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그 남자의 사육법-42화 (42/54)

42화 ? 예감 (5)

가혜는 거품이 묻은 가슴에 손을 댔다. 대체 단 후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모르겠다는 얼굴로 가슴 아래쪽에 손을 대고 있자 혀 차는 소리가 들렸다. 눈치를 살피듯 가혜가 고개를 들었다.

순진한 갈색 눈동자와 마주한 단 후는 작게 웃음을 터트렸다. 기분이 나빠서 나오는 웃음이 아니라 순전히 제 여자가 귀여운 탓이었다.

“어제 영화를 볼 게 아니라 AV를 볼걸 그랬어.”

역시나 아쉽다며 속삭인 단 후는 손을 뻗었다.

“여기를 잡고 모아.”

가슴에 있는 가혜의 손 위치를 옮겨주고는 젖무덤이 밀착되게 양쪽에서 힘을 주었다. 탐스러운 가슴이 단 후와 가혜의 손에 의해 형태가 바뀌었다.

“이제 여기로 내 페니스를 넣는 거야.”

몇 번 가슴을 주무르던 단 후는 검지로 가슴 골 사이를 찔렀다.

“네 아래처럼 내걸 힘껏 조이는 거다.”

앞으로 있을 자극을 상상한 단 후의 눈이 위험하게 빛나고 있었다. 거품이 묻은 검지는 매끄럽게 가슴 사이의 틈을 파고들었다. 마치 성교를 하듯 검지는 그녀의 가슴을 범했다.

“하아, 읏…….”

빠르게 오가는 검지에 가혜의 얼굴이 달아올랐다. 그녀는 참고 있던 신음을 저도 모르게 뱉고는 가슴에 있던 손을 떼 입을 가리려고 했다. 그러나 먼저 그녀의 움직임을 알아본 건 단 후 였다. 그는 빠르게 가혜의 손 위로 제 손바닥을 댔다. 조금 전보다 더 힘이 실려 있었다. 그는 한 글자씩 억눌러 말했다.

“움직이지 마. 더 꽉 잡아. 네 가슴이 터질 정도로 모아보라고.”

“하, 하지만…….”

“이대로 네 아래에 박아줬으면 좋겠어?”

가혜는 고개를 저었다.

“그럼 절대 손 떼지 마.”

“알았어요.”

그렁그렁한 눈으로 단 후를 보자 그는 훨씬 더 커진 페니스를 제 손으로 훑어 내리고 있었다.

“쉬. 가만히.”

겁먹은 가혜를 조심스럽게 달래며 그가 제 페니스를 가슴 사이로 밀어 넣었다.

“흣, 아아…….”

단 후의 페니스는 불기둥처럼 뜨거웠다. 잔뜩 흥분한터라 페니스 위로 핏줄이 솟아있었다. 검붉은 살덩이가 대비를 이루듯 하얀 살결 사이를 갈랐다.

“흐응…… 아아…… 으흣.”

가혜는 단 후의 페니스를 가슴으로 느낄 때마다 그렁그렁한 눈으로 신음을 흘렸다. 비누 거품이 묻은 몸이 이토록 다뤄질 수 있다는 게 믿을 수 없었다. 미끈거리는 손이 가슴을 놓칠까봐 가혜는 안간힘을 썼다.

“으흣, 하앗…!”

추삽질을 하던 페니스가 가혜의 턱을 찔렀다. 쿡, 가슴의 살을 밀고 나온 귀두가 턱 아래의 연약한 살을 찌르듯 눌렀다. 비누 거품과 섞인 쿠퍼액이 그녀의 턱 아래 묻었다. 단 후는 그곳의 감촉이 마음에 들었는지 몇 번이고 아래를 찔렀다.

“입 벌리지 말고 고개 숙여봐.”

그의 요구대로 고개를 숙이자 곧장 귀두가 입술에 닿았다. 굵은 귀두에서 밤꽃향이 나는 것만 같았다. 포악하게 가혜의 입술을 범한 귀두는 제 욕심을 멈출 줄 몰랐다. 단 후는 가혜의 머리를 쥐고서 입 속에 페니스를 박을 것처럼 깊게 눌렀다.

“입술. 꼭 닫아.”

비누가 묻은 페니스를 물리고 싶지 않은 듯 단 후는 몇 번이고 가혜에게 당부했다. 의도치 않게 입을 다문 가혜는 터지려는 신음을 막으며 목으로 끙끙대는 소리를 냈다. 비음과 섞인 목울음 소리는 짐승의 것처럼 날 것이었다.

