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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성하니 소환수가 생겼다-112화 (112/240)

각성하니 소환수가 생겼다 (112)

더블샷의 5단계 마스터.

그로 인한 최종 단계의 파탄이었다.

레벨 업도 할 수 없고, 신체적 능력치도 올릴 수 없는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성장은 스킬의 숙련도를 올리는 것뿐이었다.

“이대로 가다가는 몸이 녹슬지도 몰라! 감각도 유지해야 하고, 잘 다듬어 놔야 언제든 쓸 수 있지!”

뭐, 말은 그렇게 했지만, 진심으로 할 일이 없고, 심심한 탓에 장난처럼 시작된 일이긴 했다.

마을 근처나 좀 더 먼 숲에서 작은 토끼와 노루, 이따금 곰을 잡아가며 연습했다.

경험치는 오르지 않는 듯했지만, 스킬의 숙련도를 올려 주는 아수라 스워드의 옵션 덕에 더블샷을 마스터할 수 있었다.

더불어 아무리 해도 모자랄 것만 같은 ‘고기 보충’에 나름의 기여도 했고 말이다.

아무튼.

최종 단계의 파탄….

정확히 말해 2단계의 파탄은 1단계보다 조금 더 정밀한 형태와 상황을 만들어 낼 수 있게 바뀌었다.

직전에 봤던 것처럼 연이어 발사되는 화살의 속도와 거리를 나름으로 조절할 수 있으면, 기존의 것보다 폭발의 위력도 강력해졌던 것.

….

“끄으응….”

“크르르….”

네 놈이 파탄의 폭발과 파편으로 쓰러진 채 괴로워하고 있었다.

모르긴 몰라도 더는 전투에 참여할 수 없을 듯 보였다.

‘이제 열하나 남은 건가?’

아직도 수적으로는 열세였다.

그러나 딱히 걱정은 되지 않았다.

걱정은 오히려 나를 향해 있는 대로 인상을 구겨대고 있는 대가리 놈이 하고 있을 듯.

“크르르르!”

놈이 대놓고 으르렁거렸다.

그에, 주변에 있던 다른 놈들이 우물쭈물하고, 안절부절못해댔다.

“잡아라! 죽여! 당장 죽이라고!”

흥분과 분노로 가득한 놈의 고함이 떨어지고 나서야 놈들이 움직였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크아아아앙!”

난데없이 울려 퍼진 우렁찬 포효와 곧장 이어진 둔탁한 소리에 내게로 향해 있던 시선이 모두 그쪽으로 쏠렸다.

나 역시 소리가 들려온 곳으로 시선을 옮겼다.

거대한 흑색의 몸뚱이가 허공에 붕 떴다가 바닥으로 떨어지며 굴러가는 엄청난 광경을 목격할 수 있었다.

“와우….”

탄성이 절로 흘러나왔다.

‘역시는 역시였군!’이란 생각이 바로 이어졌다.

느리고 둔하지만… 게다가 상당히 멍청하긴 하지만, 힘만큼은 오식이와 견줄 만하지 않을까 싶었던 카므스의 활약이 폭발하고 있었다.

“크아아앙!”

카므스가 다시금 포효했다.

이어, 육중한 몸을 그대로 날렸다.

“크읏!”

말에 올라탄 놈이 놀랐고, 놈이 타고 있는 말은 더욱더 놀랐다.

3옥타브쯤 될 법한 소리를 내며 앞발을 허공으로 치켜든 말이 미친 듯이 발버둥을 쳐댔다.

그에, 말에 타고 있던 놈이 뒤로 굴러떨어졌다.

쿵!

충격이 대단할 듯싶었다.

하지만, 더 큰 충격이 기다리고 있었다.

휘익!

터어어엉!

한 번 더 몸을 날린 카므스가 쓰러진 놈의 배 위로 올라탔다.

전혀 상대를 배려하지 않은 육중하고, 파워풀한 깔아뭉갬이었다.

