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인한 종말을 맞았던 첫사랑이 다시 눈앞에 나타났다. 혹시, 너는 기억하고 있을까? 우리에게도 이런 충동이 존재했었다는 것을. 차가운 입술이 부드럽게 눌리고, 살짝 벌어진 입술 사이로 붉은 혀가 드러났다. 키스는 아니었다. 상대의 마음을 가늠해 보려는 듯 가벼운 입맞춤일 뿐. 그녀의 입술이 떨어질 때까지 그는 미동조차 없었다. 마치, 실수를 예상하지 못한 듯 놀란 표정이 그녀를 부끄럽게 만들었다. “미안, 싫었어?” 그는 대답 없이 그녀를 올려다보았다. 몇 번 눈을 깜빡이며 그녀를 직시하던 그가, 떨리는 손목을 움켜쥐더니 탁하게 속삭였다. “다시 해 봐.” “뭐?” 그녀의 눈이 커다랗게 뜨인다. “다시 해 보라고. 너무 짧아서, 좋았는지 싫었는지 모르겠으니까.” 일러스트: 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