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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질래요-12화 (12/84)

12화. 갖고 싶어 여자로

알고 싶다는 그 말이 남자의 마음을 설레게 했다. 가녀린 목소리는 분명 떨고 있었지만 눈에 보이는 행동은 너무도 매혹적이었다. 그녀의 첫 경험을 환상적으로 만들어주고 싶다는 욕심에 육중한 페니스로 촘촘하게 닫힌 문을 조심스레 밀어냈다.

“아아앗!”

삼 분의 이가 들어갔다. 기둥에서 전해지는 뜨끈한 열기가 좁은 통로를 타고 아랫배에 고스란히 불을 지폈다.

질래 역시 그를 온전히 받아 내고 싶었지만 생각보다 쉬운 건 없었다.

“아파, 은우야.”

“괜찮아, 나만 믿어.”

질래의 손을 잡은 채 장전에 들어간 남자의 표정이 사뭇 진지했다. 정말 소중한 걸 다루는 사람처럼 섬세한 손길로 듬직하게 여자를 리드했다. 퍼억!

“으흣!”

퍽퍽한 살결이 쫙, 갈라짐과 동시에 남자가 질래 안에 쑥 들어왔다. 드디어 조심스레 밀고 들어오던 대물이 여자의 내벽 끝에 닿은 것이다.

“으윽, 좁다. 좋아. 너무 좋아.”

은우는 제 물건을 품은 여자를 내려다보며 입꼬리를 씰룩였다. 누가 봐도 남자는 기쁨에 찬 얼굴이었다.

“…아직 난 잘 모르겠어.”

여자는 남자의 감격을 함께 즐길 수 없었다. 그가 제 안에 가득 차 버리자 질래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불에 덴 듯 화끈, 화끈한 내벽보다 뭉클하게 타오르는 가슴이 눈물의 원인인 것 같았다. 드디어 남자를 품었다는 사실이 아랫배에서 느껴지는 저릿한 통증보다 더 의미 있는 환희였다.

그 사이 은우의 부드러운 손끝이 질래의 눈가에 맺힌 이슬을 거뒀다.

“그거 알아?”

“…….”

여기서 뭘 더 알아야 할까? 질문해 놓고 제 안에서 멋대로 움직이는 남자 때문에 여자는 아무런 대답도 할 수 없었다.

“으으읏!”

은우가 제 페니스를 내벽에서 쭉 빼내는가 싶더니 한껏 통통해진 귀두가 질구에서 턱, 걸리고 말았다. 그 살 지나가는 느낌이 어찌나 생생하던지. 질래는 더 알고 싶었다. 그가 주는 쾌락의 합을, 더 만끽하고만 싶다.

그런 질래의 마음을 알 리 없는 은우는 어린아이처럼 수줍어하는 여자의 얼굴을 보며 하얀 치아가 훤히 드러나도록 입술을 찢었다. 가질래가 제게 얼마나 소중한 사람인지 알려 주고 싶었다.

“이 방에 비밀 있는데.”

“비밀?”

“이따가 말해줄게. 좀 더 사랑하고 나서.”

사랑? 사랑이라.

은우의 입에서 나온 그 단어가 질래의 처음을 가치 있게 만들었다. 다만 그 말이 끝남과 동시에 내벽 선단에 쿵, 도장을 찍는 남자의 쉴 새 없는 농락에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불시에 꽂아 내린 강한 자극에 요망하게 벌어진 허벅지가 와들와들 떨렸다. 그러자 남자의 스무스한 피스톤 운동이 몇 분간 질래 안에서 반복됐다.

천국과 지옥을 오르내리는 기분.

이것이 말로만 듣던 여자의 질 내벽의 은밀한 곳을 찾아내기 위한 예열작업임을 처음인 질래로선 알 리가 없었다. 은우가 페니스로 내벽 주름 구석구석을 애액으로 문지르며 어르고 펴 바르는 걸 느끼기에도 바빴다. 쿡. 쿡.

“아앗!”

동굴 안에 숨겨진 오아시스가 샘솟듯 부풀어 오르자 또 쾅! 모든 신경세포가 밀집된 듯한 그곳을 선단으로 콕콕! 내리찍기를 반복했다.

“흐읏. 은우야!”

이게 뭐지? 지금껏 알던 자극과는 또 다른 쾌감이었다. 질벽 어딘가에 환락의 열쇠가 숨어 있다더니, 남자가 정확히 그곳을 찾아 이리저리 질척질척 미친 듯이 찔러댔다. 역시 여자를 잘 아는 걸까. 그 낯선 강인함에 고래고래 소리 지르다 못해 육중한 가슴을 출렁이며 바둥바둥, 온몸으로 오르가슴이란 걸 표현해내고 말았다.

