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화 (2/13)

***

“황명을 받들겠나이다, 폐하.”

위륜은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조영의 부탁을 받아들였다.

조영은 위륜이 이런 사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황제의 명이라면 자신의 입장이나 목숨 같은 것은 조금도 생각하지 않고 움직이는 사내다.

충직하고 간사한 마음이 없는 그런 사내인 것이다.

상장군 위륜은 이번 반정에 가장 큰 공을 세운 사내로, 이 사내가 이끄는 현무군이 아니었으면 이 반정은 성공하지 못했다는 것을 조영도 알고 있다.

폭군 조운에게는 막강한 군대가 있었는데 그 군대를 격파한 것이 바로 이 사내 위륜이 이끄는 현무군이었다.

반정의 가장 큰 공신이지만 이 사내는 그에 대한 어떠한 요구도 하지 않았다. 그저 다시 현무군을 이끌고 원래 그가 있던 변방의 국경으로 돌아가기를 청했을 뿐이다.

폭정으로 망해 가는 나라를 구하기 위해 잠시 자리를 비웠지만, 자신이 있어야 할 곳은 외세로부터 나라를 지키는 국경이라고 고집하며.

위륜은 다른 사람들이 원하는 부귀와 명예는 조금도 바라지 않고 마다하는, 그런 사심 따윈 없는 그저 우직하기만 한 사내였다.

체격은 다른 사내들보다 머리 하나는 더 큰 거구에 한 손으로 사람의 머리통을 터트릴 정도로 거센 힘을 가지고 있고, 사흘 밤낮을 먹지도 마시지도 잠도 자지 않고 칼을 휘둘렀다는 소문을 가진 사내다.

거기에 올곧은 의지는 얼마나 강인한가.

무당이 말한 조건에 걸맞는 사내는 이 사내 위륜밖에 없을 거라고 조영은 확신했다.

다만 동정이라는 조건이 마음에 걸렸다. 그리하여 그에게 조심스레 물어봤더니 다행히 동정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사사로운 일에 한눈을 팔지 않는 성품이라 여인을 안을 시간도 없었다고 했다.

원래 위륜은 내일이면 그의 군사들을 이끌고 국경으로 돌아가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 위륜을 직접 찾아온 황제가 어려운 부탁을 꺼내놓기 전까지는 말이다.

“그대에게 이런 부탁을 해서 미안하구나.”

받아들이기에 따라서는 이런 부탁은 그를 무시한 처사라고 오해하고 반발할 수 있는 것이다.

귀신과 교접을 하라는 것은 지대한 공을 세운 장군에게는 충분히 긍지를 훼손하는 일이 될 수 있다.

그런데도 위륜은 싫은 내색은 조금도 하지 않았다.

“폐하를 위해 목숨을 내놓으라 하셔도 내놓을 수 있는데 고작 그런 것으로 폐하를 위해 쓰임받을 수 있다면 오히려 소신이 영광이옵니다.”

참 우직한 사내다.

이런 사내가 저를 따라 준다는 것이 조영은 그저 감사했다.

“그러면 내일 밤에 황궁으로 들거라. 준비는 알아서 해 놓을 것이다.”

“명을 받들겠나이다.”

위륜이 조영의 앞에 머리를 조아렸다.

***

‘말도 안 되는 일입니다! 폐하께서 어떻게 장군님께 그런 일을 명령하실 수 있단 말입니까! 귀신의 교접 상대라니요!’

황제가 위륜에게 시킨 일을 알게 된 위륜의 측근들은 당연히 길길이 날뛰었다.

황제를 위해 목숨을 건 장군에게 그런 명령을 내린다는 상황 자체가 말이 안 된다는 것이었다.

‘명령이 아니라 부탁을 하셨다. 황제께서 신하에게 친히 부탁까지 하시는 것을 내가 신하된 도리로 어찌 거절하겠느냐.’

하지만 위륜에게도 나름대로의 고집은 있다.

위륜은 대대로 장군을 배출한 집안의 자손이다.

가문의 가훈은 충의다.

이번 반정에 앞장을 서며 위륜은 그의 일생일대의 선택을 해야만 했었다.

가문의 가훈인 충의를 앞에 두고 잠시 갈등했기 때문이다.

폭군이라 하더라도 황제는 황제. 그런 폭군의 편에 서서 폭군에 대한 충의를 지킬 것인가, 아니면 나라를 위해 제가 섬기던 황제의 목을 제 손으로 베고 새로운 황제를 세우는 편에 설 것인가.

