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망인 채로 내 차에 뛰어들어서 길바닥에서 주웠어.”
위험에 처해 기억까지 잃은 가현은 그에게 그 정도의 존재였다.
기억을 잃은 그녀가 매달릴 곳은 잔인할 정도로 매서운 눈매에 고압적인 태도의 그뿐이었다.
기억상실로 힘겨운 트라우마를 잠재울 수 있는 유일한 존재. 가현은 뻔뻔해 보여도 살기 위해 매달렸다.
“이 불안한 머릿속을 비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잊게 해줘?”
노을빛을 받은 냉정하게 잘생긴 그의 얼굴에 하데스가 겹치는 환상을 본 것 같았다.
“사라지게…… 해주세요.”
그녀는 위험한 그에게서 절대 벗어날 수 없는 늪으로 걸어 들어갔다.
사랑 따위 믿지 않는 남자에게 길들어 사랑에 빠진 가현의 운명은 가혹했다.
“저와 결혼해 주세요.”
“내가 아니라 내 몸이 필요하겠지. 말 같지 않은 사랑 따위 운운하지 마.”
“만약… 네가 내 여자가 되면… 죽어서도 나한테서 못 벗어나.”
인연인 줄 알았던 두 사람은 의도치 않은 악연이었다.
이미 길들여져 각인된 마음이 악연까지 잊혀질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