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 사육의 시작 (1)
걸음을 옮기는 순간 기다렸다는 듯이 등 뒤에서 낯선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가혜는 자신의 머릿속을 스치는 무서운 상상에 눈을 질끈 감으며 최대한 잰걸음으로 걷기 시작했다.
아아, 혼자 해외여행을 오는 게 아니었어. 치안이 좋기로 유명한 일본이라도, 범죄가 전혀 안 일어나는 건 아니잖아!
사색이 된 가혜는 떨리는 손을 모아 쥐고 어딘지 모를 골목길을 벗어나기 위해 발걸음을 재촉했다.
허나 낯선 땅에서, 지도 한 장 없이 길을 잃어버린 그녀가 제대로 된 길을 찾기란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일보다 어려운 일이었다. 갈림길에서 주저하는 사이 또다시 뒤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가벼운 발걸음이 아닌, 무겁고 둔탁한 발자국 소리는 자신의 뒤를 미행하는 이가 성인 남성이라는 것을 알려 주고 있었다. 그것도 하나가 아닌 여러 명이.
‘도움을 요청해야…….’
입술을 잘끈 깨물자 피가 단숨에 몰렸다.
어릴 적부터 몸이 약해 집과 병원만 오가서일까. 가혜의 피부는 동양인이 가질 수 없을 정도로 눈처럼 희고 잡티 하나 없이 깨끗했다.
하지만 지금의 그녀는 단순히 하얗다고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새파랗게 질려 있었다. 창백한 얼굴은 힘없이 바스러지는 달빛처럼 어둠 속에서 파르르 떨렸다. 주변을 살피던 눈에 절망이 어렸다.
길을 다니는 사람도, 흔한 편의점조차 보이지 않았다.
‘무서워. 엄마! 아빠!’
가혜의 긴 속눈썹 아래로 그렁그렁 눈물이 맺혔다. 억울했다. 자신의 원하는 건 제 또래처럼 지내 보는 것이었다. 평생을 그리하겠다는 것도 아니고, 고작 일주일만 그렇게 살아 보겠다는 거였다.
언제나 아픈 아이, 보살핌이 필요한 아이라는 수식어 따위 없이 살아보고 싶은 내 소원이 이렇게 잘못된 걸까.
자신을 안타깝게 여기는 동정 어린 시선이나, 부모님의 숨 막힐 듯한 과보호 속에서 자유롭고 싶었다.
‘나는 이 정도 소원도 이룰 수가 없는 거야? 거창한 욕심을 부린 것도 아니잖아.’
가혜는 흐르려는 눈물을 억지로 붙잡았다. 울면 안 된다. 잦은 병치레로 알게 된 것은 아무리 병원 치료가 아파도 울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아픔에 눈물을 쏟기 시작하면 병을 이겨 낼 기운마저 빼앗겨 버리기 일쑤였다.
지금은 쓰잘머리 없이 우는 대신 조금이라도 더 움직여야 했다.
가혜는 서둘러 다리를 움직였다. 자신의 숙소로 가는 길을 찾는 건 이미 포기했다. 이제 원하는 건 자신을 따라오는 이들을 따돌리는 것.
여권과 돈을 훔쳐 가출을 한 벌을 받는 것 같았다. 자신의 의견은 늘 뒷전인 가족들이 미워 무작정 비행기를 타고 일본으로 왔던 것이 죽을 만큼 후회스러웠다. 가혜는 손등으로 눈물을 찍어 냈다. 시야가 맑아지자 사라졌던 이성이 돌아오고 있었다.
가혜는 주의 깊게 골목을 살폈다.
‘이 상황을 피하자마자 당장 한국으로 돌아가자.’
마음을 단단히 먹고 그나마 깨끗해 보이는 골목길을 택해 뛰기 시작했다.
“하아, 하아.”
스물한 살. 가혜는 성인이 되도록 제대로 운동을 해 본 적도, 이토록 밖에 오래 나와 있었던 적도 없었다. 그녀는 곧 체력적 한계를 느끼고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두 뺨이 상기되어 홍조를 띠었다.
톡.
가혜는 열을 식혀 주듯 하늘에서 떨어지는 빗방울을 보며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비까지 와?”
육체적, 정신적 한계에 다다른 그녀가 과연 차가운 빗줄기를 견뎌 낼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최악이네, 정말.”
갑작스럽게 든 한기에 가혜는 여린 몸을 바르르 떨었다.
* * *
고급 승용차의 뒷좌석에는 굉장한 위압감을 주는 남자가 무표정을 한 채 앉아 있었다. 남성미가 넘치는 이목구비를 가진 그는 날카로운 잿빛 눈동자가 특히 인상적이었다.
보통 남성보다 20cm는 더 큰 듯한 그는 최고급 원단으로 맞춤 제작한 슈트를 훌륭히 소화해 내고 있었다.