옳은 일을 할 것인가 아니면 충의를 지킬 것인가 며칠을 고민한 끝에 그는 백성들의 편에 설 것을 택했다.

백성이 있고 난 후에야 나라도 있고, 나라가 있어야 황제도 있다는 주위의 설득을 받아들인 것이다.

그렇게 해서 제 손으로 세운 황제가 제게 하는 부탁을 어떻게 거절한단 말인가.

그것도 목숨까지 거는 일도 아닌데 말이다.

‘귀신과의 교접이라….’

어둠이 내린 직후 황궁의 후원으로 들어선 위륜이 궁녀들의 안내를 받으며 후원 뜰 깊숙한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황궁에는 이미 어둠이 내렸다.

위륜이 죽은 악비의 원혼과 교접을 한다는 사실은 위륜의 측근들과 황제의 측근들을 비롯해서 극소수만 아는 비밀로 부쳐졌다.

위륜을 위해서도, 황제를 위해서도 이 일은 알려져서 좋을 것이 없다.

이 일에 관련된 궁녀들 역시 황제가 신임하는 상궁들로만 구성되었다.

이 일이 무사히 끝나면 비밀은 영원히 침묵 속에 봉인될 예정이다.

“이쪽으로 오시지요.”

상궁이 위륜을 후원 깊숙한 곳으로 이끌었다.

상궁들은 별다른 말이 없었다.

이런 일에 괜히 입을 놀렸다가 어떻게 되는지 알기 때문이다.

황궁은 비밀이 많은 곳이고 연륜이 깊은 상궁들은 어떻게 처신하는 것이 현명한 일인지 알고 있었다.

상궁들이 멈춰선 곳은 꽤 오래 사용하지 않은 별궁이었다.

귀신과의 교접의 장소를 이곳으로 정한 것은 이곳이 악비의 처소였기 때문이다.

예전에 이곳을 거처로 삼고 악비가 살았었지만 악비가 죽은 후로는 폐궁이 되었다. 게다가 이곳에 귀신이 나온다는 소문이 돌아 궁녀들도 이곳에 오기를 꺼려 했다.

상궁들은 지금 행해지는 이것을 ‘귀혼’이라고 불렀다.

죽은 악비의 넋을 달래주는 일종의 혼인의식인 탓이다.

살아 있는 사내와 죽은 악비가 혼인을 하고, 그 초야가 악비의 넋이 저승으로 오를 때까지 이어진다.

그것이 지금 치르려는 의식이다.

“이곳입니다.”

상궁들이 조용히 문을 열었다.

방문을 열자 처소 안에 밝혀진 촛불들이 위륜의 눈에 들어왔다.

위륜이 처소 안으로 들어섰다.

그러자 등 뒤에서 문이 닫혔다.

처소 안에는 어려 보이는 궁녀가 앉아 있었다.

몇 살이나 되었을까.

작고 가녀린 체구에 불빛에 비친 얼굴은 고작 위륜의 주먹보다도 작았다.

꼭 다물고 있는 연지를 바른 붉은 입술과 어깨가 와들와들 떨고 있는 것을 위륜이 알아차렸다.

그 떨림은 명백한 두려움이다.

아마도 악비의 영매로 선택된 저 어린 궁녀는 지금 벌어질 일이 두려워 저렇게 떨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아직 악비의 원혼이 깃들지 않은 것일까….’

위륜도 대충은 들어 알고 있다.

이 의식은 황궁의 궁녀들 중에서 사내를 알지 못하는 처녀를 골라 그녀에게 악비의 원혼이 깃들게 하고, 악비의 원혼이 깃든 상태의 궁녀를 자신이 안는 방식으로 치러진다.

악비.

위륜도 그녀를 안다.

딱 한 번 위륜은 악비를 본 적이 있다.

폭군이 아직 황위에 있을 때, 그리고 악비가 간통죄로 목이 잘려 죽기 전에 딱 한 번.

그녀는 화려하고 아름다운 여인이었다. 그러나 그 아름다움에 조금도 끌리지는 않았다.

악비는 마치 꽃잎을 활짝 편 목단꽃 같았다.

지독하게 화려하고, 그 지독한 아름다움을 과시하고자 하는 공작새와 같아 보였다.

그런 종류의 화려함을 위륜은 모른다.

