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남 큰손 이야기-324화 (324/501)

# 324

버스 터미널 건설 (3)

(324)

오전 11시 30분이 되었다.

구건호가 회의장에 들어가니 직원들이 이미 테이블 위에 탁상형 오성홍기와 태극기를 갖다 놓았고 현수막도 걸어 놓았다. 구건호가 현수막 글씨를 보았다.

“중한합자 첨자의식(中韓合資 簽字儀式)? 중한 합자 서명 의식이란 말이군.”

교통국장이 선 그라스를 끼고 거만스럽게 왔다.

“오, 구사장!”

“오, 교통국장. 오랜만이요.”

“서명하기로 했다고요? 잘 했습니다. 구사장님의 사업가적 안목에 경의를 표합니다.”

객운공사의 옌사장과 구건호가 각자의 국기가 있는 쪽에 앉았다. 나머지 사람들은 현수막 밑에 일렬로 섰다. 교통국장, 중방 부사장과 건설 본부장, 문재식과 조은화, 그리고 사회과학원의 최선생까지 모두 섰다. 객운공사의 홍보실 직원이 나와서 옌사장과 구건호가 각자 서명하고 악수하는 장면을 사진 찍었다.

객운공사 옌사장 주관으로 점심을 샀다.

호화스런 고급 식당으로 안내되었다. 구건호는 귀빈으로 상석에 앉고 옆에 교통국장이 앉았다. 구건호는 낮술에 약했지만 중국인들은 낮술에 강했다. 엄청 잘들 먹었다. 특히 같이 따라온 건설 본부장은 독한 바이주를 냉수 마시듯 했다. 이 날은 문재식도 잘 먹고 같이 따라온 사회과학원의 최선생과 조은화도 잘 먹었다.

구건호는 교통국장과 객운 공사의 옌사장이 있는 자리에서 말했다.

“귀양시와 선로패 조정은 언제가 될 것 같습니까?”

“귀양시 교통국과 초보적인 이야기는 다 되어있는 상태입니다. 우리는 3대의 투입을 주장했고 저들은 2대를 주장했는데 합의점은 찾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2대 플러스 중빠(中巴: 중형버스) 한 대를 운영하기로 의견을 모으는 중입니다.”

“중빠요?”

“중형버스인 35인승을 검토 중에 있습니다.”

“예비차는 없습니까? 이를테면 고장이나 사고가 났을 경우 대차가 있어야 할 것 아닙니까?”

“물론 예비차를 두어야 합니다. 하지만 노선별 보다는 회사별로 예비차를 둡니다.”

“다른 도시 노선은 협의 안합니까?”

“합니다. 의빈시와 노주시, 준의시도 협의 중에 있습니다.”

“원래 이런 도시들은 들어가는 버스가 없었습니까?”

“왜, 있지요. 이번에 받는 노선권은 다 수요량 증가로 인한 증차입니다. 합자사는 외국과 합작기업이라는 이미지도 있고 차도 고급 차종인 새 차가 투입되기 때문에 영업문제는 염려하지 않아도 됩니다.”

“알겠습니다. 그럼 일주일 안으로 귀양시까지의 선로패가 나오면 나는 열흘 안으로 3차 송금액인 300만 달러를 출자하도록 하겠습니다.”

“우리는 이제 형제가 되었습니다. 안당시 객차 집단과 한국의 지에이치 집단공사는 시옹띠(형제) 회사가 되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교배주 한잔 합시다.”

구건호는 중방의 옌사장과 교배주 3잔을 마시고 나니 머리가 흔들거렸다.

식사가 끝나고 중방 측 사람들과 헤어져 숙소로 돌아오던 구건호는 술기운 때문에 머리가 어질어질 했다.

“문사장, 이거 머리가 아파 죽겠다. 어디 가서 좀 걷자. 술 좀 깬 다음에 들어가야겠다. 웬 낮술들을 그렇게 퍼먹나 모르겠네.”

“그럼 명청고가(古街)를 걷자. 명나라, 청나라 시대의 가옥이 그대로 있는 거리야.”

“그래? 관광지인 모양이구나. 거기 좋겠다.”

구건호와 문재식은 택시를 타고 명청고가를 갔다. 명나라, 청나라 시대의 옛날 가옥들이 즐비했고 관광 상품과 무슨 골동품 같은 것도 많이 팔았다.

“여긴 비단 가게가 많네. 이런 걸 누가 사가나?”

“치파오 만들 때 옷감 재료가 되겠지.”

“저기 간판에 다(茶)라고 쓴걸 보니 찻집인 모양이다. 가서 어제 사무실에서 마셨던 지엔홍이란 홍차나 마시자.”

“그래, 들어가자.”

구건호는 지엔홍이란 홍차를 시켜 냉수 마시듯 마셨다.

