려고 한 것도 짜증 나는 일이지만, 신시아를 제물로 바쳤다는 것은 눈이 돌아갈 만큼 열 받는 일이었다.

론멜이 성검을 들고 전위에 서자 덱스와 브란트가 좌우에서 그를 따라가며 도왔다. 디에고의 사령 닉과 퓨리가 지원하기 시작했다.

반쯤 열린 문으로 튀어나오는 악마들을 상대하는 데는 그들 전부가 나서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아린을 지키는 것은 에드뿐이었다. 열린 지옥문으로 뛰쳐나오는 악마들과 그보다 못한 저급한 마물들.

그들 전부를 틀어막기에는 넷으로는 부족했다. 론멜이 평시보다 더 뛰어난 검을 휘두르고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아린의 곁을 떠날 수도 없었다. 저들을 지나쳐 달려드는 마물과 악마들의 수가 꽤 되니까.

문제는 점점 문이 열리고 있다는 점이었다.

게다가 멘제스터와 크로셀의 사도와 손가락들이 지옥문 뒤로 숨었다. 그들도 뭔가 수작을 부릴 터.

이대로 계속 시간을 죽일 수는 없었다.

그때 신시아가 아린의 손목을 잡았다. 그녀의 배에 난 상처는 놀랍게도 거의 회복이 된 상황이었다. 신시아는 아린의 손목을 잡은 채 말을 꺼냈다.

“아스트론의 성기사. 론멜을 도와줘.”

아린은 그 말에 고개를 내저었다.

“상처는 회복되었지만, 당신은 아직 마기에 감염됐어요. 그것도 지옥의 마기에.”

“알아. 하지만 버텨볼 테니 우선 론멜부터 도와줘. 저러다 저 녀석 죽어.”

신시아가 기억하는 론멜과는 비교도 안 되는 수준의 신성력을 뿜어내며 하급 악마를 썰어 내는 모습은 놀라웠지만, 그래 봐야 한계가 명확하다.

지금 지옥문에서 튀어나오는 것들의 수와 속도는 파도와 같다. 그 악의의 파도에 휩쓸리게 되면 아무리 론멜이라고 해도 죽는다.

신시아는 그 꼴을 볼 수 없었다.

신시아는 아린을 바라보았다. 아스트론 교단의 신성력이 성질이 다르다고 하나 이만한 신성력은 본 적이 없다. 마젤타 왕국에서 아스트론 교단의 성기사를 볼 일은 특히나 없으니까.

그렇지만 그녀가 보통 성기사가 아니라는 것은 알 수 있었다. 성기사가 쓰는 신성 회복 주문의 수준은 뭔지 빤히 아는데 그녀가 걸어준 신성 회복 주문은 자신의 복부를 말끔히 고쳤다.

이건 기적이라고 봐도 될 정도의 수준.

성녀들이나 가능한 일이다.

그걸 보여준 아린이라면 이 일행 중에서 적어도 악마를 상대하는데 있어서는 없어서는 안 될 존재다.

“부탁한다. 론멜을 도와줘.”

아린은 말없이 신시아를 바라보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녀는 허리에 차고 있는 성검을 뽑아서 그녀에게 건넸다.

“감염이 진행되는 것을 조금은 늦춰줄 겁니다.”

“고마워.”

신시아가 성검을 받아들자 아린은 해머와 방패를 쥔 채 돌아섰다. 그리고 에드를 바라보며 말했다.

“가서 문을 닫죠.”

“좋아요.”

에드가 그리 답하자 아린이 곧장 앞으로 뛰쳐나갔다. 에드가 그 뒤를 따라 달리며 화살을 날리자 지옥에서 뛰쳐나왔던 마물과 하급 악마들이 우수수 쓰러졌다.

그 모습을 바라보면서 신시아는 자신이 잘못 생각했음을 알았다. 이 일행에서 대악마 전투에 가장 능할 것이 아린이라고 여겼는데 오히려 악마를 잡는 데는 저 궁수가 더 뛰어났다.

그리고 그들의 실력을 보니 이 악의가 넘실 거리는 지옥의 문이 닫힐 수도 있겠다 싶었다.

