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화. 가질래, 야해
육욕에 눈 먼지가 언젠데, 멈추기엔 욕망의 화산이 역대급으로 폭발해 버렸다. 펄펄 끓는 마그마가 전신으로 콸콸 흘러내린 탓에 이제 이를 피할 길도 없었다.
해보자. 은우랑.
질래가 브래지어를 살짝 밀어냈다. 딱딱하게 부푼 초연한 유두가 은우를 유혹했다. 그의 입술을 절로 소환했다.
“하앙, 읏.”
바람대로 제대로 물렸다. 다시 까끌까끌한 혓바닥으로 유륜을 빙빙 배회하더니 잇새로 유두를 반죽했다.
빨렸다, 놓였다. 젖꼭지가 난리도 아니다. 그러면서도 남자의 손은 질래의 젖은 팬티 사이를 오가며 부풀어 오른 진주알을 꾹꾹 자극했다.
질래의 허리가 꺾이고 머리가 쳐들렸다. 졸아든 심장이 터질 듯 뛰는데 그럴수록 질래의 은밀한 곳도 펄렁펄렁, 가쁘게 호흡했다.
인정한다. 완전히 흥분했다.
졌다, 음욕에. 완벽하게 졌다.
질래의 하얀 치마가 펄럭펄럭. 마치 항복의 흰 수건을 내던지는 듯한 모양새였다.
살구색 팬티도 어느새 어둠에 거뭇거뭇해졌다. 설핏 애액에 절은 죠리뽕 같아서 은우는 얼른 우윳빛 정액에 말아 퍽퍽 떠먹고 싶었다.
물 먹은 팬티를 순회하던 손이 동그랗게 핀 진주알을 달래듯 어루만지다가도 약하게 비틀며 자극했다.
“하아앙.”
질래는 다리가 풀려 무너질 뻔한 걸 겨우겨우 버텨냈다. 이 모든 건 흔들리는 바위 때문이라며.
저를 게걸스럽게 맛보는 남자를 가늘게 풀린 눈으로 구경했다.
입으로는 양 젖꼭지를 번갈아 가며 쪽쪽 맛보면서도 손바닥으로 음부를 다정하게 어루만지는 남자의 손길에 팔딱팔딱 속살이 날뛰고 쫄깃쫄깃한 주름이 왈칵, 단물을 쏟아냈다. 음부를 마사지하던 남자의 손이 그 애액은 고스란히 받아냈다.
“야한 환영 인사네?”
“…우리. 하아.”
“괜찮아, 아무도 없는 길이야.”
“정말 할 거야?”
“만약에, 이곳이 길거리가 아니라면, 할 수 있겠어?”
은우는 이 모든 상황을 계산한 걸까? 질래의 답변을 듣기도 전에 은우가 틈새 코너에서 자바라처럼 접혀있던 철문을 끌어당겼다.
하늘과 발밑은 뻥 뚫려 있지만 길거리와는 완벽하게 차단된 비좁은 공간.
순시에 우리만의 룸이 생겼다.
동시에 흔들리는 남녀의 눈빛에서 무언의 사인이 오갔다.
선공은 무희를 자처한 은우부터. 남자가 바지를 끌러 브리프에서 육중한 각선미의 다리를 빼냈다. 이내 애액으로 잔뜩 젖은 팬티를 손가락으로 밀어내자 그의 손끝에 투명한 거미줄이 실처럼 딸려 나와 뚝, 바닥으로 떨어졌다.
“가질래, 야해.”
“여기 말이야….”
이번에는 질래였다.
“더, 야해져도 될 것 같아.”
그녀가 팬티를 내렸다. 흠뻑 젖은 음모가 가로등에 반사돼 반짝반짝, 설핏 은실처럼 보였다.
들숨 날숨이 꼬여서 도무지 진정 되질 않았다. 너무도 적막해서 색색거리는 소리마저 흥분의 이유가 되는 파리에서의 어느 밤.
질래가 다리를 벌렸다. 와이존에서 뻗은 각선미가 섹시했다. 탄탄한 허벅지 사이 그 은밀한 해초를 뚫고 은우의 페니스가 그 안으로 들어갔다.
이내 여자의 음부에서 귀두가 밀렸다. 분신 끝에 맺힌 쿠퍼액과 애액이 뒤섞인다. 왔다 갔다, 밀대로 청소하듯 비비며 마찰시키자 질퍽질퍽 야한 소리가 좁은 골목으로 퍼졌다.
마치 불장난하는 어린아이들처럼 그 모습을 함께 내려다보았다.
달빛에 기대어 어둑어둑, 암흑이 내려오는 저녁 시간. 페니스로 애무하는 음부를 함께 감상했다. 비좁은 무대의 드레스 코드는 블랙과 살구색.
빛과 쇼의 도시, 파리에 걸맞은, 외설적인 야외 공연이었다.
캉캉치곤 느릿느릿한 발차기였다.
“하아, 은우야.”
“하. 가질래.”
