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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 악마 사냥꾼이 되었다-76화 (76/202)

#76

추적

르센 시.

목적지인 안델 시까지 가는 길의 중간 지점 정도 되는 곳이면서 크로센이 제물로 바친 마을에서 가장 가까운 다음 도시이기도 했다.

베네딕토가 이곳에서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거라는 말을 듣고 어차피 들를 계획이었던 도시였다. 안델 시까지 가는 중간쯤에 있는 도시였기에 들렀다.

일행이 여관을 잡은 사이에 아린은 신전으로 향했다. 대신전 정도로 대단하지는 않았지만, 교회보다는 큰 신전이 르센 시에는 있었다.

르센 시의 신전에 간 아린은 그곳의 담당 주교를 만날 수 있었다. 중년의 담당 주교 테퍼슨은 아린에게 자리를 권하고는 차를 내주었다.

찻잔을 바라보자 베네딕토의 얼굴이 떠올랐다. 차를 한 모금 마신 아린이 테퍼슨에게 물었다.

“베네딕토 대주교님께서 이곳에서 연락을 받을 수 있을 거라고 하셨습니다. 안델 시에 대한 조사는 어느 정도나 진행됐습니까?”

테퍼슨은 그 질문에 서류 한 장을 건네주며 말했다.

“안델 시에 대한 대대적인 조사가 이뤄졌고, 이상 현상으로는 기르던 고양이들이 사라졌다는 것 외에는 없었네.”

“고양이가 사라져요?”

“그렇다는군.”

아린은 차를 마시며 서류를 넘겨 살폈다. 고양이가 사라진 정도가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나 그 수가 백 마리가 넘어가면 이상 현상으로 치부될 수도 있었다.

그런데 사람들이 떼로 죽어 나가는 마당에 고작 고양이 백 마리라고 하니 뭔가 심각성이 떨어져 보였다. 어쩐지 아기자기해 보일 정도였다.

테퍼슨은 서류를 살피는 아린에게 무거운 표정으로 이야기를 꺼냈다.

“안 좋은 소식이 하나 있네.”

“안 좋은 소식이요?”

아린이 서류에서 시선을 떼고 테퍼슨을 바라보자 그가 잠시 주저하다가 이야기를 꺼냈다.

“아론 사제에 대한 이야기일세.”

“오빠한테 무슨 일이 있나요?”

“본단은 자네의 연락을 받고 성기사 존을 보냈네. 기사 넷에 수사까지 함께 보냈는데 그들이 햄튼 시 인근에서 시체로 발견됐네. 그리고 아론 사제는 사라졌더군.”

“존 선배가 죽었다고요?”

테퍼슨이 고개를 끄덕이자 아린은 인상을 굳혔다. 성기사 존의 실력은 그녀도 잘 알고 있었다. 신성력은 몰라도 실력 하나만큼은 뛰어난 선배였다. 검술로는 단 한 번도 이겨보지 못했을 정도의 실력.

그런 그가 죽었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그래서 오빠의 행방은 아직 못 찾은 건가요?”

“햄튼 시 인근으로 아스트론의 눈을 집중하고 있네. 흔적을 쫓고 이번 일을 해결하기 위해 성기사들이 파견되었네.”

성기사들이 파견되었다고 해도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

“제가 그리로 가겠습니다.”

“그 일에 대해서는 마스터 팔라딘의 전언이 있었네. 아론 사제를 구하는 일은 대체할 수 있으나 자네가 하는 예언의 퇴마행은 대체할 이가 없다고 했네.”

“하지만···.”

“그리고 그건 교황님도 같은 생각이라고 전해주셨네.”

아린이 그 말에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오빠가 납치되었다면 다른 자들도 아니고 크로셀일 가능성이 컸다. 크로셀의 손에 오빠가 납치되었는데 어떻게 예언을 수행한단 말인가?

“성기사들을 믿으라고 하셨네.”

아린은 잠시 숨을 고르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스트론의 영광이 당신과 함께하기를.”

“아린 경. 퇴마행을 이어나갈 건가?”

아린은 대답하지 않고 그대로 집무실을 나갔다. 그 뒷모습을 바라보던 테퍼슨은 한숨을 내쉬었다. 자신은 윗선의 말을 전할 뿐이었지만, 그것이 얼마나 말이 안되는 이야기인지 잘 알고 있었다.

여관에서 짐을 풀고 간단히 식사들을 하는 중에 아린이 돌아왔다. 그녀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은 것을 보고 에드는 들고 있던 술잔을 내려놨다.

아린이 자리에 앉자 테인이 먼저 질문했다.

“무슨 문제라도 있는 건가?”

아린은 테인의 물음에 딱딱하게 굳은 표정으로 답했다.

“오빠가 납치됐어요.”

“아론 사제가 납치됐다고요?”

에드가 놀라서 되묻자 아린이 고개를 끄덕였다.

