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각성하니 소환수가 생겼다-145화 (145/240)

각성하니 소환수가 생겼다 (146)

압살과 밀어냄, 그리고 방어의 용도를 갖춘 방벽을 압도적인 힘으로 깨부순다.

유도탄처럼 귀찮은 깃털과 돈 자루의 공격을 원천 봉쇄하고, 적의 시선을 집중시킨다.

원거리 공격으로 하나를 처리하고, 틈을 노려 나머지도 마무리를 짓는다.

힘을 쓰는 자.

민첩성이 뛰어난 자.

원거리 공격이 가능한 자.

각자의 장기를 십분 살린 실로 완벽한 팀워크였다.

게다가….

마음과 뇌리 어딘가에 한 가닥쯤 남아 있을지 모를 두려움마저 날려 버리고, 썰어 버리고, 극복할 수 있는 계기와 마무리까지 고려한 전략이었다.

힐끔….

린의 표정 변화를 수시로 살폈다.

‘괜찮아 보이는군.’

애써 담담한 척하던 것이 점점 익숙해지고, 편안해져 갔다.

여덟 번째쯤에 가서는 완전히 극복한 느낌이었다.

촤악! 촤악! 촤아아악….

마지막 열 번째 로레나를 난도질한 린이 일말의 미련이나 앙금 없는 표정으로 돌아섰다.

스스스….

린의 등 너머로 재가 된 로레나의 흔적이 흩날리다가 완전히 사라졌다.

잠시 후, 이제까지 없었던 문 하나가 복도 끝에 나타났다.

스르르릉….

저택 4층의 끝이자, 저주받은 저택의 마지막 보스 존으로 향하는 문이었다.

저벅저벅….

문 앞으로 다가섰다.

끼이이익….

비명 같은 소리를 내며 문이 저절로 열렸다.

문 너머에는 시커먼 아가리를 벌린 게이트가 있었다.

….

“우물우물… 꿀꺽꿀꺽….”

게이트 앞에서 휴식을 취했다.

육포로 허기를 달래고, 회복 물약으로 컨디션을 조절했다.

나름 충분한 휴식을 취한 뒤, 마지막 결전을 향해 다가섰다.

두근두근….

부르르르….

긴장과 흥분이 날아들며 몸서리가 쳐졌다.

크고, 깊은 심호흡을 서너 차례 뱉어 내고는 게이트를 넘었다.

….

게이트를 넘어 도착한 곳은 커다란 방이었다.

저주받은 저택을 수시로 드나들며 지겹도록 봐 왔던 엔티크한 가구들과 장식품들로 꾸며진 방.

그나마 다른 점이라면, 딱 봐도 아기자기하고, 소녀틱한 느낌이 물씬 풍긴다는 것이었다.

‘아니, 그러기에는 면적이 너무 넓은가?’

리차드를 상대하던 저택 3층의 홀만큼은 아니었지만, 아이들 몇 명이 모여 공을 차고 놀 정도는 될 만큼의 크기였다.

“마리안느….”

린이 혼잣말처럼 작게 말을 흐렸다.

마리안느.

이 방의 주인이자, 리차드와 로레나의 딸 이름이었다.

“아아… 불쌍한… 흑흑….”

린이 갑자기 울음을 터트렸다.

왜 그러냐 물으려던 찰나.

“…??”

기분 나쁜 기운이 발바닥 아래에서 느껴졌다.

“피햇!”

크게 외치며 자리를 피했다.

따로 약속을 한 것도 아닌데, 죄다 다른 방향으로 몸을 날렸다.

띠용용용….

익숙한 소리와 함께 우리가 서 있던 바닥 아래에서 용수철 광대가 튀어나왔다.

만약, 자리를 피하지 못했다면 놈의 습격에 피해를 보았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것으로 아직 상황이 끝난 것도 아니었다.

띠용용용….

띠용용용….

….

용수철 광대가 계속해서 튀어나왔다.

모두 다섯 마리였다.

난장판.

