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각성하니 소환수가 생겼다-111화 (111/240)

각성하니 소환수가 생겼다 (111)

그랬다.

지금의 상황… 솔직히 파스트까지는 잘 모르겠고, 어린 세타니가 위기에 처한 이 상황에서 나만큼 흥분하고, 열을 내는 또 하나.

머저리 같은 론과 녀석들 외에 놈들과 맞서 싸울 수 있는 마부투의 유일한 전사 타입의 존재.

우리(?)에겐 카므스가 있었다.

비록, 지능이 좀… 아니, 한참이나 떨어지고, 느림보처럼 둔하기는 하지만, 겉모습만큼은 처음 보는 이들에게 충분한 위압감을 선사할 수 있으리라.

그 정도면 됐다.

놈들이 어린 세타니에게 한 짓 때문에 욱하는 성질을 참지 못하고서 이렇게 나서게 됐다.

하지만, 솔직히 열다섯이나 되는 놈들을 혼자서 상대하기에는 한참이나 무리가 있었다.

뭐, 뒤에 있는 오식이와 린이 곧 합류하여 도움을 줄 테지만….

아! 오식이는 나서지 않으려나?

아니다.

녀석도 분명 나설 것이다.

아무튼.

셋이서 힘을 합친다 해도 정면으로 맞서는 건 멍청한 짓이었다.

‘넷으로도 어림없기는 하지….’

냉정하게 따진다면 넷도 별다를 게 없었다.

하지만, 나는 물론이고, 놈들의 예상에도 없었을 카므스의 등장으로 관심과 시선이 쏠린 지금이라면, 우리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좀 더 유리하게 상황을 만들어 갈 수도 있었다.

기습!

그리고 저격!

내게는 여전히 검보다 손에 익은 활이 들려 있었다.

지금의 어수선한 틈을 노려 놈들의 수를 하나라도 줄인다면, 상황은 우리 쪽으로 기울 것이 분명했다.

처억!

당장에 크로스로 메고 있던 엘프의 활을 꺼내 들었다.

그 사이, 완전히 모습을 드러낸 카므스가 근육을 자랑하는 보디빌더처럼 포즈를 취하며, 전보다 더 크고 우렁찬 포효를 마음껏 내지르고 있었다.

“크아아아아아앙!”

예상대로 열다섯이나 되는 놈들의 모든 관심과 시선이 카므스를 향했다.

“뭐야? 저놈은….”

“오, 제법 큰데?”

일부의 어수선한 반응에 목소리를 높이던… 무리의 대장 격인 놈이 불편함을 잔뜩 드러냈다.

“뭣들 하나? 당장에 놈을 잡지 않고!”

그제야 다른 놈들이 정신을 차리고는 카므스를 향해 움직였다.

‘지금이다.’

더욱더 시선이 카므스에게 쏠린 지금이 기회라 여기며 활시위를 팽팽하게 당겼다.

곧장, 놈… 대장질을 해대고 있는 놈을 정확히 조준했다.

이런 상황에서 제일 먼저 노려야 할 것은 무리의 대가리였으니까.

끼기긱….

카므스를 향해 말을 몰고 달려가는 두 놈.

그런 놈들을 향해 쿵쿵거리며 용감히 뛰어드는 카므스.

그 모습을 지켜보는 무리의 대가리와 놈을 정확히 조준하고 있는 나.

모든 상황이 동시에 이루어지고 있었다.

숨 막힘과 긴장감으로 가득한… 말 그대로 일촉즉발의 상황이었다.

그러나 우리 쪽이 조금 더 유리해 보였다.

카므스와 놈들의 격돌보다 내가 당기고 있는 활시위를 놓는 것이 더 빠를 듯했으니까.

날아간 화살이 놈의 머리통을 꿰뚫고 나서야 놈들은 상황 파악이 될 테니까.

그때였다.

가늘게 뜬 눈까지 사용하여 확실하게 조준을 마치고는 줄이 끊어질 정도로 끝까지 당겼던 활시위를 이제 막 놓으려던 찰나!

예상 밖의 상황이 먼저 일어났다.

놀랍지만, 이번에도 예상 밖의 상황을 만들어 낸 것은 카므스였다.

쿵쿵쿵….

자신을 향해 달려드는 놈들을 향해 맹렬한 기세로 뛰어들던 카므스가 갑자기 허공으로 붕 떠올랐다.

아무리 좋게 보려 해도 멋들어진 점프는 아니었다.

두 번도 채 되지 않을 허우적거림.

그렇게 이어진 장렬하면서도 처참한 낙하.

진정으로 꼴불견인 모습이었다.

철푸덕….

요란한 소리와 함께 추락한 카므스는 땅바닥과 한 몸이 된 듯, 대짜로 뻗은 채 꿈쩍도 하지 못했다.

힘차게 말을 몰며 달려가던 두 놈 중 하나가 깜짝 놀라서는 급히 말 머리를 돌렸고, 다른 한 놈 역시 급하게 고삐를 당겨 말을 멈춰 세우다가 휘청이며 바닥으로 곤두박질쳤다.

