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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 악마 사냥꾼이 되었다-96화 (96/202)

#96

고대 유물

에드가 후안을 돌아보며 손에 들고 있던 크리스탈 해골을 위로 던졌다가 받으며 물었다.

“이게 뭐하는 물건인데요?”

-고대 유물 중 하나일세. 고대 유물이라고 다 좋은 건 아닌데 그건 가만둬도 주변에 사령들을 옭아매고 사령술을 제대로 익힌 자가 다룬다면 이만한 물건이 없다고 알려진 것이지. 그런데 나도 처음 본 거라 확신이 없군.

“그렇게 대단한 물건이라고요?”

-말로만 들었을 뿐이야. 하지만 사령술사가 아니라면 장식품에 불과하다고 했지. 살아생전에 얻었다면 대악마는 못 돼도 상급 악마 중에는 적이 없었을 텐데.

굉장한 물건이었다는 말에 놀라서 바라보고 있으려니 후안의 말이 이어졌다.

-하지만 사령의 힘을 다룰 수 있는 이는 대륙을 다 뒤져도 다섯 손가락을 넘지 못할 걸세.

사령술사가 그리 적은지는 몰랐다.

-잠깐만.

다가온 후안이 크리스탈 해골을 살펴보다가 입을 열었다.

-그래도 그냥 둔 것은 아니군. 이거 가만뒀으면 사령들이 모여서 굉장한 물건이 됐겠어. 사령군집체를 만들 수 있는 술식이 적혀 있어.

“사령군집체가 뭡니까?”

-사령들을 모아서 진화시키는 거라고 보면 되네. 위력은 확실하지. 그거 하나면 제대로 된 사제나 성기사가 없다면 단번에 도시 하나를 쓸어버릴 수도 있으니까. 사령을 잡아먹으면서 점점 더 강해지니까.

어지간한 공격은 통하지 않는 사령이 군집되어 있다면 쉽게 상대할 수는 없으리라.

-가만두었다면 이 근방의 사령을 끌어모은 사령군집체가 며칠 안에 도시를 습격했겠군.

도시에는 에드와 아린이 있으니 몰려왔다고 해도 어렵지 않게 처리했겠지만, 다행이라면 사령군집체가 완성되기 전에 심안으로 놈을 발견하고 쏴서 죽여버렸다.

-그런데 어떻게 잡은 건가? 이 많은 사령을?

“활로 쏴서요.”

두 발의 화살. 두 개의 성유물이 이뤄낸 힘이었다.

후안은 크리스탈 해골에 손을 얹고는 말했다.

-술식은 내가 지울 수 있을 거야. 그리고 이걸 가지면 디에고는 훨씬 강해지겠지.

아직 적들은 우리의 전력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나 보다. 성기사인 아린이 나섰다면 사령군집체 따위도 한 방에 날려 보낼 수 있을 텐데.

어찌 되었든 크리스탈 해골은 우리가 손에 얻을 운명이었나 보다.

-디에고를 부탁하지.

“예?”

무슨 말인지 물어보려는데 후안의 몸이 빛나기 시작했다. 크리스탈 해골이 입을 벌리더니 딱딱 소리를 내는 동안 보이지 않던 술식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그 술식이 점점 빛으로 화하며 사라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술식이 다 사라졌을 때 후안의 몸이 점점 흐려지더니 사라졌다.

“형···.”

디에고의 목소리가 점점 느려지는 것 같아 고개를 돌리니 디에고가 바닥에 쓰러지고 있었다. 에드는 그런 디에고를 부축했다.

후안이 무리하게 힘을 써서 그런지 디에고가 견디지 못했다.

에드는 잠시 쓰러진 디에고와 해골 산을 돌아보았다. 그러다가 해골 산 옆에 아직 다 썩지 않은 시체를 발견했다. 입고 있는 곳이 고급스러운 것을 보니 저게 아마도 진짜 파렐의 시체가 아닌가 싶었다.

시체를 회수하기 위해서 온 것이니 디에고와 시체 모두를 챙겨야 했다.

에드는 망토를 벗어서 시체를 잘 담아서 묶어 놓고, 등 뒤로 묶었다. 그리고 디에고를 허리에 걸친 채 다크에게 돌아갔다.

예상대로 톰은 사라진 상태. 에드는 다크에 올라 자신의 앞으로 디에고를 눕히고 뒤쪽으로 파렐의 시신을 올려놓고는 마을을 향해 돌아갔다.

라그록스가 남긴 건지 네프사엘이 남긴 건지 모르겠지만, 그들이 남긴 술식은 제거했으니 이제 크리스털 해골만 잘 써주면 될 일이다.

도시로 돌아온 에드는 곧장 내성으로 안내받을 수 있었다. 내성의 입구에는 이미 콜린 부인과 헤나가 나와 있었다.