단 후의 페니스가 가슴을 들락거리는 동안 가혜의 몸은 한껏 열락에 들떠 있었다. 봉우리를 틔운 꽃처럼 색스러운 향기가 가혜의 몸에서 흘러나왔다. 단 후에 의해 거친 섹스로 길들어진 몸이었다. 가슴으로 남자의 것을 기쁘게 하고 있다는 상황이 그녀를 자극하고 있었다. 단 후가 바란 대로 그의 즐거움을 위해 존재하는 것만 같은 수치심이 가혜의 머릿속을 끓어오르게 만들었다. 아랫배가 조여들고 다리 사이에 있는 여성이 찔끔찔끔 움직이고 있었다.

거부감은 쾌락으로 바뀌어 그녀를 타락시켰다. 이 쾌락은 늪과 같았다. 한 번 발을 들이면 빠져나갈 수가 없었다. 차츰 잠겨가는 것이다. 가혜의 허벅지가 떨리기 시작했다.

아아, 어떻게 좀 해줘요.

엉덩이가 조바심으로 들썩이고 있었다. 가슴 사이를 오가는 페니스에 몸이 달아오를 만큼 달아올랐지만 정작 필요한 곳은 텅 비어 있었다. 그 허전함에 미쳐버릴 것 같았다. 신경이 날카롭게 곤두서서 단 하나만의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그 어떤 감각도 하나의 생각으로 귀결되었다.

내 안에 들어와 줘요.

욕망에 젖어버린 가혜는 쥐고 있던 손을 뗐다. 페니스를 조이던 가슴이 풀리자 단 후의 페니스가 길을 잃고 그녀의 뺨을 찔렀다. 조여 주던 가슴은 언제 한데 뭉쳤냐는 듯 제자리로 돌아가 출렁이며 흔들렸다.

“최가혜.”

그녀의 감촉을 즐기던 단 후가 나지막하게 이름을 불렀다. 제 유흥을 깬 것이 못내 마음에 들지 않는 듯 눈썹을 올리자 가혜가 손을 뻗어 샤워기의 물을 틀었다. 한꺼번에 쏟아진 물이 단 후와 가혜에게 고스란히 떨어졌다. 물길이 거품을 씻어내는 동안 가혜는 단 후의 페니스를 손으로 쥐었다. 그가 가슴으로 페니스를 자극했듯 손으로 그의 것을 쥐고 흔들었다.

단 후는 적극적인 가혜의 행동을 가만히 지켜보았다. 위에서 떨어지는 물은 신경도 쓰지 않은 모양새로 그는 눈을 가늘게 떴다.

어느 정도 물을 틀어 놓자 페니스 쪽의 거품은 씻겨 내려간 상태였다. 가혜는 입을 열어 페니스를 삼켰다. 입을 다물고 있던 동안 저도 모르게 모아뒀던 침으로 페니스를 머금었다. 가혜는 단 후가 말하지 않아도 그의 것을 꼼꼼하게 애무했다. 뺨을 홀쭉하게 만들어 빨면서 혀로는 단 후의 요도 쪽을 눌렀다. 손으로는 고환을 만지며 제 입으로 피스톤 질을 하듯 위아래로 움직였다.

“응, 응, 아항.”

목에서 쉴 새 없이 신음이 터졌다. 이성을 잃었다는 걸 보여주듯 가혜는 섹스에 굶주린 사람처럼 단 후에게 달려들었다.

“최가혜 네 모습이 어떤지 알고 있어?”

“흐읏, 아앙, 으……, 으읏.”

“음탕하고 천박해. 좆이면 좋아서 어쩔 줄 모르는 창부처럼.”

“흣!”

“네 엉덩이가 들썩이잖아. 뭐야. 너 네 발로 아래를 문지르고 있어? 이거 가관이구만.”

어처구니가 없다는 단 후의 목소리는 한심하다는 어조가 섞여 있었다. 하지만 그 말을 들으면 들을수록 가혜는 몸이 오싹거렸다. 이게 뭐야……. 무서울 정도로 몸이 달아올랐다.

“난 아래를 만져도 된다고 허락한 적 없는데. 무릎 벌려.”

무릎을 벌리게 되면 흥건하게 젖은 입구에 대고 있던 발까지 떼야했다. 가혜는 그 명령이 가혹하게 느껴져 눈물을 뚝뚝 흘렀다.

