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화
그날 밤, 루카스는 다른 방으로 향했다. 트리샤가 머무는 것과 같은 방은 여러 개였다. 시녀장의 보고서를 대충 훑어본 루카스는 특히 가슴이 크다는 사항이 적힌 시녀의 방으로 향했다. 어차피 루카스에겐 누구여도 관계없었다.
“황태자 전하께서 납십니다!”
시종장이 낮고 묵직하게 외쳤다. 루카스는 벌컥, 문을 열고 들어섰다. 긴장이 역력한 영애는 드레스를 입은 채로 루카스 앞에서 예를 갖췄다. 그의 등 뒤로 조용히 문이 닫혔다.
“소녀, 황태자 전하를 뵙습니다. 제 이름은…….”
그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루카스가 손을 뻗어 시녀를 잡아당겼다. 곧 잊어버릴 이름 따위야 아무래도 좋았다.
루카스는 거칠게 시녀의 드레스 앞섶으로 손을 밀어 넣었다. 말캉한 젖가슴을 쥐자 야릇한 기분이 썩 좋았다. 루카스는 젖가슴을 꾹 쥐었다가, 가운데의 유두를 강하게 비틀었다.
“앗, 전하…….”
루카스는 시녀의 통증 섞인 소리에도 아랑곳 않고 그대로 드레스를 찢듯이 벗겨 냈다. 여인의 나신을 눈앞에서 보자 저절로 하반신에 힘이 들어갔다. 본능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이미 알고 있는 것 같았다.
루카스는 시녀를 끌어다 침대에 던지다시피 눕혔다. 그러고선 알량한 속옷까지 아무렇게나 벗겨 냈다. 시녀의 뺨이 화끈 달아올랐다. 긴장과 두려움이 섞인 눈빛이었다.
“기록대로 젖가슴이 크군.”
제 상의를 벗어 던진 루카스가 시녀의 위에 올라탔다. 손 가득히 차오르는 젖가슴을 세게 쥐어짜자 시녀가 아랫입술을 참고 통증을 견뎠다. 호기심 어린 루카스의 입술이 곧 그 젖가슴을 물었다.
“흑…… 전하.”
이를 감추지 않고 사과 베어 물듯 콱 크게 한입을 물자 시녀가 몸을 떨었다. 루카스는 거기서 멈추지 않고 시녀의 젖꼭지에 이를 세우고 긁었다가 쭉, 빨아들였다. 순전히 본능과 호기심이 시키는 대로였다.
“으읏.”
시녀에게서 신음이 새어 나오는 것도 흥미로웠다. 게다가 아까부터 하복부에서 강한 열기가 느껴졌다. 제 페니스가 팽창해서 바지 앞섶이 부풀었다. 혼자 수음을 할 때보다 훨씬 강한 기세였다. 루카스는 하의를 벗으려고 몸을 일으켰다. 그러던 중, 재미있는 생각이 떠올랐다.
“벌려라.”
“……예?”
“그대로 다리를 벌리고, 가랑이 사이의 구멍을 보여라.”
그것이 실제로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했다. 그렇다고 굳이 시녀의 가랑이 사이를 뒤적이고 싶진 않았다.
“어서.”
루카스가 열기 어린 목소리로 명령하자 잠시 머뭇대던 시녀가 수치심에 눈을 감고 제 다리를 벌린 채 무릎을 세웠다. 난생처음 보는 여성의 적나라한 음부에 루카스는 작은 탄성을 삼켰다. 하의를 벗은 후 더 꼿꼿하게 선 페니스의 머리 부분이 꺼떡거렸다.
“더 벌려 봐라. 구멍이 똑똑히 보이도록.”
시녀가 떨리는 손길로 제 음부를 열었다. 도톰한 음부를 젖히자 책에서 본 대로 콩알만 한 살점과 아래의 세로로 긴 구멍이 보였다.
“흠, 이렇게 생겼군. 구멍만 더 벌려 봐라.”
수치심에 벌게진 시녀의 얼굴은 보지도 않고 내린 명령이었다. 루카스의 뜨거운 시선이 온통 시녀가 벌리고 있는 구멍으로 향했다. 루카스가 바짝 탄 입술을 혀로 핥았다. 그의 페니스가 다음 행동을 재촉하고 있었다.
“그대로 가만히 있어라.”
“예…… 전하…….”
시녀의 목소리가 조금 떨렸다. 황태자의 밤 상대가 되는 것은 처녀여야만 가능했다. 감히 다른 사내가 이미 범한 여인을 황태자가 취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녀는 자신의 역할을 이미 알고 들어온 시녀 중 한 명이었지만, 처음의 두려움은 어쩔 수 없었다.
“구멍이 젖었느냐?”
루카스가 문득 들었던 사실을 떠올리곤 물었다. 속옷까지 벗은 나신에 페니스가 꼿꼿하게 아랫배에 올라붙은 채였다.
“아직…… 젖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루카스는 지체 없이 시녀의 몸에 다가갔다. 그저 궁금했던 것뿐이지, 중요한 사실은 아니었다. 루카스는 다시 시녀의 몸에 올라탔다.
