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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 사이비 교주가 되었다-155화 (154/221)

제155화 - 여사냥꾼은 깊은 숲으로 샤를을 안내했다. 빠르게 움직이면서도 샤를이 따라오고 있는지 아닌지 뒤를 돌아보면서 확인하곤 했다.

소음이 없는 고요한 세계. 깊은 숲으로 들어갈수록 수풀을 헤치고 나뭇가지를 밟는 소리밖에 들리지 않았다.

마치 어둠 속으로 침잠하는 것 같다. 고요하고 안락하면서도 차가운 깊은 물 아래로 빠지는 것 같은 기분.

사냥꾼은 녹음이 짙어져 이제 어둠으로밖에 보이지 않는 공간까지 샤를을 안내했다.

그녀가 또 무어라 말했다. 어둠 속에서 사냥꾼을 꿰뚫어 볼 수 있는 샤를은 그녀의 손짓을 보고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샛별이 나타났다. 틀렸다. 어둠 속에서 피우는 모닥불을 보고 샛별이라고 착각한 것이었다.

그 모닥불은 연기도 나지 않았고 타오르는 소리도 들리지 않았지만, 그곳에 있었다.

모닥불 주변에는 여러 사람이 모여있었다. 사냥꾼과 비슷한 구릿빛 피부를 가진 사람들.

아이도 있었고 몇몇 남성과 노인도 있었다. 이들은 씨족 사회를 이루고 있는 것 같았다.

사냥꾼은 나이가 지긋한 할머니 앞으로 샤를을 데리고 갔다.

깃털을 꽂은 장식. 옷은 화려하게 여러 색으로 빛나는 천들을 겹쳐서 입고 있었다.

노인은 주름진 자신의 눈을 들어 올려서 샤를을 바라보았다.

노인의 눈동자 속에서 마치 빛나는 무언가가 들어 있는 것 같았다.

-머나먼 다른 시간에서 온 귀한 손님이로군.

“……!?”

정신파였다. 샤를은 입을 열었다.

“당신은 누구지?”

-시간의 흐름 속에서 사라질 필멸자에 불과하다네. 주술사라고 부르시게.

샤를은 궁금한 것이 있었지만 일단 이 앞의 주술사에 대해서 조금 더 알아볼 생각이었다.

-자, 앉으시게 손님.

“내가 올 것을 알고 있었군.”

통나무를 깎아서 의자처럼 만들어두었다. 샤를이 앉자 그를 경계하던 다른 사람들도 모닥불 앞에 둘러앉았다.

-어떤 운명에서인지, 당신이 이곳에 도달하게 될 것이라고는 알고 있었다오. 그리고 내게서 무언가를 받아가리라는 것도 알고 있었지.

샤를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여자가 극단적으로 적다. 그리고 여자들은 헐 거 벗다시피 옷을 차려입고 대부분 활을 들고 있는 것을 보니 모계 사회인 것 같다.

“그런 걸 어떻게 알았지?”

-미래를 읽는 자가 이야기해주었지. 그자는 앞으로의 계획에 내가 가진 이 목걸이가 필요할 것이라고 했소.

“…….”

그리고 주술사는 자신의 목에 걸린 목걸이를 꺼냈다. 이빨 여러 개를 모아서 만든 것 같은 목걸이에는 엄청난 영성이 깃들어 있었다.

보기만 해도 굉장한 물건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깃들어 있는 영성을 보아하니 사교들의 4대 신물과 비슷할 정도다.

하지만 몇 가지 마음에 걸린다. ‘미래를 읽는 자?’ 정보가 하나 늘었다. 또 누군가가 판을 짜고 있는 것 같다.

-한 가지 조건이 있소.

“뭐지?”

-보시다시피, 우리 씨족은 사람이 부족하다오.

“……?”

확실히 그래 보인다. 모계 사회인 것은 둘째치고 전사 계급에 속해있는 것은 전부 여자로 보인다. 그 숫자도 그리 많지 않아 보이고.

-그래서 인력이 부족하다오. 아이가 더 많이 필요하지.

“뭐?”

-여자들은 강한 남자를 원한다오. 당신에게서 느껴지는 그 압도적인 영성을 보아하니 당신만큼 강력한 존재는 본 적이 없소.

샤를은 어이가 없다는 듯 그 주술사를 바라보았다. 그러니까……. 아이 만들기를 하라고?

주변을 돌아보니 그를 안내했던 여사냥꾼을 비롯한 다른 여자들이 그를 마치 잡아먹을 것처럼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었다. 어떤 여자는 혀로 자기 입술을 핥고 있었다.

아, 아니 잠깐만……. 아무리 시대가 고대고, 외부인의 DNA를 받아들여서 씨족 내부의 유전적 다양성을 늘려야 한다는…… 아니 그런 건 아무래도 좋다.

“지금 관계를 맺으라고!?”

-그렇다네. 자네도 남자가 아닌가? 원하는 어떤 아이와 관계를 맺어도 좋다네. 자네의 정을 받아들이면 좋아할 사람은 널려 있겠지.