페니스를 쥔 채로 입술을 뗀 가혜가 단 후의 허벅지에 뺨을 대고 애원했다.

“내 몸이, 아래가……. 아래가 뜨거워요. 배가, 아니 안쪽이. 아읏, 머리가 이상해진 기분……. 하앗. 싫어요. 제발. 아래가 간지러워서 힘들어요.”

“하. 몸을 씻기랬더니 혼자 발정이 나서는.”

단 후는 가혜의 유두를 꼬집듯 비틀었다.

“앗!”

비명처럼 내지른 신음은 고통을 쾌락으로 바꾼 상태였다. 단 후는 가혜의 상태를 자세히 살폈다. 억지로 느끼는 쾌락이 아닌 스스로 쾌락을 쫓고 있었다. 수동적인 입장에서 능동적으로 바뀐 가혜는 진심으로 이 상황을 즐기고 있었다.

“내가 넣어줬으면 좋겠어?”

“네.”

“제대로 따라올 수 있어?”

“네.”

“좋아. 일단 이것부터 해결하고 느긋하게 안아주지.”

단 후는 가혜의 몸을 제게 붙인 다음 다시 가슴을 모으게 만들었다.

“이제는 입도 벌려. 거기 안까지 찔러줄 테니까.”

“아, 흐윽.”

단 후는 가혜의 가슴 사이로 페니스를 밀어 넣고 허리를 움직였다. 젖가슴을 지나 페니스의 귀두 부분이 나오자 자연스럽게 가혜가 입을 벌리고 끝부분을 핥았다. 부드럽고 매끄러운 가슴을 지나 따뜻한 입속은 그의 흥분을 최고조로 끌어올렸다.

“최가혜. 후.”

깊은 숨을 내쉬고 단 후는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읏, 읏, 응.”

“입술 오므려.”

몇 번을 더 페니스를 밀어 넣던 단 후는 가혜의 입속에서 크게 허리를 추어올렸다.

“흣.”

페니스가 꿈틀대며 정액을 뱉은 단 후는 익숙하게 가혜의 아래에 손바닥을 내밀었다.

“뱉어.”

삼키지 못한 채 입에 담고 있던 하얀 정액이 단 후의 손에 흘러나왔다. 그는 샤워기로 정액을 씻어내고는 가혜의 입안을 헹궈주었다.

“잘 했으니 선물을 주지.”

단 후는 꿇어앉아 있던 가혜를 일으켜 세웠다. 갑작스럽게 일어나 중심을 잡지 못하는 그녀를 그대로 안은 채 그는 드레스 룸 쪽으로 움직였다.

화장대 위에 가혜를 두고 드레스 룸 쪽의 서랍을 열자 안에는 각종 도구들이 튀어나왔다. 그는 그 중에서 남성의 성기 모양을 본 뜬 딜도를 보여주었다. 크기와 모양이 제각각이었다. 재질도 실리콘부터 딱딱한 것 것까지 다양했는데 그는 딜도 중에서도 초심자용에 맞는 엄지 손가락만한 것을 골랐다.

가혜는 단 후가 무엇을 할지 짐작했다는 듯 아연한 표정을 지었다. 로터라면 넣어 본적 있지만 이렇게 실물처럼 생긴 것은 처음이었다.

“이게 뭔지 알아?”

“아니요.”

“딜도라고 해.”

이름이 뭔지 알고 싶지 않았다.

“왜…… 왜 가지고 와요.”

“이제 여기에도 익숙해질 때가 됐어.”

“무, 무서워요.”

“괜찮아. 넌 장난감을 좋아하는 편이니까 이것도 마음에 들 거야. 봐. 내거보다 작아서 들어가는 것도 쉬워.”

“흐윽, 싫어요. 무서워.”

단 후는 가혜의 아래에 딜도를 문질렀다. 뻑뻑했던 딜도에 애액이 묻자, 딜도는 음부를 제집처럼 움직이기 시작했다. 겉에 닿는 자극만으로 눈이 빨개질 정도로 울음을 터트린 가혜는 허벅지를 바들바들 떨었다. 이번에는 딜도의 끝이 클리토리스를 정확히 맞추고 있었다.

“아흣, 흑!, 아아!”