“크어억!”

놈이 격한 비명을 내질렀다.

그러나 이제부터가 진짜 지옥의 시작이었다.

“크르르!”

흥분으로 가득한 으르렁거림을 토해 낸 카므스가 양손을 머리 위로 한껏 들어 올렸다.

그러더니 있는 힘껏 내리치기 시작했다.

퍼억! 퍽! 퍼어억….

완벽한 마운트 포지션과 가공할 파워의 연속된 파운딩.

끝과 죽음이란 단어가 너무나 자연스럽게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갔다.

‘이제 아홉인가?’

벌써 여섯 놈이나 쓰러졌다.

승기가 점점 더 우리 쪽으로 기울고 있었다.

그때였다.

서서히 기울던 바늘을 확 잡아당기는 일이 이어졌다.

당연히 우리 쪽으로 기울도록 잡아당기는 일이었다.

“이야압!”

익숙하면서도 당당함과 용맹스러움이 물씬 풍기는 기합 소리가 높게 울려 퍼졌다.

흡사, 잔상이 뒤따르는 듯한 재빠른 움직임의 실루엣이 마을 회관의 지붕 위에 나타났다.

그것은 이내 허공을 날더니만, 이제 막 마을 회관의 지붕 위에서 아래쪽으로 내려오던 놈들 사이를 파고들었다.

린이었다.

“이얍! 얍! 얍!”

린의 거침없는 기합 소리가 이어졌다.

예상치 못한 난입과 재빠른 공격에 놈들이 혼비백산했다.

춤을 추듯 휘둘러지는 빗자루에 난타를 당한 놈들이 뒤로 주춤주춤 물러나고, 제 발에 걸려 넘어지며 엉덩방아를 찧어댔다.

“호오….”

린은 실로, 엄청나게 화려한 공격과 움직임을 선보이고 있었다.

그에, 놈들이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작고 가벼운 데다가 혼자서 여럿을 상대하는 통에 제대로 된 직격탄이나 치명상을 입히지 못하고 있는 상태였다.

이대로 시간이 흐른다면, 린이 먼저 지치거나 상황을 파악한 놈들이 기회를 잡아 흐름을 역전해 버릴 것이 분명했다.

아니, 이미 놈들이 조금씩 정신을 차리며 린을 압박하려 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번에도 한 발… 아니, 한 놈 더 남았다.”

피식하는 조소와 함께 낮게 흘려 낸 혼잣말.

그것이 끝나기가 무섭게 카므스의 포효를 능가하는 쩌렁쩌렁한 울부짖음이 주변의 공기를 쩍쩍 가르며 울려 퍼졌다.

“크아아아아아앙!”

어마무시한 포효에 버금가는 요란한 등장이 이어졌다.

우지끈!

쿵쿵쿵….

나무가 부서지는… 필시, 우리가 몸을 숨기고 있던 마을의 울타리를 그대로 부수며, 육중한 몸을 내달리는 묵직한 발소리와 함께 녀석이 등장했다.

그러면서 등장 직전부터 빙글빙글 돌려대던 팔과 주먹을 힘껏 내질렀다.

퍼어어엉!

진심, ‘쾅’ 하는 소리와는 다른 소리가 났다.

그 소리와 걸맞게… 린을 압박하기 시작한 놈 중 하나의 머리통이 풍선처럼 터지며 그대로 사라져 버렸다.

누가 봐도 말문이 막힐 엄청난 광경이었다.

“헛!”

“헉!”

“…??”

주변에 있던 놈들의 움직임이 순식간에 멈췄다.

경악에 찬 눈빛과 표정으로 갑자기 나타난 엄청난 상대를 바라보고만 있었다.

그러다가 시선을 반대편으로 돌렸다.

눈앞에 벌어진 상황에 다시금 경악하며 놀라워했다.

“…??”

처음엔 놈들의 반응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러다 알게 됐다.