말에서 내린 에드가 다크의 뒤쪽에서 데리고 온 시체를 내렸다. 망토를 풀어서 내성 앞에 내려놓으며 말했다.

“산에 수많은 해골이 모여 있는 곳이 있었습니다. 유해 중에서 그나마 가장 파렐일 것 같은 유해를 찾아왔습니다.”

망토 위에 놓인 시신을 보고 콜린 부인은 조심스레 걸어오다가 그 옷을 보고는 다리가 풀려서 비틀거렸다. 그런 그녀를 헤나가 부축해주었다.

에드는 한걸음 물러나 있었고 콜린 부인은 헤나의 부축을 받으면서 다가와 시신 옆에 주저앉았다. 소리쳐 부르지도 못하고 콜린 부인의 눈에서는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녀는 파렐의 시신에서 나는 악취도 신경 쓰지 않고 손을 내밀어 시체의 가슴에 손을 올렸다. 그리고 말없이 시신을 안은 채 흐느꼈다.

어깨를 들썩이며 흐느끼던 그녀는 오래 버티지 못하고 혼절했다. 시체를 끌어안은 채 혼절한 콜린 부인을 보면 귀족답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위를 위해서 형제나 자식들도 가차 없이 죽이는 이들인 줄 알았는데 그녀는 자식의 죽음에 진심으로 슬퍼하고 있었다.

그녀가 쓰러지자 헤나가 손짓했다. 내성에서 따라 나온 시녀와 시종들이 달라붙자 헤나는 어머니를 그들에게 맡기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시종들이 파렐의 시신을 수습하는 사이에 다가온 헤나가 가슴에 손을 얹고 정중히 고개를 숙였다.

“감사해요. 어머니도 이제 사실을 받아들이실 수 있을 것 같아요.”

“사실이요?”

“솔직히 오빠의 죽음을 믿지 못하셨거든요.”

가족의 죽음을 바로 받아들일 수 있는 이들이 얼마나 될까?

“괜찮으십니까?”

가족을 잃은 것은 콜린 부인만이 아니다. 에드의 물음에 헤나는 쓸쓸한 미소를 지었다.

“오빠랑 사이가 나쁘지는 않았어요. 하지만 그 눈빛을 봤을 때부터 이미 오빠가 죽었을 거라 믿어서 그런지 오빠의 시신을 보니 오히려 장례를 치를 수 있어 다행이란 생각이 들어요.”

헤나는 말 안장 앞에 실려있는 디에고를 보고는 물었다.

“일행분은 괜찮으신 건가요?”

“탈진 현상이라 내일이면 털고 일어날 겁니다. 그럼 저도 이만 들어가 보겠습니다.”

에드는 망토를 챙기고, 디에고를 어깨에 걸친 채 내성 안으로 들어갔다. 디에고는 테인의 방에 던져 놓고 에드는 간단히 씻은 후에 아린이 있는 콜린 공의 방으로 향했다.

아린은 기도를 올리다가 기척을 느끼고는 눈을 떴다.

“별일 없었어요?”

“디에고 덕분에 쉽게 찾았고, 사령들을 만났지만 어렵지 않게 처치할 수 있었어요.”

“다행이네요.”

아린은 미소를 지은 채 다시 눈을 감았다. 그녀가 기도를 올리는 모습을 바라보던 에드는 자리에 앉아 크리스탈 해골을 꺼내보았다.

디에고에게 줄 테지만 지금은 디에고도 기절한 상태라 자신이 챙겼다. 에드는 크리스탈 해골을 가만히 살펴보았다.

고대 유물.

악마의 시대 1에서도 지나가는 이야기로만 나왔었지 실제로 고대 유물은 등장하지 않았다. 그래서 떡밥이라고만 했던 물건 중 하나다.

에드도 그 떡밥을 기억했지만, 이곳에 와서는 고대 유물은 구경은커녕 소문도 들어보지 못했다. 그래서 유물급과 성유물만 찾아 헤맸던 것.

그런데 고대 유물이 나왔다.

어떤 대악마의 손에 있었던 것인지 모르겠지만, 이건 사령술사에게 쓸만하다고 했으니 디에고에게 줄 생각이다.

에드는 가만히 크리스탈 해골을 바라보았다. 손안에 쏙 들어오는 해골.

설마 진짜 해골은 아니겠지?

눈을 뜬 디에고는 고개를 돌리다가 자신의 침대 옆에 머리를 기댄 채 졸고 있는 엠마를 보고는 깜짝 놀랐다.

자신은 분명 에드와 함께 사령들을 상대하고 있었는데 이게 무슨 일인가 싶었다. 그때 문이 열리고 에드가 들어왔다.

“깼어?”

“예. 그런데 엠마는 왜 여기···?”

“네가 못 일어나니까 걱정된다고 왔지. 저기 보이지?”

엠마가 간호한다는데 그녀만 보내지는 않았다. 그제야 시선을 돌린 디에고는 팔짱을 낀 채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브란트와 눈이 마주쳤다.

