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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 악마 사냥꾼이 되었다-116화 (116/202)

#116

칠채비도

루카스 총무관이 악마였다는 보고와 함께 시트라의 성기사가 찾아온다는 말을 들은 토란 시장은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 알 수 있었다.

시트라의 성기사 론멜은 자신에게 루카스에 관해서 물었고, 자신은 식사 내내 그를 칭찬했다. 성기사 앞에서 악마를 칭찬했다니!

다시 찾아온다고 했으니 그건 분명 루카스와 자신이 연관이 있는지 알아보겠다는 뜻. 그리고 그건 자신의 파멸을 의미했다.

그렇게 되게 두어서는 안 된다.

토란은 그래서 자신의 비밀 금고를 찾아갔다.

군부에서 이 자리까지 오는 데는 여러 가지 공을 세운 것도 있지만, 그것보다 중요한 것은 필요할 때 필요한 이에게 필요한 것을 가져다 바쳤기 때문이다.

성기사 정도 되면 시트라 교단에서 내주는 돈은 넘치도록 많다. 그런 이에게는 돈은 의미가 없다. 그보다는 돈으로도 구할 수 없는 물건을 내줘야 했다.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기 위해서 준비한 물건들. 그중에 하나를 집어 든 토란은 제발 이게 통하기를 바라고는 밖으로 나와 마차를 준비했다. 마차를 타고 여관으로 가는 길에도 제발 이게 통하기를 바란 토란은 가만히 눈을 감고 기다렸다.

곧 마차가 여관에 도착했다는 마부의 말에 문을 열고 마차에서 내린 토란의 뒤로 수호 기사 둘이 따라붙었다. 어려서부터 함께 한 이들이라 그런지 이번 일로 소문이 퍼지자 다른 이들은 멀어지고 있는 데도 이 둘은 여전히 자신을 모셨다.

토란이 여관에 들어서자 식사를 하는 이들의 시선이 자신에게 향했다. 성기사 아린과 성기사 론멜, 그리고 에드라는 이와 다른 이들이 두 개의 테이블에 나눠 앉아 식사하는 중이었다.

토란은 아린과 론멜이 앉아 있는 테이블로 다가가 옆에 섰다. 론멜이 뼈에 붙은 고기를 뜯다가 고개를 들어서 토란을 바라보았다.

“응? 스장님?”

“합석해도 되겠소?”

론멜이 고개를 끄덕이자 토란이 의자를 끌어다가 자리에 앉았다. 론멜은 씹고 있던 것을 꿀꺽 삼키고는 토란을 바라보았다.

“여긴 어쩐 일입니까? 안 그래도 아침 먹고 찾아가려고 했는데.”

“그것 때문에 이렇게 찾아온 거요.”

토란이 그리 말하고는 품에서 작은 상자 하나를 꺼냈다.

“이걸 받아주시오.”

론멜은 토란의 말에 무슨 뜻인지 파악하고는 상자를 열어보았다. 상자 안에 들어있는 것은 한 자루 비도였다. 칠흑처럼 검은 비도를 보고 론멜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이걸 어디서 구했습니까?”

“전대 마스터 팔라딘이 애용하던 무기라고 들었소. 성유물인데도 불구하고 잃어버렸었다고 들었는데 경매에 올라왔기에 구매했었소.”

성유물이라는 말에 에드도 관심을 가졌다. 특히나 이건 비도다. 투척이 가능한 만큼 자신도 다룰 수 있는 무기.

“칠채비도라고 불리는 성유물인데 그중 하나를 잃어버리셔서 마스터 팔라딘의 자리에서 물러났다고 들었는데 그걸 여기서 보게 될 줄은 몰랐는데?”

토란은 론멜이 기뻐하는 모습을 보고는 진중한 표정으로 말했다.

“사실 루카스 총무관이 세웠던 공은 이번에 출병한 병사 5만이 궤멸하면서 과가 더 커졌소. 군부에서도 그 죄를 묻겠다고 했소. 그자가 악마였다는 소식은 어제 보고가 올라갔소.”

토란은 고개를 꾸벅 숙이며 말했다.

“내가 미숙해 그자가 악마라는 것도 알아보지 못하고 상부에 그의 계획을 보고했던 것 때문에 나도 좌천을 당할 것 같소. 그러나 총무관에 대해 알아보지 못한 내 미숙함에 대해서는 사과하겠소.”

론멜은 성유물인 칠채비도를 상자에 다시 넣고 품으로 챙기며 답했다.