“……다른 방법은 없나?”

-그것 말고는 우리에게 부족한 것은 없다오.

“후. 거절하지.”

샤를의 말에 주술사가 고개를 갸웃하면서 말했다.

-나쁜 조건은 아니지 않은 거? 오히려 자네에게는 좋은 조건일 텐데?

그래. 그렇게 나쁜 조건은 아니다. 사냥꾼들은 하나같이 몸매가 예술적인 미녀들이다.

샤를이 하룻밤을 보내면 주술사는 저 물건을 그에게 넘겨줄 것이다.

하지만 이 수동적인 계획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물건을 얻기 위해 몸을 판다는 느낌도 들고 말이지.

“난 누군가의 계획 위에서 놀아나는 게 싫거든. 목걸이는 거부하겠어.”

그 유물을 얻을 수 있는 것은 아쉽지만, 이건 독이든 사과 같다는 생각이 계속해서 들었다.

아 물론, 분노 게이지가 맥스에 들어선 플로나몬이 쳐들어올 것 같아서 거부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참으로 이상한 사람이군.

“우리가 사는 시간은 수천 년이나 차이가 나지. 그러니 서로에게 줄 수 있는 것이 다른 것이 아니겠어?”

-인간이라는 생물은 시간이 흐른다고 그다지 달라질 것 같진 않지만 말이지. 아무튼, 알겠다네. 자네가 그런 결정을 내렸다면 나는 이 목걸이를 다시 고이 간직하겠네.

주술사는 다시 이빨이 묶인 목걸이를 들어서 자신의 목에 걸었다.

-한 가지 충고하겠네. 예언자는 당신에게 이것이 필요할 것이라고 했다네. 그런데 이게 없다면……. 어떤 미래가 닥쳐올지는 모른다네.

샤를은 말없이 자리를 떠났다. 그게 무엇이건, 그에게도 계획이 있었다.

‘예언자. 마음에 걸린단 말이지.’

샤를도 잘 알고 있는 예언자가 하나 있다. 헤르메스라고 말이지.

일어서서 몸을 돌리자마자 여사냥꾼이 활을 들어서 샤를의 앞을 막았다.

그때, 주술사가 호통을 쳤다. 샤를이 알지 못하는 언어로 호통을 치자 여태 그를 안내했던 여사냥꾼은 샤를을 노려보면서 활대를 치웠다.

“난 이만 가봐야겠어.”

분노한 것이 눈에 보인다. 그리고 샤를을 보면서 손가락을 가리켰다. 대충 잡아먹겠다는, 그런 느낌이었다.

샤를이 검은색 녹음이 우거진 나무 사이로 떠났다. 얼마나 걸었을까. 파기나레코르가 낄낄거렸다.

-오우, 쭈인 위험한데? 그 여자들, 뒤에서 쫓아오고 있어.

-하아.

-정조가 위험해지겠는데? 네 녀석을 따XX주마! 라고 외치는 느낌이라구.

-그런 미친 소리는 어디서 들었니?

-두근두근하지 않아?

-아니 그냥 미친 것 같은데.

고개를 돌리자 진짜로 여사냥꾼들이 쫓아오고 있었다. 무슨 숲속의 엘프도 아니고 나뭇가지와 나뭇가지를 밟으면서 쫓아오고 있다.

-정조를 잃고 싶지 않으면 도망쳐라!

-난 도망치지도 쫓기지도 않아.

샤를이 손을 뻗자 수많은 나비가 나타나, 한데 뭉쳐 거대한 백기사를 소환했다.

백기사는 대검을 들고 미친 듯이 움직여서 사냥꾼들에게 휘둘렀다.

-에? 죽이려고?

-검면으로 쳐버리라고 했어. 뭐, 거기에 죽으면 할 말 없겠지. 먼저 날 습격한 건 저것들이니까.

기억을 더듬어서 걸어왔던 길을 통해서 움직였다. 흔적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았는데, 어두워 보이기만 할 뿐 지형이 변하거나 하지는 않았기 때문.

“끈질기네.”

샤를은 어두운 숲을 거의 빠져 나왔을 때쯤, 그를 안내했던 여사냥꾼을 발견했다.

티마이오스의 정다면체를 꺼냈다. 해수 두꺼비의 신체 능력을 전달받은 다음에, 아예 격투전으로 가기로 했다.

보통 선호하는 것은 아니지만, 주문을 사용했을 때, 이 여자를 죽여버릴 수도 있었다.

그를 안내했던 여사냥꾼의 팔찌가 반짝거렸다. 거기도 주술사가 건넸던 것 같은, 이상한 이빨이 달려 있었다. 하지만 주술사의 목걸이처럼 많지는 않고 한 개만 걸려 있었다.

-거기서라! 내 남편!

“뭐!? 누가 네 남편이야!?”

-크르르르. 날 이렇게 거부한 사람은 여태 아무도 없었다! 따XX주마!

