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제 남편과 여사친 사이에서 말라 죽어 가는 황후, 디아나에 빙의했다. 어차피 죽을 거, 예정보다 빠르게 목숨을 끊은 것까진 좋았는데, 문제는 이 책이 회귀물이란 것이었다. “다시 황태자비가 되느니 죽는 것을 택하겠어.” 사실 더 큰 문제는 따로 있었다. 원작의 디아나가 회귀하는 순간 책을 덮어 버렸다는 것. 앞날도 모른 채, 절대 과거처럼 살지 않겠다 다짐하는 디아나의 앞에 황태자에 대적할 새로운 인물이 나타났다. 처음 본 순간부터 뜨거운 진심을 감추지 못하는 대공 에드윈이. “내가 하찮은 사내가 아니라는 걸 증명하지. 그대가 기회만 준다면, 지금 당장이라도.” “전하, 우린 아직…….” “지금도, 앞으로도, 그대의 꽃잎을 들추고 은밀한 곳을 볼 수 있는 건 나뿐이다.” 검은 눈동자는 다정함 속에 짐승의 욕망을 가득 품고 있었다. 그의 저돌적인 사랑은 피할 수도 없고, 피하고 싶지도 않았다. 역시…… 그 책을 끝까지 읽었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