“루카스는 악마 중에서도 상급 악마. 인간으로 변하는 것은 물론이고 사람을 현혹하는 것에도 능한 자였습니다. 성기사가 아닌 다음에야 그 현혹을 견디는 것은 힘들었을 겁니다. 군부에는 교 단에서 연락해놓겠습니다.”

“그렇게 신경 써준다니 감사하오.”

토란은 고개를 숙여 보이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돌아갔다. 멀어지는 토란을 바라보던 론멜이 히죽 웃고는 가슴을 두드렸다.

“칠채비도는 성기사들의 과업 중 하나인데 이게 이렇게 해결될 줄은 몰랐네.”

“잠깐 구경해도 되겠습니까?”

에드의 부탁에 론멜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상자를 꺼내서 보여줬다. 에드는 성유물이라는 비도를 꺼내서 확인해 보았다. 날카로움이야 성유물이니 당연히 뛰어나겠지만, 어떤 능력을 갖추고 있는지 궁금했다.

“이건 특별한 능력이 없습니까?”

“있지. 칠채비도는 각기 다른 권능을 지닌 비도로 잃어버린 비도에는 석화의 권능이 들어있다고 했네. 베이거나 찔린 부위를 중심으로 석화가 된다고 하지만 칠채비도는 일곱 자루가 모두 모여야 제대로 된 힘을 낸다고 알려졌지. 서로가 호응하며 더 강해진다고 하는데 그냥 그 한 자루라면 부분 석화만 가능할 걸세.”

론멜이 쉬지 않고 쭉 설명한 것을 들은 에드는 비도를 손 위에서 빙글빙글 돌리며 물었다.

“석화는 저주라는 겁니까?”

“아니. 신의 권능이기 때문에 저주랑은 달라. 그러니 베이지 않게 조심해.”

에드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비도를 론멜에게 건넸다. 론멜이 비도를 받으며 말했다.

“비도에도 관심이 있어?”

에드는 그 말에 자신의 옷을 열어 비도를 보여주었다. 그 비도들을 보고 론멜이 눈을 크게 떴다.

“비도술도 할 줄 알아?”

에드가 고개를 끄덕이자 론멜이 잠시 고민했다. 그리고는 칠채비도가 든 상자를 꺼내 내밀었다. 에드가 그를 바라보자 론멜이 차분하게 말했다.

“칠채비도는 모두 모여야 제대로 된 힘을 발휘할 수 있을 거야. 하지만 이것만 해도 성유물은 성유물. 그 단단함은 말할 것도 없지. 아큘라의 반지 때문에라도 교단의 총본회로 가야 하니 그동안은 네가 가지고 있어.”

“그래도 됩니까?”

“안 될 것도 없지. 어차피 총본회에 가야 아큘라의 반지를 청할 수 있으니까.”

에드는 칠채비도를 받아서 손바닥 위로 가볍게 띄웠다. 그리고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이기어시를 이용해보니 이거 감도가 남다르다. 마치 처음부터 자신의 것이었던 것마냥 잘 맞았다. 몸 주위를 한 바퀴 돌렸다가 다시 손으로 오게 해서 잡아들었다.

3초 간의 조종.

그건 가볍게 띄우는 것도 투척으로 판정이 되는 것인지 3초 정도 온전히 다룰 수 있었는데 일반 화살이 2초 밖에 다루지 못하는 것을 보면 이건 확실히 물건이다.

고작 1초가 뭐냐고 할 수 있지만, 고속으로 움직일 때는 그 1초만으로 적을 몇 번은 더 공격할 수 있다.

에드가 비도를 다루는 모습에 론멜이 혀를 내둘렀다.

“대단한데?”

“칠채비도 혹시 제가 얻으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교단의 성유물이라 내가 내준다, 만다 할 수는 없지만, 칠채비도 자체는 지금 주인이 없어. 성기사가 다루기에 어울리는 무기는 아니라서.”

비도와 성기사. 잘 안 어울리기는 한다.

사냥과 수렵의 신인 다이아나의 활을 먼저 구하려고 했는데 자신에게 필요한 비도가 있다고 하니 시트라 교단과도 친분을 유지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린이 어느새 앞에 놓인 양갈비를 뼈만 남겨놓고, 좌중을 돌아보았다.

“남쪽으로 이동해야 해요.”

“정확한 위치는 아직 파악하지 못했어요?”

“정확히는 알란도 시에요.”

론멜이 그 말에 남은 고기를 싹 발라내고는 말했다.

“알란도 시는 3군단 사령부가 있는 곳인데?”

“군단 사령부요?”

론멜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을 이었다.