말없이 앉아 있던 남자의 시선이 어두운 창밖을 향했다.
“비가 오는군.”
차가운 눈빛만큼이나 건조한 음성이었다.
“어떻게 할까요? 조장님.”
보조석에 앉아 있던 남자가 조심스럽게 의견을 물었다. 그는 차마 뒤를 돌아보지 못하고 백미러로 뒤쪽을 살폈다. 그 유명한 토키와 회의 5대 조장을 보좌하는 것은 영광이었지만 동시에 등줄기가 뻣뻣하게 굳을 만큼 두려운 일이기도 했다.
겐지는 최선을 다해 조장의 표정을 살폈다. 7년 전, 토키와 회의 5대째 조장으로 올라선 그는 공식 석상에서는 토키와 류노스케라는 이름을 썼지만 보통 때는 단 후, 라는 한국식 이름을 사용했다.
역사 깊은 토키와 회의 조장이 한국 이름을 쓰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토키와 회에 속해 있던 조직원이나, 방계 조직 모두 그것에 대한 거부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그들의 반발은 단 후에게 좋은 먹잇감에 불과했다. 조장은 자신에게 반기를 드는 이들을 용서하지 않았다.
자비 따위 없는 냉혹한 악귀.
단 후를 수식하는 말로 이보다 완벽한 문장은 없었다. 그는 자신의 앞을 막는 자들을 양분으로 삼아 더욱 강해졌다. 고작 6개월 만에 적들을 남김없이 먹어 치운 그는 자신만의 세상을 열었다.
겐지는 그때를 떠올리고는 고개를 작게 저었다. 조직 사이의 전쟁에서 피를 뒤집어쓰고 있던 조장은 공포 그 자체였다.
보는 것만으로도 폐가 오그라들고 혀가 목 안으로 기어들어 갈 것만 같은 지독한 두려움.
섬뜩하리만치 형형하게 빛나던 눈동자가 아직도 뇌리에 남아 있었다. 절대로 그를 거역해서는 안 된다. 그날 뼛속까지 새겨 넣었던 다짐이었다.
겐지는 단 후의 말을 놓치지 않기 위해 최대한 청각을 집중시켰다.
침묵이 감돌던 차 안에, 새로운 명령이 떨어졌다.
“몸이 약하다고 했었지. 토끼몰이는 그쯤 하라고 일러 둬.”
“네. 알겠습니다.”
단 후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겐지는 어디론가 급히 연락을 취하기 시작했다. 그는 백미러로 보이는 조장의 기분을 살피며 재깍 말을 건넸다.
“나다. 겐지. 그래. 빨리 데려와.”
전화를 끊은 지 오 분쯤 지났을까? 한 무리의 남성이 그들이 타고 있는 차로 다가와 허리를 깊게 숙였다. 모두 토키와 회의 조직원들이었다.
“겐지.”
“네.”
뒷자리에 앉은 단 후가 자신의 이름을 부르자 보조석에 앉아 있던 겐지가 잽싸게 차에서 내렸다. 그는 밖에 서 있는 남자들 사이로 가더니 한 남자의 어깨 위에서 꿈틀대는 짐 자루를 눈으로 흘겼다.
“이쪽으로 가져와라.”
겐지의 명령에 조직원이 빠르게 움직였다. 겐지는 단 후의 반대편 쪽 차문을 열고 조직원이 다가오길 기다렸다. 조직원은 겐지가 열어 둔 차 안으로 익숙하게 짐자루를 밀어 넣었다.
“수고했다.”
겐지는 밖에 있던 이들에게 인사말을 건네며 차 문을 닫았다.
‘최가혜라고 했던가.’
겐지는 단 후의 옆에서 꿈틀대는 짐 자루를 안타까운 눈빛으로 바라보았지만 이내 감정을 지웠다. 조장이 하는 일에 자신이 토를 다는 건 당치도 않은 일이었다.
보조석으로 돌아온 겐지는 묵묵히 정면을 바라보았다.
“출발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래.”
차가 움직이고 한동안 알 수 없는 눈빛으로 자신의 옆자리를 말없이 지켜보던 단 후가 드디어 입을 열었다.
“겐지.”
“네, 조장님.”
“그걸 꺼내라.”
단 후는 자신의 옆에 놓인 짐 자루를 차가운 시선으로 응시했다. 짐 자루는 작게 바르작대며 움직이고 있었다. 그는 짐 자루의 모양새가 재밌는지 잔인하게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앞으로의 일이 무척이나 기대된다는 표정이었다.
겐지는 단 후가 주문했던 대로 여러 가지 성인용품이 담긴 박스를 들어 뒤로 전달했다.
“차단막을 올릴까요?”
