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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 악마 사냥꾼이 되었다-9화 (9/202)

#9

파티

베른 시는 아인 강을 끼고 교역을 활발히 하는 도시인 만큼 부두가 발달해 있었다. 수십 척의 배가 부두에 대어져 있었는데 에드는 한 사내를 따라서 그 부두 중 가장 구석진 곳으로 향했다.

쾌속선만 다섯 척이 대어져 있는 곳으로 가면서 에드는 새로 얻은 활과 전통을 쓰다듬었다.

100골드면 암상에서 유물을 구하기 위한 최소 조건. 그런데 200골드 이상의 물건과 30골드짜리 전통까지 얻은 상황이라 흡족했다.

악마는 어차피 잡아야 하는데 이런 보수가 있다면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내일 아칼란의 소나가 찾아오기로 했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 그녀가 자신을 찾아온 이유가 있겠지만, 아쉬운 건 자신이 아니다.

그리고 그녀가 뭘 원하든 이만한 보수를 줄 리는 없었으니까.

그렇게 쾌속선이 있는 곳으로 가니 이미 나와 있던 이들이 있었다. 미리 구했다는 네 명의 용병들.

체인 갑옷을 입은 야만 전사와 활을 든 요정, 지팡이를 들고 있는 요정에 여섯 자루의 칼을 차고 있는 사내까지 있었다.

아리엔의 립서비스를 제하고라도 만만한 이들은 없었다. 베릴 남작의 영지에서 만났던 토미오나 바델과는 급이 다른 존재들이다.

진짜배기들.

적어도 방해는 안 될 수준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때 에드를 안내해온 사내가 입을 열었다.

“오르시면 됩니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오늘 바로 토벌대가 출발하는 날이라고 했다. 아리엔의 말을 빌리자면 에드의 합류는 즉흥적이었다고 할 정도.

부두에서 기다리고 있던 이들이 모두 쾌속선에 올랐다. 에드를 안내해준 사내가 부두에 묶어 놓은 밧줄을 풀고 마지막으로 쾌속선에 올랐다.

쾌속선이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노를 이용해서 부두를 빠져나간 쾌속선이 점점 속도를 높이기 시작했다.

배틀 액스를 등에 메고 있던 야만 전사가 에드를 빤히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인원 늘어도 보수는 변함없다.”

“물론입니다.”

암상 소속 사내의 대답을 들은 야만 전사는 에드에게 다가와 손을 내밀었다.

“활쟁이는 있는데 왜 또 구했는지 모르겠군. 난 제라드다.”

제라드라고 자신을 소개한 야만 전사의 손을 에드가 마주 잡았다. 야만 전사의 떡밥을 던졌는데 이렇게 악마 사냥에 고용될 정도의 야만 전사라면 이거 악마의 시대 2에서 비중있는 캐릭터가 아닐까 싶었다.

“에드.”

에드의 짧은 대답에 제라드의 눈썹이 꿈틀거렸다가 곧 픽 웃었다.

“과묵하니 그나마 다행이군.”

제라드는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수다스러웠다. 굳이 다른 이들까지 소개해주는 것을 보면 말이다.

“저 활쟁이 요정은 하멜, 저 신비술사 요정은 시르케. 저쪽의 칼잡이는 포드라고 하더군.”

그걸 굳이 당신이 소개해 줄 필요가 있나 싶었지만, 제라드의 입은 쉬지 않았다.

“그런데 에드라고 했나? 처음 들어보는데?”

그래 이게 정상이다. 인터넷도 없는 곳에서 알아보는 이들이 너무 많았다. 아칼란과 암상, 아스트론 교단에 베릴 남작까지 모르는 이들이 없어서 오히려 당혹스러웠으니까.

에드는 다른 이들을 살펴보았다. 눈이 마주치니 살짝 고개만 까딱일 뿐 그들은 제라드를 은근히 무시하고 있었다. 시르케는 오히려 고마움을 담은 눈길로 보고 있었다.

