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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 감독은 어찌할 바 모르는 표정으로 안절부절못하며 가죽 소파에 앉아 있었다. 사무실에 놓인 가죽 소파는 특별히 해외에서 공수해 온 것으로 윤기가 반지르르 흘렀다.
그의 초조한 기색으로 볼 때 소파가 아닌 바닥에 무릎을 꿇고 앉고 싶은 듯한 모습이었다. 반면 희민은 속을 알 수 없는 표정으로 단정하게 소파에 앉아 있었다. 항상 희민은 샤워 가운을 입은 모습 또는 후드티에 청바지를 입은 모습이었는데, 이렇게 정장을 차려입고 앉아 있으니 또 새삼스럽게 반할 것만 같았다.
아버지는 후, 담배 연기를 내뿜으며 양 감독을 지그시 바라보았다.
"내 아들놈이 큰 실수를 했다고 들었는데.”
"네? 아, 아이고 아닙니다.”
양 감독은 비굴한 미소를 지으며 굽신거렸다.
"아드님과 촬영하다가, 서로 오해가 있어서…….”
"촬영? 양 감독이랑 내 아들이?”
아버지가 미간을 찡그린 채 설명해보라는 시선을 보냈다. 난 아무렇지도 않게 툭, 내뱉었다.
"게이 포르노를 좀 찍었습니다.”
즉시 아버지가 재떨이를 집어던졌지만 아슬아슬하게 피했다. 내 귀 바로 옆을 스쳐 간 재떨이는 바닥에 부딪히며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산산조각이 났다.
"양 감독이 찍은 건가?”
"네, 네.”
"당장 필름 파기해. 업로드 한 영상들 모조리 삭제하고.”
아버지가 으르렁거리며 말하자 양 감독은 정신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나뿐인 아들놈이 하는 짓마다 사고를 쳐대니…….”
쯧쯧, 혀를 차며 아버지는 못마땅한 표정을 지었다.
"양 감독은 내가 나중에 따로 사례하지. 실례가 많았네.”
"시, 실례는요. 저야말로 영광…….”
"나가봐.”
아버지의 턱짓에 양 감독은 머뭇거리며 나갔다. 숨소리도 내지 않는 희민을 보며 아버지가 눈썹을 치켜올렸다.
"배우를 시켜달라고?”
"네. 연기도 잘하고 얼굴도 예쁘잖아요.”
내 말에 아버지는 코웃음을 쳤다.
"포르노 배우한테 무슨 연기력이 있다고. 올린 영상도 많아서 수습하는 데만도 시간이 꽤 걸릴 것 같은데.”
"아버지 아들이랑 같이 찍은 포르노도 있는데요.”
아버지가 즉시 인상을 구기며 내게 책을 집어던졌지만 이번에도 날렵하게 피했다. 물건을 던지는 아버지 덕에 어렸을 때부터 수련한 결과였다.
"너 쟤랑 사귀냐?”
경멸 어린 아버지의 목소리에 헛웃음을 흘렸다.
"아직 아닌데요. 아버지가 잘해주면 사귈 수도 있겠죠.”
"그럼 더더욱 배우는 못 시켜 주겠네. 아들 호모 새끼 안 만들려면.”
"네, 이미 호모 새끼고요.”
한 마디도 지지 않는 내게 결국 아버지가 손을 들어 올렸다. 그가 날 내리치기 전에 서둘러 준비한 말을 내뱉었다.
"저 사람 배우 만들어준다고 약속하시면 학교 다시 다닐게요.”
내 말에 아버지가 날 지그시 쳐다보았다.
"학교를 다시 다니겠다고?”
군대를 다녀온 후 복학할 생각도 하지 않고 돈이나 펑펑 써대며 온갖 등신짓을 일삼았다. 몇 년 동안 학교도 졸업하지 않는 골치 아픈 장남이 마음을 다잡겠다는 소리에 아버지의 표정에 옅은 기대감이 번졌다.
"이름이 한희민?”
다급하게 희민의 이력서를 다시 살피는 아버지의 모습에 코웃음을 쳤다. 센 척은 오지게 하지만 자식 앞에선 언제나 한 발 수그러드는 아버지였으니. 아버지는 책상 위에 놓인 전화기를 집어 호출했다.
"김 실장 들어오라고 해.”
