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무덤을 팠는데
섹스 상대를 돈으로 구해야 하는 놈들은 대개 똑같았다.
스킬도, 정력도, 하다못해 물건이 훌륭한 것도 아니면서 항상 고압적인 태도와 근본 모를 자신감을 장착하고 있다. 한 뼘도 안 될 법한 길이와 휴지심도 채우지 못한 굵기로 아주 대단한 대물인 척 구는 꼴을 보고 있자니 웃긴다. 그렇다고 남지유가 당장 최 사장의 가랑이를 걷어차고 나갈 형편은 못 된다. 그는 입구에서나 깔짝거리는 걸 부러 꽉꽉 조여 가며 최 사장의 사정을 유도했다. 감흥 없는 섹스 중에 좋은 척, 힘든 척, 버거운 척 연기하는 것도 일이었다.
“아응, 앗, 아, 좋아요, 사장님…… 아, 하읏, 으.”
“헉, 허으. 우리 지유, 오늘, 왜 이렇게 말을, 허억, 잘 들어?”
“으으응, 사장님 빨리… 앗! 아, 아앙, 너무 커서… 아파요, 흐으.”
평소라면 진작 싸지르고 늘어졌을 최 사장은 딱 한 번만 하겠다는 말이 신경 쓰였는지 형편없는 좆질을 해 대며 사정을 지연시키고 있었다. 숨이 달려 헉헉대는 숨소리도 좆같고 짧은 좆을 끝까지 쑤셔 넣겠다고 바투 붙을 때마다 닿는 처진 뱃살도 좆같았다. 아무리 대가가 오가는 관계라도 역겨운 걸 오래 참을 비위는 없었다. 남지유는 격정에 못 이긴 척 최 사장을 자빠뜨리고 위에 올라탔다. 그가 다리를 활짝 펼쳐 접합부를 보여 주며 허리를 능숙하게 흔들었다.
“아앙, 앗, 앙. 오빠아……. 흐으응.”
“헉, 허억, 지유야. 오빠 싸, 싼다……!”
거기다 잘 불러 주지도 않던 호칭까지 붙여 주자 최 사장은 곧장 싸지르고 말았다. 삽입된 안쪽으로 툭툭 정액이 퍼졌다. 남지유는 욕지기처럼 터질 뻔한 욕설을 간신히 참아 냈다. 평소라면 콘돔을 안 쓰고 쑤셔 박는 것도 허락하지 않았을 건데, 혼자 정액을 빼낼 걸 생각하니 벌써부터 기분이 더러웠다.
몸을 떨며 여운을 느끼던 최 사장이 좆을 빼내고는 그의 입에다 들이댄다. 당연히 챙겨야 하는 권리를 주장하는 것처럼 당당한 태도였다. 남지유는 속이 부글부글 끓었다. 씨발, 이래서 섹스를 야동으로 배운 새끼들이랑은 상종을 하면 안 되는 거다. 돈이라도 없었으면 평생 동정으로 인생 마감했을 불쌍한 실좆새끼, 브랜드도 모르면서 무조건 로고만 크게 박히면 다 좋은 줄 아는 졸부새끼…… 그는 속으로 욕을 읊어 대면서도 고분고분하게 좆을 빨았다. 입을 크게 벌릴 필요도 없었다. 역한 걸 맛있는 척하는 게 힘들 뿐이지.
“맛있어?”
“네에. 맛있어요.”
남지유가 스물일곱 인생 중 가장 후회하는 선택이 있다면 스폰서로 최 사장을 잡은 일이었다. 당시에는 무명배우로 먹고사는 길이 팍팍해서 어쩔 수가 없었다. 지금에야 일이 잘 풀려서 시나리오가 끝없이 들어오는 삶을 살고 있긴 하지만, 그게 최 사장 덕인가? 모두 비주얼 좋고, 연기 좋고, 사회생활 열심히 한 남지유 자신의 덕망이었다.
어느 정도 삶이 안정을 찾은 후, 남지유는 당연히 최 사장과의 관계를 청산하려 했다. 사실 그가 주는 용돈이나 배역은 이제 혼자서 얼마든지 충당할 수 있었다. 동성 스폰서라는 위험 요소를 감안하면서까지 만나야 할 이유가 전혀 없었다. 그럼에도, 남지유가 오늘도 최 사장을 만나 다리를 벌리는 건 그가 몰래 찍은 영상으로 협박을 해 왔기 때문이다.
- 지유야, 오빠 이거 어디 팔 데도 없어. 응? 그 몇 푼 받아서 뭐 한다고. 그냥 우리 지유 없을 때 오빠가 적적해서 찍어 놓은 건데…….
그렇게 시작되었던 개소리는 어쨌든 ‘내게 영상이 있으니 알아서 기어라’라는 결론으로 끝났다. 잘나가는 남배우가 남자 스폰서랑 찍은 섹스비디오 따위가 공개되면 인생 종 치는 거나 다름없다. 보통 연예기획사라면 조폭과 연관되어 있어 최 사장을 압박하는 것도 쉬웠겠지만, 함께 어려운 시절부터 동고동락했던 대표님은 조폭의 ‘조’ 자도 모르는 청렴한 대표셨다. 당연히 남지유의 스폰서 따위도 몰랐던 그에게 영상을 찍혀서 협박당하고 있단 사실을 털어놓으려면 하루로도 모자랐다.
“이거는 오빠가 우리 지유한테 주는 선물. 예쁘게 입어야 해?”
“고마워요. 잘 입을게요.”
돌아갈 가정이 있는 최 사장은 금세 옷을 갖춰 입고는 티슈로 뒤처리를 하던 남지유에게 쇼핑백 하나를 내밀었다. E사 로고가 붙은 쇼핑백이었다. 주로 선물하던 브랜드보다 더 비싼 브랜드를 가져온 걸 보면 협박한 게 미안하긴 했나 보다. 남지유는 그걸 기쁜 척 받아들였다.
“오빠가 절 이렇게 생각해 주셔서, 정말 기뻐요.”
* * *
“씨발, 씨발! 좆같은 새끼!”
남지유는 집에 도착하자마자 쇼핑백을 내던졌다. 몇 주를 기다려서 겨우 인도받았던 마세라티 차키도 함께였다. 남지유는 그걸로는 분이 안 풀렸는지 본인이 신나서 인테리어했던 물품들을 몽땅 집어 던지며 깨 놓았다. 그렇게 한참을 난리 피워도 방음이 잘된 펜트하우스에 경찰이 들이닥치는 일 따위는 없었다.