그 모습에 에드는 제라드가 어떤 대접을 받는지 알고 있었다.

이렇게 말을 많이 하고 있어서 가벼워 보이지만, 야만 전사들은 기본적으로 바다 사나이들이다. 선상에서의 싸움에 특화된 이들.

아마 이들 중 이번 전투에서 가장 도움이 될지도 모를 이였다. 그래서 에드는 간간이 말을 받아 주기로 했다.

“악마와 싸워본 적 있나?”

에드의 물음에 제라드는 자신과 대화할 마음이 있다고 판단한건지 모터를 단 것처럼 입을 빠르게 놀렸다.

“악마? 이곳에 오니 그런 잡것들이 있더군. 지금까지 세 마리 정도 사냥해 봤는데 별것 없더군.”

악마를 사냥했다는 것만으로도 자신의 가치는 이미 증명한 것이나 다름없다. 얼치기 기사들이 손도 제대로 못 쓰고 당하는 것을 한두 번 봤어야지.

대부분 하급 악마였을 가능성이 컸다.

중급 악마부터는 보고 싶어도 쉽게 볼 수 없었으니까.

제라드는 묻지도 않은 말을 자꾸 떠들었다.

“듣자 하니 요정들도 악마 사냥 경험은 있더군. 저기 칼잡이만 악마 사냥 경험은 없는데 이름값은 이 중에서 가장 유명하더군. 금패 용병이야.”

에드는 그 말에 칼잡이 포드를 돌아보았다. 금패 용병이라면 신뢰도도 신뢰도지만 그 실력이 이미 검증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용병계에서 돈을 주고 살 수 있는 최고 등급이라고 할 만했다.

그 위로도 두 종류의 용병이 있지만, 그들은 거의 일개 용병단을 이끄는 입장이다. 전쟁에나 고용할 수 있는 자들.

그걸 보면 이번에 암상이 작정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에드는 걱정할 필요가 없겠다는 생각에 강을 향해 시선을 주었다. 아인 강의 폭은 생각 이상으로 넓다.

폭이 넓은 곳에서는 반대쪽이 수평선으로 보일 정도니 무슨 말이 필요할까?

이런 곳이니 쾌속선 하나에 탄 악마들이 수적질을 해먹어도 소탕이 어려운 것이리라.

에드의 시선이 안내해준 암상의 사내를 향했다.

“수적들의 위치는 파악이 된 건가?”

“대략적인 위치는 파악이 됐습니다. 그리고 저희가 그 근처로 간다면 그들이 먼저 급습해올 가능성이 큽니다.”

제라드가 그런 에드의 옆에 서서는 말했다.

“내가 놈들의 배로 넘어가는 순간 끝난 거나 다름없어. 괜히 화살 잘못 날려서 방해하면 안 된다?”

자신감 하나는 하늘을 찌르는 친구다. 에드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았다. 하늘에 떠 있는 별들을 두 눈에 담고 있으려니 제라드가 허리춤에서 햄을 꺼내 뜯어 먹으며 말했다.

“조금 줄까?”

에드는 고개를 내려 제라드를 바라보았다. 이 야만 전사 성격 하나 좋다.

“잠깐 쉬고 싶군. 오늘 갑자기 불려와서 말이야.”

제라드는 아쉬워했지만, 에드는 그의 장단에 놀아줄 마음이 없었다. 에드는 바닥에 앉아서 가만히 눈을 감았다.

제라드는 다른 대화 상대를 찾아 이동했지만, 다들 눈치가 있는지 딴청을 피우기 바빴다. 제라드는 그 모습에 흥 콧바람을 내뿜더니 햄을 먹는 것에 집중했다.

제라드가 입을 다물자 쾌속선 위에는 강물에 부딪히는 소리만이 들려왔다.

에드는 그렇게 눈을 감은 채 자신의 상태 창을 살폈다. 전투에 나서기 전에 상태 창을 확인해 본 에드는 활을 미리 쏴보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아무래도 궁수다 보니 마력이 낮은 편이다. 빙결의 화살을 몇 발이나 쏠 수 있는지 미리 확인해 보지 못했으니 이번 전투에서 사용해 볼 생각이다.