김 실장이 나와 희민을 상담실로 데려갔다. 그가 계약서를 꺼내어 희민에게 내밀자 희민의 눈빛이 흔들렸다. 에이 프로덕션의 직계 기획사인 알트 엔터테인먼트 계약서였다. 신인 배우를 쏟아내는 다른 기획사와는 달리 마음에 드는 배우가 있어야만 계약하기로 유명한 곳. 에이 프로덕션의 후광을 입어 단숨에 인지도와 몸값을 올려주는 곳이었기에 모두가 선망하는 곳이었다. 오디션도, 면접도 없는 전례 없는 다이렉트 계약이었다. 오랫동안 계약서를 읽어보던 희민의 눈에 슬쩍 눈물이 고였다.
막 사인하려던 희민의 손을 옆에서 저지했다.
"계약서에 조항 하나만 더 추가할게요.”
[위 계약은 연현준과 갑이 연애를 지속할 때만 유지한다.]
펜으로 낙서하듯 추가한 조항을 본 희민의 표정이 눈에 띄게 굳었다. 멍청한 조항을 추가했는데도 김 실장은 아무런 표정 변화가 없었다. 잠시 망설이던 희민이 계약서에 사인을 하자 김 실장은 명함과 카드를 내밀었다.
"양 감독이 올린 작품 수가 꽤 많아서 수습하는 데 시간이 걸릴 것 같습니다. 그동안 품위 유지는 이 카드로 하시고, 매니저가 지정되면 명함의 연락처로 연락드리겠습니다.”
"잘 키워줘야 해, 김 실장.”
웃음기가 섞인 장난스러운 내 목소리에도 그는 깍듯하게 인사를 하고 방을 떠났다. 김 실장이 나가자마자 희민이 날 노려보았다.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희민이 날카롭게 쏘아붙여서 어깨를 으쓱했다.
"무슨 생각은요. 형이 원하는 대로 해주고 싶다는 생각?”
"너랑 연애라니.”
날 바라보는 희민의 눈이 경멸에 들어찼다.
"내가 몸 파는 남창도 아니고.”
"싫어요? 형은 손해 볼 게 없는데. 내 연애 놀음에 장단만 맞춰주면 여기랑 종신계약이에요.”
"……또라이 새끼.”
"주위에서 그렇게 많이 불러요.”
희민은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었다. 날 노려보는 그의 얼굴이 여전히 아름다웠다. 단정한 눈썹에 말간 피부를 바라보다가 슬쩍 그에게 몸을 내밀었다.
"계약서에 사인했으니 이제 형이랑 연애한다고 생각해도 되죠.”
손을 뻗어 희민의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기자 그가 몸을 움찔했다. 단둘 뿐인 상담실에는 쥐 죽은 듯 고요함이 흘렀다. 과도한 적막함을 이제서야 눈치챈 듯 희민의 눈동자가 긴장감으로 흔들렸다.
"내가 말하는 연애에 섹스도 포함된 거라는 정도는 알죠?”
내 말에 희민이 입술을 잘근잘근 씹다가 스스로 재킷을 벗었다. 곧 셔츠 단추를 풀러 내는 희민의 가녀린 손끝이 떨리는 것을 보며 느른하게 물었다.
"지금 뭐 해요?”
"빨리 박기나 해. 그게 목적이잖아.”
날카롭게 말하는 희민의 목소리에 헛웃음을 흘렸다.
"아닌데. 형 존나 아껴서 따먹을 건데요.”
내 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희민은 내 다리 사이에 무릎을 꿇었다. 정말 아직은 그럴 생각이 없었는데. 스스로 내 바지 지퍼를 내리는 그의 가녀린 손가락과 하얗고 말간 얼굴을 보자 성기가 고개를 바로 쳐들었다. 그가 브리프를 내리자 퉁, 하고 흉흉하게 부푼 좆이 희민의 뺨을 툭 쳤다.
"읏.”
희민의 뺨에 닿은 성기가 잔뜩 흥분해서 질척하게 쿠퍼액을 내뱉었다. 그의 뺨에 살짝 묻은 맑은 체액을 보자 아랫배가 뻐근하게 아파왔다.
희민이 붉은빛의 입술로 귀두를 훅 빨아들이자 뜨거운 진창 같은 그의 입 속으로 말려 들어가는 촉감이 아찔했다. 희민이 혀로 귀두를 빙글 돌리며 츕, 소리를 내어 빨아들이자 스르르 들어가는 살기둥에 그의 입 안 점막이 맞닿으며 흥분을 자아냈다.
더 이상 참지 못하고 희민의 머리카락을 움켜쥐고 내 다리 사이에 힘껏 고개를 처박았다.
"커헉!”