놈들이 정신없이 방 안을 휘젓고 다녔다.

“다들 조심해!”

큰소리로 외치고는 눈앞에서 알짱거리는 놈을 향해 아수라 스워드를 휘둘렀다.

촤아아악!

미미한 손맛이 느껴졌다.

“키이익!”

놈이 괴이한 소리를 내며 다시금 튀어 올랐다.

“잔챙이 주제에 어디서….”

가소로움을 뱉어 내며 놈을 향해 아수라 스워드를 찔러 넣었다.

파아앗!

이번엔 제대로 된 손맛이 전해졌다.

거칠 것 없이 팔을 크게 휘둘렀다.

다시금 진득한 손맛이 느껴졌고, 너덜너덜하게 볼이 찢긴 놈이 벽으로 날아가 부딪쳤다.

퍼어어억….

주르르륵….

벽을 따라 흘러내리던 놈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하지만, 이내 놈을 대체할 멀쩡하고, 쌩쌩한 용수철 광대가 바닥에서 튀어나오며, 다섯의 숫자를 유지했다.

“크읏….”

이를 갈다가는 재빨리 몸을 피했다.

틈을 노리고 달려든 다른 놈 때문이었다.

턱….

벽을 등지고 섰다.

공격에 실패한 놈이 재빨리 방향을 틀며 몸을 튕겨댔다.

띠용용용….

아수라 스워드를 앞으로 내밀고는 놈을 겨누었다.

하지만, 놈은 아수라 스워드의 제물이 될 수 없었다.

오식이의 무식하고, 파워풀한 펀치가 놈의 뒤통수에 작렬했기 때문이었다.

부우우웅….

퍼어어어엉!

“땡큐!”

오식이를 향해 고마움을 표시하고는 상황을 살폈다.

‘둘… 아니, 셋인가?’

나와 오식이가 한 마리씩 처리했다.

린이 어쨌는지는 파악하지 못했다.

여전히 놈들은 다섯이었다.

“린!”

린의 이름을 부르며 시선을 돌렸다.

촤아아악!

린의 빗자루가 용수철 광대를 세로로 이등분 하는 광경을 목격할 수 있었다.

“두 마리째입니다.”

린이 빠르게 대답하고는 근처의 용수철 광대를 향해 빗자루를 휘둘렀다.

위험을 직감한 놈이 잽싸게 몸을 뒤로 피했다.

하지만, 그곳도 놈에게는 지옥이었다.

부우우웅….

퍼어어엉!

오식이의 살인 펀치에 놈이 풍선처럼 터져 버렸다.

띠용용용….

이내, 다른 놈이 바닥에서 튀어나오며 다섯의 숫자를 맞췄다.

휘익! 휘익!

새롭게 등장한 놈을 무시하고는 빠르게 주위를 살폈다.

고오오오오오….

살벌하고, 차가운 기운이 한쪽 벽면에서 급격하게 피어올랐다.

‘드디어 등장하는군….’

아수라 스워드를 힘껏 꼬나쥐었다.

시선을 고정했던 벽면으로 하얀 아지랑이가 피어오르고, 이내 휘몰아치는 광경이 이어지고 있었다.

점차 어떤 형상이 만들어졌다.

휘이이이이잉….

그것은 소녀였다.

채 열 살이 될까 말까 한….

새하얀 피부에 이국적인 마스크는 물론, 입고 있는 어여쁜 드레스마저도 흡사, 여자아이들이 가지고 노는 인형을 연상케 했다.

‘마리안느….’

소녀의 이름을 머릿속에 떠올렸다.

더불어 정보들이 얘기하는 에피소드들도 떠올렸다.

어린 나이임에도 온갖 주술로 괴물들을 부리고, 자신의 부모마저 조종한 어린 마녀.

고귀하고, 품위 있고, 풍요롭기까지 한 전통 있는 가문을 한순간에 저주받은 가문으로 몰락시킨 장본인.

‘흠… 그렇다기엔….’

고개가 갸웃해졌다.

