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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성하니 소환수가 생겼다-130화 (130/240)

각성하니 소환수가 생겼다 (130)

리차드의 등장과 실체에 한눈을 팔고 있는 동안, 알프레도의 시커먼 아지랑이가 쓰러진 암흑 병사 세 놈을 모두 다시 깨워 냈다.

“그르르….”

“캬아아….”

“그륵그륵….”

정신을 차리고 놈들을 주시했다.

알프레도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거룩하신 주인님의 충실한 종 알프레도가 간청합니다. 부디, 미천한 저희에게 주인님의 영광스러운 축복을 내려 주십시오.”

그의 외침에 리차드가 반응했다.

“허허허!”

기분 좋고, 호탕한 웃음과 함께 리차드가 허공에 대고 손을 한 번 휘저었다.

그의 손길을 따라 금빛의 가루가 흩뿌려졌다.

곧장 눈앞에 있는 암흑 병사들의 몸에도 금빛 가루의 반짝임이 일었다.

샤라라….

채앵! 챙! 챙!

뜬금없는 금속성이 이어졌고, 놈들의 몸에 갑옷의 형태를 띤 잔상이 겹겹이 쌓이는 듯한 특수 효과 같은 광경이 연출됐다.

실체는 없었다.

놈들의 모양새는 그대로였다.

하지만, 놈들의 방어력이 상승했음은 확실했다.

이름하여 ‘재력의 갑옷’이라 불리는 리차드의 특수 기술이었다.

딱 봐도 알겠지만, 상상도 할 수 없는 수준의 갑부 콘셉트를 가진 리차드였다.

해서, 그의 스킬들은 죄다 돈으로 해결(?), 연결이 된다.

지금 사용한 재력의 갑옷은 당연히 방어력을 올려 주는 버프 스킬이었고, 이와 같은 느낌으로 ‘재력의 검’이라는 공격력 상승의 버프도 사용한다.

두 가지 스킬을 동시에 사용하지는 않지만, 일단 버프를 받은 놈들을 상대하는 것 자체가 지랄 맞기에 짜증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오식아, 방어력이다. 이제는 좀 더 강하….”

퍼어어어억!

푸스스스….

내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오식이에게 명치를 얻어맞은 암흑 병사가 시커먼 아지랑이를 흩날리며 나가떨어졌다.

이어, 옆에 있던 다른 놈마저도 오식이는 한 방에 해치워 버렸다.

“쩝….”

입맛을 다시며 근처에 있는 놈을 향해 시선을 던졌다.

놈 역시, 용감하게 달려든 린의 공격을 30여 초도 채 버티지 못하고 시커먼 아지랑이를 흩날리며 쓰러져야 했다.

“킁….”

….

고오오오….

알프레도가 만들어 낸 시커먼 아지랑이가 또다시 암흑 병사들을 일으켜 세웠다.

“그륵그륵….”

“그르르르….”

“캬아아아….”

리차드를 향한 알프레도의 부탁도 이어졌다.

“…영광스러운 축복을 내려 주십시오.”

샤라라….

채앵! 챙! 챙!

금속성과 함께 검의 잔상이 놈들의 몸에 깃들었다.

공격력이 상승한 놈들이 쌩쌩한 상태로 우리를 향해 달려들었다.

“크르르!”

퍼어어억!

“이야압!”

촤아아악!

“죽어!”

파샷! 팟! 팟!

다시금 놈들을 처리했다.

몇 번이나 비슷한 과정을 거치며, 놈들과 싸웠는지 모르겠다.

30번? 아니, 40번인가?

버프니 뭐니 해도 애초에 상대가 되지 않는 놈들이었다.

시간이 갈수록 공격과 움직임 등에도 익숙해졌다.

더욱더 놈들은 우리의 상대가 될 수 없었다.

“이거 너무 쉽잖아? 역시, 좀 더 살려 둘 걸 그랬어!”

처음엔 너무나 쉽고, 가볍게 놈들을 처리한 탓에 자신감과 우쭐함이 하늘을 찔렀다.

하지만, 굉장히 섣부른 판단과 오산이었고, 경솔하기 그지없는 자만이었다.

다들 눈치를 챘겠지만, 암흑 병사로 거듭난 놈들은 죽지 않는다.

우리가 지금껏 몇 번이고 상대한 세 놈은 여러 차례의 전투와 죽음을 맞이하며, 멀쩡하게 남은 신체가 거의 없었다.

대신에 온몸이 알프레도가 만들어 낸 시커먼 아지랑이로 대체 됐다.

시커먼 아지랑이는 공격을 받으면 흩어져 사라지지만, 알프레도에 의해 다시 채워짐을 반복했다.

그렇다.

끊임없는 부활과 끝나지 않는 전투를 계속 이어 나가야 한다는 소리다.

내가 얘기를 한 적이 있는지 가물가물하지만, 무작정 도망을 칠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저택의 3층에 올라, 늘어진 줄을 잡아당기고 난 후에 이어지는 알프레도의 배려….