반사적으로 고개를 뒤로 물리려는 희민의 머리카락을 잔뜩 휘감은 채 손힘으로 그의 머리를 위아래로 흔들었다. 퍽, 퍽, 소리를 내며 둔덕에 부딪히는 그의 반듯한 코끝이 아찔했다. 어느새 눈물이 그렁한 눈으로 날 올려다보는 희민의 눈꼬리가 붉게 물들었다. 희민의 볼 한쪽이 성기로 볼록 튀어나온 것을 보자 머릿속에서 인내심이 끊기는 것만 같았다.
그의 새하얀 얼굴이 점점 상기되어가는 것을 본 내가 나직하게 한숨을 내쉬었다.
"형, 좀 더 성의 있게 빨아봐요.”
내 말에 희민이 목구멍 끝까지 스스로 고개를 박았다. 분명 입 안에 다 못 담을 크기인데, 거의 뿌리까지 삼켜낸 희민의 눈에서 기어이 눈물이 흘러내렸다. 목구멍 안쪽을 조여내며 성기를 자극하는 바람에 잇새로 나직한 신음이 흘러나왔다.
"윽, 씨발…….”
그 순간 희민이 스스로 위아래로 흔들며 고갯짓을 시작했다. 입에 힘을 주어 조여내며 빠른 속도로 가득 좆을 머금은 후 혀로 살기둥을 감싼 채 천천히 고개를 뒤로 물렸다. 혀끝으로 옴폭 패인 요도구를 지분거리며 자극하더니, 다시 입 전체에 힘을 주며 성기를 가득 조이며 흡입했다. 아찔한 움직임에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그만, 나와……!”
희민은 고개를 물리지 않은 채 입에 담은 성기를 힘주어 빨았다. 결국 그의 입 안에 파정했다. 울컥, 쏟아져 나온 뜨거운 액체를 희민은 눈썹 한 번 찡그리지 않고 모조리 빨아 넘겼다. 희민의 목울대가 울럭거리는 것을 보고 내 눈이 커졌다.
"그걸 왜 삼켜요?”
희민은 대답하지 않고 예민해진 귀두 끝을 슬쩍 핥은 뒤 자리에서 일어섰다. 내 위에 앉으려는 희민의 모습에 흠칫 놀랐다.
"형, 잠깐만.”
왜 그러냐는 듯 날 차가운 눈으로 내려다보며 희민이 내 무릎 위에 앉았다. 허벅지 위에 말랑한 그의 엉덩이가 닿자 방금 파정해서 느른해진 성기가 바로 고개를 꺼떡거리며 쳐들었다.
"나 지금……형이랑 밥 먹으러 갈 건데.”
희민이 얼굴을 찡그렸다.
"이 상황에서 밥을 먹으러 가겠다고?”
날 선 그의 목소리에 희민의 허리를 잔뜩 끌어안았다. 폭 안겨 오는 그의 가녀린 몸이 나긋했다.
"아니, 밥 먹으러 가려고 했는데 갑자기 형이 멋대로 빨았잖아요.”
희민은 대답하지 않은 채 인상을 구겼다. 힘을 주어 그를 꼭 끌어안자 내 어깨를 퍽, 밀치며 희민이 스스로 내려갔다.
지하 주차장으로 걸어가는 내 뒤를 희민이 자박자박 쫓아오길래 걸음을 멈췄다.
"형이랑 손잡고 걸어도 되죠?”
"진짜 연인처럼 굴려고 하네, 이 또라이 새끼가.”
그의 가녀린 손가락에 내 손을 얽자 희민이 미간을 찡그렸다. 깊숙하게 깍지를 끼며 그를 지그시 응시했다.
"형, 이제 또라이 새끼 말고 이름으로 불러줘요.”
대답하지 않는 희민에게 한 마디를 더 얹었다.
"계약서에서 봤겠지만 연현준이에요.”
그의 손등에 쪽, 소리를 내어 뽀뽀하자 희민이 진저리를 쳤다. 그의 말간 얼굴이 찡그려졌지만 그래도 여전히 예뻐서 입가에서 미소를 지울 수가 없었다.
부지런히 스테이크를 썰어 그의 접시 위에 올려 주었지만 밥을 먹는 내내 희민의 표정은 뚱했다. 포크로 랍스터를 집어 희민의 입 앞에 내밀자 그가 고개를 뒤로 물렸다.
"먹여주고 싶어서요.”
"아, 진짜 아다 새끼…….”
희민이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었지만 난 고집스럽게 포크를 그의 입 앞에 슬쩍 흔들었다. 마지못해 받아먹는 그의 모습이 상상했던 것보다 더 예뻤다.