남지유는 바닥이 온통 유리 파편으로 더럽혀진 후에야 진정이 되었는지 소파에 주저앉았다. 분노로 새하얗게 질린 얼굴이 맘껏 부수고 깨느라 새빨갛게 울혈이 잡힌 손에 가려진다. 그는 손끝을 부들부들 떨어 대며 욕을 씹어뱉고 있었다.
“씨발, 씨발, 씨발…….”
한때나마 최 사장에게 고마운 감정을 조금이라도 가졌던 스스로가 병신 같았다. 누가 섹스 영상으로 뒤통수칠 줄 알았나. 차라리 무명 배우였던 시절에 협박을 했다면 나았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드라마와 영화를 종횡무진하며 떠오르는 블루칩이 된 남지유를 모르는 사람은 몹시 드물었다. 영상이 풀리는 순간 후장 팔아서 연예인 된 놈이라고 평생 꼬리표가 따라다닐 게 뻔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여자 스폰서를 잡을 걸 그랬다. 그랬으면 사랑이라는 말로 대충 포장도 되었을 텐데, 씨발, 게이 스캔들이라니. 진짜 게이였다면 억울하지나 않았으리라.
‘이 씹새끼를 어떻게 족치지.’
마른세수를 하던 손가락 틈새로 안광이 희번덕거렸다. 남지유는 최 사장을 잡아 족칠 방법을 떠올려 보았지만, 학창 시절에는 다정한 부모님의 슬하에서, 성인이 된 후에는 여러 사장님의 다리 밑에서 화초처럼 자란 그에게 명쾌한 해답이 나올 리 없었다.
앞날이 막막했다. 온건하게 남의 손을 빌려 최 사장을 족치는 상상 따위를 하던 남지유는 어느덧 아홉시 뉴스에서 현장 검증을 하는 피의자가 되는 상상까지 하고 있었다. 한마디로 그가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죽이는 거야 그렇다 쳐도, 사체 처리는……. 아.
“……그 새끼한테 연락해 볼까.”
남지유는 불현듯 제게 스폰서 제의를 해 왔던 또 다른 남자를 떠올렸다. 최 사장을 따라갔던 A그룹 주관 파티에서 만난 남자였다. 순도 높은 까만 머리를 멋들어지게 넘긴 남자는 사업가보다는 배우에 어울리는 인물이었다. 그는 최 사장이 없는 틈을 타 명함을 찔러 주며 눈웃음을 쳤었다. 얼마를 받든 그 배를 쳐 주겠다는 매혹적인 제의가 있었으나, 그때는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저 제 얼굴이 게이들에게 특히 먹히는 얼굴인지에 대해 새삼 고찰했을 뿐이다.
그때 최 사장은 그가 사금융 여럿을 거느리고 있는 이른바 조폭계 재벌이니 웬만하면 엮이지 말라고 충고했었다. 어차피 관심도 없었기에 순순히 그러겠노라 답하긴 했지만, 지금은 지푸라기라도 잡아야 했다.
“아! 되는 일이 없네!”
드레스룸으로 향하던 남지유가 본인이 깨뜨려 놓은 유리를 밟고 성질을 부린다. 그는 다치지 않은 발로 번쩍거리는 유리를 대충 밀어 놓고는 절뚝거리며 다시 걸음을 옮겼다. 가는 길목을 따라 피가 줄줄이 이어졌지만 지금 그딴 걸 신경 쓸 여유는 없었다.
그는 명품이 줄지은 행거를 뒤적거리며 당시 입었던 슈트를 찾았다. 그때 파티가 끝나고 세탁을 맡겼는지, 명함을 따로 빼 놓긴 했는지, 아니면 그대로 까먹고 다시 걸어 놓기만 했는지. 뭐 하나 기억나는 게 없었다.
“찾았다!”
겨우 슈트를 찾아낸 그가 주머니란 주머니는 몽땅 뒤져 가며 남자의 명함을 찾는다. 다행히, 그날 최 사장과 몸을 섞었던 그는 세탁을 맡기는 것도 귀찮았던 모양이다. 남자가 꽂아 둔 명함이 그 자리에 그대로 남아 있었다.
* * *
타고나길 잘빠진 몸에 수려한 이목구비를 가진 남지유는 차림새에 썩 신경을 쓰지 않는 편이었다. 반반한 얼굴은 그의 모든 언행에 개연성을 안겨 주는 아주 편리한 요소였다. 눈을 내리깔고 우수에 젖은 척 말을 줄이기만 해도 상대가 알아서 좋은 쪽으로 해석해 주는 것이다. 그렇게 제 얼굴을 인질 삼아 상대를 쥐락펴락하는 것이 남지유의 취미였으나, 오늘은 의미가 달랐다. 잘 보여야만 했다.
남지유는 약속 두 시간 전부터 동분서주하며 옷을 골랐다. 구명줄이 되어 줄 스폰서님 취향을 알 수가 없으니 고르는 데에도 한참이 소요됐다. 큰맘 먹고 산 브리오니 슈트라도 입고 갈까 했지만 정액이라도 묻으면 낭패였다. 한참 고민하던 그는 결국 제 얼굴을 믿고 다소 얌전한 차림새로 집을 나섰다. 최 사장의 경우를 들먹이고 싶진 않지만, 그 새끼는 목 끝까지 단추를 채운 단정한 차림새면 당장 벗기고 싶다고 지랄이었고 헐렁한 차림새로 나가면 당장 박고 싶다고 지랄이었다. 어쨌든 그에게는 상대가 누구라도 동하게 할 만한 자신이 충분했다.
“남지유 님.”
주차장으로 나와 차로 향하던 남지유를 막아선 것은 까만 정장을 입은 무뚝뚝한 사내였다. 남지유가 선글라스를 벗으며 사내를 위아래로 무례하게 훑어본다. 불쾌할 법도 한데 사내는 그런 내색조차 없다.
“누구신데요?”
“권 이사님께서 보내셨습니다.”
“데리러 오라고요?”
“예.”
어제 권 이사와 전화할 때도 느낀 사실이지만, 그 남자는 자신을 꽤나 맘에 들어 하는 것 같았다. 남지유는 잘생긴 얼굴로 씩 웃더니 사내가 열어 준 리무진 뒷좌석에 올라탔다. 상대가 제게 나름대로 빠져 있다는 사실이 곤두섰던 긴장을 누그러뜨린다. 남지유는 권성하가 정한 S호텔로 극진하게 모셔지면서 그에게 어떤 재롱을 떨어야 할지 여유로운 고민을 했다.