“크아아아앙!”

“크아아아아앙!”

마치, 누가 더 크게 내지르는지 대결하듯 주고받는 오식이와 카므스의 포효가 이어진 직후였다.

‘허, 이리 보니까 정말 쌍둥이 같네….’

거리가 꽤 되기에 고개를 양쪽으로 돌려야만 하나씩 볼 수 있는 두 녀석의 모습이 너무나 닮아 있었다.

정확지는 않지만, 놈들로서는 저쪽에 있던 덩치가 순간 이동이라도 한 듯 갑자기 이쪽에서 나타난 것처럼 보였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게 아니라면, 생각지도 못한 막강한 적이 두 명으로 늘어난 것에 놀라고, 당황스러웠을지도 모르고 말이다.

이제 여덟… 아니, 방금 또 한 놈의 모가지가 오식이의 손에 꺾였으니 일곱 놈 남았다.

이내 그 수는 더 줄어들 터였다.

이어지는 오식이의 활약과 이제는 여럿을 상대하는 것이 아니라 한 놈만 집중적으로 후려치는 린 때문에 말이다.

….

예상처럼 놈들의 수가 확 줄어들기까지는 5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훗! 끝났군….”

완전한 여유와 느긋함을 드러내며 충분히 벌리고 있던 놈들과의 거리를 좁혔다.

“다들 일어나세요.”

주변의 놈들을 정리한 린이 묶여 있던 론 일행들을 풀어 줬다.

마음에 두고 있던 린 앞에서 꼴불견과 추태를 보인 것이 부끄러웠을 론의 얼굴이 참으로 볼만했다.

열다섯이었다가 이제는 겨우 셋밖에 남지 않은 놈들은 한자리에 몰려 있었다.

그런 놈들을 일곱이나 되는 우리가 포위하듯 에워쌌다.

완전한 전세 역전이었다.

“크으….”

여전히 말 위에 앉아 있던 대가리가 인상을 구겼다.

나머지 두 놈은 당황과 두려움의 눈빛으로 조심스레 우리를 둘러보는 중이었다.

“당장 말에서 내려와 인마! 어디 건방지게스리….”

놈을 향해 비꼼을 가득히 담아 말했다.

뭐, 자존심 때문에라도 내 말을 들을 리 없었다.

그렇다고 오래 버틸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당장에 놈을 말 위에서 끌어 내리고 싶어 안달인 녀석들이 이를 갈고 있었으니까.

스윽….

대가리가 품 안으로 손을 집어넣었다.

나를 포함한 일곱 전원이 움찔하며 반응했다.

그러자 놈이 상황을 예상했다는 듯이 침착하게 대처했다.

“워워… 진정들 하라고. 별것 아니니까.”

그러고는 품 안으로 집어넣었던 손을 얌전히 꺼냈다.

놈의 손에는 제법 두툼하고 긴 갈색의 무언가가 들려 있었다.

‘엥? 저, 저건….’

그것은 담배… 얼핏 봐도 ‘시가’처럼 생긴 것이었다.

놈이 꺼낸 것을 보자마자 머릿속이 번쩍했다.

오식이의 프로필에 적혀 있는 좋아하는 것… 그 안에 담배라는 항목이 들어 있었다.

오래전, 오식이에게 담배가 무어냐 물은 적이 있었다.

그저 단순한 호기심… 내가 알고 있는 그 담배가 그 담배인지 하는 궁금함 때문이었다.

그에, 녀석은 모른다고 답했다.

녀석의 답변에 그러냐며 어깨를 으쓱했고, 이후로 묻지 않았다.

그러다 린의 진화 사건을 겪고서는 녀석에게 다시 담배에 관해 물었다.

여전히 모른다는 답변을 들었지만, 내 관심은 끊이지 않았다.

그것이 오식이의 진화에 필요한 아이템이라 여겼기 때문이었다.

“하, 이상하네….”