자신의 한계를 명확히 알아야 제대로 싸울 수 있으니까.

원딜 세계 랭킹 1위를 달성할 수 있었던 것은 간격을 보는 능력도 있지만, 정확한 마력 분배도 크게 중요했다. 가장 필요할 때 스킬을 쓰지 못하면 안 되니까.

“응? 무슨 안개가 이리 짙어?”

제라드의 목소리에 에드는 눈을 떴다. 그리고 안내를 맡았던 사내의 긴장한 목소리가 들렸다.

“갑작스러운 안개. 놈들일 가능성이 큽니다.”

사내의 목소리에 깃든 긴장과 분노가 깃든 눈을 보니 아무래도 전투단 중에 살아남은 생존자가 이 사내인가 보다. 감시를 겸해서 동행한 것 같은데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중급 악마를 직접 만나보고도 다시 이 길에 나섰다는 것 자체가.

에드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안개로 시야가 확보되지 않아도 상관없다. 상대가 살의를 품고 다가오면 간격이 읽히고, 그렇게 읽히는 감각은 눈으로 보는 것보다 정확하게 상대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으니까.

안개 속에 들어오니 가까이 있는 이들의 윤곽만 확인이 될 뿐이다.

생각보다 안개가 짙었다.

에드는 선수로 다가가며 말했다.

“선공은 내가.”

“뭐가 보여야 싸우든지 말든지 할 것 아냐?”

그때 지팡이를 들고 있던 시르케가 말했다.

“전투가 시작되면 안개를 걷을게요. 그런데 적들을 감지할 수 있나요?”

“할 수 있어.”

에드는 그리 말하고는 선수에 서서 화살을 하나 꺼내 시위에 걸었다. 그리고 눈을 감은 채 강바람을 느끼며 귀를 기울였다.

철썩.

저 멀리 강물이 배와 부딪히는 소리가 들렸다. 에드는 눈을 뜨고 그곳을 향해 시위를 한껏 당겼다.

열 명의 수적.

중급 악마가 열이나 뭉쳐 다닐 리가 없다. 아마도 중급 악마 하나와 홀린 인간들 아홉이 함께 움직일 터.

에드는 안개 속에서 느껴지는 살의를 감지하며 자신의 간격을 느껴보았다. 빙결의 활은 지금까지 쓰던 활보다 더 멀리 쏠 수 있었는지 자신의 간격이 더 넓어진 것이 느껴졌다.

그래서 간격의 끄트머리에 적들의 쾌속선이 감지되자 호흡을 내쉬고는 화살을 날려보냈다.

양측의 쾌속선이 서로 마주 보고 달려드는 형세라 간격이 빠르게 좁혀지고 있는 가운데 날아간 화살에 상대 하나가 쓰러지는 것이 느껴졌다.

냉기를 품은 화살도 아니었지만, 안개 속에서 날아간 화살은 그대로 상대의 미간에 박혔다.

선수에 서 있던 자가 쓰러지는 것을 보고 저들이 당황하기 전에 에드는 연달아 화살을 날렸다. 한 호흡에 다섯 발의 화살이 날았다.

밤에 불빛도 켜지 않은 안개 속에서 화살을 볼 수 있는 것은 적어도 중급 악마가 아닌 이상은 힘들다.

그렇게 악마에 홀린 자들 여섯을 쓰러트렸을 때 뒤쪽에 있던 자가 앞으로 나왔다.

혹시나 해서 화살을 날려보니 그는 간단히 칼을 휘둘러 화살을 쳐냈다. 저자가 중급 악마다. 악마에 홀린 자들을 죽이면서 들어온 경험치도 제법 짭짤했지만, 저자 만큼은 자신이 죽일 생각이었다.

에드가 한 걸음 물러나며 말했다.