“너무 좋아. 흥분돼.”
“나도….”
“넣어줘.”
발목에서 질척이는 팬티가 단화를 통과해 질래의 손에 들렸다. 그 모습이 센 강, 어딘가에 위치한 자유의 여신상보다 더 고귀한 모습이었다. 여자가 허리를 돌려 양손을 벽에 기댄 채 엉덩이를 쳐들었다.
“씨발, 존나 섹시해.”
저도 모르게 욕이 튀어나왔다. 젠장. 엉덩이 깐 여자가 팬티를 들고 있는 모습이 왜 이리도 기품 있게 천박한지, 야릇하게 요망스럽다. 그것도 그 여자가 가질래 라는 게, 길에서 반 나신으로 저러고 있다는 게 믿기지 않아서 은우는 더 꼴렸다.
이성을 잃어버린 인간에겐 남은 거라곤 이제 본능뿐.
바위 위에 질래가 양다리를 벌린 채 기다리자 은우가 잘록한 허리를 손으로 고정시켰다.
“고마워, 질래야.”
“흐읏.”
질래는 그만, 한 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안 봐도 알 수 있는 그의 우윳빛 성기.
여린 속살을 짓이기며 끝끝내 푸욱, 은우가 들어왔다.
“흐으읏. 미쳤….”
귀두가 주름에 걸렸다. 덜그럭. 덜그럭. 귀두의 주름이 늘어지고 질구가 열리는 그 선명한 감각에 알 수 없는 쾌감이 남녀를 덮쳤다.
“이제, 본격적으로 출 거야.”
은우의 선전포고를 시작으로 불기둥이 그녀의 내벽을 지지며 쑤우욱 들어왔다. 그 뚜렷한 자극에 질래의 입을 막고 있던 손가락 사이로 쇳소리 같은 신음이 삐져나왔다.
“좀 더 격렬하게 춰 줘.”
“원한다면.”
여자의 애원에 남자가 허리를 뒤로 물렸다. 그리곤 단숨에 달린다.
“으흣.”
동그란 선단이 여자의 경부에 닿았다.
그제야 인정하게 되는 한 가지.
그래, 우린 돌았다.
아무리 예술이 거리 파리라지만 몽마르뜨 언덕 그 어느 길거리에서 자바라 철문으로 몸통을 가린 채, 저 멀리 지나가는 사람들의 웃음소리, 발걸음 소리를 흥분제 삼아, 은우의 성기와 나는 이어져 있었다.
은우와 나 사이. 음부를 뚫고 지어진 새로운 다리가 꽤나 튼튼하게 놓였다.
막 지어진 반질반질한 다리는 시큼한 야한 냄새를 풀풀 내며, 얼마나 핫한 신축 건물인지를 알게 했다.
어느 순간 저와 하나가 된 남자가 어떠한 치댐도 없이 가만히 있었다.
그저 엎드려 있는 여자를 일으켜 세워 그대로 꼭 안았다. 그 작은 움직임에도 페니스가 뒤로 물리는 듯한 생경한 감촉이 자극적이어서 제기랄, 좋았다.
왜 너무 좋으면 비속어나 나오는지 질래도 알 것 같았다.
“미쳤어.”
“더 미칠래.”
남자의 그 천박한 한마디가 질래의 귓가에 닿을락 말락 간질이며 이성을 마비시켰다.
“하읍. 으읏읏.”
순간 탄력 넘치는 동그란 힙이 쳐들리며 은우가 더 세게 그녀 속으로 정주행했다.
제 옷을 내린 채 굵직한 다리로 힘차게 발차기하는 은우의 야한 춤사위.
퍽!
“하앗, 으누.”
격정적인 캉캉 섹스는 계속됐다. 은우가 페니스를 차올리며 빠른 템포의 춤을 이어가더니 질래 안에서 그대로 하이킥을 날렸다.
“아아악!”
여자의 손톱이 찌지익, 벽돌을 긁어냈다. 질래의 흥분도를 가늠케 하는 하얀 선이 붉은 벽돌에 벽화처럼 새겨졌다.
은우가 한쪽 무릎을 바위 위에 얹은 후 그녀의 힙에 대고 빙글빙글 허리를 돌린다. 은밀한 가운데 다리로 질래 안을 선회하는 남자가 은우여서 여자는 황홀했다.
찰박찰박, 퍽!
페니스가 내벽에서 높이 뛰어올랐다가 착지하는 그야말로 에로틱한 댄스의 극치. 이게 바로 프렌치 캉캉의 묘미구나 싶어서, 질래는 얼이 쏙 빠졌다.
왜 캉캉이 세계적으로 사랑받고 대중적으로 인기를 끄는지 알 것만 같았다.
외설적이면서도 예술적인 몸짓.
순간 여자의 머리칼이 달빛에 반사되어 아름답게 흩날렸다. 열기로 잔뜩 젖은 남녀에겐 선물 같은 시원한 바람이었다.