지금까지 위륜은 검소함이 몸에 배인 삶을 살았다.

전장의 장수는 딱딱한 흙바닥에 모포 한 장을 두르고 얼어붙은 냉기 속에서 잠들 수 있어야 하고, 얼어붙은 딱딱한 밥알에도 감사할 줄 알아야 한다고 배워 왔고 또 그렇게 살았다.

한눈을 팔지 않는 삶을 살아왔고 선친들에게, 그리고 자신을 따르는 부하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자고 맹세해 왔다.

그런 까닭에 악비처럼 화려한 여인에게 눈길을 줄 틈이 없었다.

‘꺄아악!’

그랬던 위륜이 악비와 딱 한 번 마주쳤던 것은 우연찮은 사건 때문이었다.

갑자기 나타난 미친개 때문에 악비가 기겁을 하고 비명을 지를 때 그때 그곳을 지나던 위륜이 그 미친개의 목을 잘랐다.

황궁에는 개가 없다.

황제가 개를 싫어했기 때문이다.

당연히 들개가 들어올 구멍도 없었다.

그 미친개는 누군가 일부러 들여온 것이 분명했다.

‘이 은혜를 어떻게 갚아야 할지….’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악비는 그 일을 계기로 삼아 위륜과 인연을 맺으려 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위륜은 그런 틈을 보이긴 싫었다.

그래서 보답을 하고 싶다는 그녀의 말을 무시하고 그곳을 떠났다.

그러나 지금 이렇게 악비의 원혼과 귀접을 하게 되었다.

이런 것은 무슨 기연이라고 불러야 하는 것일까.

‘이름이 무엇일까….’

위륜이 제 앞에 앉은 궁녀를 물끄러미 바라봤다.

이 궁녀에게도 이름은 있을 것이다.

이 궁녀는 그녀 자신의 의지로 이곳에 왔을까 아니면 강제로 보내진 것일까.

아마 모르긴 몰라도 후자일 것이다.

이렇게 어리고 겁이 많아 보이는 궁녀가 스스로 귀혼의 대상이 되겠다고 나서는 경우가 얼마나 될까.

‘이 일이 끝나면 이 여인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

자신은 사내이니 이 귀혼이 끝나면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원래 있던 자리로 돌아가면 된다.

하지만 이 궁녀는 다르다.

육체에 씌는 것은 악비의 원혼이지만 자신이 직접 안는 몸은 이 여인의 것이다.

결국 이 여인은 자신에게 순결을 잃게 된다.

그뿐만 아니라 자신과 수없이 교접을 반복해야만 한다. 악비의 원혼이 만족할 때까지.

기약도 없는 이 일이 끝난 후에 이 여인은 지금의 이 모든 기억을 안고 살아가야 하는데, 괜찮은 것일까.

촛불이 아주 잠깐 흔들렸다.

위륜이 긴 숨을 내쉰 탓이다.

‘장군께서는 아무것도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악비의 원혼이 다 알아서 할 것이옵니다.’

무당은 위륜에게 그렇게 말했다.

위륜이 뭘 어찌해야 할 것은 없다고 했다.

궁녀의 몸에 깃든 악비가 알아서 다 한다고 말이다.

‘뭘 알아서 한다는 것이지?’

겁을 먹고 덜덜 떨고 있는 궁녀를 바라보며 위륜이 의혹을 가질 때였다.

긴 숨을 내쉬지도 않았는데 촛불이 흔들렸다.

분명 바람도 없고 움직이지도 않았는데 촛불이 흔들렸다.

그리고 다음 순간, 위륜은 궁녀의 몸에 악비의 혼이 깃들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지금까지 두려움 가득한 표정으로 입술을 덜덜 떨고 있던 궁녀의 기색이 확 바뀌었기 때문이다.

궁녀의 입술에서 더 이상 떨림은 발견할 수 없었다.

오히려 연지를 바른 붉고 도톰한 입술이 그 끝을 휘며 미소를 그렸다.

그리고 천천히 고개를 들어 올린 궁녀의 얼굴은 요사스런 빛이 가득했다.

요부.

위륜이 그 단어를 떠올렸다.

악비는 요부다.

원래 기생이었던 악비는 폭군 조운을 제 몸으로 휘둘렀다.

그 다리 사이에서 조운이 정신을 못 차리는 사이에 나라는 엉망이 되고 말았지만 말이다.

