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하, 이혼을 허락해 주시옵소서.”
황제의 적장자와 평해왕의 적녀의 정략혼.
사랑 없이 맺어졌을지라도 연주는 온 마음을 다해 남편을 사랑했다.
그러나 연왕 소정엽은 상상 이상으로 냉정하고 잔혹한 인간이었다.
선물처럼 찾아온 아이가 갑작스럽게 떠났건만
아이의 괴이한 모습이 자신의 명성에 해가 될까 언 땅에 파묻을 만큼.
냉혈한인 남편과 달리 연주는 아이를 가슴에 묻었다.
남편의 무정함에 질린 그녀는 황제에게 이혼을 청했다.
그녀의 사랑은 죽은 아이와 함께 썩어 문드러진 지 오래였으니까.
“연왕 소정엽과 연왕비 채연주의 이혼을 허하니
과거는 여기 묻고 각자 행복한 삶을 꾸리도록 하라!”
그렇게 다시는 소정엽과 얽히는 일이 없을 거라 생각했건만.
“도망가는 건가?”
날 선 목소리가 연주의 목덜미를 잡아채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