진동으로 자극을 주던 로터와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가혜는 이 강렬한 기분에 휩싸는 게 두려웠다. 겁에 질린 가혜는 단 후를 바라보았다. 그의 뜨거운 시선이 그녀를 직시하고 있었다. 무섭도록 아름다운 눈동자였다. 가혜는 홀린 듯이 그를 응시했다. 이 눈을 보고 있으면 그에게 무슨 짓을 당해도 좋을 것 같다는 기분이 들었다.

“넣는다.”

“아아.”

각을 세운 딜도가 질의 입구를 가르고 들어섰다. 단 후의 것이 아닌 페니스가 들어오는 것이다. 물론 진짜가 아니더라도 그녀가 받는 느낌은 비슷했다.

“흐으, 읏…….”

“잘 견디고 있어. 이제 다 들어갔다.”

단 후는 가혜의 손을 내려 딜도가 들어간 아래를 만져보게 했다. 아래는 고무판처럼 딜도의 지지대만이 남아있었다.

“네가 움직여봐.”

“어, 어떻게…….”

“내가 찔러줄 때 느꼈던 곳으로 딜도를 움직이는 거야.”

하얀색 한지에 먹물을 부어 까맣게 물들이는 기분이었다. 단 후는 악마처럼 가혜를 유혹했다.

“기분 좋을 거야. 이대로는 부족하잖아.”

떨리는 손이 단 후의 이끌림에 따라 움직이기 시작했다.

“뺐다가 넣어봐.”

“윽, 읏, 아앙!”

몇 번 서투르게 움직이던 손이 제가 느끼는 지점을 찔렀는지 빨라지고 이었다. 숨이 넘어갈 듯 신음소리가 드레스 룸을 채웠다. 두 사람의 몸에 묻어 있던 물이 바닥을 흥건하게 적셨다. 화장대 아래 웅덩이처럼 떨어진 물 위로 가혜의 애액이 길게 선을 만들다가 떨어졌다.

단 후는 딜도로 자위를 하는 가혜의 모습을 하나도 빼놓지 않고 머리에 새겼다. 순수하게 쾌락에 물든 몸이 눈이 부시도록 아름다웠다. 그녀를 흥분시키기 위해 저급한 단어를 늘어놓았지만 기실 그는 그녀의 발아래 무릎이라도 꿇고 싶은 심정이었다.

“싫어요. 이건 싫어.”

어느새 절정을 느낀 가혜가 딜도를 놓고 단 후를 향해 손을 뻗었다. 그는 즐거이 손을 잡아주고는 그녀의 곁으로 다가섰다. 급한 불만 끈 상태인 그녀는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갈증에 괴로움을 토로했다.

“으, 단 후. 단 후.”

단 후는 울부짖는 가혜의 정수리에 다정하게 키스를 했다. 그녀의 눈과 뺨 입술에 키스한 그는 그녀의 달아오른 몸을 위로하듯 쓰다듬었다.

“아직 부족하지? 내 건 간단하게 밥 먹고 넣어줄게. 배고프다고 했잖아?”

“아……, 이건 너무…….”

“그거라도 넣고 있는 게 낫지 않아? 빼줘?”

안에 있는 딜도를 빼려 손을 뻗자 가혜가 엉덩이를 뒤로 뺐다. 단 후는 귀엽다는 듯이 웃으면서 그녀를 안아들었다. 젖은 몸을 닦고 머리칼까지 수건으로 감싸준 뒤 가운을 입혀 주었다. 제 것까지 챙겨 입고 욕실을 나서자 방안에는 식사가 차려져 있었다.

고소한 스프 냄새에 허기가 몰려왔던지 가혜는 딜도를 빼달라던 칭얼거림을 멈추고 단 후의 몸에 팔을 감았다.

“안에 있는 채로는 못 걸어요.”

어리광을 부리듯이 기대오는 몸에 단 후는 못 이기는 척 그녀와 함께 앉았다. 제 무릎 위에 가헤를 두고 그는 그녀가 좋아하는 것만 앞으로 가져왔다.

“먹여줄게.”

소화가 잘 되도록 부드러운 스프를 떠 가혜의 입에 넣어주었다. 그녀는 아기새처럼 단 후가 주는 스프를 잘 받아먹었다.

“저기 있는 빵에 잼 발라줘요.”

손짓으로 자신을 시켜먹는 가혜의 행동에 단 후는 웃으며 맞장구를 쳐 주었다.

“잼은 어느 것으로 해줄까?”

“블루베리요.”