그리고 지금 위륜이 보고 있는 궁녀는 요사스런 표정을 지으며 눈매 끝을 휘며 웃고 있었다.

“늠름해 보이는 장군이시군요.”

목소리는 궁녀의 것인지 여리기 짝이 없지만 그 눈빛은 음탕함을 담고 있다.

“왕야께서 내게 이런 선물을 주시다니.”

여인이 말하는 ‘왕야’가 황제 조영을 가리킨다는 것을 위륜도 안다.

악비가 죽임당할 때 황제 조영은 아직 왕야였다.

그래서 지금도 왕야라고 부르는 것이다.

이 여인은 궁녀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그 속은 악비다.

“고맙기도 하셔라….”

여인이 입술 가득 미소를 머금고 손가락 끝으로 위륜의 턱을 그었다.

손가락이 점점 위륜의 턱을 그리듯 쓸며 올라와 그의 입술에 닿았다.

“인물이 어쩌면 이리 잘나셨을까. 이 잘난 인물만큼 다리 사이의 좆도 실할까 모르겠군요.”

천박한 말을 입에 아무렇지 않게 담으며 여인이 손을 내려 위륜의 중심을 꽉 움켜쥐었다.

“어머나.”

손에 움켜쥔 것이 마음에 드는지 여인이 눈웃음을 쳤다.

“물컹물컹한 것이 이리도 크니 이것이 성을 내면 얼마나 커질까….”

여인이 입맛을 다셨다.

“내 살아생전에 대물을 품어보는 것이 소원이었는데 그 소원을 이루지 못하고 목이 잘려 죽었지 뭡니까. 내가 모시던 폐하께서는 다리 사이에 내 손가락만도 못한 양물을 달고 있어서 그걸로 내 구멍을 쑤실 때마다 억지로 자지러지는 소리를 내야만 했는데 그게 얼마나 힘들었던지….”

여인이 쥐고 있던 위륜의 음경을 놓아줬다.

“내가 살아서 풀지 못한 한을 죽어서 풀게 되었으니, 내 목을 벤 폐하께 감사를 해야 하는 것인지….”

여인이 금침 위로 올라가 앉았다.

그리고 위륜에게 손짓했다.

“그리 목석처럼 쳐다보고만 있지 말고 옷이라도 벗겨 주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장군님?”

여인의 말에 위륜이 그녀가 올라앉은 금침 위로 올라갔다.

그리고 그녀의 옷고름에 손을 댔다.

야장의만 입고 있었던 탓에 여인의 옷은 손쉽게 풀렸다.

야장의가 흘러내리며 여인의 나신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방 안을 밝히고 있는 여러 개의 촛불 불빛이 너무 밝아 여인의 몸은 어느 한 구석도 감춰지지 않았다.

무엇보다 여인이 그 몸을 감추려 들지 않았다.

“내 몸을 보았으니, 아. 내 몸은 아니지만…. 장군님, 내 원래 몸은 이 몸보다 훨씬 더 아름다웠답니다. 이런 빈약한 몸 따위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그런 몸이었지요.”

여인은 지금의 궁녀의 몸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투로 미간을 찡그리며 말했다.

“자, 이제 장군님의 몸을 보여 주시겠어요? 저는 지금 당장 장군님의 다리 사이에 있는 것을 보고 싶답니다.”

여인이 무릎을 세운 채로 벌렸다.

그러자 그녀의 가랑이 사이 은밀한 계곡이 벌어졌다.

위륜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주어진 일에 몰두하느라 여인을 가까이할 생각도 하지 않았었는데 처음이 이런 요부라니. 이것을 뭐라고 생각해야 하는 것일까.

여인의 손이 스스로의 질구를 벌리며 손가락으로 계곡을 훑기 시작했다.

제 손으로 자위를 하는 여인을 보며 위륜이 천천히 입고 있던 옷을 벗었다.

평상시 위륜은 무복 위에 갑옷을 걸치고 산다.

부드러운 비단 옷은 입어 본 적은 유년 시절 이후에는 기억에 없다.

기름진 산해진미도 입에 댄 적이 거의 없다.

좋은 집이 있지만 그 좋은 집에서 살아 본 기억도 거의 없다.

열다섯 살 이후로는 집 밖을 떠돌며 집에 돌아가지 않았다.

그의 본가에는 여전히 그의 늙은 부친과 모친이 살고 있지만 진짜 효는 나라를 지키고 황제를 지키는 것이라 생각하여 돌아가지 않았다.