“안개를 걷어 줘.”

시르케가 빠르게 중얼거리더니 지팡이를 높이 들었다. 그러자 그녀의 지팡이에서 강렬한 바람이 확 일어나더니 쾌속선의 전방을 향해 쏟아져 나갔다.

거센 바람이 단숨에 안개를 밀어냈다. 그리고 그 바람이 어찌나 강렬했던지 강물에도 파도가 일어났다. 높이만 3미터에 가까운 파도가 일어나 밀려가니 다가오던 쾌속선의 속도가 크게 느려졌다.

그렇게 모습을 드러낸 수적들의 쾌속선을 본 제라드가 에드를 돌아보았다.

“뭐야? 저 대가리에 화살 박고 죽은 건 댁이 한 거야?”

에드는 대답 대신 선수에 선 채 이를 드러내고 있는 자를 바라보며 답했다.

“잔챙이들은 아무리 잡아봐야 의미가 없어. 저놈을 잡아야지.”

악마가 살아서 이 자리를 빠져나가면 다시 사람을 홀리고 수적질을 할 테니까.

제라드는 그 말에 씨익 웃으며 배틀 액스를 뽑아 들었다.

“그렇지. 적의 대장 모가지를 베야지.”

제라드가 흉흉한 기세를 내뿜는 사이에 하멜이 화살을 쏘아내기 시작했다. 하멜이 일순간에 쏟아낸 화살은 모두 일곱 발. 역시 요정은 달랐다.

그러나 중급 악마가 전면에 선 이상 일반 화살 공격은 별 의미가 없다.

중급 악마가 휘두른 칼에 화살이 모조리 떨어졌으니까.

그 모습을 보고 제라드가 웃음을 터트렸다.

“크하하하하. 활쟁이들은 이제 구경이나 하라고.”

수적의 쾌속선이 선수를 약간 틀어서 서로 스치듯 지나갈 것 같았다. 그리고 거리가 가까워졌을 때 중급 악마가 먼저 몸을 날렸다.

선수를 박차고 날아오른 중급 악마를 향해서 제라드의 배틀 액스가 크게 궤적을 그리며 날아들었다. 그러나 중급 악마는 그 힘을 그대로 받아 줄 마음이 없었는지 허공에서 몸을 뒤집으며 그 공격을 피해냈다. 그리고 휘두른 칼이 제라드의 왼쪽 어깨를 베고 지나갔다.

바닥에 사뿐히 내려선 중급 악마의 뒤로 제라드가 어깨에 피를 흘리면서도 괴성을 지르며 돌아섰다. 그리고 다시 날아드는 배틀 액스에 중급 악마는 그곳에 시선도 주지 않은 채 허리를 숙여 피하고는 제자리에서 한 바퀴 회전하며 칼을 휘둘렀다.

제라드의 허벅지에서 피가 튀었고, 근육이 잘려나간 그가 바닥에 쓰러졌다.

큰소리 빵빵치더니 아가리 파이터였나 보다. 저리 허무하게 무너지는 것을 보면.

중급 악마가 쓰러진 제라드의 목을 향해 칼을 휘둘렀다. 아무리 입을 터는 것이 주특기로 보이는 야만 전사라고 해도 죽게 놔둘 수는 없었다.

지금은 저리 보잘것없어 보여도 암상과 연관이 될 정도의 재능을 지녔다면 살려서 나중에 악마들과 싸울 때 써먹는 게 좋다.

에드가 그런 마음으로 화살을 날릴 때 하멜도 같은 마음이었는지 거의 동시에 화살이 중급 악마를 향해 날아들었다.

카캉.

두 발의 화살을 쳐낸 중급 악마가 이를 드러내며 미소를 지었다.

“그래. 이 놈이 중요한 게 아니지.”

중급 악마의 붉은 눈이 정확히 에드를 향했다.

“너부터 죽여야지.”

자신의 수하를 죽인 것이 에드라는 것을 깨달은 중급 악마가 갑판을 박차고 달려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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