뭐, 카므스도 그렇고, 놈들이 어찌 되든 상관이 없었다.

문제는 뜻밖의 상황과 지랄 같은 광경에 조준이 흔들렸고, 활시위마저 놓쳐 버렸다는 것이었다.

티잉!

쐐애액!

빠른 속도로 화살이 날아갔다.

놈은 전혀 반응도 못 했고, 움직이지도 않았다.

그러나 심신이 모두 흔들려 버린 탓에 화살이 목표를 벗어났고, 결과는 당연히도 보기 좋게 빗나가 버렸다.

‘이런, 젠장!’

모든 게 멍청한 카므스의 탓이었다.

미세한 심신의 흔들림이 조금만 덜 했어도 괜찮았을 것이다.

진정, 깻잎 한 장 차이로 빗나간 것이 너무나 아까웠다.

책임을 전가하고, 자책과 함께 진한 아쉬움도 드러냈지만, 어쨌거나 엎질러진 물이었다.

“웬 놈이냐?”

자신을 향해 날아든 화살을 확인한 놈이 격정으로 목소리를 높였다.

다른 놈들도 당장에 반응을 보이며, 빠르게 주변을 살폈다.

은폐와 엄폐 없이 당당하게 마을 회관 지붕 위에 서 있는 내가 발각되는 건 금방이었다.

“저기다! 위! 지붕 위에 있다!”

나를 가장 먼저 발견한 놈이 소리쳤다.

순식간에 십여 개가 넘는 눈동자가 나를 향했다.

“치잇!”

혓소리를 내며 활을 장전했다.

위치상으로는 아직 우위에 있었다.

조금이라도 득을 봐야만 했다.

끼기긱… 티잉!

빠르게 활시위를 당기고 그대로 놔 버렸다.

가늘게 뜬 눈도 사용치 않았고, 정확한 조준도 하지 않았다.

대신에 놈의 머리통… 원 샷 원 킬을 노리는 작은 표적이 아니라, 대충 쏴도 맞출 수 있는 커다란 몸뚱이를 겨냥해 발사했다.

파앗!

이번엔 통했다.

날아간 화살이 놈의 왼쪽 어깨 부근에 꽂혔다.

남아 있는 화살의 길이로 보아 깊게 박히지는 않은 듯했지만, 일단은 성공했다는 것에 만족했다.

“크윽! 자, 잡아라! 놈을 끌어내리고, 당장에 목을 베라!”

놈이 험악함을 뽐내며 발광을 해댔다.

그렇지 않아도 듣기 거북한 목소린데 흥분으로 갈라지기까지 하니 더욱더 지랄 맞았다.

그 와중에 웃긴 건, 놈의 명령을 받은 다른 놈들의 반응과 이어진 상황이었다.

“죽여라!”

“잡아라! 죽여! 죽여!”

놈의 명령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놈들이 이리저리 움직여댔다.

그러나 요란스럽기만 할 뿐, 단 한 놈도 내게 위협을 주거나 어떠한 해도 입히지 못했다.

키도 크고, 덩치도 크고, 말까지 타고 있지만, 그보다 한참이나 높은 건물 지붕 위에 내가 서 있는 것이 문제였다.

놈들이 들고 있는 무기라고는 검밖에 없었고, 그나마 검보다 긴… 깃발 겸용으로 쓰는 창이 있기는 했지만, 높이와 각도 상으로 내게 닿기가 어려웠다.

실속이라고는 하나 없이 우왕좌왕하는 부하 놈들의 모습에 이제 막 제 어깨에 박힌 화살을 무식하게 뽑아낸 놈이 더욱더 발광을 해댔다.

“대체 뭣들 하고 있나? 저런 쥐새끼 한 마리를 잡지 못 하고!”

그러자 근처에 있던 놈이 상황의 난감함을 토로했다.

“그, 그게… 놈이 잡을 수 없는 위치에 있어서….”

“이런, 병신 같은 놈! 네놈들이 위로 올라가면 되지 않나? 나머지는 검이든 창이든 던지기라도 해라!”

놈이 솔선수범하듯 나를 향해 냅다 검을 집어 던졌다.

별것 아니라는 듯 피하기는 했지만, 이어진 놈들의 반응은 살짝 당황스러웠다.

아래쪽에서 어찌할 줄을 몰라 하던 놈들이 서로 눈빛을 주고받았다.

그러고는 곧장 말에서 내리더니, 짝을 지어 몸으로 기반을 만들고 올라타며 지붕 위로 올라오려는 액션을 취했다.

“어딜!”

나로서는 당연히 놈들이 올라오지 못하게 해야만 했다.

그 방법은 간단하기 그지없었다.

힘을 써야 하기에 고정된 자세나 동작, 게다가 지척이라 맞추기도 쉬울 테니, 대놓고 화살을 쏴도 되고, 아직 뽑아 들지 않은 아수라 스워드로 머리나 팔을 노리면 될 터였다.

이왕 빼 들고 있는 엘프의 활을 그대로 사용하기로 했다.

하지만….

휘이익!

휘익! 휘익!

이내 나를 노리고 날아드는 검과 창을 의식해 몸을 사려야만 했다.