문제는 은우가 선사한 엄청난 자극에 그만 질래의 손에 들린 팬티가 바닥으로 떨어지더니 나풀나풀, 휘리릭, 철문 밑으로 빠져나갔다.
“어, 저기.”
팬티가 도망갔다.
웅성웅성. 하필이면 그 타이밍에 단체 관광객들이 이쪽 골목으로 몰려오는 듯했다.
어쩌지? 길거리에서 속옷을 구출시키기엔 턱없이 부족한 시간. 본능에 사로잡혀 스트립쇼에 열중하던 남녀가 드디어 이성을 맞이했다. 후다다닥, 음모를 원피스로 가리고 엉덩이 사이로 이어진 다리를 허물고자 질래가 은우의 다리는 빼내려던 순간.
“아직이야.”
쇼핑백을 챙겨 든 은우가 질래를 안은 채로 오른쪽 벽에 있는 허름한 초록색 문을 무작정 열었다. 문짝이 방패가 되어 남녀의 은밀한 부위를 가린 채 질래는 어딘지도 모를 건물 속으로 들어갔다.
“이은우, 여기가 어딘 줄 알고? 어?”
대체 여긴 뭐 하는 곳일까. 다행히 고요했다. 은우의 품에서 내려와 바닥에 발이 닿는 순간 질래는 용기를 내서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뚜껑 없는 낡은 피아노, 드럼, 스피커, 세월을 가늠할 수 없는 상처투성이인 고즈넉한 나무 바까지, 짐작이 맞다면 동굴처럼 생긴 조그마한 재즈 공연장이었다. 협소 주택 안처럼 소박한 무대를 갖춘 이곳은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프랑스 중세시대의 비밀의 방에 찾아온 듯한 착각마저 불러일으켰다. 그만큼 곳곳에서 세월감이 물씬 풍겼다.
공연 전인 듯 관객은 아무도 없었다. 어둑어둑한 공연장 곳곳에 달린 야시시한 붉은 조명만이 은밀한 분위기를 한껏 연출했다. 그게 더 기묘하고 신비로웠다.
들어올 때만 해도 은우 품에 꼭 안겨 있었지만 공연장 구경에 어느새 그와의 거리가 점점 벌어져 갔다. 그 점이 마음에 들지 않는지 은우가 불시에 질래를 덮쳤다.
콰앙! 너절한 피아노 건반 위로 질래의 동그란 엉덩이가 뭉그러졌다. 야수의 습격에 너무 놀라, 질래는 헉 소리도 내지 못했다. 아랫도리가 뻐근해져 갔다. 피아노 건반 위, 가랑이를 벌린 여자 속으로 흐읍, 남자의 성기가 천천히 밀려 들어왔다.
이미 흥건히 젖은 샘이라 처음보단 손쉽게 기둥이 세워졌다.
“끝도 없이 야하구나, 우린.”
체액에 젖어 잔뜩 엉겨 붙은 음모 사이로 또다시 다리가 놓였다. 불안감에 가득 찬 여자가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렸다. 혹 사람이라도 들어오면 어쩌려고 이렇게 본능에 충실한 걸까. 질래는 골목길에서의 정사만큼이나 조마조마했다.
“여기 주인이….”
“밤 9시에 열어, 그전까지 아무도 없어.”
은우가 떨고 있는 그녀의 가녀린 몸을 뒤쪽으로 틀었다.
쭈욱, 그의 페니스가 좁은 속살에서 튕기듯 빠져나왔다. 쫀득하게 들러붙은 질래의 내벽이 촉수처럼 어찌나 집착하던지 들어갈 때보다 나갈 때가 더 남자의 허리에 힘이 실렸다.
“즐기자. 우리 부부잖아. 수십 년 후엔 이런 용기조차 없을지도 몰라.”
“부부? …읏.”
꽝, 쾅쾅! 질래의 양손이 순시에 건반을 무자비하게 눌렀다. 피아노에 양손을 짚은 채로 엎드린 여자는 누가 봐도 대놓고 야했다. 원피스 사이로 보이는 활짝 핀 하체가 방탕하게도 휑했다.
그제야 잊고 있던 사실이 떠올랐다. 애액으로 범벅된 팬티가 길거리에 나뒹굴고 있다는 것. 그 생각만으로도 여자는 수치스러웠다. 당장이라도 주워오고 싶었다.
하지만 같은 공간에서 커플은 동상이몽 중이다. 남자는 이미 청소년관람불가 영화를 감상한 탓에 질래의 부끄러움이 보이지 않았다. 뻐끔대는 저 질구만이 그를 유혹해 올 뿐, 핑크빛 음부가 붉은 조명 덕에 더 되바라져 보였다.
“내 머릿속에선 이미 가질래랑 수십 번도 더 결혼했으니까, 부부지 안 그래? 그래서 말인데. 윤태윤 그 개자식 감방 들어가면….”
“들어가면?”
“바로 내 여자 해.”
“…….”
“공개적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