사과, 딸기, 블루베리, 복숭아 중에 가혜는 검보라색의 잼을 가리켰다. 명령을 이행하는 로봇처럼 단 후는 가혜가 원하는 것을 따라 해주었다.

“제가 들고 먹을래요.”

잼을 바른 모닝빵을 내민 손에 쥐어주자 꼭 다람쥐처럼 야금야금 먹기 시작했다. 볼에 든 음식을 맛있게 먹는 그녀를 보다가 단 후 역시 빵에 잼을 발랐다.

“우유 줄까?”

“네.”

모닝 빵을 다 먹은 가혜는 컵에 든 우유도 빠른 속도로 마시더니 단 후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았다. 그 눈 속에 담긴 의미를 읽은 단 후가 그녀의 코를 가볍게 눌렀다.

“네 배만 채우면 끝이야?”

“식욕을 채웠으니 성욕을 채워야죠.”

“흐음. 네가 이렇게 성욕이 강한지 몰랐는데?”

“예전에 혼자서 생각한 게 있었거든요.”

“그게 뭔데?”

“단 후랑 하는 섹스는 기분 좋으니까 즐기자고요. 난 묶여놓고 강제적으로만 굴지 않으면 잘 협조해 줄 수 있어요.”

“그 말은.”

“이 말인 즉슨, 섹스를 할 때 당신이 나를 같은 인간으로 대해주면 된다는 거예요. 나 당신 취향에 길들여졌는지 조금은 험한 편이 좋거든요. 내가 주도적으로 하는 것도 좋아하는 것 같고…….”

말을 꺼내면서도 부끄러운지 당당했던 눈빛이 슬그머니 아래로 내려갔다. 팔걸이에 걸려있던 다리가 발장구를 치듯 파닥였다.

“정말 사람 못 참게 하는군.”

단 후는 식탁 위에 있던 접시를 치우고 그 위에 가혜를 올렸다.

“가, 갑자기! 무, 무슨.”

“이런 식으로 유혹을 해놓고 어떻게 밥을 먹으라는 거야. 최가혜.”

단 후는 웃으면서 가혜의 옷깃을 벌였다. 순식간에 가운이 어깨를 타고 흘러내렸다. 그는 젖가슴을 주무른 다음 그녀의 다리를 벌리고 아래로 고개를 묻었다.

“흣.”

혀를 내밀어 가혜의 음부를 핥았다.

“아아…….”

목이 꺾인 상태로 신음을 내는 가혜의 얼굴이 한껏 야해져 있었다. 단 후는 눈만 위로 뜬 채로 다시 혀를 움직였다.

흘러나온 애액을 생명수처럼 마신 그는 천천히 안에 있던 딜도를 빼냈다.

“흐응.”

빠지는 것이 아쉬운지 무심결에 흘러나온 비음에 단 후가 입꼬리를 올렸다.

“벌써부터 정이 들었나? 싫다더니.”

단 후의 놀림에 가혜의 얼굴이 빨갛게 물들었다. 대답할 거리를 찾지 못하고 헤매는 그녀를 관찰하며 단 후는 적당히 벌어진 아래에 제 귀두를 맞췄다. 딜도보다 큰 단 후의 것이 가혜의 질을 조금 늘리며 안으로 들어갔다. 손가락으로 넓혀주지 않아도 수월하게 들어갔다.

“아! 흣.”

단 후의 사이즈에 익숙해진 내벽이 그의 침입을 환영했다. 가혜는 손을 뻗어 단 후의 어깨를 잡았다. 그와 가까이 밀착이 될수록 아래에 있는 페니스가 더 깊게 느껴졌다.

“아, 앗, 아, 좋아, 좋아요!”

높은 교성을 지르며 가혜는 다리로 단 후의 허리를 감쌌다. 그의 몸에서 조금도 떨어지고 싶지 않았다. 아무리 가까이에 있어도 부족하다는 마음이 대체 어디에서 오는지 모르겠다.

“응, 응, 단 후, 단 후, 아…….”

익숙하게 느끼는 곳을 압박하는 귀두에 가혜가 자지러지듯 소리를 질렀다. 방금까지 제가 무슨 생각을 했는지, 입에서 나가는 소리가 제대로 된 것인지 모든 것이 모르는 것 투성이었다.

“떨어지지 않게 꽉 붙들어.”

식탁 위에서 관계를 가지던 단 후는 그녀를 안아들었다. 선 채로 아래에서 페니스를 박자 가혜가 고개를 저었다.