가끔 양친이 보내 오는 편지에 ‘이제 그만 손주를 보고 싶다’는 내용이 적혀 있지만 혼인도 하지 않은 몸으로 그건 들어드리기 힘든 부탁이었다.

위륜이 옷을 남김없이 벗자 그의 육체가 드러났다.

그의 등과 가슴은 온통 흉터투성이였다.

그가 십 년도 넘게 전장에서만 살아온, 싸움에 잔뼈가 굵은 장수라는 것을 알려 주는 흔적들이었다.

살결은 햇볕에 그을려 구릿빛으로 뒤덮였고 가슴 근육은 단단해서 어지간한 주먹은 먹히지도 않는다.

그의 허벅지는 여인의 허리만큼이나 굵고 단단했고 종아리는 근육이 꿈틀거리는 것이 눈에 보일 정도였다.

단단한 팔뚝은 여인의 허벅지와 비슷한 굵기였으며 손은 크고 투박했다.

무엇보다 그의 중심에 자리를 잡은 음경은 사내들이라면 누구라도 부러워할 정도의 크기였다.

평소에 바지를 입고 있어도 그 묵직한 것이 슬쩍 드러날 정도였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발기하기 전이었다.

“하아… 으음….”

위륜의 중심에 매달린 살덩이를 보며 여인이 가쁜 숨을 헐떡였다.

눈으로 보는 것만으로도 흥분이 된다는 듯 여인이 제 입술을 혀로 핥으며 연신 손으로 제 질구를 문질렀다.

여인의 손가락에는 질펀한 애액이 묻어나고 있었다.

찔걱 찔걱 젖은 소리를 내며 제 질구를 손가락으로 쑤시던 여인이 그 젖은 손을 핥았다.

아직 사내의 음경은 발기하지 않은 상태였다.

여인의 벗은 몸을 보고 짐승처럼 발기할 정도로 위륜은 음욕이 강한 사내는 아니었기 때문이다.

축 늘어진 채로 단단해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 위륜의 음경을 본 여인이 그를 향해 엎드렸다.

“윽….”

당황한 것은 위륜이었다.

그의 하체에 엎드린 여인이 두 손으로 그의 물컹한 음경을 감싸 쥐었기 때문이다.

부드러운 손이 음경을 감싸 쥐더니 이내 뜨거운 입술이 그것을 삼켰다.

“하읍….”

위륜의 음경을 삼킨 여인의 뺨이 터질 것처럼 불룩해졌다.

“읍, 읍…흐읍….”

두 손으로 음경을 꽉 쥔 채로 여인이 입술을 움직였다.

혀를 굴려가며 빨아대자 여인의 입안에서 위륜의 음경이 점점 더 단단하게 부풀어 올랐다.

여인이 입술을 움직이며 빨아대는 것이 빨라질수록 위륜의 음경이 더 커다랗게 변해 갔다.

“하아…!”

여인이 결국 입술을 벌리고 가쁜 숨을 헐떡였다.

그리고 제가 세운 음경을 만족스런 눈으로 쳐다봤다.

“내 살아 있을 때에도 이만한 물건은 본 적이 없는데….”

여인이 뒤로 물러나 앉더니 위륜을 바라보며 누웠다.

그리고 다리를 벌리고 그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빨리 자신을 안으라는 뜻이었다.

제 다리 사이에서 불끈거리는 것을 힐끗 쳐다본 위륜이 여인의 위로 올라갔다.

열기 가득한 눈으로 저를 바라보는 여인의 얼굴을 보며 문득 위륜의 머릿속에 의문이 생겼다.

지금 이 여인의 몸을 지배하고 있는 것이 악비라면, 진짜 이 여인의 넋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악비에게 지배를 당할 동안에 이 여인의 넋은 밖으로 쫓겨나는 것일까 아니면 이 몸의 어딘가에 눌려 있는 것일까.

넋이 몸 밖으로 쫓겨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니 이 몸 어딘가에 짓눌려 있을 것이 분명했다.

‘이 상황을 전부 보고 있는 것일까? 느끼고 있는 것일까?’

만약 이 몸의 원래 주인인 궁녀가 이 상황을 전부 인식하고 있다면, 그 여인은 얼마나 괴로울까.

거부할 수도 없는 황명 때문에 누군지도 모르는 자신에게 안겨야 하는 이 여인은 지금 얼마나 괴로울까.