한강에 차를 세우자 희민의 얼굴이 한층 어두워졌다. 어두운 강물 위로 도시의 네온사인과 대교의 화려한 조명이 너울거리며 흘러갔다. 시동을 끄자 희민은 결심한 듯 굳은 표정으로 재킷을 벗기 시작했다.
"형, 뭐해요? 아직 밤바람이 찬데.”
"뭐?”
황망한 그의 표정을 살피며 다시 재킷을 입혀주었다.
"내려서 좀 걸을 건데, 이거 벗으면 감기 걸려요.”
"……이게 뭐 하는 짓거리야.”
희민은 차에서 내리지 않은 채 날 노려보았다. 올려다보는 그의 눈망울이 예뻐서 한참을 응시했다. 희민은 한숨을 내쉰 후 바지 버클을 풀기 시작했다.
"빨리하기나 해, 그리고 집에 보내줘.”
다급하게 바지를 내리는 희민의 손을 저지했다.
"제가 형에게 바라는 건 섹스가 아니에요.”
"그럼 뭔데?”
"관심이요. 아주 소소한 애정.”
내 말에 희민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거 진짜 미친놈이네.”
희민의 말에 후, 웃음을 지었다.
"형한테 미친 것 같긴 해요.”
날 쳐다보는 희민의 눈동자가 짙게 내려앉았다. 한참 동안 서로 한마디의 말도 하지 않은 채 시선이 얽혔다. 그의 새카만 눈매는 언제나처럼 우수에 찬 채 애달픈 기색이 담겼다. 가만히 희민을 쳐다보다가 그에게로 고개를 숙였다.
"희민 형.”
그의 이름을 나직하게 부르자 희민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좋아해요, 형.”
"……왜?”
희민이 믿지 못하겠다는 듯 말했다.
"왜 네가 나 같은 걸 좋아해. 뭐가 아쉬워서.”
"그게 무슨 소리예요?”
난 정말로 의아해져서 말했다.
"저 눈 높아요. 태어나서 형처럼 예쁜 사람은 처음 보는데.”
내 말에 희민이 코웃음을 쳤지만 계속 말을 이어나갔다.
"형 좋아해서 팔자에도 없는 포르노까지 찍었잖아요. 형이 배우 하고 싶어 하는 줄도 모르고.”
내 말에 희민이 날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난 희민의 손을 잡아 내 가슴 위에 올렸다. 심장이 터질 것처럼 빠른 속도로 쿵쿵 뛰고 있었다.
"제가 정말 좋아해요, 형.”
날 응시하는 희민의 눈이 살짝 부드러워졌다. 그 변화에 용기를 내어 고개를 내밀었다. 코끝이 맞닿자 희민은 눈을 감았다. 하얀 피부 위 파르르 떨리는 긴 속눈썹이 언제나와 같이 성욕을 자극했다. 곧이어 닿는 말캉한 입술이 이루 말할 수 없이 달콤했다. 좀 더 고개를 틀어 더욱 깊이 그의 입술을 삼켜내자 돌연 희민이 내 고개를 끌어당겼다.
"흣……?”
당황하며 흠칫했으나 희민은 아랑곳하지 않고 능숙하게 입술 틈을 벌려 혀를 밀어 넣었다. 등허리에 짜릿한 쾌감이 솟구치며 성기가 고개를 바짝 쳐들었다. 구석에 숨은 내 혀를 찾아내어 빨아들였다가 살짝 놓아주며 말캉한 끝으로 어루만지는 놀림이 너무 아찔했다. 희민의 혀가 입천장을 살살 어루만지자 허리가 찌릿하고 울렸다.
"흐읏…….”
그의 옷을 움켜잡은 내 손이 떨리자 희민이 뒤로 물러났다. 멍해진 내 표정을 본 희민이 코웃음을 쳤다.
"키스도 엉망이고 뭐 제대로 하는 게 없냐.”
"형.”
욕망으로 거의 돌아간 내 눈을 본 희민이 몸을 움찔했다. 숨소리가 내 의지와 상관없이 거칠어졌다.
"한 번만 더 해도 돼요?”
희민의 미간이 찡그려졌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양손으로 그의 뺨을 감싸며 입술을 갖다 댔다. 아까와는 달리 조급해진 내 몸짓에도 희민은 순순히 입술을 벌려 혀를 맞아주었다. 혀에 착 감기는 듯 달라붙는 살덩이가 몹시 달아서 등줄기에 짜릿한 느낌이 휘몰아치며 목덜미에 소름이 오소소 돋았다. 훅, 숨을 들이마시며 더 깊게 그의 입술을 물자 희민이 혀끝으로 어루만지듯 간지럽게 빨아들였다. 그에게서 흘러나오는 달콤한 체향이 더 깊어지자 성기가 위협적으로 꺼떡거렸다.