“너무…… 너무 강하게……. 깊어요. 깊어.”

사납게 몰아치는 풍랑 속 작은 나룻배가 된 기분이었다. 제가 원한 것이 아닌 다른 외부의 요인으로 거칠게 흔들리고 있었다. 가혜는 죽을 것처럼 단 후의 목에 매달렸다. 팔에서 점점 힘이 빠지고 있는데도 필사적으로 붙들고 싶었다. 바닥으로 떨어질 거라는 걱정은 전혀 들지 않았다. 머릿속에서 울리는 경고음은 이 팔을 놓으면 이 자극도 없어질 것이라는 거. 그것만이 진실인 양 들어차 있었다.

“아, 조금 더. 흣. 으아.”

삼키지 못한 타액이 입가로 흐르고 맺혀있던 눈물이 뺨을 타고 흘렀다.

단 후는 그 모든 것을 달갑게 삼키고는 그녀의 입술에 혀를 집어넣었다. 긴 키스와 동시에 단 후의 움직임이 빨라졌다. 그는 아래를 접해있는 채 침대로 걸어갔다. 그가 걸을 때마다 골반과 부딪힌 가혜의 몸이 절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잠시도 가만히 있질 못하는군.”

장난스럽게 웃으면서 단 후가 가혜의 엉덩이를 찰싹 때렸다. 아프지 않게 때렸음에도 가혜의 아래가 꽉 조여 들었다가 풀어졌다.

그는 조심스럽게 가혜의 몸을 침대에 뉜 후 머리 아래에 베개를 받쳐주었다.

“이제 끝까지 받아내. 최가혜.”

“하아, 학, 아아.”

가혜의 다리를 어깨에 걸치고 단 후가 다시 피스톤 질을 시작했다. 사정이 다가온 고환이 가혜의 회음부를 때렸다. 살이 부딪히는 소리가 음란하게 이어지고 타액에 젖어 드는 소리가 끈적하게 울렸다.

“으! 으앗!”

단 후는 길고 강하게 가혜의 안에 제 것을 박아 넣었다. 그녀의 안에서 제일 깊은 곳에 페니스를 묻은 그는 허리를 잘게 털었다. 페니스의 핏줄이 꿈틀 움직이더니 곧 정액이 길게 쏘아졌다.

* * *

단 후와의 관계를 끝내고 잠이 든 가혜가 순식간에 잠기운을 몰아낸 눈으로 시계를 보았다. 아직 세시 밖에 되지 않았다. 늦잠에다가 본의 아니게 낮잠까지 잔 단 후는 가혜의 인기척에 바로 눈을 떴다.

“안 잤어요?”

전혀 졸려 보이지 않는 얼굴에 가혜가 묻자 단 후는 고개를 끄덕였다.

“평소보다 잠을 많이 자서 졸리지가 않아.”

“그래요? 난 침대에 누우면 언제든지 잘 수 있는데. 여기에서 할 게 없을 때는 내내 잠만 잤거든요. 내가 잘 자서 얼마나 다행이지 몰라요. 그냥 있었으면 아마 심심해서 미쳤을지도 모르죠. 아니면 우울증이 오거나. 사람이 햇볕을 안보면 우울증에 걸리기 쉽다는 거 알아요?”

생각의 흐름대로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야기 하던 가혜는 자신을 빤히 보는 단 후의 시선에 입을 다물었다.

“창문이 없어서 답답해?”

“사방이 막혀있으니까 시야가 답답하긴 하죠.”

“지금은 어렵고 조금만 기다려. 방을 옮겨줄 테니까. 오늘은 나와 정원 산책을 가는 것으로 만족해줬으면 하는데.”

“어? 산책이요?”

예상치도 못한 제안에 가혜는 벌떡 상체를 일으켰다. 잠을 자고 났더니 섹스 후의 노곤함도 사라져있었다. 한동안 바깥 공기를 마시지 못한 가혜는 벌써부터 들뜬 표정을 지었다. 공기청정기가 24시간 돌아가는 방 안의 공기가 바깥보다 더 신선할 테지만 가혜는 나무와 꽃이 있는 정원의 공기를 마시고 싶었다.

“정원에서 차를 마셔도 돼요?”

“원한다면.”

“그러면 느긋하게 앉아서 이야기해요.”

“그래. 좋아.”

“와. 나 옷 입고 올게요. 단 후도 어서 일어나서 옷 입어요.”