그에 따른 선택으로 경계선을 넘은 뒤 공간이 화려하게 바뀌고 나면, 다른 곳으로의 이동이 불가했다.

룰….

저택의 2층에서처럼 이곳 3층에서도 경계선을 넘으면 특정한 조건… 리차드를 처치하는 등의 조건을 만족시켜야만 이전이나 다음의 공간으로 넘어간다는 룰이 존재하는 까닭이었다.

아무튼….

쓰러진 놈들이 시커먼 아지랑이에 의해 부활하고, 리차드의 버프를 받은 뒤 우리에게 다시 달려들기까지는 약 5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됐다.

처음엔 이마저도 길다고 여기며 지루해했었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같은 5분의 시간이 점점 짧아지고 있었다.

여유가 없어진다는 얘기로 새로 태어난 것 같은 놈들과 달리 우리는 시간이 흐를수록 체력이 떨어지기 때문이었다.

물론, 놈들을 쓰러뜨릴 때마다 경험치를 얻는다.

더불어 이 끝없이 이어지는 전투를 끝낼 방법도 있었다.

놈들을 계속해서 부활시키는 알프레도를 처리하면 된다.

그러나 그것은 이 지긋지긋한 쳇바퀴를 끝내는 방법일 뿐.

이어지는 상황은 지금보다 더 어렵고, 힘들며, 위험하기 그지없다.

알프레도의 죽음은 저주받은 저택 3층의 보스인 리차드와의 맞대결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리차드의 레벨은 35다.

나나 린은 턱도 없을 게 분명했고, 하이 오크로 진화하며 강력한 힘을 얻은 오식이라도 아직은 상대할 수준이 아니었다.

레벨도 레벨이지만, 사용하는 스킬들이 상당하고, 황당하여 동급 레벨의 각성자들은 비빌 수조차 없다는 게 일관된 정보였다.

“젠장!”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

지금은 그저 지랄 같이 이어지는 암흑 병사 놈들과의 전투를 이어 나갈 수밖에 없었다.

‘아직 멀었나?’

이 쳇바퀴 같은 지옥을 벗어날 또 다른 방법… 일몰의 시간을 애절하게 기다리면서 말이다.

….

“그르르르!”

촤아아아….

“꺄악!”

암흑 병사의 공격에 당한 린이 비명을 내질렀다.

“이런, 개자식!”

분노의 욕설을 뱉어 내며 놈을 향해 달려들었다.

절뚝절뚝….

이미 왼쪽 다리를 다친 탓에 움직임이 빠르지도, 원활하지도 않았다.

그때였다.

절뚝이며 놈을 향해 다가가는 내 곁을 스치는 거대한 그림자.

“크아아앙!”

오식이가 격한 포효를 토해 내며, 린의 복수가 담긴 모닝스타를 놈에게 작렬시켰다.

슈하아아아아학!

콰아아아아앙!

놈의 몸을 일자로 가른 모닝스타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나무 바닥에 꽂혔다.

“크륵… 크륵….”

한껏 차오른 숨을 거칠게 뱉어 낸 오식이가 린을 향해 시선을 던졌다.

녀석을 따라 나도 린을 쳐다봤다.

“하아, 하아….”

린은 제 팔뚝을 감싼 채 주저앉아 있었다.

새하얀 피부 위로 붉은 핏줄기가 선명하게 흘러내리고 있었다.

“괜찮아?”

하면서도 민망한 물음을 던졌다.

고통을 참아내는 것이 역력한 표정으로 린이 고개를 끄덕였다.

“괘, 괜찮습니다.”

아무리 봐도 전혀 괜찮지 않아 보였다.

“크르르….”

오식이의 상태도 정상은 아니었다.

워낙에 단단한 피부와 몸뚱이를 지녔기에 특별히 다치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지쳐있음이 확연할 정도로 눈에 띄었다.

평소에는 숟가락만큼이나 가볍게 가지고 노는 모닝스타를 제대로 들지도 못하고, 질질 끄는 것만 봐도 딱 그래 보였다.

“주인님은 좀 어떠세요?”

린이 제 몸 걱정만으로도 모자랄 판에 내 걱정까지 할 정도로 나 역시 상태가 메롱이었다.

방금 끝난 전투의 전전 턴에 불의의 일격을 당한 까닭이었다.

‘점프를 하지 말았어야 했어….’

당시의 상황을 떠올리며, 깊은 후회를 했다.

괜히 폼을 잡아 보겠다고 무리하게 점프 공격을 한… 온전한 나의 실수이자, 멍청한 짓거리의 결과였다.

“그르르르….”

“캬아아….”

“그륵그륵….”

놈들이 다시 깨어났다.

알프레도의 음성이 이어졌다.

“거룩하신 주인님의 충실한 종 알프레도가 간청합니다. 부디, 미천한 저희에게….”

알프레도의 청에 리차드가 지랄 같이 웃으며 바로 반응했다.

“허허허!”

샤라라….

채앵! 챙! 챙….

암흑 병사 놈들에게 재력의 검 버프가 걸렸다.

놈들이 살기 어린 눈빛으로 우리를 노려봤다.

