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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성하니 소환수가 생겼다-129화 (129/240)

각성하니 소환수가 생겼다 (129)

“끄어어어억….”

“그륵그륵….”

“크크크크크….”

팔과 다리가 잘리고, 대가리가 터지며 쓰러졌던 10명의 병사 놈들이 기괴한 소리를 내며 꾸역꾸역 일어나기 시작했다.

언제 그렇게 됐는지 몸의 이곳저곳이 흉측한 형태로 변화되어 있었다.

상태가 상태인 만큼 놈들의 움직임도 하나 같이 정상처럼 보이지 않았다.

삐걱삐걱….

질질질….

기이한 관절의 꺾임을 아무렇지도 않게 선보이며, 부러지거나 덜 잘린 사지를 늘어뜨리며 끌었다.

“흐읏… 어쩜 저렇게….”

린이 미간을 찌푸렸다.

낮게 설명의 말을 흐렸다.

“저런 걸 좀비라고 하는 거야.”

“조, 좀비요?”

“응, 살아 있는 시체란 뜻이지.”

“아아….”

그랬다.

이미 목숨을 다한 놈들도 그렇고, 크게 상처 입은 채 전투 불능이 된 놈들도 알프레도의 사악한 스킬에 의해 모두 좀비화가 된다.

그렇게 좀비화가 된 놈들은 기괴한 몸짓에 반하는 빠른 움직임과 물러섬 없는 투지, 그리고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크아아아악!”

괴성을 폭발시킨 놈 하나가 오식이를 향해 달려들었다.

비록 한 쪽 발이 잘려 나간 상태였지만, 지면을 박차는 외발의 힘은 놀라웠다.

전면에 내세운 놈의 손과 그 끝에 달린 손톱은 흉악스러우면서도 날카로워 보였다,

하지만, 그냥 오크도 아닌 하이 오크인 오식이의 상대가 될 수는 없었다.

“크륵….”

귀찮다는 듯이 작게 으르렁거린 오식이가 자신을 향해 달려들며 날아오른 놈의 면상에 제대로 주먹을 꽂아 넣었다.

빠각….

둔탁한 소리와 함께 일자로 뻗은 놈의 몸이 허공에서 정지했다.

그러더니 이내 파동을 일으키며 놈의 몸이 경련했다.

바르르르르….

파동과 경련의 끝은 폭발이었다.

일순간 놈의 몸에서 일던 떨림이 멈추나 싶더니만, 곧장 굉음을 내며 터져 버렸다.

퍼어어어엉!

자잘한 파편들이 사방으로 퍼지며 푸덕푸덕 떨어져 내렸다.

놈들로서는 언뜻 봐도 상대가 되지 않고, 처참한 미래만이 예상되는 상황이었다.

괜히 나서거나 덤벼서 좋을 게 없으니, 얌전히 있는 게 능사란 얘기다.

하지만, 그런 걸 따지지 않는 것이 진정한 좀비화의 특징이자 장점.

주변에 있던 놈들이 다시금 이빨과 손톱을 드러내며 괴성과 함께 오식이를 향해 달려들었다.

“크아아아악!”

“캬아아아악!”

뭐, 달려드는 순서대로 펑펑 터져나가며 명을 다하는 것도 시간문제였다.

“캬아악!”

오식이의 폭죽 쇼에 정신이 팔렸던 차.

근처에 있던 놈… 봉을 들고 설치다가 팔이 잘린 놈이 나와 린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러나 놈 역시 무모한 용기와 의미 없는 객기를 부린 것이 지나지 않았다.

휘익!

놈의 움직임보다 한 템포 이상 느렸던 린의 반응.

하지만, 결과는 린의 강렬한 니킥에 놈의 턱이 그대로 박살 나는 장면이 연출됐다.

빠각!

휘리릭….

콰다아앙….

허공에서 거꾸로 한 바퀴 돈 놈이 요란하게 바닥으로 추락했다.

경련과 함께 몸을 들썩이기는 했지만, 더는 일어나지 못할 것 같았다.

2차전이란 부른 이번 턴에는 말이다.

….

‘생각보다 빠르군.’

얼추 예상했던 것보다 진행 속도가 빨랐다.

오식이 덕분이었다.

나와 린이 적게는 두셋, 많게는 넷까지 상대하는 동안 나머지를 녀석이 손쉽게 처리했다.

이런 식이라면 혼자서 열을 상대해도 전혀 무리가 없을 듯했다.

어쨌든.

좀비화된 병사 놈들을 모두 정리했다.

나와 린이 상대한 놈들은 그나마 몸의 형체가 남아 있었지만, 오식이에게 달려든 놈들은 자잘한 파편들로 바닥에 이리저리 뿌려진 상태였다.

“크으으… 이놈들….”

알프레도가 다시금 노기를 분출했다.

더욱더 진한 음침한 기운과 함께 역시나 한층 더 짙고, 강렬해 보이는 시커먼 아지랑이가 어깨 위로 피어올랐다.

당연히 3차전을 예고하는 과정이었다.

여기서 잠깐!