“이거 마시니까 술이 조금 깨는 것 같네. 아까는 어지러워서 죽을 뻔 했다.”

“나도 낮술엔 약해. 중국인들은 기름기 있는 음식을 먹어서 그런 가 술들이 다 세네.”

“하하, 그런 것 같아. 술 좀 깨면 호텔에 가서 쉬어야겠다. 어차피 내일은 신문 발표회를 하니까.”

구건호는 명청고가의 골동품 시장에서 옥으로 만든 동자상이 있어서 하나 샀다. 말미잘 화석도 있어서 500위안 달라는 것을 깎아서 150위안을 주고 화석도 샀다.

“어린아이 주적만한 옥동자상이 귀엽네. 정말 옥으로 만든 동자상이니까 옥동자가 맞네.”

“아, 참, 너희 처 지금 7개월 넘었지?”

“넘었어. 1개월 후에 여기로 오는데 알아보니까 외국인 병원이 크고 좋더군. 홍콩기업과 합작으로 지은 병원인데 시설이 좋았어.”

“직접 가보았나?”

“가 봤지.”

“초음파 검사도 나왔지?”

“그럼 진작 나왔지. 딸이래.“

“그럼 이 옥동자 상은 선물로 못 주겠다. 내가 가져가야겠다. 실은 내 와이프도 4개월째야. 아들이래.”

“그으래? 축하한다.”

둘은 서로 마주보고 웃으며 악수를 하였다.

“이제 이 해가 가면 다 아빠가 되는구나. 나는 37살에 아기를 보고 너는 38세에 아기를 보겠구나.”

“날짜를 따져보면 그렇게 되겠네.”

“결혼도 그렇고 출산도 우리가 제일 늦은 것 같다. 조원철 같은 애는 부모가 잘 살고 본인도 대기업에 들어가니까 결혼도 우리보다 5년이나 빨랐지? 이석호나 황병철도 빠르고.”

“우리야 없다보니 다 자리 잡아놓고 하려다보니 늦었지.”

“늦었지만 잘 사는게 중요하니 잘 살도록 하자.”

“그래, 잘 살자!”

둘은 웃으면서 다시 손을 잡고 흔들었다.

신문발표회가 열리는 날이 되었다.

안당시의 현대식 동부터미널 건설과 귀주성 성도인 귀양시까지 준 고속도로 개통에 즈음하여 안당시 인민정부는 외자를 유치하여 합자사를 경영하게 된다는 일종의 기자회견이었다. 이것을 중국에서는 신문 발표회라고 불렀다.

구건호가 프라자 호텔의 2층 컨벤션센터에 들어갔다. 무대가 설치되었고 무대 아래에는 우리의 호텔 예식장처럼 원형 테이블이 10개 정도 놓여 있었다. 벌써 기자들이 왔는지 카메라 장비를 든 사람들이 있었고 비디오 카메라를 어깨에 멘 사람들도 있었다. 문재식은 합자사 총경리(사장) 인사말이 있다고 하여 A4용지 한 장에 써온 원고를 가지고 낭독 연습을 하고 있었다.

구건호와 문재식은 합자사 판공실 주임의 안내에 따라 단상 위로 안내 되었다. 통역은 가장자리 옆 의자에 앉았다. 중요 행사라 그런지 통역은 사회과학원의 최선생이 나왔다.

구건호가 단상 위를 올려다보았다. 단상 위의 현수막에는 ‘안당 장운(長運) GH객운 유한공사’ 성립 신문기자 발표회 라고 쓰여 있었다.

문재식이 구건호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장운이란 말은 장거리 운행이란 소리야. 우리로 치면 시외버스나 광역버스, 고속버스 같은 것을 가리키지.“

“흠, 그런 것 같네.”

“중방 애들이 단상 위 가운데 있는 자리를 비워둔걸 보니 높은 사람 누가 오는 모양이지? 부시장이 오는 모양이네.”

문재식의 말이 끝나자마자 정말 부시장이 왔다. 중방 측 인사들이 모두 일어나서 인사를 하였다. 구건호도 일어나 인사를 하였다.“

“오, 구사장 반갑소.”

“잘 계셨습니까? 장리시엔 부시장.”

구건호와 장 부시장은 서로 악수를 교환하고 단상 위의 의자에 앉았다. 아래의 테이블엔 음료수와 과일, 과자 같은 접시들이 놓여 있었다. 아마 신문 발표회가 끝나고 식사를 여기서 그대로 하려는 모양이었다.

테이블엔 신문기자들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시 교통국 직원들, 객운공사 본사 직원들, 거래 은행직원, 세무서, 도로관리처, 등등의 기관에서 나온 사람들도 있다고 문재식이 구건호에게 작은 소리로 말해주었다.