“계속 벌리고 있어야 한다. 그 다리도, 구멍도.”
“예…….”
“그리고 내 몸엔 손끝 하나 대지 말라.”
“예, 전하…… 흑, 흐윽!”
루카스의 단단한 귀두가 젖지도 않은 시녀의 질구를 찔러 댔다. 아무리 벌리고 있대도 처음인지라 정확히 구멍이 어디인지 찾기 어려웠다.
“더 아래냐?”
시녀가 대답하려 입을 여는 순간, 루카스가 제자리를 찾았다.
“아, 흐윽! 읍…….”
푹, 아무런 경고나 자비도 없이 루카스의 페니스가 시녀의 질구를 꿰뚫었다. 젖지 않은 음부는 저항감이 있었지만, 그까짓 건 힘으로 밀어붙이면 그만이다. 시녀의 자지러지는 비명만이 그 과정의 고통을 알렸다.
“흑, 전하…… 자, 자비를…… 흐윽!”
시녀는 제 아래가 갈갈이 찢어지는 느낌과 아래로 불타는 것이 들어오는 것 같은 격통을 동시에 참아 내느라 눈물을 흘렸다. 그러거나 말거나 루카스가 페니스를 더 세게 박아 댔다.
“아윽!”
그제야 길이 뚫렸는지, 페니스가 좁은 틈을 비집고 들어갔다. 뜨거운 점막이 페니스를 사방에서 압박하는 느낌이 짜릿한 전율을 선사했다.
“하.”
루카스의 입에서 만족스러운 신음이 흘렀다. 상상만큼 대단할 것도 없었지만, 꽤 나쁘지 않았다.
“아…… 아윽, 전, 전하…….”
본능적으로 피스톤질이 시작됐다. 허리짓을 하는 루카스에게 애원하는 듯한 신음이 들렸다.
“그만 닥쳐라, 시끄럽다.”
그 후로는 루카스의 한숨과 퍽퍽, 피스톤질을 해 대는 소리만이 방을 울렸다. 어느 순간 페니스가 더 부푸는 것 같더니 척추를 타고 짜릿한 감각이 퍼졌다.
“하…….”
절정과 함께 루카스의 입에서 절로 더운 탄식이 나왔다. 그러자 페니스가 꿀렁이며 정액을 토해 냈다. 루카스는 사정을 마친 후에 제 페니스를 빼냈다. 시녀의 가랑이 사이로 뿌연 정액과 붉은 피가 섞인 분홍빛 액체가 흘렀다.
루카스는 그 모습을 보며 대충 하의만을 입은 채 방을 나섰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 같았다. 그제야 시녀는 흐느낄 수 있었다.
***
늦은 밤, 황후가 기다란 의자에 기대 누운 채로 시종장의 속삼임을 전해 들었다. 이어, 그녀의 붉은 입술에 미소가 피었다.
“그래, 다 본능이 이끌어 주는 것이지.”
시녀장은 그 의미를 알아듣곤 은근한 미소를 지었다.
“그 아이에겐 약을 먹였습니다.”
임신을 미연에 방지하는 약은 거의 자궁을 상하게 하는 독이나 마찬가지였지만, 그들에게 권리는 없었다. 곧 적당한 금액을 받은 시녀는 소리도 없이 출궁해서 적당한 혼처에 시집을 가기로 되어 있었다.
무슨 일을 하는지 알고 지원한 시녀도 이런 잔혹한 처사까지는 몰랐으나, 이미 황태자가 범한 여인이 된 이상 순순히 명을 따라야 했다.
“몇 명이나 남았지?”
“아직 여섯입니다.”
“그 정도면 됐다.”
황후가 만족스레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정사가 무엇인지만 알면 된다. 나머지는 황태자비를 상대로 해서 후사를 보는 것이 나았다.
“세월이 빠르구나. 내 아들이 벌써…….”
감회에 찬 황후의 표정이 부드러웠다.
황제가 병석에 누운 지 오래였다. 강력한 권세를 가진 아버지를 등에 업은 황후는 이 황실의 실권자였다. 그리고 아들인 루카스는 곧 황제가 될 것이다. 모든 것이 순조로웠다. 그게 황후인 스텔라가 평생을 바친 이유이자, 의미였다.
***
디아나는 트리샤가 처한 상황을 전혀 모르는 채로 다가올 국혼에 대한 걱정으로 가득했다.
“이대로는 안 돼.”
디아나의 혼잣말이 차분하게 울렸다. 루카스는 디아나를 바라봐 주지 않았다. 디아나가 아닌 누구였어도 마찬가지였다. 루카스에게 타인은 그와 같은 인격을 가진 존재가 아니었다. 그러나 그런 루카스에게도 예외는 있었다. 트리샤 블랑이다.
“……우습네.”
후, 디아나가 차가운 실소를 뱉었다. 누구도 예상치 못한 결과였다. 초라한 남작가의 영애인 트리샤만이 루카스를 웃게 할 수 있었고, 그 까다로운 성미를 다 맞출 수 있었다.