혼자서 크큭거리기도 하고, 열을 내기도 하는 알프레도는 한자리에서 전혀 움직일 줄을 몰랐다.

또한, 넓은 홀의 중앙에 있어 우리와 얼마간의 거리를 두고 있었지만, 무리 없이 다가가거나 거리를 좁히지 못할 이유는 거의 없었다.

게다가 레벨도 30.

린은 좀 어려울지 몰라도 나나 오식이가 마음만 먹으면 그의 멱을 따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사실, 알프레도를 시작부터 죽여 버리면 10명의 병사 놈들과 싸우지 않아도 된다.

2차전도 마찬가지다.

제법 묵직하고, 절도 있게 등장했지만, 우리에게는 그저 엑스트라나 잡몹 수준밖에 되지 않는 병사 놈들을 가볍게 상대하면서 알프레도를 잡아낸다면, 2차전의 좀비화도 당연히 없다.

물론, 지금도 그렇다.

전보다 더 음침한 기운과 시커먼 아지랑이를 마구 뿜어내는 지금의 알프레도는 완전한 무방비 상태에 가깝다.

모르긴 몰라도 지금이라면 린이 혼자서 그를 잡을 수 있지 않을까 싶을 정도다.

첫 타에 치명상을 입히고, 쉼 없는 난타를 퍼부으면 가능하지 않을까?

아무튼.

그런데도 놈을 그냥 두는 것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리차드의 소환’

저주받은 저택의 주인이자, 3층의 보스인 리차드를 소환하기 위해서는 알프레도가 꼭 필요하기 때문이었다.

알프레도가 리차드 소환의 열쇠란 얘기.

그 시간이 곧 다가올 터였다.

….

고오오오….

슈하악! 슈하아악! 슉슉!

시커먼 아지랑이들이 날아올라 다시금 병사 놈들에게 흡수됐다.

들썩들썩….

스으으윽….

경련하듯 몸을 움찔거리던 놈들이 서서히 몸을 일으켜 세웠다.

그러면서 하나같이 기괴한 소리를 뱉어 냈다.

“그르르르….”

“그륵그륵!”

“캬아아아악!”

겉모습도 한층 더 지랄 맞게 변해 있었다.

일렁일렁….

잘려 나간 팔과 다리는 물론, 형체도 없이 사라졌던 대가리까지 모두 원상 복구된 상태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알프레도가 뿜어낸 시커먼 아지랑이가 놈들의 절단된 부위를 대신하며 일렁이고 있었다.

“놈들이… 더 강해졌어요.”

린이 놈들의 다른 변화를 감지했다.

바로 아차 싶었다.

나는 이미 알고 있었지만, 미처 전달하지 못한 부분이었다.

“맞아, 이제 놈들의 레벨은 28이다.”

“아아….”

“이름도 바뀐다.”

“…??”

처음 등장했을 때, 놈들의 레벨은 26이었다.

좀비화가 되어 ‘좀비 병사’로 불리게 된 놈들의 레벨은 27이 된다.

그리고 마지막 변화를 일으킨 지금은 28레벨의 ‘암흑 병사’로 불린다.

더불어….

놈들의 변화에 따라 얻을 수 있는 경험치도 늘어난다.

외형은 물론 능력치나 레벨이 오르니, 경험치가 늘어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26레벨의 병사 때 처리하는 것보다 28레벨이 된 지금의 놈들을 잡는 것이 경험치 면에서 이득이란 소린데….

이에 관련하여 몇 가지 알아 둬야 할 부분이 있었다.

그 첫째는… ‘완전히 소멸시켜야 경험치를 얻을 수 있다’였다.

이건 뭐, 어디를 가나 공통된 부분이니까 따로 설명이 필요 없겠지?

둘째, 좀비화와 암흑화에도 룰은 있다.

좀비든 암흑 병사든 어느 정도 몸뚱이가 남아 있어야 변화가 가능했다.

오식이가 좀비화된 놈들을 산산조각 내 버린 것처럼 완전히 소멸시켜 버리면, 알프레도가 아니라 그의 할아버지가 와도 다시 살릴 수 없다는 뜻.

해서, 우리는 1차전에서 놈들의 팔과 다리, 심지어 대가리는 깼을망정, 완전한 소멸까지는 몰아붙이지 않았다.

2차전에서 조금이라도 더 경험치를 얻기 위한 포석이었다.

그렇다면, 왜 2차전에서 놈들을 일곱이나 소멸시켰을까?

차라리 3차전에서 레벨 28이 된 놈들을 처리하는 게 훨씬 이득일 텐데 말이다.

뭐, 그 정도의 산술적인 계산은 나도 할 줄 안다.

당연히 이렇게 당당하게 말하는 것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음을 그대들도 얼추 눈치챘을 것이다.

맞다.

이 모두가 다 계획적이고, 계산된 작전과 행동이었다.

그게 뭐냐고?

이제부터 시작이니까 잘 보도록….

“캬아아악!”

“크히히익!”

“캬캬캬!”

암흑 병사 셋이 동시에 우리를 향해 달려들었다.

“크륵!”

오식이가 모닝스타를 휘두르며 앞으로 나섰다.

