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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성하니 소환수가 생겼다-184화 (184/240)

각성하니 소환수가 생겼다 (184)

쿠우우우우우우웅!

엄청난 굉음과 충격을 날리며 놈이 바닥에 착지했다.

린이 청소를 한 것보다 훨씬 더 넓고, 깨끗하게 주변이 정리됐다.

놈이 거대한 눈을 끔찍하게 움직여 우리를 둘러봤다.

“키이이이이이!”

기괴한 소리를 흘리는 입은 더욱더 끔찍하고 징그러웠다.

“꿀꺽!”

놈을 쳐다보기 위해서는 고개를 허공으로 높이 쳐들어야 했다.

그에, 목이 한껏 늘어났고, 마른침을 삼키는 게 힘들었다.

그만큼 놈은 컸다.

지면에서 머리까지의 높이가 4미터… 아니, 5미터는 족히 될 듯싶었다.

길게 뻗은 몸길이는 가늠도 되지 않을 만큼 길었다.

늘 크다고 여긴 오식이는 쨉도 되지 않았고, 대형 괴물에 속한 자이언트 샌드 웜보다도 확실히 컸다.

생긴 건 사마귀 놈들과 똑같았다.

놈들의 서식지 마지막에 존재하는 놈이니 ‘킹’내지는 ‘자이언트’ 등과 같은 수식어가 붙는 무리의 보스나 최종 형태일 터였다.

‘놈도 모가지가 약점이려나?’

사마귀 놈들의 최대 약점은 목이었다.

딱 봐도 몸 전체에서 가장 가늘고, 약해 보였다.

생김새가 똑같으니, 놈도 목이 약점일 가능성이 컸다.

하지만, 지금 보니 그럴 것 같지 않았다.

‘젠장… 오식이 허벅지보다 굵잖아?’

똑똑 따는 맛이 있었던 사마귀 놈들의 모가지처럼 만만하게 대할 수는 없을 듯했다.

아니, 놈의 약점이 같다고 한들 그곳에 닿기까지나 공략 자체가 쉽지만은 않아 보였다.

‘어쩐다?’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일단은 놈의 모가지가 약점이라는 전제를 두고서 작전을 짜기로 했다.

‘어떻게 하면 닿을 수 있지?’

오식이를 이용한다면 나와 린이 충분히 점프해 닿을 수 있는 높이긴 했다.

그러나 위험했다.

허공에서는 몸을 가누기가 쉽지 않고, 놈과 거의 정면으로 맞서야 할 테니까.

‘그렇다면?’

직접 점프해서 높이를 맞출 수 없다면 방법은 하나다.

놈을 우리의 눈높이로 끌어내리면 된다.

어떻게?

잘….

“키이이잇!”

놈이 기괴한 소리를 지르며 앞발을 뒤로 당겼다가 이내 아래로 찍어 내렸다.

쐐애애애액!

날카롭게 바람을 가르는 소리만큼이나 놈의 공격은 매서웠다.

또한, 묵직했다.

더불어 거대한 낫에 상어의 이빨 같은 톱니가 촘촘하게 박힌 것이 스치기만 해도 치명상을 입을 듯했다.

“이잇!”

피하라는 명령을 내릴 틈도 없이 몸을 옆으로 날렸다.

다른 녀석들도 빠르게 자리를 벗어났다.

콰아아아아악!

놈의 거대한 앞발 끝이 지면을 뚫고 깊숙이 박혔다.

순간, 놈의 머리가 한층 낮아진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위험한데….’

제법 원하는 모양새이긴 했지만, 쉽게 생각할 수는 없었다.

놈에게는 다른 쪽 앞발도 존재했으니까.

게다가….

“키잇!”

놈이 아쉽다는 뉘앙스를 소리 내어 흘리고는 어깨를 움찔했다.

이어, 강렬하게 힘을 주는 듯하더니, 반쯤 내렸던 고개를 치켜들었다.

그와 동시에 지면에 박혀 있던 놈의 앞발이 뒤로 당겨졌다.

콰가가가가가가가각!