차의 앞쪽과 뒤쪽을 나누는 차단막은 검게 선팅이 되어 있는 동시에 방음의 역할도 했다. 앞으로 뒷좌석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짐작한 겐지가 단 후에게 물었다.
“놔둬. 상관없어. 앵앵 울어 대는 목소리가 얼마나 괜찮을지 함께 감상해 보자고.”
* * *
손과 발이 묶인 상태로 입에 재갈을 물고 있는 가혜는 오직 청각만을 이용해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곁에는 누가 있는지 파악을 해야 했다. 엔진 소리가 들리고 움직이는 듯한 느낌이 드는 걸 보니 자신은 지금 차 안에 있는 듯했다.
‘납치인가?’
말소리에 집중하던 가혜는 차 안에 적어도 두 사람 이상이 타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인원이 많다는 것에 절망감이 몰려왔지만 가혜의 정신은 도망을 다닐 때보다 명료해졌다. 생각할 시간조차 제대로 가지지 못한 채 무조건 움직여야 했던 때보다 차에 앉아 있는 쪽이 여러모로 나았다.
앞으로의 계획이나 부족한 체력을 비축하기에도 좋았다. 가혜의 머릿속이 빠르게 움직였다.
‘움직임이 불편하지만, 이렇게 짐 자루 속에 묶여 있는 게 차라리 나아. 저쪽도 내가 무엇을 하는지 모르잖아.’
가혜는 자꾸만 튀어나오는 최악의 상상들을 억눌렀다. 호랑이 굴에 들어가도 정신만 똑바로 차리라고 했었다. 이건 마지막일지도 모르는 기회야, 최가혜. 그녀는 자신을 결박하고 있는 밧줄을 손가락으로 더듬었다.
‘손은 나중이야. 발부터 풀어야 해.’
가혜는 손을 내려 발목을 아프게 조이는 끝의 매듭을 찾았다. 몇 겹의 줄로 다리를 둘러 묶어 놓은 밧줄은 쉽게 풀리지 않도록 단단히 조여 있었다.
‘풀어야 해.’
잘 움직이지 않는 손으로 꽉 묶인 매듭을 풀기 시작했다. 물고 있던 재갈에 잇자국이 남을 정도로 가혜는 안간힘을 썼다. 어느새 이마에는 땀이 맺히기 시작했다.
‘제발…… 제발 풀려.’
차가 멈추는 순간, 문을 열고 뛰어 나갈 계획으로 버둥대는 와중에 자신을 담고 있는 자루가 열리는 것이 느껴졌다. 갑자기 밝아진 시야에 가혜는 가만히 두 눈만 깜박였다.
‘안 돼! 아직은 안 된단 말이야.’
예상보다 빨리 풀린 자루에 가혜의 얼굴은 낭패감으로 물들었다.
“아직도 못 풀었어?”
머리 위에서 들리는 일본어는 단조로우면서도 위험하기 짝이 없었다.
형용할 수 없는 직감이 머릿속에서 경고음을 울렸다. 가혜는 보고 싶지 않은 장면을 억지로 바라보는 것처럼 덜덜 떨면서 고개를 들었다.
이토록 큰 몸집의 남자는 태어나서 처음이었다. 오금이 저렸다. 그저 자신을 보고만 있는데도 몸이 절로 떨렸다. 잘 생긴 외모 아래에 섬뜩한 무언가가 숨겨져 있는 기분이었다.
서로의 눈이 정확히 마주치자 토키와는 손을 들어 가혜의 재갈을 풀어 주었다. 삼키지 못한 침이 길게 늘어져 불빛에 반짝였다. 민망함에 그녀가 고개를 숙이자 토키와는 짧게 혀를 차며 재갈을 바닥에 던져 버렸다.
그가 난폭하게 가혜의 턱을 잡아 올렸다. 거미줄에 걸린 나비처럼 그녀는 억지로 토키와의 날카로운 시선을 받아 내야 했다.
“일본말은 할 줄 아나?”
가혜는 자신을 향해 묻는 듯한 남자의 말에 바보처럼 눈만 감았다가 떴다. 무슨 말을 하는지 전혀 모르겠다.
“몰라?”
“…….”
가혜는 혀를 내밀어 긴장으로 마른 입숙을 축였다. 영어로 이야기를 해 볼까. 떨리는 마음으로 그녀가 말을 꺼냈다.
“I…… I can't speak Japanese……. Can, Can you speak English?(나는 일본어를 못해요. 영어를 할 수 있나요?)”
“큭큭. 미치겠군.”
가혜의 말이 끝나자마자 단 후는 재밌다는 듯 웃음을 흘렸다.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이 머리카락을 쓸어 넘긴 그는 큰 손을 들어 가혜의 뺨을 크게 갈겼다. 짝 소리와 함께 가혜의 비명이 차 안을 울렸다. 꽤 큰 소란이었지만, 앞에 앉은 두 사람은 어떠한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아앗.”