그 고민은 호텔에 도착해서도 한참 이어졌다. 권 이사가 약속 시간이 지나서도 도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최고층 스위트 객실의 야경은 퍽 훌륭했지만, 그따위 것이야 집에서도 충분히 감상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남지유는 기껏 머리부터 발끝까지 신경 쓴 차림새를 두고 고민하다 먼저 샤워를 하고 나오기로 했다.
그러나 샤워를 하고 나와도 넓디넓은 객실에는 남지유 혼자뿐이었다. 남지유는 제 성질을 참지 못하고 테이블을 걷어찼다가 그 발이 어제 유리 조각을 밟았던 발이란 걸 깨닫고 더 화를 냈다.
“씨발. 이 새끼 장난질 친 거 아냐?”
감히 날 두고? 라는 뒷말이 자연스럽게 붙을 만한 짜증이었다. 남지유는 일부러 좀 느슨하게 묶었던 목욕가운을 여미며 소파에 앉았다. 통유리 너머에서 야경이 산란하고 있다. 메마른 감성의 남지유에게는 조금의 감흥도 주지 못하는 광경이었다. 오히려, 외출을 시작할 때만 해도 그럭저럭 괜찮았던 기분이 더욱 좆같아졌다.
그는 룸서비스 메뉴를 뒤적거리다가 첫 페이지부터 끝 페이지까지 몽땅 주문했다. 어차피 결제야 그가 걱정할 문제가 아니었다. 감히 저를 갖고 놀 생각이었다면 5성급 호텔 룸서비스라도 잔뜩 시켜 소소한 복수라도 할 생각이었다. 잘나가는 기업가에게는 새 발의 피만도 못하겠지만.
“하나같이, 씨발, 다 좆같은 새끼들뿐이야…….”
얼마 뒤 올라온 진수성찬을 두고도 과일 몇 조각과 치즈 몇 조각, 그리고 로열 샬루트만 스트레이트로 들이마시던 그는 금세 취기가 올랐다. 약속 시간으로부터 벌써 두 시간이 지나 있었다. 그 개새끼가 정말, 감히 남지유를 두고 바람을 맞힌 것이었다.
연거푸 잔을 비워 낸 남지유가 비척거리며 침실로 향한다. 그는 성인 남성 여럿이 뒹굴어도 끄떡없을 법한 널따란 침대에 홀로 누워 눈을 감았다. 확실히, 자신이 너무 쉽게 생각했던 것 같긴 했다. 섹스 영상을 갖고 협박하는 놈을 조지겠다고 다른 스폰서를 찾다니, 세상 일이 그렇게 잘 풀릴 리가 없었다. 그랬다면 고등학교 졸업장을 따기도 전에 고아가 될 일도 없었을 것이고, 보험금을 사기당할 일도 없었을 것이고, 대학에 붙어 놓고도 진학도 못한 채 당장 알바를 뛰며 생활비를 충당해야 했던 일도……….
“으으응….”
어렴풋이 잠이 들었던 남지유는 제 얼굴을 만지는 손길에 눈을 떴다. 취기로 흐릿해진 시야에 웬 남자가 잡힐 듯 말 듯 일렁거렸다. 그는 짜증이 팍 치솟아 저를 만지던 손을 쳐 냈다.
“어딜, 만져어……. 내 몸이, 얼마짜린 줄, 알아……?”
“잠결에 가격 협상하려고? 얼마를 부르려고. 응?”
“너, 누군데……. 아! 만지지 말라고……!”
목욕가운 안쪽으로 기어드는 손을 날파리 쫓듯 떨쳐 낸 남지유가 화를 못 이기고 씩씩거린다. 남자는 취기로 빨개진 얼굴로 헐떡거리는 남지유가 못내 귀엽다는 듯 웃었다. 다 큰 성인 남자가 받을 만한 취급은 아니었다. 물론 후장 팔아 연예인 하는 놈에게 그런 것이 뭐가 대수이겠냐마는, 잔뜩 취한 남지유는 그러지 못한 것 같았다. 그는 남자가 헤쳐 놓은 앞섶을 여미면서 짜증을 부렸다.
“씨이…발. 하나같이, 다, 좆 달린 새끼들은…….”
“뭐야, 울어요? 귀엽네. 더 해 봐.”
“맨날, 뭐만 하면……. 지들이 꼴려 놓고, 내 탓하고, 지랄이야…….”
남자는 기어이 울먹거리기 시작한 남지유를 붙잡아 눈가를 문질러 주었다. 자는 놈이나 주물럭거리던 손길치고는 상냥했지만 남지유는 그것조차 짜증이 나는지 팔을 휘적거렸다. 취한 남지유보다 멀쩡한 정신의 남자가 더 집요했기 때문에 결국 그는 얼굴을 내줄 수밖에 없었다. 남지유는 눈물을 찔찔 흘려 대면서도 “잘생긴 건 알아 가지고…….” 한마디를 덧붙여서 결국 남자가 웃음을 터뜨리게 만들었다.
눈물을 한 차례 쏟고 나자 남지유는 서서히 제정신이 돌아오는 듯 몽롱하던 초점이 맞춰졌다. 권성하는 저를 바라보며 창백해졌다가, 빨개졌다가, 다시 창백해지는 얼굴을 즐겁게 관찰했다. 그 속으로 얼마나 숱한 욕이 지나가는지도 모르면서 말이다.
“……죄송합니다. 기다리면서 술을 먹다 보니, 좀 과했네요.”
겨우 꺼내진 말은 요컨대, 자기 주정에는 늦게 온 네 탓도 있으니까 괜히 성질부리지 말라는 말이었다. 권성하가 퍽 너그럽게 웃었다.
“괜찮아요. 보기 좋던데.”
“……일이 바쁘셨나 봐요. 안 오시는 줄 알았습니다.”
“딱딱하게 굴지 말고 아까처럼 말 놔.”
“아…… 네.”
“아직 술이 덜 깼나? 말 놓으라고. 응?”
권성하는 이제 제멋대로 문지르고 어루만지며 손에 착착 감기는 살결을 즐기고 있었다. 그걸 남지유가 거절할 수 있을 리 만무했다. 솔직한 심정으로는 지금이라도 집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약속 시간을 한참 지나서도 오지 않아 바람맞은 건가 싶었더니, 술 취해 잠든 저를 깨우고 주정까지 봐 버린 남자였다. 스폰이고 뭐고 다 때려치우고 돌아가고 싶은 맘이 반발심처럼 치솟았으나 뭐 어쩌겠는가. 섹스 몇 번 해 주고 그 좆같은 영상과 최 사장을 영영 치워 버릴 수만 있다면 아빠라고 부르라고 하든, 오빠라고 부르라고 하든 얼마든지 비위를 맞추며 알랑댈 수 있었다.