“오식아… 부탁한다.”

아랫입술을 질끈 깨물며 말했다.

고개를 힘차게 끄덕인 오식이가 놈들을 향해 한 발짝 나섰다.

“크르르… 크아아아아앙!”

으르렁거림에 이은 포효가 어떤 비장함을 표출하는 것 같았다.

“캬아아아아악!”

암흑 병사 한 놈이 괴성을 내지르며 먼저 몸을 날렸다.

앞을 막아선 오식이를 향해서였다.

파앗! 팟!

다른 두 놈은 한 템포 늦게 양옆으로 움직였다.

“앗!”

그 중 한 놈의 움직임과 방향이 심상치 않음에 몸이 절로 움찔거렸다.

오른쪽으로 몸을 날린 놈은 급격히 방향을 틀어 오식이를 노렸지만, 왼쪽으로 움직인 놈은 꽤 멀리 돌아가는 루트로 이동하더니만, 바닥에 주저앉아 있는 린을 향했기 때문이었다.

“크륵!”

오식이도 놈의 움직임을 간파했다.

하지만, 먼저 자신을 향해 달려드는 놈부터 처리해야 할 상황이었다.

부우우우웅!

오식이의 모닝스타가 아래쪽에서부터 위로 커다란 반원을 그리며 휘둘러졌다.

공기를 가르는 묵직한 소리만큼이나 위력적이고, 어마무시했다.

제대로 맞으면 그냥 골로 가 버릴 게 확실했고, 스치기만 해도 중상 내지는 치명상의 수준이었다.

그러나 이는 휘둘러진 모닝스타에 상대의 몸 어딘가가 닿아야만 얻을 수 있는 결과였다.

이렇게 말하는 이유는 오식이의 공격이 실패로 돌아갔음을 말하려 하는 것이었다.

린을 향해 움직이는 놈에게 잠시 한눈을 팔았기 때문이었을까?

달려드는 놈을 노린 모닝스타의 궤적과 타이밍이 미묘하게 어긋났다.

“키이이익!”

깻잎 한창 차이쯤으로 빗겨 나간 모닝스타에 놀란 놈이 호들갑스럽게 괴성을 질러댔다.

그 순간.

콰아아아악!

뭔지는 모르겠지만, 소름부터 돋는 묘한 소리가 귀와 온몸의 신경을 자극했다.

본능적으로 시선을 움직였다.

“키키키키….”

지랄 같은 웃음소리와 함께 오식이의 옆구리 부근… 녀석의 커다란 덩치와 내가 있는 위치, 각도 등으로 만들어진 사각에서 암흑 병사 한 놈이 고개를 내밀었다.

“…??”

잠시 멍해졌다.

상황 판단이 빠르게 이루어지지 않았다.

순간, 오식이가 비명을 내질렀다.

“크아아악!”

이어, 오식이의 옆구리에서 핏줄기가 뿜어져 나왔다.

암흑 병사 놈이 고개를 내밀었던 바로 그곳이었다.

“오, 오식….”

“꺄아악!”

오식이를 향해 손을 뻗는 순간, 반대편에서 린의 찢어지는 비명이 울려 퍼졌다.

바로 고개를 돌렸다.

바닥에 주저앉아 있던 린이 아예 쓰러져 있었다.

그런 린 앞에 선 암흑 병사 놈의 공격이 이어지려 하고 있었다.

‘어느 쪽?’

둘 모두에게 도움을 줄 상황이 아니었다.

한 쪽은 포기하고, 다른 한 쪽을 향해 몸을 날려야 했다.

고민하는 것 자체부터가 사치였지만, 어느 쪽을 택해야 할지 난감했고, 어려웠다.

고개는 린을 향해 돌아가 있었다.

몸은 오식이 쪽으로 향해 있었다.

본능적으로 몸이 앞으로 움직였다.

움찔….

그게 끝이었다.

“크읏!”

상처 입은 다리가 마비를 일으키며 움직임을 멋대로 제지했다.

‘제, 젠장….’

대체, 고민은 왜 했던 것일까?

둘 중 하나가 아니라 누구에게도 도움을 주지 못한 최악의 결과가 만들어졌음에 참담함의 쓴맛을 느껴야만 했다.

“캬아아아!”

그 사이, 모닝스타를 가까스로 피했던 암흑 병사 놈이 괴성을 내지르며 오식이를 향해 달려들었다.

뒤로는 끔찍함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날카로운 타격음과 린의 비명이 쏟아졌다.

촤아아악!

“꺄아아아악!”

질끈!

아랫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비릿한 피 맛이 입안을 적셨다.

처억!

메고 있던 엘프의 활을 꺼내 들었다.

화살을 장전하며 몸을 돌려세웠다.

오식이가 옆구리를 공격한 암흑 병사 놈을 붙잡고는 미친 듯이 달려드는 다른 암흑 병사 놈을 향해 집어 던지려는 것을 확인한 뒤였다.

끼이이익….

팅!

빠른 조준과 함께 팽팽하게 당겨진 활시위를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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