“언제부터 있었어요?”

“어젯밤부터. 몸은?”

“괜찮아요.”

“그럼 됐다.”

브란트는 그리 말하더니 졸고 있는 엠마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흠칫 몸을 떤 엠마가 고개를 들다가 주변에 모인 이들을 보고는 베시시 웃었다.

“저 졸았어요?”

브란트는 무겁게 고개를 끄덕여주고는 그녀에게 말했다.

“가서 간단히 씻고 와라. 디에고는 괜찮다는구나.”

엠마의 시선이 디에고를 향했다.

“정말 괜찮아?”

디에고는 그 말에 씨익 웃어 보였다.

“정말 괜찮아. 돌봐줘서 고마워.”

엠마는 그 말에 마주 미소를 지어보이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이따가 봐.”

엠마가 나가자 브란트는 그녀를 따라 나가면서 디에고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널 지켜보겠다는 눈빛이라 괜히 어깨를 움츠린 디에고는 그가 나가자 에드를 돌아보았다.

“시신은 찾았어요?”

“응. 찾아서 넘겨줬어. 네 덕분이다.”

에드는 그리 말하고는 품에서 크리스탈 해골을 꺼내서 던져줬다. 디에고가 그걸 받아들자 옆에서 가만히 악마 총람을 뒤적이던 테인이 관심을 보였다.

“그게 뭔가?”

“후안의 설명대로라면 고대 유물인 크리스탈 해골이라고 하네요. 사령술사에게는 귀한 물건이라고 하던데요?”

“고대 유물?”

테인도 그 말에는 관심이 생겼는지 다가와서 디에고의 손에 들린 크리스탈 해골을 바라보았다. 디에고는 그 눈빛에 테인에게 크리스탈 해골을 넘겨 주었다.

테인은 손에 크리스탈 해골을 들고 이리저리 비쳐 보았다.

“고대 유물들에 대한 것은 대부분 전설로만 전해지지. 실제로 보는 건 나도 처음이군.”

“크리스탈 해골에 대해서도 아시는 게 있습니까?”

“아니. 들은 것이 없네. 어쩌면 사람들 손에 넘어온 것이 이게 처음일 수도 있을지 몰라.”

후안은 아는데 테인이 모른다?

악마들 사이에 구전되던 물건인가 싶었다.

“어쨌든 사령술사에게 좋은 거라니 디에고 네가 써라.”

“그래도 돼요?”

“당연하지. 그리고 어제 일은 네 덕분이기도 했으니까.”

디에고는 그 말에 입술을 비죽 내밀었다. 자신은 사령안을 얻어서 사령들을 볼 수 있었지만, 에드는 그게 없이도 사령의 움직임을 파악하고 있었다.

자신이 없었어도 어렵지 않게 일을 해결할 수 있었을 터.

하지만 그의 호의를 거절하지 않는다. 이게 자신에게 도움이 된다면 받아서 빠르게 강해지고 나중에 갚아주면 될 일이니까.

“잘 쓸게요.”

에드는 디에고의 머리를 슥슥 쓰다듬어 주고는 방을 나섰다.

내성의 복도를 걸어 콜린 공의 방으로 향하던 에드는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말을 타고 달려오는 이들이 눈에 들어왔다. 깃발까지 들고 있는 것을 보면 귀족이라는 뜻.

에드는 그들이 왜 이곳에 찾아왔나 싶었지만, 자신이 상관할 문제는 아니라 아린이 있는 방으로 갔다.

그런데 그곳에는 콜린 부인과 헤나가 와 있었다. 하룻밤 새에 핼쑥해진 콜린 부인과 헤나가 먼저 인사를 건네기에 인사를 받은 에드가 물었다.

“아침부터 무슨 일이십니까?”

“남편이 언제 깨어날 수 있는지 물어보러 왔어요.”

아린은 그 물음에 잠시 콜린 공을 살피고는 답했다.

“빨라야 오늘 저녁이나 되어야 할 거예요. 무슨 일이시죠?”

“펠만 공이 보낸 사신이 왔어요. 그것 때문에요.”

칭왕을 한 펠만 공이 보낸 사신들?

에드는 잠시 콜린 공을 바라보았다. 트라비아 왕국이 보내는 군대를 막기 위해 병사를 받아가기 위해 온 건가?

하지만 그 일에 악마가 연관되어 있다 보니 그냥 넘길 문제는 아닌 것 같았다.

칭왕을 하든 왕국을 세우든 관심이 없었지만, 악마와 연관되어 있다면 얘기가 다르다.

“콜린 공이 부재 시에 누가 대리하게 되어 있습니까?”

“원래라면 파렐이지만 지금은 파렐도 없으니 제가 대리하게 되어 있어요.”

에드는 그 말을 듣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저희도 그 자리에 함께할 수 있겠습니까?”

콜린 부인의 얼굴이 확 밝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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