거대한 굴착기가 깊숙하게 땅을 긁어 내는 것만 같은 광경이 펼쳐졌다.

울퉁불퉁하게 땅이 갈리며, 굵고, 깊고, 긴 흔적이 새겨졌다.

그것도 단 몇 초 만에….

‘역시, 만만하게 볼 게 아니야.’

원하는 위치까지 놈의 머리가 내려왔다 여긴 채, 밑도 끝도 없이 무턱대고 달려들었다가 낭패를 볼 수 있다는 것을 놈이 직접 확인시켜 준 상황이었다.

‘다른 방법은 없는 건가?’

미간에 깊숙한 주름을 새기고는 고민했다.

순간, 놈의 뒷다리가 눈에 들어왔다.

아이디어가 번뜩였다.

‘아, 그렇지!’

놈이 하늘 높이 고개를 쳐들 수 있는 것은 큼직하고, 튼튼한 뒷다리가 몸을 지탱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물론, 활처럼 휜 허리의 엄청난 근력이 있기에 더욱더 꼿꼿하게 상체를 세울 수 있기도 했지만, 어쨌든 기본적인 받침은 뒷다리였다.

그런 뒷다리를 잘라 내거나 부러뜨린다면 어찌 될까?

아니, 거대한 몸을 지탱할 수 없을 정도로만 고장을 내는 것으로도 효과는 충분하지 않을까?

‘좋아! 뒷다리를 노린다.’

생각을 정리하고는 크게 소리쳤다.

“오식아! 놈의 주의를 끌어!”

이미 오식이는 맡은 바를 이행하고 있었다.

가장 선두에 서서 으르렁거리고, 포효하며 대치하고 있기에 놈도 쉽사리 공격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린! 다리다. 놈의 뒷다리를 공략해 자세를 무너뜨린다. 넌 오른쪽, 난 왼쪽!”

“네, 주인님!”

씩씩하게 대답한 린이 뒤로 물러났다가 크게 반원을 그리며 놈의 오른쪽으로 사라졌다.

끝으로 왕울이를 향해 소리쳤다.

“왕울! 넌 오식이를 서포트 해! 너무 무리하지는 말고!”

솔직히 오식이를 서포트 할 이유는 크지 않았다.

다만, 우리 중에서 가장 레벨이 낮기에 보호하려는 차원에서 배려를 한 것이었다.

그런 내 마음을 이해한 것인지 어쩐 것인지, 녀석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더없이 진중하고, 강렬한 눈빛을 뽐내며 놈을 향해 언제든 달려들 것처럼 자세를 낮췄다.

“쩝….”

씁쓸해지려는 입맛을 다시고 린처럼 크게 반원을 그리며 놈의 왼쪽으로 이동했다.

“키이잇!”

쐐애애액!

콰아아아아악!

“크아아아아아앙!”

놈과 오식이의 살벌한 대치가 이어지고 있었다.

다행히 린과 나에게는 크게 신경을 쓰지 못하는 듯했다.

‘그나저나 엄청 크네….’

정면에서 볼 때도 충분히 느꼈지만, 완전한 측면에서 바라보는 놈의 몸길이는 정말이지 어마무시했다.

쉬이익… 쉬이익….

튼실한 뒷다리와 함께 놈의 몸을 지탱하고 있는 듯한 거대한 배가 크게 부풀었다가 줄어들기를 반복했다.

그저 호흡에 의한 평범한 반응일 텐데, 엄청난 사이즈로 인해 그 모습이 마치 성난 으르렁거림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스르릉….

허리춤에 찬 아수라 스워드를 꺼내 들었다.

“후우… 후우… 후우우….”

크게 심호흡을 하며, 심신의 안정을 꾀했다.

심박 수가 여유를 찾을 때쯤 아수라 스워드를 힘껏 꼬나쥐었다.

“린! 준비됐지?”

“네!”

“셋에 한다. 하나… 둘… 셋!”

셋과 동시에 지면을 박차며 앞으로 튀어 나갔다.

파앗!

타다다다닷….

몇 미터를 남겨 두고, 힘차게 발을 굴렀다.

콰직!