“아니, 미친!”

-너도 날 원했잖아! 나에게 아이를 주고 싶다면 우리 부족으로 오라고 했건만!

텔레파시가 가능한 저 팔찌, 주술사에게 받아온 것 같은데!?

아니 근데, 오라면서 하던 말이 그런 거였나!?

“싫어!”

여사냥꾼은 활을 내팽개치고 활통도 버린 채 맨몸으로 달려 들었다. 샤를은 격투전으로 들어섰다.

달려들 때, 오른쪽 팔을 당겨서 후려치고 팔꿈치를 잡아서 옆으로 돌려버렸다.

사냥꾼은 옆으로 몸을 돌리면서 팔꿈치가 꺾이는 걸 막는다. 하지만 샤를이 원하던 것이 그것이었다.

동시에 다리를 걸어서 넘어트리려 하지만, 사냥꾼은 통나무같은 허벅다리 근육에 힘을 줘서 강하게 저항한다.

저항할 때 빠르게 발을 올리면서 무릎 아래쪽 종아리를 발로 밟아 짓누르면서 동시에 팔꿈치로 목덜미 아래를 짓눌렀다.

-크윽!

완전히 제압된 여사냥꾼은 그대로 샤를의 체중에 깔리고 오른쪽 팔은 뒤로 젖혀져서 제압한다.

샤를은 무릎으로 그녀를 짓눌렀다.

-크흐흐흐. 더욱 더 갖고 싶어지는군! 이렇게 강하다니!

“날 자꾸 쫓으면 네 팔꿈치를 더 꺾어버리는 수 밖에 없어. 한쪽 팔이 작살나는 걸 원하지는 않겠지?”

-강한 수컷의 정을 원하는 것은 강한 여성의 당연한 권리다! 왜 숙명을 피하는 것이지!?

“아니 그러니까 수천 년 뒤에는 이미 그런 야만적인 관습은 사라졌다고! 우리는 그냥 연애를 한 뒤에 사랑을 한다. 거기다 난 이미 마음에 둔 사람이 있어.”

아직까지 확실하지 않지만, 플로나에 대한 마음은 조금씩 커지고 있었다.

-그게 뭐가 문제지!? 더 많은 여자! 더 많은 교미를 하면 된다! 그것이 강자의 규칙!

“아니 진짜 말이 안 통하네 이 여자.”

-그럼 수천 년 뒤의 규칙이 그렇다면 나도 당신과 연애를 한 뒤에 교미하면 되겠지?

이렇게 문답무용에 답답한 인간은 처음본다. 샤를은 끔찍할 정도로 집착하는 이 여자를 보고 대체 고대 시대는 얼마나 혼돈의 카오스였는지 생각했다.

“아무튼, 안 되는 건 안 된단다.”

샤를은 그대로 뒤에서 팔뚝으로 초크를 걸어서 여사냥꾼의 목을 졸랐다.

-이, 이것도 좋군…….

샤를은 여사냥꾼이 산소 부족으로 기절한 것을 확인한 뒤에 그녀를 풀어주었다.

“으으. 소름 돋아.”

널 따xx주겠다고 달려드는 미친 아마조네스들을 따돌린 샤를은 온몸에 소름이 돋는 것을 느끼면서 원시림을 기어코 벗어나고야 말았다.

군부대를 가볍게 따돌린 샤를은 자신의 팔뚝을 쓰다듬었다.

“미친 곳이었어. 다신 들어가기 싫네.”

샤를은 그때, 하늘 위를 비행하는 무언가를 발견했다. 아까 그 익룡이었다. 표정을 굳히고 무기를 준비했다.

사냥꾼들과 다르게 저 익룡은 사람을 잡아먹는 놈이다. 반드시 죽여야 한다.

그때, 샤를은 거대한 폭음을 들었다. 고개를 돌리니 군부대 쪽에서 거대한 폭음이 들렸다.

‘뭐야? 대공포?’

아직 대공포가 나오기에는 이른 시기였다. 자세히보니 대공포는 아니었고 지상을 포격하는 용도로 사용하던 야포를 개조해서 대공포의 대용으로 사용한 것 같다.

콰아아아앙.

끼에에에에엑.

누군지 몰라도 굉장히 유능한 지휘관이 있는 것 같았다. 야포를 개조해서 하늘로 쏠 생각을 하다니…….

거기다 운도 확실히 따른 것 같다. 야전용 직사포로 하늘에 있는 익룡을 정확히 명중시킨 것이었다.

하늘에 날아다니는 것을 단순히 조준한다고 맞추는건 매우 어려운 일. 진짜 하늘의 별따기 수준의 행운일 텐데 말이지.

죽은 익룡은 시가지 쪽으로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잘 됐군. 이 정도라면 군부대가 원시림에서 나오는 다른 생물들도 막아낼 수 있겠어.’

샤를은 일단 무기를 다시 집어넣고 박물관으로 되돌아갈 생각이었다.

그리고 그때 두 번째 지진이 울려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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