가슴부터 등으로 흐르던 손길이 어느새 가랑이를 노골적으로 어루만지고 있다. 남지유는 일부러 신음을 흘리며 권성하의 어깨에다 팔을 둘렀다. 눈을 지그시 찌푸린 채 고개를 살짝 숙이는 작은 행동조차 수없이 거울을 보며 카메라에 어떻게 담길지 연구한 끝에 나온 결과였다.
“응, 흐으읏…. 아, 이사님….”
“롤플레잉이라도 하자는 거야? 뭐, 난 남 비서라고 부르면 돼?”
“아으응. 그럼…… 뭐라고, 불러 드려요?”
남지유가 남자의 정장재킷 안쪽을 손끝으로 문지르며 묻는다. 살짝 치뜬 눈은 적당히 발칙해 보였다. 권성하는 노골적인 의도와 은근한 손길로 저를 건드리는 남지유를 귀엽다는 듯 바라보았다.
“글쎄, 우리 지유 목소리가 예쁘니까 오빠라고 사근사근 부르는 것도 듣기 좋겠네.”
“아, 흐읏. 알겠어요, 오빠…….”
이 새끼도 점잖은 얼굴을 하고서는 취향이 꽤 더럽다. 남자한테 오빠라고 불리고 싶나. 나라면 토 나올 것 같은데. 속으로 투덜거리던 남지유가 성기를 노골적으로 문지르는 손길에 결국 침대로 늘어진다. 그가 해 본 대부분의 섹스는 최 사장에게 돈을 뜯어내기 위한 대가성 섹스였기 때문에 누가 이렇게 정성껏 애무를 해 주는 것은 처음이었다. 대딸도, 펠라도, 남지유가 했으면 했지 받아 본 적은 없었다. 남의 손안에서 착실히 오르는 쾌감은 아주 짜릿했다.
남지유는 점차 표정과 신음을 지어낼 필요도 없이 빠져들었다. 손끝으로 겨우 어깨를 붙든 채 신음하는 그에게서 절정에 다다른 쾌감이 느껴졌다.
“하아, 아! 안 돼요, 저 쌀 것, 같은데… 으응……!”
“싸는 것도 일일이 허락받고 싸? 다섯 살 난 애도 아니고.”
“아, 그게, 아니라, 오빠 옷에 묻을까 봐…… 앗, 아아아!”
몸을 비트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남지유가 토해 낸 정액이 권성하의 값비싼 슈트 위로 떨어졌다. 좆됐다. 딱 봐도 수천만 원짜리 맞춤정장 같은데. 돈 걱정에 쾌락의 여운이 단번에 씻겨 나간다. 남지유는 이미 귀한 옷에 몇 번 정액을 묻혀 봤던 경험으로 그게 제대로 지워지지 않는단 걸 잘 알기에 곧장 티슈를 뽑으려 했다. 권성하가 막지만 않았더라면 말이다.
씨발, 뭐 하는 거야? 성질대로 나올 뻔한 말을 삼킨 남지유가 눈을 내리깔고 아주 미안한 듯 말했다.
“닦아야……. 죄송해요. 제가 참지 못해서…….”
“그러라고 만진 건데 사과는 왜 해. 됐으니까 다리나 벌려.”
지 옷을 지가 맘대로 하겠다는데 더 할 말도 없다. 남지유는 권성하의 품에서 빠져나가려는 시도를 접고 고분고분하게 다리를 벌렸다. 다리 사이를 어르던 손에 이미 목욕가운은 나신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었다. 이번에 영화를 준비하며 만든 조각 같은 몸이 드러난다. 남지유는 권성하가 실컷 감상할 수 있도록 뜸을 들이다가 손을 뻗어 그의 재킷을 조심스럽게 벗겨 냈다. 깔린 상태에서도 옷을 벗겨 내는 솜씨가 퍽 훌륭하다. 권성하는 눈썹을 찡그리면서도 말리지 않고 그 손길을 즐겼다.
곱상한 얼굴이라 몸도 그럴 줄 알았더니 생각보다 탄탄하다. 어깨에서 떨어진 손이 탄탄한 몸을 훑고 내려와 권성하의 바지춤에 닿는다. 남지유는 살짝 눈을 올려 권성하를 바라보았다가, 급해서 어쩔 줄 모르는 어설픈 손길로 벨트를 풀어내려 애를 쓰는 척을 했다. 은근슬쩍 사타구니를 건드리는 손길에 옷 안에 갇힌 성기가 힘을 받는 게 옷 위로 드러났다. 곧장 성기를 꺼내며 조를 것 같던 남지유가 문득 망설인다.
“아…….”
“왜? 최 사장 그 새끼 걱정이라도 돼?”
어쩜 이렇게 내 맘을 잘 알아주는지 모르겠다. 남지유는 권성하가 처음으로 맘에 들었다. 눈을 마주치지 못하고 머뭇거리고만 있자 다소 짜증을 내는 것 같던 권성하가 부드럽게 웃는다. 그는 바지춤에 걸려 있는 남지유의 손을 끌어다 속옷 위에 사분사분 문질러 댔다. 손바닥에 닿는 크기가 남달라서 남지유는 저도 모르게 움찔거렸다. 삽입이 벌써 걱정되는 크기였다.
진심으로 걱정하는 표정을 어떻게 해석했는지 권성하가 조금 너그럽게 달래 주기 시작한다.
“오빠가 알아서 할 테니까 그 새끼 걱정은 하지 마. 응?”
“정말요?”
“그럼. 우리 지유는, 오빠 앞에서 다리나 얌전히 벌리면 돼요.”
어제 전화를 하며 최 사장 때문에 권 이사님 만나는 게 걱정된다는 말을 흘려 놓길 잘했다. 섹스 직전에 몸이 단 권성하는 지금 남지유가 뭘 요구하든 뭐든지 들어줄 것처럼 끓어오르는 눈빛을 보내고 있었다. 원한다면 목이라도 따다 줄 기세였다. 이왕 그 새끼를 족친다면, 정말 그랬으면 좋겠다.
남지유가 떠오르는 웃음을 감추지 못하고 환하게 웃자, 권성하가 참지 않고 곧장 다리를 벌리며 자리를 잡았다.
이미 한껏 벌려 놓은 다리를 더욱 펼치며 성기를 꺼내는 권성하는 당장 쑤셔 박을 것처럼 급해 보였다. 몇 시간이나 지각한 사람이 보일 만한 조급함은 아니었다. 남지유가 흐릿한 눈을 가물거리면서 눕혀진 몸을 일으켰다.