그런 긴박한 시간에 남자의 돌연 치댐을 망설인다. 내벽에 그대로 은우의 분신이 정차해 버린 것이다. 왜지? 저도 모르게 남자의 강렬한 자극을 원하고 있었던 걸까. 질래는 잠시의 쉼이 내심 아쉬웠다. 대신 목소리마저 섹시한 남자가 귓가에서 지분대며 여자의 예민한 감각을 일깨웠다.

“멈추고 보니 더 예쁘네, 왜 이제 왔어. 나한테.”

“이제 온 게 아니라.”

“자꾸자꾸 욕심나서 큰일이다.”

“무슨 욕심? 아앗!”

은우는 대답 대신 미끈한 애액을 머금은 막대기를 요란스럽게 놀렸다. 쿡쿡 찌르다가도 빙글빙글 둥글리며 퍽! 이런. 쉴 새 없이 전해지는 전율이 기밀한 내벽에 고스란히 남아 찌릿찌릿, 전신으로 빠르게 흘러갔다. 두툼한 선단이 막다른 곳을 퍽 내리찍자 흣, 하는 신음과 함께 온몸이 들썩이며 꼬여갔다.

비록 손발이 부들부들 떨려 어쩔 줄 몰라 할지언정. 남자의 페니스를 집어삼킨 동굴은 저 알아서 뻐금뻐금 안달이 나 있었다.

은우도 팔딱이는 속살에 저를 가둔 여자 때문에 돌아버릴 지경이다. 마치 한 번 빠지면 절대 벗어날 수 없는 싱크홀처럼 상기된 저 색스러운 얼굴이,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저 말똥말똥한 눈빛이 사랑스러워 미치겠다.

“뭐가 비밀인데?”

저 도톰한 입술이 은우에게 예쁘게 말해온다. 그래서 일단 쫍, 한 번 맛본 후.

“내 집에 온 여자, 가질래가 처음이라고.”

“…왜?”

“사는 게 좆같이 누추하잖아, 그래도 한때는 궁궐 같은 집에서도 살아 봤는데.”

“그게 비밀이야?”

비밀이 싱거워서 입매 한쪽 끝을 실그러뜨린 여자가 실소를 터뜨렸다. 그러자 남자는 그 모습마저 귀엽다는 듯 여자의 콧등을 살짝 꼬집었다.

“근데 오늘 알았어.”

“…….”

“인생 까발리고, 몸 까발릴 수 있는 사람 있어서, 진짜 좋다고.”

“…….”

“가질래여서, 가질래니까 가능한 거 같아.”

제 이름을 부르는 남자 때문에 일시에 심장이 터질 뻔했다. 어쩌자는 거지? 여자를 품은 남자의 달콤한 거짓말일 수도 있겠지만 저를 강하게 치대던 페니스가 주는 환락보다 더 설레는 말들이었다.

“또 비밀 하나 더 있는데.”

“이번엔 뭔데?”

“나중에. 그건 중대한 비밀이라서. 결정적일 때 알려 줄 거야. 그럼 갈까?”

“응?”

“하다 만 거, 같이 하자고.”

“아악!”

은우가 거친 숨을 고르는가 싶더니 여자의 다리를 제 어깨 위로 끌어 올렸다. 덕분에 두 사람의 까끌까끌한 회음부가 바짝 맞붙어버렸다. 서로가 이어진 채 움직여서인지 본능적으로 여자의 속살이 남자의 성기를 꼭 붙들었다. 찰나 두 사람 입에서 달뜬 호흡이 동시에 흩어졌다.

“나 믿지?”

발그레해진 볼을 가진 여자가 남자를 보며 끄덕였다. 사람이 원초적이게 되면 이렇게 단순해지는구나. 질래는 새삼 실감했다. 절대로 사람은 믿는 게 아니라는 제 신조가 한순간에 무너질 만큼 저 빤한 거짓말에 속아주고 있었다.

그 고갯짓에 남자는 여자의 골반을 잡고 더 세차게 피스톤 운동을 시작했다.

그 강한 치댐에 질래의 음부가 수축과 이완을 반복하며 남자를 자지러뜨렸다. 기둥 전체가 내벽에 마찰하듯 비벼지자 그 전율이 신경을 타고 올라 전신에 희열을 선물했다. 살덩이가 방아 찧듯 쿵쿵 내리찍는 곳마다 그 파동이 여자를 춤추게 만들었다.