처음 대면한 마리안느의 표정과 얼굴에 드리워진 어떤 슬픔과 아련함 때문이었다.

그러다가 재빨리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 안 돼….’

몇몇 정보들에서 말하던 주의 사항을 잠시 잊고 있었다.

겉모습은 작고, 어여쁜 소녀였지만, 마리안느는 명백한 마녀였고, 저주받은 저택의 최종 보스였다.

그녀의 등장과 함께 어떤 이들은 나처럼 슬픔이나 아련함을 느끼기도 하고, 또 어떤 이들은 동정이나 애틋함, 안쓰러움 등을 느끼기도 한다고 했다.

뭐, 간혹 가다가는 개인적인 특이 취향에 사랑을 느끼는 이들도 있다고… 흠흠!

아무튼.

그게 모두 마리안느의 술수였다.

뭐가 됐든 간에 상대를 홀려 정신을 못 차리게 하는 교활하고, 악랄하며, 지랄 같은 짓거리 말이다.

‘휴우… 하마터면 걸려들 뻔했잖아?’

다시금 세차게 머리를 좌우로 흔들고는 완전히 모습을 드러낸 마리안느를 노려봤다.

정확히는 그녀의 머리 위쪽에서 미세하게 반짝거린다는 ‘금색의 실’을 찾으려 노력했다.

그러나 거리 때문인지 맨눈으로는 도무지 찾을 수가 없었다.

‘어쩔 수 없지….’

내 눈에 장착된 고성능의 줌인 모드를 발동시켰다.

가늘게 뜬 눈 스킬을 말이다.

반짝….

‘찾았다!’

적절히 확대된 시야에 금색의 실이 잡혔다.

정확히 머리 위는 아니었고, 마리안느의 왼쪽 어깨에 가까운 지점이었다.

“다들 조금만 더 버텨!”

외침과 함께 바닥을 박차며 내달렸다.

파앗!

다다다닷….

용수철 광대 놈 하나가 앞을 가로막았다.

띠용용용….

검을 휘두를까 하다가는 타이밍이 좋아 그냥 지나쳐 버렸다.

난리 통에 쓰러진 티 테이블을 넘고, 근처에 있던 의자를 발판 삼아 순식간에 거리를 좁혔다.

스스스….

그 사이, 볼일(?)을 마친 마리안느가 다시금 몸을 감추려 준비하고 있었다.

“어딜!”

머뭇거릴 틈조차 없이 아수라 스워드를 휘둘렀다.

촤아아아….

티잉… 그그그긋….

아수라 스워드의 날에 금색의 실이 제대로 걸렸다.

금색의 실은 약간의 탄력성을 보이며 끊어지지 않고 버텼다.

“이잇!”

이를 악물고는 마치, 야구 배트를 휘두르듯 양손에 힘을 더했다.

그그그긋….

뚜둑… 뚜두둑… 뚝!

버티고 버티던 금색의 실이 마침내 끊어졌다.

휘이잉….

넘치는 힘에 멋대로 몸이 빙그르르 돌아갔다.

“에고고고….”

민망한 소리를 본능적으로 흘리다가 빠르게 중심을 잡았다.

마리안느와 눈이 딱 마주쳤다.

“흐잇!”

핏빛으로 물든 시뻘건 마리안느의 두 눈은 정말이지 살벌하기가 그지없었다.

또한, 더없는 원망과 원한이 가득 찬 것처럼 보였다.

나를 노려보던 마리안느의 입이 살짝 벌어졌다.

이어, 괴상하기가 짝이 없는… 결코, 어린 소녀의 것이라고는 상상조차 할 수도 없는 허스키함과 이상함이 뒤섞인 소리를 냈다.

“스하아아아아….”

눈에 보이지는 않았지만, 차갑고도 시린 한기가 흘러나올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크으읏!”

절로 몸이 굳어 버렸다.

느낌만이 아니었다.

억지로 몸을 비틀었더니, 관절마다 삐걱거리는 소리가 들릴 정도였다.