"……형.”
서둘러 입술을 떼고 그의 목 깊숙하게 얼굴을 파묻었다. 사람을 미치게 하는 향기가 연하게 피어올랐다. 말랑하고 연한 살을 깨물고 빨아들이며 목에 얼굴을 비볐다. 희민의 손이 내 옷 안으로 들어와 등을 살며시 더듬었다. 손 끝으로 쓰다듬듯 깊게 파인 등을 타고 올라간 손가락이 어깨를 어루만진 후 슬쩍 앞쪽으로 이동했다. 이어 유두를 엄지로 빙글 돌리는 그의 손에 몸을 크게 움찔했다.
"희, 희민 형.”
그의 목에서 고개를 떼자 미소 지은 희민의 얼굴이 보였다. 새하얀 얼굴이 걸린 미소가 달빛을 받아 나긋하게 빛났다. 그가 다시 유두를 빙글, 손으로 돌린 후 긁듯이 튕기자 아찔한 느낌에 눈을 질끈 감았다.
"흣…….”
"현준아. 형이 어떻게 해줄까?”
희민이 귓가에 속삭이며 손을 스르륵 아래로 내렸다. 내 이름을 불러준 것이 처음이어서, 그 목소리가 너무 간지러워서 목덜미에 소름이 돋았다. 바지 속으로 쑥, 들어온 그의 가녀린 손가락이 까슬한 체모를 더듬자 얼굴이 귀 끝까지 빨개졌다. 맥박이 귀 바로 옆에서 쿵쿵 소리를 내어 뛰고 있었다. 희민의 손이 맑은 액체를 질척이는 귀두에 닿자, 이미 촬영 때 여러 번 만져졌는데도 새삼스럽게 오싹한 느낌이 일었다.
"형, 저 형 너무 안고 싶어요.”
흥분감에 목소리 끝이 갈라져 나왔다. 운전석에 앉은 내 몸 위로 올라온 희민이 긴 눈꼬리를 반으로 접으며 사르르 웃었다. 바지 속에 머무른 그의 손이 귀두를 잡고 엄지로 빙글빙글 돌렸다. 질척하게 나온 쿠퍼액이 윤활을 거듭하며 움직임에 짜릿한 쾌감을 더했다.
"나한테 바라는 게 섹스가 아니라더니.”
"흐읏……그런데 이렇게는 싫어요.”
내 목소리에 희민이 눈썹을 치켜올렸다. 극한의 인내심으로 내 성기를 잡고 있는 그의 손을 가만히 바지에서 빼냈다. 희민의 말간 얼굴이 굳어졌다.
"너 뭐야. 고자야?”
"처음인데 근사한 데서 하고 싶어요.”
내 말에 희민은 하, 코웃음을 쳤다.
"처음? 수십 명이 보는 앞에서 할 만큼 해놓고 이제 와서?”
"하긴 뭘 해요. 하는 시늉만 했잖아요.”
내 목소리에 희민은 몸을 조수석으로 옮겼다.
"네가 말하는 근사한 곳이 어딘데.”
"적어도 한강이 보이는 차 안은 아니에요.”
"그럼 근처 호텔로 가든지.”
짜증 섞인 희민의 목소리에 내 눈동자가 흔들렸다. 다급하게 시동을 거는 손끝이 덜덜 떨리자 또다시 나직한 희민의 비웃음 소리가 들렸다.
"비켜, 내가 운전할 테니.”
희민의 목소리에 고개를 내저으며 핸들을 잡았다. 붕, 필요 이상으로 다급하게 나가는 차에 미처 벨트를 하지 못한 희민이 그만 조수석 서랍에 부딪혔다.
"야!”
"혀, 형. 다쳤어요?”
다급하게 브레이크를 밟는 바람에 희민이 또 한 번 조수석 서랍에 찧었다. 희민이 얼굴을 잔뜩 찡그린 채 소리 질렀다.
"이 미친 아다 새끼가! 당장 내려.”
희민의 목소리에 주저하다가 결국 자리를 옮겨 앉았다. 핸들에 손을 올린 희민이 미끄러지듯 부드럽게 주행을 시작했다. 그는 아무렇지도 않아 보였다. 마치 지금 흥분에 가득 찬 사람은 나뿐인 것만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