점점 축축한 게, 질래 안에 폭우가 내리쳤다.

들썩들썩. 지진이라도 난 듯 흔들리는 매트리스 위.

벌어진 허벅지 사이로 들락날락 하는 살덩이 따라서 철퍽철퍽. 남녀의 샅이 부딪힐 때마다 흠뻑 젖는 질퍽한 소리가 온 방 안을 야하게 채웠다. 서로를 휘감은 채 최상의 쾌락을 만끽하던 그때였나.

여자를 품은 남자가 장전에 들어간다. 질래도 느낌적으로 이 정사가 막바지에 이르렀음을 깨달았다. 내벽 가장 깊은 곳, 그 끝을 향해 방아쇠를 탕, 당기는 순간.

“으흣!”

전신이 아름답게 휘어지며 따뜻한 애액이 쭈르륵, 남자의 페니스를 휘감았다.

동시에 은우의 살덩이가 미끄러지듯 내벽을 빠져나와 뿌연 정액을 열기로 가득 찬 방 안에 그대로 뿜어냈다.

페니스가 빠져나간 질구도 한순간 확 줄어들더니 파르르 전율했다. 화마가 휩쓸고 간 듯한 얼얼함에 질래는 그대로 녹다운됐다. 땀범벅이 된 남자 역시 질래 위에 풀썩, 포개졌다.

“졸업하자 이제.”

“졸업?”

드디어 남자를 알게 됐다는 설렘의 순간도 잠시. 순시에 여자의 눈썹이 날카롭게 휘어졌다. 역시 남녀 사이는 자고 나면 졸업해야 하는 걸까? 오만가지 생각이 늪을 이루려던 찰나.

“잤으니까 남매 아니다.”

“…….”

은우가 질래를 수렁에서 건져냈다.

멍해진 여자의 얼굴을 맛보는 남자. 선홍색 볼과 붉은 입술, 투명하게 차오른 눈망울을 음미하며 부드럽게 키스했다.

제 품에 꼭 안겨 떨고 있는 여자를 보니 은우는 울렁대는 가슴이 진정되지 않았다. 그래서 그 뭉클함에 잠시나마 머물렀다.

방 안에는 그저 사랑을 나눈 남녀의 색색거리는 소리만이 둘의 뜨거웠던 시간을 증명했다.

사실 은우는 여자를 정식으로 사귀어 본 적이 없었다. 누군가를 저보다 더 사랑한다는 자체가 그에겐 불가능한 감정이었다.

다만 주변 여자들이 저를 가만히 놔두질 않았을 뿐. 문란하단 소문은 터무니없는 지라시에 불과했다.

그런데 가질래는 달랐다.

질래 안에 제가 들어갔다는 사실만으로도 기박했던 인생에 희망이 싹트는 것만 같았다. 그래서 자꾸자꾸 제 진심을 알려주고만 싶다. 행여나 이은우란 남자에 대해 오해하지 않도록.

“가질래.”

여자의 시선이 남자의 얼굴로 향했다.

“사랑 같은 거 말이야.”

“…….”

“안 믿었는데 확신이 섰어, 방금.”

“…….”

“가질래 아니면 안 되겠다. 난.”

은우의 말이 질래는 선뜻 해석이 안 됐다. 그저 섹스할 때와 달리 꿀물 뚝뚝 떨어지는 눈빛으로 저를 바라보는 저 조각 같은 남자의 얼굴 때문에, 한껏 얼얼해진 하체 때문에 머릿속이 텅텅 비었을 뿐. 이성 회로는 이미 마비돼 있었다.

그 사이 남자의 입술이 질래의 얼굴에 내려온다. 따뜻한 온기가 이마에 푸근히 내려앉았다.

이윽고 축 늘어진 질래를 제 쪽으로 바짝 끌어와 땀에 젖은 머리칼을 쓸어 넘기는 이 남자. 다정하게 이마와 코끝, 입술에 키스하는 은우를 어쩌면 좋을까.

남자는 여자의 상반신을 머금고 또 머금으며 한껏 음미했다. 평생을 두고두고 맛보고 싶을 만큼 중독성 강한 최상의 맛이었다. 그래서 고백한다.

은우가 살면서 가장 위험하다고 생각한 단어를 내뱉었다.

“질래야!”

“…….”

“인생 좆같아도 책임질게.”

“…….”

“갖고 싶어, 여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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