합자사 부사장인 창춘의 사회로 신문 발표회가 시작되었다. 창춘은 단상위에 있는 사람들을 한사람씩 소개했다. 한사람씩 소개할 때 마다 박수가 터져 나왔다. 박수소리는 구건호와 문재식의 소개 때 가장 많이 터져 나왔다. 구건호는 합자 주체인 한국의 지에이치 집단의 동사장으로 소개되었고 문재식은 새로 발족하는 합자사의 총경리(사장)로 소개되었다.

합자사 성립에 대한 경과보고를 안당 객운 유한공사 총경리 옌룬셩 사장이 했고 다음엔 교통국장이 나와 사업의 규모를 발표했다. 이어서 부시장의 축사가 있었다.

문재식이 나와서 합자사 사장 인사말을 할 때는 한국말이 튀어 나오자 10여명의 기자가 몰려와 펑펑대고 사진을 찍었다. 이런 장면을 처음으로 접해보는 문재식은 상기된 표정으로 인사말을 했다. 문재식이 두 문장 정도를 말하고 끊으면 바로 사회과학원 최선생의 중국말로 통역을 했다.

신문 발표회가 끝나자 대기했던 호텔 종업원들이 스프를 들고 테이블 있는 곳으로 왔다. 돈가스 아니면 스테이크라도 대접하는 모양이었다. 구건호가 속으로 생각했다.

[이놈들이 내 돈 가지고 지금 생색을 내는 군. 어쨌든 좋다. 선로패나 많이 나와서 돈 벌어서 돌아가도록 해다오. 그럼 나도 얼마정도는 이곳에 떨어트리고 간다.]

중방이 건설을 위한 준비를 하고 객운공사를 새로 설립하여 고속버스를 사고 직원들의 제복을 새로 맞추고 하는 것은 지금 전부 구건호 돈으로 하고 있었다. 중방측은 허허 벌판인 토지 외에 돈은 땡전 한 푼 납입한 사실이 없었다.

구건호도 판공실 주임의 안내에 따라 단하의 테이블로 내려갔다. 스프를 막 먹으려는 찰나 기자들이 마이크를 들고 왔다. TV기자들인 것 같았다. 옆에서 최선생이 통역을 해주었다. 기자가 질문했다.

“안당시에 어떤 동기로 투자하게 되었지요?”

비디오 카메라가 구건호를 향해 돌아가고 있었다.

“에, 지금 중국 정부는 중국의 서남부 지역의 발전을 위해서 여러 가지 계획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바로 최선생이 통역을 하였다.

“저는 그중에서도 귀주성은 크게 발전하리라고 보았고 특히 안당시는 교통의 중심지역에 있어 이곳에 물자와 인력이 몰리는 고장이 될 것으로 보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곳에 과감히 투자를 하게 되었습니다. 앞으로 안당시는 일인당 경제소득이 크게 높아지는 지역이 될 것임을 저는 확신합니다.”

구건호와 기자의 대담은 저녁 뉴스시간에 나간다고 하였다.

구건호가 통역 최선생에게 물었다.

“기자들 앞에서 나 실수한 것 없소?”

“아이고, 없습니다. 잘 하셨습니다.”

문재식은 밥도 제대로 못 먹고 통역 조은화를 데리고 각 테이블에 인사를 하러 다녔다. 한국의 결혼식장에서 혼례가 끝나고 혼주 내외가 인사하러 다니는 모습과 흡사했다.

구건호는 부시장과 교통국장이 간다고 하여 배웅을 위해 행사장이 있는 2층에서 호텔 로비까지 내려왔다. 부시장이 구건호의 손을 양손으로 감싸며 말했다.

“구사장 고맙소. 우리 중국인은 은혜를 입으면 반드시 갚는 민족이요. 구사장이 이곳에서 벌리는 사업은 순탄대로가 될 것임을 내가 보장합니다. 이번 합자 항목은 이곳 시 당서기께서도 특별한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고맙습니다. 앞으로도 많은 지지를 부탁드리겠습니다.”

구건호는 부시장과 교통국장이 가는 것을 보고 문재식을 돌아다보며 말했다.

“우리도 가자. 2층 행사장에 가면 뭘 하겠냐. 내가 묵고 있는 샹그릴라 호텔로 가자.”

구건호가 간다고 말하자 중방측 대표인 엔룬셩이 말햇다.

“호텔에서 쉬시다가 이따 저녁에 만나시죠. 여기까지 몇 번 오셨는데 이제 어려운 고비는 다 끝난 것 같으니 가라오케로 한번 모시겠습니다.”

“가라오케요? 그럽시다.”

구건호는 웃으며 이 말만 남기고 샹그릴라 호텔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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