‘차라리 기억을 못하고, 차라리 이 상황을 모르는 것이 좋을 텐데….’

부디 이 몸의 원래 주인인 궁녀가 지금 이 순간 아무것도 모르고 있기를 바라며 위륜이 이미 눅진하게 젖어 있는 그녀의 질 속으로 제 발기한 음경을 밀어 넣었다.

“하윽!”

위륜은 애무라든지 전희라든지 하는 것은 모른다.

여인과의 교접 자체가 처음이다.

그러나 지금 제가 음경을 밀어 넣는 순간 여인이 비명에 가까운 소리를 지르자 당황한 나머지 얼른 허리를 뒤로 뺐다.

여인이 아파하는 줄 알았기 때문이다.

“미, 미안하오.”

당황하는 위륜의 목에 여인이 팔을 걸었다.

여인의 눈동자는 음란한 열기를 가득 담고 있었다.

“이건, 좋아서 지르는 비명이니까 신경 쓰지 말아요. 처녀가 찢어지는 기분은 정말 오랜만이군요. 나는 열여섯 살에 처녀를 버렸거든요.”

여인이 두 다리로 위륜의 허리를 휘감았다.

저를 끌어당기는 여인의 몸짓에 위륜이 다시 그녀의 질 안으로 제 음경을 뿌리까지 밀어 넣었다.

“아아아!”

여인이 자지러지게 소리를 질렀다.

여인의 질구는 워낙에 좁아 보여, 위륜은 자신의 음경이 그 안에 전부 들어가는 것이 무리라고 생각했다.

무엇보다 아무리 젖어 있다고 해도 여인의 질 안은 뻑뻑했다.

밀어 넣으려고 힘을 줄 때마다 제 음경이 여인의 질 안을 찢고 있다는 생각을 버릴 수가 없어 위륜의 허리에 주저함이 들어갔다.

“장군님, 빨리… 흐응… 빨리….”

그의 목에 매달린 여인이 재촉했다.

그의 음경을 삼킨 여인의 질 안은 뜨겁고 촉촉했다.

제 단단한 가슴에 짓눌린 여인의 젖가슴의 감촉은 뭉클했다.

어떻게 이렇게 작고 가녀린 여인의 몸이 제 크고 단단한 음경을 전부 삼킬 수 있는지 위륜은 그것이 의아했다.

“으윽!”

위륜이 낮게 신음하며 허리를 밀어 붙였다.

퍽, 퍽, 여인의 살과 부딪치는 소리를 울리며 그의 음경이 여인의 안쪽으로 파고들었다.

“아! 하윽! 아아아! 아!”

여인의 질벽이 제게 파고 들어오는 위륜의 음경을 탐욕스럽게 먹어치웠다.

“아윽! 자, 장군님! 더, 더 세게! 하응! 더 세게! 아! 아아!”

사내의 음경이 찌르고 들어올 때마다 여인이 그의 아래에서 몸을 흔들었다.

희고 고운 다리를 벌린 채로 사내의 음경에 꿰뚫리는 그녀의 모습은 음란한 요부 그 자체였다.

사내의 구릿빛 등과 엉덩이가 여인의 흰 살결을 짓누른 채로 꿈틀거렸다.

“하윽! 좋아! 아! 좋아! 좋아, 더, 더…! 하으응!”

여인에 사내의 목을 끌어안고 쾌감을 이기지 못하고 소리를 질렀다.

두 다리를 활짝 벌린 채로 사내의 음경을 갈구하며 허리를 흔들었다.

“하아…하아….”

위륜의 숨도 점점 거칠어졌다.

처음 하는 교접이지만 제 단전 아래에서 끓어오르는 뜨거움에 위륜의 머릿속이 어질거렸다.

제 음경을 찔러 넣을 때마다 그것을 조여 오는 뜨거운 질벽이 그의 머리를 뜨겁게 달궜다.

제 아래에 짓눌린 여인을 끌어안고 위륜이 사납게 허리를 쳐댔다.

퍽, 퍽 박아대다가 여인의 다리를 잡아 벌리고 다시 아래에서 위로 허리를 쳐올렸다.

몇 번이나 추삽질을 반복하며 그녀의 안을 들락거린 끝에 마침내 위륜이 여인의 안쪽에 제 씨물을 쏟아부었다.