가혜의 가냘픈 몸이 휘청거리며 차 바닥으로 떨어졌다. 볼이 불에 덴 듯이 뜨거웠다. 비릿한 피 맛이 혀에 감돌았다. 핏물을 삼킨 가혜는 떨리는 두 눈을 들어 자신을 때린 단 후를 보았다.
왜 맞았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눈빛에는 원망이 섞여 있었다.
“누구 마음대로 영어로 대답하래? 앞으로 또 내 허락 없이 영어든 한국어든 다른 나라말을 지껄인다면 죽여 버린다. 알았어?”
뛰어난 두뇌를 가진 단 후는 다양한 언어를 유창하게 구사했지만, 그는 가혜가 모르는 일본어로 말하며 위압감을 조성했다.
단 후는 냉랭한 시선으로 바들바들 떨고 있는 가혜를 아래위로 훑었다. 방금 자신이 한 말도 무슨 뜻인지 전혀 모를 테지만 상관없었다. 애초에 짐승과 사람은 의사소통이 안 되는 게 정상이었다.
말뜻을 이해하지 못하면 몸으로 이해시키면 될 일.
가혜는 묶여 있는 손을 들어 얼얼한 고통이 남아있는 뺨을 쓰다듬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
“Why……?”
말을 꺼내기 무섭게 단 후는 손을 들어 가혜의 뺨을 때렸다. 그녀가 움직이지 못하게 고정하고는 돌아간 뺨이 재차 돌아오기도 전에 다섯 번을 세차게 연달아 때렸다. 눈처럼 하얀 뺨 위로 단 후의 붉은 손자국이 선명이 남았다.
“읍…… 왜 때려 이 자식아!”
영문도 모른 채 맞던 게 억울했던지 가혜가 독기를 품고 한국어로 소리쳤다.
“큭. 좋은 눈빛인데?”
그렇지, 너무 고분고분해 순종적이면 길들일 맛이 안 나잖아. 기껏 여러 가지를 준비했는데 적당히 즐길 만큼은 성깔이 있어야지.
단 후는 상자 쪽으로 시선을 건네고는 다시 가혜 쪽을 바라보았다. 그는 가혜의 행동이 진심으로 마음에 드는 듯 잔인하게 웃으며 다시 손을 들었다. 파열음이 공기를 찢고 울려 퍼졌다. 이번에는 열대였다.
“아악.”
총 10대를 맞고 나서야 가혜는 입을 다물었다. 고통을 참고자 깨물었는지 입술이 아까보다 더 붉은 빛을 띠고 있었다. 묘하게 색정적인 분위기였다. 그 모습이 만족스러운 단 후는 가혜 쪽으로 상체를 숙여 손가락으로 그녀의 상처 난 입술을 쓰다듬었다.
“너는 이 예쁜 입술로 내가 알려 준 말만 앵무새처럼 따라 외우고, 내 기분을 고조시키기 위한 신음만 음란하게 내뱉으면 돼. 창녀처럼. 알겠어? 이게 네가 살아갈 방식이야.”
가혜는 그의 손이 닿는 게 끔찍한 듯 눈을 감고 고개를 돌렸다.
“큭큭.”
단 후는 자신의 손길을 피한 가혜의 행동을 제지하지 않았다. 그는 몸을 바로 세워 상자를 열었다. 그 안에는 다양한 기구들이 들어 있었다. 모두 가혜를 조교하기 위해 단 후가 특별히 주문한 것이었다.
‘저게 뭐야……?’
가혜는 단 후가 고르고 있는 상자 속 물건들을 두려움에 가득 찬 눈빛으로 보았다. 어디에 쓰는 물건인지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생긴 것조차 징그러운 것들이 잔뜩 있었다. 가혜는 본능적으로 슬금슬금 뒤로 물러났다.
싫어! 이것이 꿈이라면 어서 빨리 깨었으면…….
“남자는 모른다고 했었지? 적당히 이걸로 할까?”
단 후는 동그란 모양의 로터를 꺼내 들었다. 손가락 두 마디 크기의 로터는 리모컨으로 진동을 조절할 수 있었다.
“도망쳐 봤자, 차 안에서 어디로 가겠다는 거야. 귀찮게 굴지 마.”
아까보다 10cm쯤 물러난 정도지만 단 후는 성가시다는 표정으로 가혜의 두 손목을 묶은 줄을 잡아당겼다.
“앗!”
공중으로 들린다 싶더니 간단하게 가혜는 토키와의 품에 떨어졌다. 가족을 제외하고 성인 남자와 이토록 가까이 있는 건 처음이었다.
무슨 향기일까?
가혜는 순간 두려움도 잊고 단 후에서 나는 체취를 맡았다. 강인하고 차가운 그의 인상과 똑 떨어지는 향이었다.
“쇼타임이다. 잘 들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