몸이 허공으로 떠올랐다.

허리를 힘껏 비틀었다.

동시에 양손으로 거머쥔 아수라 스워드를 최대한 뒤로 당겼다.

지면에 발바닥이 닿는 순간, 비틀었던 허리와 뒤로 당긴 아수라 스워드를 반대편으로 돌릴 생각이었다.

최대한의 원심력을 이용해 단번에 놈의 뒷다리를 잘라 낼 의도였다.

린은 빗자루와 바닥 쓸기를 이용해 놈의 발목쯤을 노릴 것으로 예상했다.

어디든 상관은 없었다.

뭐가 됐든 간에 놈의 몸을 지탱하는 뒷다리에 대미지를 주면 될 일이었다.

더불어 둘 중 하나만 성공해도 괜찮았다.

해서, 확률과 기회는 우리 쪽이 좀 더 우세했다.

처억!

허공에 떠 있던 발바닥이 지면에 닿았다.

달려들던 속도에 의해 미끄러지듯 지면을 쓸며 몸이 앞으로 나아갔다.

지이이익….

한껏 비틀었던 허리를 반대편으로 힘껏 돌렸다.

동시에 양쪽 어깨도 뿌리치듯 같은 방향으로 틀었다.

뒤로 당겨진 아수라 스워드가 묵직하게 바람을 가르며 원형의 궤적을 그리기 시작했다.

“이야아아아압!”

있는 힘을 다 쏟아 내고 있음을 우렁찬 기합으로 뽐냈다.

머릿속으로는 ‘됐다!’ 그리고 ‘죽어라!’라는 생각이 진하게 새겨지고 있었다.

그때였다.

파드드드드드드득!

영문 모를 소리가 머리 꼭대기에서 들려왔다.

의아함과 궁금증이 들었다.

하지만, 고개를 들거나 시선을 줄 여력이 없었다.

순간, 눈앞이 캄캄해졌다가 곧장 밝아졌다.

정전이라도 됐다가 불이 밝혀진 듯했고, 그로 인해 정신이 멍해진 듯한 느낌이었다.

‘오… 하늘이 맑네.’

구름 한 점 없는 푸르르고 맑은 하늘이 참으로 예뻐 보였다.

‘아… 물놀이는 언제나 즐겁지.’

물 위에 몸을 띄운 채 즐기는 유유자적한 유영은 심신의 안정과 평온, 자유를 느끼기에 더없이 좋은 것이었다.

‘헐… 내가 지금 무슨 소릴 하는 거지?’

이상함을 느꼈다.

분명, 나는 놈의 뒷다리를 노린 채, 아수라 스워드를 있는 힘껏 휘두르고 있었으며, 이제 곧 강렬한 손맛과 함께 놈의 뒷다리를 잘라 내기 일보 직전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하늘은 왜 쳐다보고 있으며, 물놀이는 또 뭐란 말인가?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 어리둥절하다가 정신을 차리려 노력했다.

하지만, 그마저도 금세 잊고 다시금 이상한 망상 내지는 엉뚱한 상상을 떠올리려 했다.

‘뭐지? 으음… 돌아가면 빅너트 구이를 이용해 장사나 해 볼까? 아아, 나 미친 건가? 대체 지금….’

제정신이 아닌 상태를 인지한 듯 안 한 듯, 전혀 갈피를 못 잡고 있던 그 순간.

“꺄아아아아아악!”

린의 찢어질 듯한 비명이 고막을 파고들었다.

“헛!”

정신이 번쩍 들었다.

아닌가?

왜 세상이 옆으로 기울었지?

도무지 알 수 없는 현상과 의문에 고개를 갸웃했다.

그와 거의 동시에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충격이 온몸으로 전해졌다.

콰아아아아아아앙!

머리가 웅웅거렸다.

온몸이 찢어지고, 터지고, 바스러진 것처럼 아팠다.

숨도 제대로 쉬지 못했고, 정신마저 혼미해지려 하고 있었다.

“으으… 아, 안 돼….”

아랫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약간의 통증과 함께 꺼지려던 정신이 돌아왔다.