“제가 빨아 드릴게요.”
그리고 그의 사타구니를 앞에 두자 몽롱한 취기가 단번에 날아간다. 스트레이트로 몇 잔이나 퍼부었던 위스키가 휘발될 만큼 엄청난 위용을 자랑하는 성기였다. 팔뚝만 한 굵기에다 길기도 오죽 길어서 아직 다 선 것 같지도 않은데 배꼽 근처에서 발딱거린다. 손으로 만졌을 때도 남다르긴 했지만 꺼내 놓고 보니 사람 자지라기보다는 짐승 자지 같았다. 씨발, 이 새끼한테 생명수당 받아야 하는 거 아냐? 아연실색하던 남지유가 겨우 숨을 토했다. 엷은 분홍색을 띤 성기는 색깔도 모양도 아주 예뻤지만 그게 제 안으로 들어올 것이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이런 걸 그냥 박았다가는 오늘 시체 하나 치우게 될 것이다.
권성하는 나른하게 눈을 뜬 채로 머뭇거리는 남지유를 제멋대로 어루만졌다. 손끝에서 모래처럼 부드럽게 빠져나가는 머리카락을 만지던 손이 이내 제 성기를 붙잡았다. 그는 발기한 성기로 남지유의 얼굴을 툭툭 두드리며 짓궂은 장난을 치는 것처럼 웃었다.
“뭐 해. 빨아 준다며.”
“오빠 자지가 너무 훌륭해서…… 좀, 많이 놀랐어요.”
“우리 지유가 빨아 주면 더 커질 것 같은데.”
애써 감탄으로 포장한 말을 권성하가 능글맞게 받아쳤다. 남지유는 성기를 마주한 순간부터 이렇게 큰 게 정말 들어가긴 할지에 대한 고민을 하느라 기분 나빠할 틈도 없었다.
마른침을 삼킨 남지유가 조심스럽게 손을 뻗어 성기를 사뿐 감아쥔다. 핏대가 무시무시하게 선 성기를 손바닥 안에 두니 맥박 치는 진동마저 느껴지는 것 같았다. 존나 부담스러웠다. 당장이라도 못하겠다고 도망치고 싶은 맘을 가까스로 다잡은 그가 붙잡은 성기를 위아래로 열심히 문지르기 시작한다. 남지유의 손에 잡힌 성기는 위아래로 문질러질 때마다 선단에서 찔끔찔끔 물을 토했다. 잘못 삼키면 입이 찢어질 것 같았지만 더는 지체할 수가 없다.
남지유는 최대한 크게 입을 벌리고는 귀두부터 삼켜 나갔다. 일단 사정을 시키고 봐야 했다. 밑동부터 기둥까지 문지르며 성기를 빨아 먹는 모습은 황망한 속내와는 달리 썩 능숙해 보였다.
“하아… 입보지도, 쓸 만하네. 응?”
다행히 그는 남지유의 생사를 건 펠라가 맘에 든 모양이었다. 머리를 두드리는 손이 퍽 다정스러워졌다. 부담스러운 크기에 간신히 익숙해진 남지유가 고갯짓까지 하며 성기를 삼킬 기세로 열심히 빨아 젖히기 시작했다. 목구멍까지 삼킬 자신은 없었는지 고갯짓을 할 때마다 석고로 빚어낸 듯 반듯하고 창백한 뺨에 성기가 툭툭 불거져 나왔다. 울대뼈는 성기에서 나오는 물을 삼키느라 연신 꿀렁거렸다. 입으로 빨아 주면 더 커질 것 같다는 말이 사실이었는지 그러잖아도 큰 성기가 남지유의 입 안에서 점점 더 크기를 불려 갔다. 빨면 빨수록 삽입이 막막해진다. 남지유는 어떻게든 입으로 한 번 사정을 시키려고 했으나 그러기도 전에 권성하가 머리채를 잡아 떼어 냈다.
생명의 위협을 느낀 남지유가 권성하의 허벅다리를 붙잡고 고개를 올린다. 그 표정이 꽤나 절박했던 데다 힘겨운 펠라 때문에 고인 눈물이 퍽 애잔한 얼굴을 완성했다.
“더 빨면 안 돼요, 오빠…?”
“응, 안 돼요.”
“지유 입, 보지, 별로였어요? 오빠 맘에 안 들어요?”
흉기에 꿰뚫릴 위협을 앞둔 남지유가 평소라면 입에 담지도 않았을 음담패설을 마구 쏟아 낸다. 권성하는 애완동물을 보듯 너그러운 웃음을 짓더니 감아쥐었던 머리채를 놓아주고는 남지유의 뺨을 두어 번 건드렸다.
“입보지 맛봤으니까 아랫보지 맛 좀 보자고.”
더러운 취향에 혀를 찰 심적 여유도 없다. 남지유는 눈을 동그랗게 뜬 채로 권성하의 성기와 권성하의 얼굴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그를 기다리며 샤워할 때 미리 아래를 풀어 놓기는 했지만 막상 넣으라고 한다면, 씨발 못할 것 같다. 남지유는 좆같은 새끼들 좀 치워 보겠다고 제 목숨을 건 것은 아닌지 헛헛한 후회가 들어 쉽게 다리를 벌릴 수가 없었다.
물론 돈을 대가로, 혹은 그 이상의 무언가를 대가로 남지유의 하룻밤을 산 권성하가 새삼 배려를 해 줄 리는 없었다. 그는 곱게 닫힌 다리를 활짝 열어젖히며 남지유를 바라보았다. 세상 무서울 것 없는 남창처럼 발칙하게 굴던 남지유가 다소 겁에 질린 얼굴로 그의 성기를 보고 있다. 잘생긴 놈이 그러니 더욱 꼴렸다. 권성하는 동정이라도 따먹는 것 같은 뒤틀린 만족감이 샘솟아, 조금 다정하게 달래 주었다.
“무서우면 손가락으로 쑤셔 보든가. 응? 물이라도 나올지 누가 알아요.”
“…….”
남자 뒷구멍에서 그런 게 나온다면 진기명기감이다. 놀리듯 말하는 어조에는 기어코 섹스를 강행하겠다는 단호함마저 엿보였다. 계약서는 없지만 어차피 갑과 을로 만난 사이였다. 설득하는 것을 깔끔하게 그만둔 남지유가 기다란 손가락을 혀로 감아올린다. 권성하가 보는 앞에서 구멍을 푸는 일 따위는 몹시 어색하고 수치스러울 테지만, 그 잠깐의 수치심보다 들것에 실려 나가지 않는 일이 더 중요했다.