“성기사가 나섰는데 성기사가 죽고, 오빠는 사라졌다고 해요.”

에드는 자리에서 곧장 일어나면서 말했다.

“햄튼 시로 가죠.”

아린은 에드의 말에 그를 빤히 바라보았다. 일말의 주저함도 없이 햄튼 시로 가자는 말에 고마우면서도 자신은 어떻게 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었다.

마스터 팔라딘은 물론이고 교황까지 예언의 퇴마행을 우선하라고 했다. 그리고 성기사들을 보낸다고 했으니 최소 둘 이상의 성기사를 보내서 아론을 구하려고 한다는 뜻이다.

에드는 아린이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자 그녀의 맞은편에 다시 앉아서 그녀를 바라보았다.

“왜 이러고 있는 겁니까?”

아린이 짧은 한숨을 내쉬고는 입을 열었다.

“교단에서는 제가 퇴마행을 계속하기를 바라고 있어요.”

에드는 그 말에 헛웃음을 흘렸다. 그게 가당키나 한 일인가?

가족이 납치됐는데 퇴마행을 계속하라니?

“교황 성하와 마스터 팔라딘의 뜻이에요.”

에드는 그 말에 인상을 굳혔다. 아린에게 있어서는 신의 대행자라고 할만한 교황과 그녀의 스승인 마스터 팔라딘의 뜻까지 있으니 결정이 어려울 수도 있었다.

에드는 잠시 고민했다.

아론을 구하기 위해서 움직이는 이들이 있다고 하지만 과연 그들만 가지고 구출할 수 있을까?

에드의 시선이 일행을 훑었다. 그리고 다시 아린에게 고정되었다.

“아린.”

아린이 부름에 고개를 돌려 에드를 바라보았다. 에드는 그 시선을 응시하며 말을 이었다.

“나 믿죠?”

“예. 믿어요.”

고민하지 않고 답하는 모습에 에드가 미소를 짓고는 말했다.

“내가 아론을 구해올게요.”

“예?”

에드는 디에고의 머리에 손을 얹고는 말했다.

“디에고와 둘이서 아론을 구해올게요. 그러니 그동안 퇴마행을 계속하도록 해요. 아론을 구하고 합류할게요.”

아린의 눈이 커졌고, 일행 모두가 그를 바라보았다. 에드는 그들의 시선을 받으며 담담히 말을 이었다.

“테인 님의 조언을 잘 듣고 움직인다면 큰 위험은 없을 겁니다.”

테인이 그 말에 한숨을 내쉬고 말했다.

“분명 자네라면 믿고 맡길 수 있지만, 자네는 네프사엘이 노리고 있네. 밤을 어떻게 버티려고 그러는 건가? 덱스라도 데리고 가게.”

에드는 고개를 내저었다.

“그건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그보다는 일행을 잘 좀 이끌어 주십시오.”

아린은 경험이 일천한 성기사고, 덱스는 노예 챔피언이었지만 외부로 돌아다닌 적이 없다. 브란트는 아칼란의 사냥개로 지내왔지만, 그 또한 힘만 강할 뿐 믿고 맡길만한 이는 아니다.

아린은 잠시 고민하다가 손을 내밀어 에드의 손을 잡았다.

“부탁드릴게요. 오빠를 구해줘요.”

에드는 아린의 손을 마주 잡고는 미소를 지었다. 아린과 가까워진 지금 떨어져야 한다는 것이 아쉬웠지만, 만약 아론을 잃는다면 아린은 내부부터 무너질지 모른다.

그러니 그녀를 위해서라도 아론을 구해야 했다.

“믿고 기다려요.”

에드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디에고를 돌아보았다.

“디에고. 가자.”

디에고는 갑작스러운 이야기였지만, 당황하지 않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디에고는 엠마를 흘끔 보고는 짧은 헛기침을 하고는 말했다.

“다녀올게.”

엠마가 손을 내밀어 디에고의 손을 잡아 줬다.

“조심해서 다녀와.”

디에고의 갈색 피부가 검붉게 변하는 것을 보고 에드는 고개를 내젓고는 밖으로 나왔다. 아린이 뒤따라 나왔기에 에드는 그녀에게 미소를 지어 보이고는 말에 올랐다. 디에고를 앞에 태운 에드가 아린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다치지 말아요.”

“부탁해요.”

에드는 아린을 뒤로하고 곧장 말을 달렸다. 에드의 앞에 탄 디에고가 물었다.

“제가 도움될까요?”

“지금 우리 일행 중에서 믿을 건 너뿐이라 데리고 온 거다.”

디에고는 그 말에 결연한 표정을 짓고는 저 멀리 바라보았다. 악마의 힘을 다루는 크로셀을 추적하는 데는 디에고만한 이가 없다.

다만 너무 늦지 않기만을 바라며 에드는 디에고와 함께 말을 달렸다.