부우우웅!

까아아앙!

묵직한 바람 소리를 낸 모닝스타가 한발 앞서 달려드는 암흑 병사의 몸뚱이를 후려쳤다.

반 이상 몸뚱이가 옆으로 꺾인 암흑 병사가 저만치 날아가 기둥에 부딪혔다.

기둥에 부딪히기도 전에 놈이 끝장났음을 확신할 수 있었다.

“하앗!”

린이 지면을 박차며 허공으로 날아올랐다.

동시에 나도 몸을 튕겨 앞으로 튀어 나갔다.

우리가 노리는 것은 왼쪽… 앞서 달려들다가 끝장이 난 놈을 보고서 양옆으로 흩어진 놈 중의 하나였다.

“캬아아악!”

자신의 머리와 다리를 동시에 노리고 달려드는 나와 린을 확인한 놈이 당황한 듯 괴성을 질러댔다.

직선과 포물선의 거리 차로 내가 먼저 놈에게 다다랐다.

크게 아수라 스워드를 휘두르며 바닥 쓸기 스킬을 시전했다.

슈하악….

놈이 제자리에서 점프하며 날아드는 아수라 스워드를 피했다.

하지만, 곧장 허공에서 내리찍는 린의 먼지떨이에 시커먼 아지랑이로 형성된 대가리가 깨졌… 아니, 산산이 흩어졌다.

푸스스스….

가볍게 놈을 처리한 뒤, 오식이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녀석은 이미 두 번째 놈을 끝장내고서 우리를 쳐다보고 있었다.

‘흠… 더 살려 둘 걸 그랬나?’

한 놈씩 상대해야겠다는 생각에 셋을 살려 뒀는데, 어째 좀 모자라고, 아쉬운 마음이었다.

“크으으으!”

별다른 성과 없이 끝장이 난 암흑 병사들의 모습에 알프레도가 또다시 노기를 내뿜었다.

역시나 어깨 위로 시커먼 아지랑이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뭐, 이전과 똑같은 짓을 되풀이할 게 분명한 상황.

하지만, 이번에는 그 과정이 조금 달랐다.

“이놈들, 재주가 제법이구나. 어쩔 수 없지….”

나름의 칭찬과 함께 놈이 아랫입술을 살짝 깨물고는 미간을 꿈틀거렸다.

그러고는 다시금 입을 열었다.

“거룩하신 주인님의 충실한 종 알프레도가 간청합니다. 부디, 제 뜻을 받아 주시옵소서!”

왠지 거창한 주문처럼 들리는 알프레도의 외침.

그에, 단상 위의 화려한 의자에서 빛이 번쩍였다.

“드디어 나오나 보다.”

화려한 의자에 시선을 꽂으며 말했다.

약간의 흥분과 신남이 깃들어 있었다.

번쩍번쩍!

샤라라라랑….

번쩍임에 이은 핀 조명의 효과, 거기에 금빛 가루의 흩뿌림 등이 화려한 의자 부근에서 멋들어지게 연출됐다.

어째 그 모습 또한 기가 막힌 돈 지랄처럼 여겨졌다.

두둥….

마침내 저주받은 저택의 주인인 리차드가 그 모습을 드러냈다.

“헉!”

린이 가장 먼저 반응했다.

놀라움과 허탈감 같은 것이 뒤섞여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저주받은 저택의 메이드인 린이었지만, 여차여차한 연유와 이유로 리차드를 처음 보는 상황이었다.

더불어 엄청난 갑부에 못 해도 귀족쯤은 될 법한 직위나 위치는 물론, 상당한 미인 축에 드는 로레나를 아내로 둔 그였기에 어느 정도 예상되고, 상상되는 이미지가 있을 터였다.

가령, 멋들어지고, 화려함이 넘치는 의복과 자태.

인자하고, 너그러우며, 부티가 좔좔 흐르는 기름진 얼굴에 가만히 있어도 후광이 비칠 것 같은… 일반인은 감히 범접할 수 없는 금수저만의 포스 같은 것들 말이다.

하지만, 눈앞에 모습을 드러낸 리차드의 실체는 그런 것들을 가볍게 무시하는 수준의 이미지다.

셋은 충분히 앉을 수 있을 것 같은 화려한 의자가 모자랄 만큼 거대한 몸….

뭐, 이것도 좋게 말해서 거대함이지, 실제로는 뒤룩뒤룩 찌고, 차오르다 못해 넘쳐나는 살덩이의 돼지나 다름이 없었다.

멋이나 화려함보다는 과함으로 눈살이 찌푸려지는 의복이나 치렁치렁 두른 액세서리들도 매우 지랄 맞다.

돼지 목에 진주 목걸이란 말의 뜻을 단번에 이해할 수 있음은 물론, 누군가 그의 모습을 보고서 만든 말이 아닐까 싶을 정도였다.

린이나 오식이와 달리, 리차드의 실체에 관한 정보를 이미 알고 있던 나였다.

그런데도 이토록 충격적이거늘… 린이 얼마나 놀랐을지 사뭇 이해가 되는 부분이었다.

‘킁… 역시, 신은 공평하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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