어질어질하고, 흐릿한 시야의 초점을 잡으려 애를 썼다.

희미한 시야에 놈의 거대한 형체가 잡혔다.

착각인지는 모르겠지만, 서서히 움직이는 듯했다.

‘아… 뭐야?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거지?’

여전히 의문투성이였다.

뭔가를 생각하려 해도 도무지 집중을 할 수가 없었다.

그때였다.

다다다다다다닷!

슈우우우우우웃!

회색빛의 뭔가가 빠르게 눈앞으로 나타났다.

처음엔 그것이 무엇인지조차 판단할 수 없었다.

한참이나 지나서야 그것이 왕울이란 것을 알 수 있었다.

‘쟤는 왜… 아아, 나서지 말라니까….’

이 와중에도 녀석을 말려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손을 뻗고, 소리를 치고 싶었지만, 마음대로 되는 게 하나도 없었다.

그사이, 왕울이가 놈을 향해 바짝 다가서 있었다.

‘대체, 뭘 하려는 거야?’

이번 의문은 곧장 해결됐다.

놈에게 바짝 다가선 왕울이가 크게 점프하며 놈의 배 위에 올라탔다.

“키에에에엑!”

놈이 괴성을 지르며 몸을 흔들어댔다.

상체는 크게 움직이지 않는 것 같은데, 허리 아래의 배는 격하다 싶을 정도로 심하게 요동쳤다.

‘떨어지겠다….’

왕울이가 걱정됐다.

하지만, 녀석은 용케도 떨어지지 않고 버텼다.

“키에에에에엑!”

놈의 벨리 댄스… 아니, 배의 요동침이 더욱더 격렬해졌다.

어떻게든 자신의 배 위에 올라탄 왕울이를 떨어뜨리기 위해 애를 쓰는 모습이었다.

반대로 왕울이는 한껏 자세를 낮춘 채, 어떻게든 떨어지지 않으려 노력하는 듯 보였고 말이다.

흔들흔들….

들썩들썩….

휘이익! 휘익!

떨어뜨리느냐 버티느냐의 공방이 한참이나 이어졌다.

먼저 지친 것은 놈 쪽이었다.

미친 듯이 흔들어대던 배를 멈춰 세운 놈이 살짝이 몸을 떨어댔다.

그러더니만 놀라운 광경을 선사했다.

놈의 배가 좌우로 갈라지기 시작한 것이다.

‘헛! 뭐, 뭐야?’

정확히는 왕울이가 올라탄 배의 위쪽 부분이 갈라지고 있었다.

괴상하지만 귀에 익은 소리를 동반한 채였다.

파드드드드….

계속해서 놈의 배가 갈라졌다.

왕울이가 제자리에서 점프했다가 그 자리에 다시 착지했다.

어느새 놈의 배가 완전히 갈라지며 양옆으로 길게 늘어진 것이 드러났다.

‘뭐야? 나, 날개?’

그랬다.

갈라진 것은 배가 아니라 날개였다.

그러고 보니, 사마귀란 놈은 원래 날개를 가지고 있는 곤충이었다.

기다란 풀숲에 숨어 있던 놈들에게서는 한 번도 본 적이 없지만 말이다.

파드드드드드드드드!

놈이 활짝 펼친 날개를 흔들어대며 기괴한 소리를 냈다.

그제야 그 소리가 귀에 익은 이유를 깨달았다.

아수라 스워드를 막 휘두르던 찰나, 머리 꼭대기에서 들렸던 소리가 그것이었다.

‘근데, 뭐?’

이 상황에서 별다른 도움이 될 건 아닌 듯했다.

아무튼….

놈이 흔들어대던 날개를 멈췄다.

그러더니만 순식간에 가운데로 모아 접었다.

파드드드득!

“헛!”

너무 놀라 나도 모르게 바람 빠지는 소리를 뱉어 냈다.

놈의 거대한 날개가 왕울이를 그대로 덮쳐 버렸기 때문이었다.

“키에에에엑!”

놈이 만족스럽고 의기양양한 소리를 내며 덮어 버린 날개를 꿈틀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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