햄튼 시까지 가는 길에 밤에도 계속 말을 달렸다. 디에고가 아직 승마에 익숙하지 않아서 둘이서 같이 말을 타야 했지만, 여분으로 말을 한 마리 더 사서 번갈아가며 탔다.

마음 같아서는 밤에도 말을 달리고 싶었지만, 두 마리의 말을 번갈아가면서 타도 말이 견디지 못했다.

어두워져도 도시를 찾아가서 잠을 청하니 밤에 찾아올 마물 걱정도 덜 수 있었다.

그렇게 쉬지도 않고 달린 끝에 에드는 닷새 만에 햄튼 시에 도착할 수 있었다.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달리다 보니 닷새 동안 디에고의 안색도 창백해졌다.

에드야 체력이 좋으니 이런 강행군을 견딜 수 있었지만, 디에고는 그러지 못했으니까.

첫날에는 계속 구토를 하고 밤에는 쓰러져 잠들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조금씩 적응하더니 이제는 밤에도 기절하듯 잠들지 않고 사령술을 훈련할 정도가 됐다.

디에고가 잠들어 있는 사이에 후안이 나와서 나눈 얘기대로라면 강한 자극이 성장을 빠르게 했다고 했다. 오히려 고맙다는 말을 들었지만, 에드는 미안할 따름이었다.

햄튼 시에 도착한 에드는 이미 그곳에 성기사들과 수사들이 득실거림을 볼 수 있었다. 아린을 안심시키기 위해서였는지 그들은 작정하고 나섰다.

에드는 성기사들과 따로 움직이기 위해서 낮에 여관을 잡고 밤에 움직이기로 했다. 간단히 식사를 마치고 디에고가 먼저 쉬러 갔을 때 찾아온 이가 있었다.

“이렇게 다시 만나게 될 줄은 몰랐네요.”

“오랜만입니다. 엘리스 양.”

엘리스는 에드의 앞에 앉아서는 입을 열었다.

“아론 사제님 때문에 오신 건가요?”

“예. 혹시 들은 것 좀 있으십니까?”

“아뇨. 조사 나온 성기사들이 말도 못 붙이게 하고 있어서요.”

햄튼 시에서 엘리스는 원하는 것은 모두 얻었겠지만, 이곳은 트라비아 왕국 전체로 본다면 촌구석이라고 할 수 있었다. 성기사는 트라비아 왕국뿐 아니라 대륙 전체를 놓고 봐도 그 중심에 선 이들이다.

은연중에 무시를 받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

이곳의 기사들 수준만 봐도 빤히 알 수 있었다.

“성기사님이 와서 직접 호위해 갔는데 대체 어떻게 된 걸까요? 대체 어떤 무도한 자들이 성기사님을 해하고 아론 사제를 잡아간 거죠?”

“무도한 자들이죠. 제가 구해올 테니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부탁드릴게요. 제게는 그냥 사제님이 아니라 스승님이나 마찬가지예요.”

엘리스를 안심시킨 에드는 그녀를 돌려보내고 디에고가 쉬고 있는 방으로 돌아왔다. 디에고는 에드를 향해 미소를 지어 보였다.

“전 준비 끝났어요.”

“여기서는 사령술을 쓰면 안 돼. 사령술을 쓰다가는 성기사들에게 칼 맞는 수가 있다.”

“알고 있어요.”

“밤이 되면 움직일 테니까 쉬고 있어. 흔적을 발견하면 그때부터는 쉴 틈도 없을 테니까.”

디에고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침대에 누웠고, 에드도 잠시 눈을 붙였다.

어둠이 내려앉아 디에고를 데리고 성벽을 넘어서 나온 에드는 아론이 납치당한 곳 주위로는 횃불이 밝혀져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덕분에 그곳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다만 그곳을 지키고 있는 이들이 있다는 것이 문제였다.

사방에 두 명씩 한 조를 이룬 수사들이 대기하고 있었다. 지팡이를 짚고 서 있는 그들은 잘 훈련된 이들인지 횃불 아래 서서 주위를 경계하고 있었다.

디에고가 그들을 보고는 물었다.

“어떻게 하죠?”

에드는 바닥에서 돌멩이를 집어 들었다. 두 개의 돌멩이를 집어 든 에드가 차례로 돌멩이를 던졌다. 이기어시를 이용한 돌팔매질은 단 2초 만에 여덟 명의 수사를 쓰러트렸다.

에드는 디에고를 돌아보며 말했다.

“이렇게 하는 거지. 가자.”

디에고는 역시 에드는 다르다고 생각하며 그의 뒤를 따라 사건 현장으로 들어갔다. 디에고가 현장을 돌아보자 에드가 담담히 말했다.

“마차의 바퀴 자국을 따라서 추적을 시작했을 거야. 하지만 교란일 가능성이 크지. 그러니 우리는 이곳에서 악마의 힘의 흔적을 쫓을 거야.”

에드는 디에고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는 말했다.

“너만 믿는다. 디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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