남지유는 수치심이 발갛게 오른 얼굴을 숙이고는, 손가락을 아래로 뻗었다. 이번엔 의도하지도 않은 앵글이었는데 권성하를 고취시킨 모양이었다. 그가 발기한 성기를 슬슬 문지르며 자위하듯 손가락을 놀리는 남지유를 뜨겁게 바라본다.
“오빠 앞에서 자위라도 하게?”
“으응… 그냥 넣으면 찢어질 것 같아서…….”
“지유 보지 좁다고 어필하는 거야, 내숭 떠는 거야. 응?”
“그런 게 아니라…… 오빠가, 너무…… 큰 거예요.”
사실, 아래를 풀면서 삽입이 쉬우라고 젤을 넣어 놓기는 했지만 권성하가 너무 늦게 오는 바람에 물처럼 녹은 지 오래였다. 그나마도 술을 먹고 침대에서 뒹구느라 목욕가운으로 흘러내렸다. 남지유는 그리 도움이 될 것 같진 않은 적은 양의 젤을 비좁은 구멍과 안쪽에 골고루 문질렀다. 어쩌면 오늘 중 가장 공을 들인 작업이 이 작업일지도 모르겠다.
남지유가 한 손으로 늘어진 성기를 붙잡고, 다른 한 손으로는 작은 구멍을 열심히 풀고 있다. 구멍이 살짝 벌어질 때마다 붉은 속살이 반지르르하게 빛났다. “지유는 자지도 달고 있으면서 보지까지 달렸네.” 권성하가 웃음기 어린 목소리로 남지유를 놀린다. 남지유는 입을 열어 봤자 육두문자밖에 안 나올 것 같아서 부끄러운 척 시선을 내리깔았다. 목소리에 담긴 고취감을 읽지 못한 패착이었다. 권성하는 곧장 인내심이 바닥나서는 아래를 쑤시던 손을 멋대로 떼어 내고 자리를 잡았다.
“아……! 오빠.”
억센 손에 다시금 침대로 자빠진 남지유가 당황하여 권성하를 올려다본다. 그는 성이 나 울긋불긋해진 성기를 붙잡고는 남지유가 겨우 풀어 놓은 구멍에다가 툭툭 문질러 댔다. 곧장 삽입이 되어도 이상하지 않은 구도였다. 겁에 질린 남지유가 권성하의 어깨를 붙잡았다. 눈을 떼기라도 하는 순간 들어올까 겁이 나는지 제 다리 사이를 건드리는 성기에서 시선도 떼지 못한 상태였다.
“오, 오빠… 저 아직, 잠깐만요.”
“왜.”
“제가, 지유가 아직 보지를 덜 풀어서, 이대로 넣으면 오빠가…….”
“지유 보지에 만족이라도 못할까 봐 겁나서 그래?”
한 치도 물러나 주지 않는 주제에 목소리만은 겁먹은 애새끼 달래듯 부드럽다. 남지유는 그가 결코 기다려 주지 않으리라는 것을 직감했다. 떡 벌어진 어깨에 올라앉은 손이 어쩌지도 못한 채로 망설이기만 한다. 진짜 동정 같은 태도에 권성하는 너그러워지기는커녕 오히려 더욱 달아올랐다. 붉게 흥분한 성기가 비좁은 구멍을 천천히 비집기 시작했다.
“아, 오빠, 오빠…….”
“지유야. 오빠는 왜 그렇게 찾아.”
“아으으…….”
권성하는 오빠, 오빠 하며 저를 찾는 남지유를 대충 달래 가며 팔뚝만 한 성기를 계속해서 밀어 넣었다. 겁에 질려 엄살을 부리던 것과는 달리 구멍은 그럭저럭 성기를 받아 내고 있었다. 비록 찢어질 듯 빠듯하게 열리기는 했지만 말이다. 조이는 힘이 장난이 아니어서 권성하는 들어서다가도 몇 번을 멈춰 섰다. 인내심 짧은 그가 굳이 화를 내지 않은 데에는 제 자지를 받으며 서럽게 헐떡이는 남지유가 퍽 예뻐 보인 이유도 있었다.
“아흑, 커, 너무 커…….”
권성하가 애달픈 목소리를 무시하고 들어설 때마다, 전문 트레이너의 손을 거쳐 완성된 완벽한 몸이 바들바들 떨렸다. 잘생긴 얼굴도 고통으로 일그러진다. 억지로 들어서던 권성하가 문득 인상을 쓰더니 흰 허벅지 안쪽을 가볍게 내리쳤다.
“아!”
“지유야, 오빠 자지 끊어 먹으려고 그래? 힘 빼야지. 응?”
“흐으, 흑, 네, 힘, 뺄게요…….”
권성하가 짜증을 지우고 조금 너그럽게 웃어 주었지만, 그래 봤자 남지유의 입장에서는 사이코패스 연쇄살인마와 같은 웃음이었다. 씨발, 이런 흉기를 달고 다닌 걸 보면 모르긴 몰라도 몇 명 죽였을 게 틀림없다. 남지유는 제 안으로 파고드는 흉기에 헐떡이면서 어떻게든 긴장을 풀려고 애를 썼다. 지난했던 첫 경험과 성접대 따위를 떠올리면 긴장을 풀고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게 더 편하다는 것쯤은 알 수 있었다. 할 수만 있다면 진작 했을 것이다. 남지유는 반듯한 미간을 찌푸린 채 권성하의 말자지를 속으로 실컷 욕했다.
침대에 늘어져서는 베개에 뺨을 댄 채 헐떡이는 모습은 권성하의 눈에 그저 예쁘게만 보였다. 그는 제 앞에 먹음직스럽게 놓인 몸을 두고 뜸을 들일 만큼 상냥한 성격이 못 되었다. 그가 허리를 튕기자 비좁은 구멍이 빠듯하게 열리면서 묵직한 말자지를 억지로 삼켰다. 힘겨워하면서도 고분고분하게 받아들이는 태도가 권성하의 야릇한 음심을 자극한다. 그 흥분이 고스란히 성기로 전해지자 남지유가 얕게 흐느꼈다. 눈을 질끈 감은 채 헐떡이던 남지유는 조심스럽게 한쪽 눈을 떠 권성하를 바라보았다.
“오빠 다, 다 들어갔어요……?”
“글쎄, 반쯤?”
희망이 짓밟히자 남지유가 울컥한 화를 참지 못하고 바락 짜증을 냈다.