그렇게 여기고 있을 때 그녀의 귓가로 음산한 목소리가 들렸다.

[재미있는 그릇이구나.]

그 목소리를 듣는 것만으로 소름이 돋았다. 그만큼 높은 격을 지닌 자의 목소리였다.

하급 악마를 넘어서 중급 악마까지 쏟아져 나오는 곳. 지옥.

에드는 정신없이 그들을 잡으면서도 정작 중요한 것을 놓치지는 않았다. 이 술법진의 핵을 부수지 않으면 지옥의 문은 닫히지 않는다.

그리고 술법진의 핵은 저 지옥의 문 아래에 있다. 그리고 그것을 지키고 있을 자들은 이미 상급 악마에 올라선 악마와 크로셀의 사도와 손가락이다.

신시아의 배를 뚫어버린 악마.

그리고 혈마석의 기운을 풍기고 있는 사도와 손가락.

문제는 그들이 지키고 있는 곳으로 다가가는 것조차 힘들다는 점이었다.

중급 악마가 올라와도 그들의 운명은 별반 다를 것이 없었다. 문제는 중급 악마가 지옥의 문을 열고 나오려고 하는 지금 그 뒤에서 나올 놈들이다.

상급 악마들의 개체 수가 적다고 해도 그들이 넘어오기 시작하면 일행도 위험하다. 그 전에 문을 닫아야 했다.

에드는 잠시 일행을 바라보았다. 전위로 나선 아린과 그 옆에서 사납게 검을 휘두르는 론멜을 바라보았다. 론멜은 수많은 악마를 상대하면서 점점 강해지는 중이었다.

그가 가진 성검이 그를 강제로 끌어올리는 중이었다.

덱스와 브란트, 디에고도 그 둘을 지원하고 있었는데 지금이야 간신히 버티지만, 에드 자신이 빠질 경우 저들이 과연 버틸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하지만 술법진의 핵을 부수지 않으면 의미가 없었기에 에드는 입술을 깨물고 말했다.

“버틸 수 있겠습니까?”

에드가 막타로 죽이는 악마들의 수가 한둘이 아니다. 그런 상황에서 에드가 빠진다면 그만큼 일행에게 무리가 가는 것은 당연한 일.

“어디 가려고?”

“술법진을 깨야 합니다.”

덱스는 얼굴에 온통 악마의 피를 뒤집어쓴 채로 미친 듯이 검무를 추는 중이었는데 그 말을 듣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씨발. 나도 같이하고 싶은데 나까지는 못 빠지겠다!”

에드는 그 말에 다른 이들을 돌아보았다. 에드가 빠진다면 일행을 이끄는 것은 아린이었다. 그녀는 달려드는 악마의 머리를 해머로 내리치며 말했다.

“오래는 못 버틸 것 같아요!”

“오래는 안 걸릴 겁니다.”

“그럼 서둘러요!”

아린의 말에 에드는 숨을 깊이 들이마시고는 품에서 칠채비도를 꺼냈다. 지금까지는 쓰지 않았던 물건들. 하지만 지금은 아낄 때가 아니었다.

“길을 열게요!”

아린이 그렇게 외치고는 신성력을 끌어올려서 있는 힘껏 해머를 바닥에 내리쳤다. 지옥문을 빠져나오던 악마들이 고통에 몸부림치며 물러날 때 열린 사이로 에드가 달려나갔다.

그렇게 튀어나가는 에드를 보고 안타렐이 손짓했다. 그의 보조를 하던 손가락 둘이 동시에 움직였다. 그들의 움직임은 확실히 놀라웠다.

중급 악마에 비견되는 속도였다.

그런 둘을 향해 에드는 비도를 던졌다. 던진 비도는 투명의 권능을 지닌 비도. 심안으로 혈마석의 위치를 확인한 에드가 던진 비도는 이기어시까지 이용해 던져서 둘 모두의 혈마석을 꿰뚫고 다시 돌아와 손에 잡혔다.

남은 것은 상급 악마 멘제스터와 안타렐.

그러나 방금 둘을 죽이면서 레벨이 올랐다. 에드는 민첩에 투자하고는 곧장 그 둘을 향해 달려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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