‘아차… 그냥 있어야 한다고 했지?’

놀란 마음에 괜한 짓을 하지 말라던 주의 사항을 떠올렸다.

억지로 비틀던 몸의 힘을 뺐다.

‘자, 잘하고 있겠지?’

고개를 돌릴 수 없어 보이지 않는 등 뒤의 상황을 의식했다.

마지막 발악을 하려는 용수철 광대 놈들을 린과 오식이가 잘 막아 주리라 믿고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었다.

타닥! 탁….

바짝!

발소리와 함께 등 뒤로 따스함을 동반한 포근함이 느껴졌다.

안심을 자아내는 린의 목소리도 이어졌다.

“주인님, 괜찮으시죠? 제가 지키겠습니다.”

모든 불안감이 눈 녹듯이 사라졌다.

노파심에 남아 있던 몸의 긴장과 힘을 모두 뺀 채, 반 이상 모습을 감춘 마리안느를 주시했다.

“스하아아아….”

한 번 더 소름 끼치는 소리를 흘린 마리안느가 완전히 모습을 감추었다.

그 즉시, 뻣뻣하게 굳었던 몸이 풀렸다.

휘익….

상황을 살피기 위해 고개부터 뒤로 돌렸다.

내 등에 바짝 붙어 있는 린의 어깨너머로 대치하고 있던 용수철 광대 놈이 보였다.

위로 살짝 튀어 오르던 놈이 괴상한 몸개그를 펼치듯 덜컥이다가 그대로 바닥에 떨어져 내렸다.

띠용용… 덜커덕….

데굴데굴….

놈뿐만이 아니었다.

오식이와 대치하던 나머지 놈들도 비슷한 모양새로 덜컥거리다가 죄다 바닥을 굴렀다.

그러고는 이내 바닥으로 스며들 듯 모습을 감췄다.

“다들 회복부터….”

넋을 놓거나 꾸물거릴 시간이 얼마 없었다.

다들 빠르게 회복 물약을 꺼내 들이켰다.

참고로 회복 물약은 복용 후에 최대한 움직이지 않고, 휴식을 취하는 것이 효능과 효과 면에서 가장 이롭고 좋았다.

그래도 일단 먹어 두면 서서히 회복되거나 나름으로 지속적인 효과를 볼 수는 있었다.

아무튼….

쉴 틈이라고는 거의 없이 다음으로 등장하는 놈들을 맞이해야 했다.

쐐애애애액….

쐐애액….

파닥파닥!

파다다다닥!

다리 없는 새들이 사방의 벽을 통과해 날아들었다.

역시나 놈들의 숫자도 다섯 마리였다.

“다들 벽으로 붙어!”

외침과 함께 몸을 움직였다.

벽을 등지고 선 채, 아수라 스워드를 정면으로 겨누었다.

다리 없는 새들을 공략하기 위한 필승법.

그것은 지금처럼 벽을 이용하는 것이었다.

다리가 없기에 땅에 착지하거나 비행을 멈출 수 없는 놈들이었다.

벽을 등지고 서서 맞선다면 놈들은 과감하게 달려들지 못하고, 앞에서 파닥거리거나 머리 위 대각선 정도의 범위만을 공격할 수밖에 없었다.

파다다닥….

어떻게든 내게 덤벼들려 몸부림치는 놈을 희롱하듯 견제했다.

“한 마리 잡았습니다.”

“잡았다!”

놈들을 처리할 때마다 보고하는 린과 오식이의 외침에 귀를 기울이며, 수를 헤아렸다.

“또 잡았습니다.”

그렇게 다섯 마리를 확인하고는 크게 소리쳤다.

“그만! 이제 멈춰!”

동시에 주위를 살폈다.

“…?!”

화들짝 놀라서는 급히 몸을 튕기며 벽에서 떨어졌다.

고오오오오오….

등 뒤로 살벌하고, 싸늘한 기운이 강하게 느껴졌다.

‘크으… 큰일 날 뻔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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