“흑, 씨발 왜 그렇게 커요? 미친 거 아니야?”
“우리 지유, 버릇도 없더니 겁도 없네. 오빠 자지 품었다고, 오빠가 다 예쁘게 봐줄 것 같았나 봐?”
“아, 아니요. 아니에…… 아아!”
사과해도 이미 늦었다. 거의 반쯤 들어갔던 성기가 단숨에 밑동까지 처박혔다. 까슬한 음모가 가랑이에 닿는다. 불에 뜨겁게 달궈진 쇠꼬챙이로 몸 한가운데를 꿰뚫린 느낌이었다. 남지유는 고개를 젖힌 채 숨을 몰아쉬며 아득해진 정신을 되돌리려 안간힘을 썼다. 권성하는 그런 노력을 알아주지도 않고 뜨끈하게 열린 안쪽에다 성기나 문질러 댔다. 남지유가 아, 아! 비명 같은 소리를 내며 자지러졌다.
“아, 오빠아, 너무 커… 흑, 너무 깊…… 아아!”
“후… 힘 빼야지, 지유 보지가 너무 조여서 오빠가 못 움직이겠잖아. 응?”
“아흐윽, 오빠 너무 커요……. 아, 아아, 잠깐만….”
못 움직이겠다는 가증스러운 말 따위를 하면서 좆질은 잘도 한다. 남지유의 잘생긴 얼굴이 발갛게 달아올라 헐떡거린다. 명백히 힘겨워하는 모습이었지만, 그걸 알면서도 권성하는 “기분 좋아?” 놀리듯 물었고 남지유는 어쩔 수 없이 “네, 오빠 좋아요.” 하고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조신한 대답에 부드럽게 웃은 권성하가 제 손질로 빨개진 허벅지 안쪽을 쓰다듬어 준다. 발랑 눕혀진 몸이 파들파들 떨렸다.
“처음도 아닌데, 지유가 왜 이렇게 힘들어할까. 오빠가, 아다라도 따는 것 같잖아.”
“아아…! 아, 오빠아, 그렇게, 움직이면… 흑, 안 돼…….”
안 된다면서 금세 익숙해진 구멍으로는 권성하의 자지를 맛있게 우물거리고 있다. 최 사장에게 뒤를 대 주며 얻은 습관은 어쨌든 권성하에게 만족감을 준 것 같았다. 그는 자지를 길게 빼내었다가, 단번에 짓쳐들며 남배우의 뒷구멍을 즐겼다. 여심저격 같은 타이틀이 따라붙는 잘생긴 얼굴이 그의 좆질마다 흐느끼고 헐떡이며 힘겹게 울어 댄다. 꽉 다물려 있던 비좁은 속살도 앞뒤로 쑤실 때마다 수줍게 열리며 자지를 물어 댔다. 어디를 어떻게 찌르든 남지유는 안 돼요, 오빠, 오빠 울면서도 아주 정성껏 조여 주었다.
내내 궁금하기 짝이 없던 몸을 직접 열어 보며 만족감을 채운 권성하가 약간 다정한 손길로 우는 남지유의 얼굴을 건드린다. 그래 봤자 툭툭 건드리는 수준에 지나지 않았다.
“설마, 스폰서한테 대 준 게 아니라 박아 준 건 아니겠지?”
그러잖아도 말자지 때문에 힘겨운 남지유로서는 도저히 그냥 넘길 수 없는 말이었다.
“오빠 같으면, 그걸 보고, 흐윽, 서겠어요?”
“그럼 몇 년 동안 뒤를 대 준 건데, 보지가 왜 이렇게 좁아. 응?”
“아아아! 흑, 오빠 자지가, 너무 큰 거예요…… 아아, 숨, 막혀. 하으.”
남지유는 힘들어 어쩔 줄을 몰라 하면서도 권성하의 자지를 열심히 받아 냈다. 최 사장과 할 때와는 차원이 다른 압박감이 그의 전신을 지배했다. 배 속 깊숙이 닿는 느낌은, 정말 생소해서, 진짜 첫 경험이라도 하는 것 같았다. 남지유는 문득 잦아든 움직임에 간신히 숨을 헐떡거리다가 속에 가득 찬 성기가 어느 지점을 찌르자 파득 허리를 휘었다. 한순간 눈앞이 하얘졌다.
“아으응……!”
권성하는 남지유가 정신을 차릴 틈도 주지 않고 몰아붙였다. 최 사장의 좆으로는 닿지 않았던 깊은 곳에 있는 극점을 권성하는 아주 손쉽게 찔러 가며 남지유를 자지러지게 만들었다. 힘겹게 몰아쉬던 숨에 달콤한 콧소리가 섞이기 시작한다. 당황스러울 만큼 아찔한 감각이었다. 뜨겁게 달아오른 머릿속이 휘발되는 것 같아서 남지유는 흐려지는 시야를 몇 번이고 다잡아야만 했다. 당황한 손끝이 권성하의 값비싼 명품 셔츠에 감겨들었다. 지어내지 않아도 야릇한 신음이 아래를 쑤실 때마다 계속 터졌다. 수없이 뒤를 대 주고 섹스를 해 왔지만, 이런 건 정말 처음이었다.
“흐앙, 아! 아앙, 잠깐, 흑! 아아!”
“우리 지유, 정말 처음 아닌 거 맞아? 지유 보지가 오빠 좆을 이렇게 조여 대는데, 응?”
“으으응, 흐앙! 오, 오빠, 저 이상해요, 아, 응응……!”
“지유야, 그렇게 처음인 척 내숭 떨면 씨발, 오빠가 꼴려서 못 참겠잖아.”
흥분한 소리가 토해짐과 동시에 좆질이 더욱 사나워졌다. 퍽퍽 찔러 드는 몸짓에 꿰인 몸이 밀려나 침대헤드에서 덜걱거린다. 남지유의 머리가 침대헤드에 부딪치자 권성하가 허리를 붙잡고 끌어 내리며 더욱 깊숙이 쑤셔 박는다. 그 짜릿한 감각에 남지유는 다시 한번 안을 힘껏 조였다. 정말 이상한 감각이었다. 여태껏 단 한 번도 느껴 본 적 없는 아찔한 쾌감이 배 속을 내달렸다. 최 사장과의 관계마다 그 별 볼 일 없는 패턴에 맞춰 느끼는 척하고 절정에 다다르는 척하며 수없이 각본을 짜 왔던 남지유는 난생처음 제 각본에서 벗어난 상황에 당황을 금치 못했다. 난생처음 느껴 보는 생경한 감각도 그에 한몫했다.