“3군단은 트라비아 왕국 대응군이야. 지금 그쪽 병력 5만이 사라졌으니 분위기가 심상치 않을 텐데.”

“상관없어요.”

아린도 이제는 에드를 닮아가는지 말에 주저함이 없었다.

“3군단 사령부가 있다면 그 시장이 설마 3군단장입니까?”

“맞아. 왕국 내 서열 7위의 인물이지.”

마젤타 왕국 서열 7위. 꽤 높은 숫자였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

그곳에 악마가 어떤 지위로 있을지 모르니 먼저 걱정할 필요는 없으리라.

지금 걱정해야 할 것은 그게 아니라 칠채비도다. 어떻게 하면 이것을 시트라 교단에서 뜯어낼 수 있는지 그게 걱정이다.

목적지를 정하고 나서 일행은 곧장 출발했다. 르세뉴 시를 벗어나 대로를 따라 이동하던 에드는 낯익은 기운에 헛웃음을 흘리고는 말을 먼저 몰아 앞으로 나아갔다.

대로를 벗어나 조금 안쪽으로 들어가니 그곳에는 밀러가 앉아 있었다.

에드는 말에서 내리지 않은 채 그를 내려다보았다.

“할 일 없어?”

“많소.”

“그런데 왜 자꾸 나타나는 거야?”

밀러는 그 말에 미소를 지은 채 가만히 에드를 올려다보았다. 악마를 사냥한다고 한 그는 밀러에게 어떤 도움도 받지 않고 악마를 찾았다.

사실 트라비아 왕국에서는 악마가 얼마나 많은지 파견 나가 있어서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중급 악마 이상은 마젤타 왕국에서 보고 된 것도 벌써 10년 전의 일이다.

그만큼 보기 힘든 것이 중급 악마인데 이번에 잡은 자는 상급 악마라고 했다.

루카스 총무관. 켈베로스에서 그자에 대한 정보를 긁어모았다. 지금까지 승승장구해 왔던 그가 이번에 트라비아 왕국으로 5만 병력을 파견 보내자고 처음으로 주장한 이다.

그의 말이 설득력이 있었으니 군부에서 허가한 일이라고 해도 그 일에 대한 책임은 피할 수 없었다. 그런데 그자가 악마였다고 밝혀졌고 악마 사냥꾼 손에 죽었다.

다행이라면 그곳에 시트라의 성기사가 있었다는 점이다. 론멜이 그 자리에 있었기에 그나마 체면치레라도 했지 그가 없었다면 마젤타 왕국의 악마를 아스트론 교단의 성기사가 잡았다고 알려질 뻔했다.

“일단 감사 인사를 드리겠소. 상급 악마를 잡아주셨다고.”

“그건 내 일이니까 한 거고.”

“혹시 다음 목적지를 들을 수 있겠소?”

에드는 그 말에 그를 빤히 바라보다가 물었다.

“왜? 악마라도 찾아주려고?”

“찾을 수 있다면 당연히 찾아드리겠소.”

에드는 그 말에 미소를 짓고는 말했다.

“의심 가는 자들을 찾는 것은 괜찮아. 하지만 그 악마를 죽이는 건 우리다. 만약 그 악마를 먼저 손대면 그때는 내가 악마만 잘 잡는 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될 거야.”

“그건 이미 알고 있소.”

밀러는 이미 에드가 사람을 얼마나 잘 잡는지 확인했다. 다른 것도 아니고 켈베로스의 특무대가 쓸려나갔었으니까.

에드는 말머리를 돌리며 말했다.

“우리는 알란도로간다.”

짧게 말한 에드가 멀어지는 뒷모습을 보며 밀러는 턱을 쓰다듬었다. 다른 곳도 아니고 알란도 시라면 3군단 사령부가 있는 곳이다. 그곳에 악마가 있다면 마젤타 왕국에도 악마들이 깊이 관여하고 있다는 뜻이다.

누가 악마인지는 모르겠지만, 군단 사령부에 악마가 있다는 것이라는 정보를 선점했다는 것이 중요했다.

역시 에드의 곁에 있으면 떨어지는 것이 많으리라는 것을 알았다. 떨어진 것을 계속 주워 먹으려면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그러자면 저들보다 먼저 알란도로 가야 했다.

바닥에 대자로 누운 론멜이 눈을 천천히 깜빡였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서 옆에 서 있는 덱스에게 물었다.

“어떻게 된 거야?”

“뭐가?”

“나 신성력도 많이 얻었는데?”

“근데?”

론멜이 억울하다는 듯 소리쳤다.

“근데 왜 못 이기는 거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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