“이크!”

요리조리 검과 창을 피하면서 지붕 위로 기어 올라오는 놈들을 살폈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시간을 끌면 될 터였다.

놈들이 들고 있던 검과 창의 수는 한정되어 있으니까.

아슬아슬하고, 간당간당할 듯했지만, 그것들을 모두 피하고서 기어 올라오는 놈들을 상대해도 될 것 같았다.

그러나 오판이었다.

휘익! 휙! 휙!

던질만한 검과 창이 모두 떨어진 놈들이 바닥에 굴러다니는 돌멩이들을 집어 던지기 시작했다.

타고 있던 말에 장착된 안정이나 고삐 등을 던지기도 했고, 왜 그곳에 떨어져 있는 것인지 모를 바구니나 밥그릇 같은 작은 집기들까지 죄다 던져댔다.

‘젠장!’

놈들이 미친 듯이 던져댄 것들에 어떠한 피해도 보지 않았다.

하지만, 조금만 더 시간을 끌면 될 줄 알았던… 그러면 아슬아슬하게나마 타이밍을 잡을 수 있을 줄 알았던 계획은 모두 무산되었다.

“크크크!”

놈들의 막무가내 같은 융단폭격에 정신을 뺏긴 사이, 어느새 한 놈이 지붕 위로 올라와 짜증 나는 웃음을 내비쳤고, 이내 두 놈이 더 올라와 실실거리며 지랄 같은 쪼갬을 흘려댔다.

“이제 잡았다, 요놈!”

“흐흐, 도망칠 수 있으면 도망쳐 보시지!”

솔직히 난감했었다.

어찌해야 할지 판단을 내리지도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나를 놀리듯이 지껄인 놈의 말에 머릿속이 번뜩했다.

“그래? 그럼, 그러지 뭐!”

웃을 상황은 아니었지만, 절로 그려진 미소를 입가에 그리고는 발바닥에 힘을 탁하고 줬다.

이내 몸이 허공으로 뜨고, 뒤로 밀리듯 움직였다.

“앗!”

“아, 아니….”

당황한 놈들의 표정이 눈에 들어왔다가는 금세 사라졌다.

정확히는 지붕에서 아래로 떨어져 내리며, 놈들 대신에 마을 회관의 벽이 시야를 차단했다.

처억….

무사히 바닥에 착지했다.

한 치의 머뭇거림도 없이 다시금 발바닥에 힘을 주며, 지면을 세차게 밀었다.

한 번! 두 번! 세 번….

속도와 탄력을 이용해 지면을 차 댈 때마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벙찐 놈들과의 거리가 쭉쭉 멀어졌다.

“이, 이런 쥐새끼… 뭣들 하는 거야? 당장에 놈을 잡아!”

제일 먼저 정신을 차린 대가리의 외침.

그에, 내게 온갖 것들을 던져대던 놈들이 허겁지겁 반응했다.

하지만, 그러기까지의 과정과 반응이 너무 길었다.

놈들이 내게 시간을 너무 많이 준 것이다.

끼기긱….

능숙하고, 익숙하게 활을 장전하고 활시위를 당긴 다음, 이제 막 몇 발짝 움직인 놈들을 향해 화살을 발사했다.

티이잉… 팅….

쐐애액… 쐐액….

더블샷!

그러나 평소처럼 두 발의 화살이 한 발처럼 줄을 지어 날아가는 형태는 아니었다.

나름의 시차와 거리를 두고서 날아가는 모양새.

더불어 이번에도 가늘게 뜬 눈의 사용이나 정확한 조준을 하지 않았다.

“큿!”

나를 향해 달려들던 놈이 날아오는 화살을 보고는 살짝 속도를 늦췄다.

그에, 뒤따르던 놈들도 멈춰 섰다.

팟!

첫 번째 화살이 제일 앞선 놈의 바로 앞에 떨어졌다.

“크크크!”

제 딴에는 화살을 피한 것이 좋았는지 아니면 내 활 솜씨가 형편없다고 여겼는지는 모르겠지만, 놈이 나를 향해 비웃음을 보냈다.

나도 놈을 향해 한쪽 입꼬리를 말아 올린 비소와 말을 건넸다.

“아직 한 발 남았다, 이 새끼야!”

두 번째 화살은 첫 번째 화살보다 조금 더 앞으로 날아갔다.

하지만, 여전히 비웃음을 날리는 놈을 전혀 아슬아슬하지도 않게 비켜 나갔다.

그러더니 놈을 뒤따르다가 멈춘 놈들에게도 전혀 피해를 주지 못한 채, 맥없이 바닥으로 떨어져 내렸다.

“크크….”

어떤 놈이 소리 내어 웃었다.

그러나 그 웃음이 채 번지기도 전에 제법 요란한 굉음이 울려 퍼졌다.

퍼어어엉!

굉음과 동시에 한데 몰려 있던 놈들이 산개하며 나가떨어졌다.

소소하게 피어오른 흙먼지 사이로 놈들의 신음이 흘러나왔다.

“훗! 맛이 제법 매콤하지? 그게 바로 최종 단계의 파탄 맛이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