“아아아! 응, 아앙, 아, 이상해애, 아아!”
“이상해? 하아… 뭐가.”
“흐으, 몰라아… 으으응! 아, 앙!”
제 입에서 나오는 앙앙거리는 소리가 낯설기 짝이 없었다. 매번 다리를 벌려 주며 기꺼운 척 앙앙거리기는 했지만 다 지어낸 소리에 불과했다. 그런데, 이 새끼는 뭐가 다르다고, 대체, 왜, 박힐 때마다 이런 소리가 나오지?
권성하는 정말 처음인 것처럼 어쩔 줄 몰라 하며 헐떡이는 남지유를 붙잡고 제멋대로 처박아 댔다. 좆이 퍽퍽 찔러 들 때마다 남지유가 그를 붙잡은 채로 앙앙 흐느껴 댄다. 이상해, 안 돼, 라고 하면서 우는 얼굴은 남창으로 굴러먹던 남지유에게는 어울리지 않을 만큼 순진했고, 그래서 더 귀여웠다. 그는 남지유가 내숭이나 뻔한 애교 따위를 떤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깊숙이 처박는 움직임에 망설임이 없었다. 그가 헐떡이는 남지유의 얼굴을 붙잡으며 자신을 보게 했다.
“지유야, 오빠가 기분 좋다는 말까지 가르쳐 줘야 해?”
“으으응, 아, 아뇨… 지유가 잘, 배울게요, 으응, 아아아!”
“그럼 오빠가, 박아 줄 때마다 뭐라고 해야 해? 지유가 말해 봐.”
“하으응! 기분, 좋, 좋다고… 아! 으응……!”
가끔 쌓일 때마다 자위로 풀었던 쾌감과는 비교도 안 될 만큼 강렬한 쾌감이 남지유의 배 속을 때렸다. 허리를 흔들고 아래를 조일 생각도 못할 만큼 아찔한 기분이 내내 목구멍을 찔렀다. 권성하는 남지유에게 자꾸 처음인 것처럼 굴지 말라고 하면서도 너그럽게 웃어 주었지만, 어쩌면 남지유에게는 정말 그가 처음일지도 모르겠다. 최 사장의 짧은 좆으로는 결코 닿을 수 없던 깊은 안까지 마구 쑤셔 주고 있으니 말이다.
남지유는 난생처음 겪는 황홀함에 사정감이 절정으로 달했다. 그가 권성하의 어깨에 둘렀던 손을 내리고 자위를 하려고 하자, 권성하가 사납게 혼을 냈다. 물론 좆질로.
“누가 만져도 된다고 했어, 응?”
“아아! 죄송해요, 흐윽, 아, 기분 좋아서… 으응!”
“앞으로 오빠랑 할 때는, 보지로만 가는 거예요. 알았어?”
“네, 네에… 으응, 아! 아아아! 오빠아….”
권성하가 처박을 때마다 남지유의 발딱 선 자지가 흔들린다. 흔들리는 자지에서는 투명한 물이 울컥울컥 쏟아지다가, 이내 건드리지도 않았는데도 정액을 왈칵 쏟아 냈다. 그 절정과 함께 자지를 삼킨 뒤가 움찔움찔 오므라들었기에 이미 펠라로 예열됐던 자지가 견디지 못하고 남지유의 안에서 길게 사정했다. 남지유는 뒤로만 달한 절정에 한참이나 헐떡거렸다. 가물가물한 눈은 더없는 만족감을 드러내며 금방이라도 잠들 것처럼 감겨들었다.
물론, 권성하는 그렇게 내버려 두지 않았다.
“아아응!”
“지유야, 자면 안 되지. 오빠 자지 더 식혀 줘야 할 거 아냐.”
“아, 아아… 죄송, 죄송해요… 응, 으응!”
처음 느끼는 짜릿한 쾌락에 내내 당황을 숨기지 못하던 남지유는 그제야 정신을 차린 것 같았다. 그러나 정신을 차리기가 무섭게 다시금 쏟아지는 쾌락에 이내 희미해지고 만다. 그는 제게로 사납게 짓쳐드는 권성하를 밀어내지도 못한 채 구명줄처럼 부여잡을 수밖에 없었다. 제 어깨에 팔을 감으며, 제 좆질에 헐떡이는 남지유가 퍽 만족스러웠는지 권성하가 보다 너그럽게 웃었다.
“오빠, 저, 내이일, 인터뷰가…… 응, 아앙.”
“걱정 마, 많이 안 할 거니까.”
“그리고, 저, 최 사장님도, 앙, 아앙, 아!”
“오빠가 알아서 해 줄 테니까, 침대에서 딴 새끼 이름 꺼내지 말고. 응?”
허리를 꽉 붙든 손에 힘이 들어간다. 멍이 남을 것 같아서 하지 말라고 고개를 젓자 권성하가 곱상한 미소 따위를 지으며 좆몽둥이로 혼을 낸다. 거칠게 처박는 움직임에 남지유는 그대로 고개를 젖히며 엉엉 흐느꼈다. 늘 뒤를 대 줄 때마다 각도며 표정이며 신음이며, 하나하나 영화처럼 짜냈던 그는 그럴 여유조차 없어 보였다. 물론 그럴 필요도 없었다. 정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한 번 싸지르고 나면 손이나 입으로 한참 봉사해야만 좆을 세우던 최 사장과는 달리 그는 연달아 끊이지 않고 좆질을 해 댔다. 권성하의 만족에는 남지유가 몇 번 갔는지 따위는 중요하지 않았기 때문에, 남지유는 몇 번이나 사정하여 지치고 한껏 예민해진 몸으로도 권성하가 만족할 때까지 다리를 벌려야만 했다.
“흐으, 흐으응, 흑, 아아…….”
“지유야, 힘들어? 괜찮아, 조금만 참자.”
씨발, 힘든 건 난데 왜 네가 생색을 내고 지랄이신지. 남지유는 정말로 욕을 쏟아 내고 싶었지만 다행히 지친 몸이라 신음만 간신히 흘려 댔다. 그 무력한 모습을 보며 권성하는 아주 기분이 좋았는지 부드럽고 너그럽게 웃어 주었다. 다리 사이에 흉기를 달고, 그 흉기를 제게 쑤셔 박은 채로 그렇게 웃어 봤자 그냥 사이코 같을 뿐이다.
남지유는 짜증을 가득 담아 권성하의 어깨에다 손톱을 세워 박았다. 그게 그가 다리를 벌리며 할 수 있는 최선의 복수였으나 권성하는 그것마저 애완동물의 앙탈쯤으로 여기는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