하지만, 아무리 눈을 씻고 뒤져도 오크에게서 담배를 얻었다는 정보는 찾을 수 없었다.

“설마, 일반 담배는 아니겠지?”

그럴 일은 없을 듯했다.

뭐, 혹시나 하는 마음에 A 구역에 들렀다가 담배 한 갑을 사서 주기도 해 봤지만, 역시나 아무런 효과도 없었다.

“그래… 분명히 얻을 수 있을 거야!”

포기란 없었다.

오식이의 진화에 필요한 아이템이란 생각과 어떻게든 얻을 수 있다는 희망도 버리지 않았다.

어떠한 정보에도 기록되지 않은 아이템인 클린의 메이드 복과 앞치마를 구한 것처럼 뭔가 특별한 방법이나 상황에 얻을 수 있다는 기대를 굳게 믿었다.

‘역시….’

내 희망과 기대, 예상이 옳았음에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

내가 이런저런 생각에 잠시 빠져 있던 사이, 놈이 여유롭게 불을 붙이고는 하얀 연기를 모락모락 뿜으며 담배를 피워댔다.

아무도 놈을 제지하거나 어떤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아니, 여전히 흥분을 가라앉히지 않은 카므스만이 당장에라도 놈을 향해 달려들 것처럼 씩씩거리고 있었다.

“워… 진정하라니까? 뭐를 하더라도, 코바타 한 대 피울 여유는 괜찮잖아?”

놈이 어디선가 들어 본 것만 같은 대사를 여유롭게 읊어대고는 정말이지 느긋하게 담배를 끝까지 피워댔다.

그런 놈을 향해 물었다.

“이봐! 혹시, 담배 남은 것 좀 있어?”

내 물음에 놈이 살짝 움찔했다.

그러고는 나를 빤히 내려다봤다.

말 위에 타고 있기에 어쩔 수 없는 내려다봄이었지만, 기분이 과히 좋지는 않았다.

하지만, 놈의 대답을 얌전히 기다렸다.

잠시 틈을 준 놈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지금 뭐라고 했지? 담배?”

“그래, 네가 지금 피우고 있는 그거!”

“너… 코바타를 알고 있나?”

“당연하지. 남녀노소… 아, 소는 안 되지만, 많이들 피우는 기호 식품이니까.”

“흐음….”

놈이 꽤 심각한 얼굴을 했다.

그러면서 담배의 마지막 한 모금을 깊게 빨아대고는 길게 연기를 뿜어냈다.

이어, 다 타들어 간 담배를 바닥에 떨어뜨린 놈이 말에서 훌쩍 뛰어내렸다.

“미안, 내가 가진 코바타는 한 개비뿐이었다!”

놈의 말투에는 전혀 미안함이 담겨 있지 않았다.

대신에 온몸의 힘을 끌어올리고, 폭발시키는 듯한 느낌으로 말의 끝을 장식했다.

이내, 놈이 내 시야에서 훅하니 사라져 버렸다.

슈슉!

촤아아악!

기묘한 소리와 함께 놈이 다시 내 시야에 들어온 것은 놀랍게도 몇 미터나 떨어진 곳에서였다.

“헐….”

갑자기 사라진 것처럼 보인 것도 놀라웠지만, 더욱더 놀라운 일이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놈이 저보다 조금 더 큰 카므스의 목을 한 손으로 움켜쥔 채, 허공으로 녀석을 들어 올리고 있었다.

“크으읏!”

카므스가 괴로운 신음을 흘리며 허공에 뜬 발을 바둥거려댔다.

정말이지 놀랠 노자였다.

“크륵!”

제일 먼저 오식이가 정신을 차리고는 놈을 향해 으르렁댔다.

나도 곧 정신을 차렸다.

놈이 슬쩍 고개를 돌리고는 여유와 자신감을 짙게 드러내며 낮게 읊조렸다.

“나서지 마라, 곧 모두 다 상대해 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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