고개를 젖힌 채로 간드러지게 교성 섞인 가쁜 숨을 흘리는 여인과 눈동자가 마주친 순간, 문득 위륜은 여인의 눈가에 고인 눈물을 본 것 같다고 생각했다.

잘못 본 것이 아니라 그건 틀림없는 눈물이었다.

희열로 인해서 흘린 눈물일 수도 있다.

그게 아니라면, 그럴 리는 없겠지만 이 몸의 원래 주인인 여인이 흘리는 눈물일지도 모른다고 위륜이 생각했다.

위륜이 황궁 안의 은밀한 곳을 나선 것은 아직 어둠이 컴컴할 때였다.

‘제 신력으로 악비의 원귀를 궁녀의 몸 안에 붙잡아둘 수 있는 것은 고작 두 식경뿐입니다. 그러니 장군께서는 두 식경 동안만 애써 주시면 됩니다.’

두 식경. 매일 밤 두 식경.

그것이 며칠이나 이어져야 하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건 악비에게 달려 있다.

악비가 만족을 느껴야만 이 은밀한 의식은 끝이 난다.

위륜의 발이 어둠이 내린 폐궁의 후원을 걸었다.

의식이 치러지고 있는 이곳은 죽은 악비의 폐궁.

그런 곳을 사용하기 위해 서둘러 청소를 하고 단장을 한 것처럼 보이지만 곳곳에 낡아서 허물어진 것이 눈에 띄었다. 이곳이 정말 버려진 곳이라는 걸 새삼 깨닫게 했다.

‘이름이 무엇일까….’

후원을 걷던 위륜이 문득 뒤를 돌아봤다.

제가 조금 전에 걸어 나온 악비의 처소는 불이 꺼져 있었다.

악비의 원혼이 깃들었던 궁녀는 아직까지 깨어나지 못하고 있을 것이다.

그녀가 지쳐 쓰러져 잠이 든 것을 확인하고 위륜도 저곳을 나왔다.

두 식경이 지나서 악비의 원혼이 빠져나간 탓에 궁녀가 혼절을 한 것인지, 아니면 두 식경 동안 쉬지 않고 한 탓에 악비든 궁녀든 지쳐 쓰러진 것인지 그것은 위륜도 모른다.

위륜이 아는 것은 두 식경이라는 시간 동안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것뿐이다.

그 궁녀의 처지나 자신의 처지나 다를 것이 없다.

굳이 다른 것이 있다면 자신은 황제를 위해 거절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받아들였고, 그 궁녀는 거절할 수 있는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가련하다면 가련하고, 애처롭다면 애처롭다.

그러나 아무리 애처롭고 가련하다고 해서 자신이 도와줄 수 있는 것은 없다.

만약 그 궁녀가 안쓰럽다 하여 자신이 뭔가를 해 주려고 한다면, 그것은 월권행위다.

황궁은 위륜 자신이 침범할 수 없는 영역이다.

궁녀는 황궁에 속해 있고, 황제에게 속해 있다.

죽고 사는 것도, 그 삶을 좌우하는 것도 황제의 소관이다.

그것을 침범하면 불경이 되는 것이고, 그것을 침범하면 대죄가 된다.

이미 한 번의 황제를 제 손으로 폐하고, 다시 제 손으로 옹립한 황제다.

제 손으로 옹립한 황제를 제가 존중하고 섬기지 않는다면 제가 죽음으로 이끈 폭군 조운에게 자신은 훗날 무엇으로 변명하겠는가.

‘부디 폐하께서 그 궁녀를 생각하시어 선처를 해 주신다면 좋겠군….’

악비의 원혼을 저승으로 보내는 일에 제 한 몸을 바치는 그 궁녀에게 합당한 상이 내려진다면 그것이 가장 바람직한 결과다.

재물을 주어 황궁에서 나가 원하는 삶을 살도록 해 주는 것이 그녀에게는 보상이 되지 않을까.

물론 지금의 기억은 어쩌면 평생 사라지지 않을지 모르겠지만.

조용한 후원을 걷는 위륜의 이마에 차가운 것이 닿았다.

어두운 하늘에서 흩날리듯 떨어지는 눈이 그의 이마에 내려앉았다.

겨울이 시작되고 있었다.

그런데도 추운 것을 모르는 것은 지금 그의 마음이 번민하고 있는 까닭이었다.

스스로의 행동에 대한 번민이 아니라, 자신이 결코 도와줄 수 없는 여인에 대한 번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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