가혜는 누워있는 단 후의 손을 잡아끌었다. 일어서서 온 힘을 다해 당기는데도 커다란 체격의 그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가혜의 행동이 재밌다는 듯 침대 위로 늘어졌다.

“이럴 거예요? 나 화낼 거예요. 어서 일어나요!”

삐졌다는 듯 손을 놓고 가혜가 팽 돌아서자 언제 그랬냐는 듯 단 후가 그녀의 뒤로 다가섰다. 가혜는 그의 행동을 예상했다는 듯 작게 웃음을 터트렸다.

“어서 준비하고 나가자.”

단 후는 가혜의 손에 깍지를 끼고 드레스 룸으로 걸음을 옮겼다.

잠시 후, 단 후와 나란히 정원을 나온 가혜는 힘껏 공기를 들이마셨다. 이곳이 처음도 아닌데 그녀는 정원에 있는 모든 것들을 보고자 했다.

“연못 근처에 테이블을 설치하라고 했어.”

크게 저택을 돌던 단 후는 가혜를 연못이 있는 곳으로 안내했다. 거기에는 영화에서나 나올법한 티테이블과 의자가 준비되어 있었다. 애프터 눈 티 세트를 준비한 듯 삼단 트레이에는 종류별로 과자와 스콘이 담겨 있었다.

따뜻한 오후 햇살을 맞으며 차와 달콤한 케이크를 먹고 있으니 천국이 따로 없었다.

“나 부탁이 있는데요. 오늘도 내가 보고 싶은 영화 보면 안 돼요?”

“어제도 네가 보고 싶은 걸 봤잖아.”

“그건 그거고, 오늘은 또 오늘 보고 싶은 게 있으니까.”

“뭔데?”

“음…….”

심각하게 고심하는 모습에 단 후가 한쪽 입꼬리를 올렸다.

“왜. 내가 말했던 AV가 보고 싶은 거야?”

“아니거든요?”

어깨까지 들썩이며 놀란 가혜가 강하게 부정했다.

“내가 보고 싶은 게 애니메이션이라 단 후가 안 보려고 할까 봐…….”

“니모를 찾아서?”

“어?”

단 후의 입에서 나온 제목에 가혜의 눈이 커졌다. 어떻게 알았냐는 표정에 단 후는 포크로 케이크를 작게 잘라 그녀의 입에 가져다 댔다. 익숙하게 케이크를 받아먹은 가혜는 오물오물 씹으면서도 단 후에게 향한 시선을 거두지 않았다.

“윤석에게 들었어.”

“아…….”

“그래. 네가 원하면 보자. 지금이라도 들어가서 봐도 괜찮아. 영화 보고 밥 먹고 소화도 시킬 겸 밤 산책을 다시 나와도 괜찮겠지.”

손목시계를 확인한 단 후는 일정을 짜듯 계획을 말했다.

“어? 그러면 빨리 움직여야겠어요.”

오랜만에 나온 정원을 두고 떠나기가 아쉬웠는데 밤에 또 나올 거라면 지금 떠나도 상관이 없었다.

어린아이처럼 손바닥을 치며 웃은 가혜가 단 후보다 앞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해맑게 웃으며 씩씩하게 걸음을 옮겼다. 그녀의 방이 있는 저택이 시야에 잡힌 찰나였다. 무언가에 머리를 세게 맞은 듯 머릿속이 윙 하고 울리더니 앞의 시야가 흐려졌다. 정원에 있던 아름다운 나무와 꽃들이 두세 개로 겹쳐 보였다. 머리를 감싸 쥐고 눈을 깜박이는데 이내 주변이 빙글빙글 돌기 시작했다.

뭐…… 뭐지?

방금까지 잘만 걷던 다리가 모래를 맨 것처럼 무거워졌다.

현기증이 나는 건가?

단 후가 눈치 채지 않도록 힘겹게 걸음을 옮기던 가혜는 두 발자국을 더 내딛는 순간 털썩 신형이 기울고 말았다. 캄캄한 어둠이 그녀를 덮쳤다.

“최가혜!”

뒤에 걷던 단 후가 얼른 그녀의 몸을 붙잡았지만 그대로 의식을 잃은 가혜는 그의 목소리를 듣지 못했다.

놀란 단 후가 정신없이 그녀의 이름과 의사를 부르란 말을 반복했다.

“의사! 의사를 불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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