한때는 트리샤에게 빼앗긴 제 몫의 관심을 되찾으려고 했던 디아나다. 그러나 그것 역시 트리샤만이 할 수 있는 일이었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자신은 알고 있었다. 디아나가 아니라 트리샤였다. 그러나 모두 디아나가 괜찮은 줄 알았다.
“그게 괜찮은 사람도 있을까.”
디아나는 초목 같은 여자가 아니었다. 그녀도 사람이었다. 당연히 메말라 가는 마음은 항상 애정과 관심을 갈구했다. 차마 그것을 입 밖에 내지 못하는 자존심과 온화한 성격이 그녀 자신을 더욱 죽여 갔다.
“그런…… 게……?”
루카스는 트리샤와 있으면 뭐가 그리 재미있는지 나뭇잎이 굴러가는 것에도 웃음을 터트렸다. 언성을 높여서 불같이 화를 내다가도 트리샤가 몇 마디를 속삭이면 금세 풀어지곤 했다.
그뿐인가, 다 큰 어른 둘이서 숨바꼭질을 한다며 정원을 쏘다녔다. 그럴 때면 둘 다 어린아이가 된 것 같았다. 그들은 우정이라는 미명 아래에서 자연스럽게 서로를 만졌다. 그 관계가 더러운 불륜이 된 것은 놀랍지 않은 일이었다.
“내 자리는 아무런 의미가 없었어.”
디아나는 황후의 관을 걸쳐 놓기 위한 장식물에 불과했다. 점점 황실의 사람들은 엷은 그림자 같은 황후를 무시하기 시작했다.
그중 가장 심했던 것은 공작부인인 실비아였다. 실비아는 집요하게 입궁해서 디아나에게 황후의 자리를 똑바로 찾으라고 강요해 대곤 했다. 애써 감춘 상처를 후벼 파는 것은 실비아만이 아니었다.
모두가 눈빛으로 말했다. 디아나의 존재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황후는 그저 후계를 생산할 도구였다. 그런데 임신을 자각하기도 전에 유산을 했으니 디아나를 향한 시선은 뻔했다.
“차라리 트리샤가 황태자비가 될 수 있다면.”
트리샤의 신분엔 불가능했다. 하지만 그 때의 선혈을 떠올리자 아직도 가슴 한구석을 칼로 도려내는 것 같아서 아무 데나 희망을 걸고 싶었다. 그리 좋아서 죽고 못 사는 두 사람이 있는데 왜 디아나가 그 사이에 껴야 하는지 억울할 뿐이었다.
‘리샤는 참 신기해. 내 마음을 다 들여다보는 것 같단 말이지.’
만찬 자리에서 루카스가 그런 말을 할 때면 트리샤는 그 누구보다 뿌듯한 미소를 지었다.
‘어떤 때는 꼭 쌍둥이라도 되는 것 같아. 말하지 않아도 같은 생각을 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야. 안 그래, 리샤?’
공식적인 만찬에서 황제인 루카스의 옆자리는 디아나의 것이었다. 그게 가장 괴로웠다. 루카스는 디아나를 옆에 둔 채 항상 자신의 맞은편에 앉힌 트리샤를 보며 웃었다. 그럴 때면 모두가 둘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더 과장되게 웃곤 했다.
‘그러고 보니, 짐과 리샤는 얼굴도 조금 닮은 것 같지 않아? 리샤가 나처럼 금발이었다면 틀림없이 남매로 보였을 거야. 안 그래, 황후?’
그따위 헛소리를 하는 와중에 디아나를 찾을 때가 가장 짜증스러웠다.
‘글쎄요…….’
황후가 공식적 만찬 자리에서 할 수 있는 말은 한정적이었다.
‘흠, 황후는 너무 딱딱하단 말이야.’
‘그러지 마세요, 폐하. 그리고 저는 제 붉은 머리카락이 좋은걸요.’
‘물론 리샤는 붉은 머리카락이 매력이지. 루비 같은 그 눈동자도.’
지금 생각하니 정말 역겨운 꼴이었다. 그런 헛소리를 만찬 때마다 들어야 했으니 디아나는 절로 야위어 갔다. 음식이 목으로 넘어가질 않고 항상 가슴이 답답했다.
하지만 정작 그 역겨운 꼴을 연출하는 장본인 둘은 서로가 소울 메이트라도 되는 양 특별함을 과시하며 행복을 느꼈다.
“더러운 것들.”
디아나가 낮게 읊조렸다. 그들은 친구라는 단어로 함께하며, 만찬 때마다 잔을 부딪쳤다. 그 테이블보 아래에선 끈적한 루카스의 손이 트리샤의 허벅지를 더듬고 있었지만, 아무래도 좋은 것이다. 그들은 친구니까. 그러니 아무런 문제도 없었다. 매 순간 디아나의 마음이 죽어 가고 있었지만, 황제인 루카스가 웃으면 그만이었다.
“이젠, 못 참아.”
역겨운 과거를 떠올린 디아나가 단호한 목소리를 뱉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