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시종이 안내해 준 방은 황궁답게 화려하고도 아름다웠다. 방까지 앞장섰던 시종은 시중을 들어 줄 하녀를 보내겠다고 말하며 돌아갔다.
나디아는 조심스럽게 방을 둘러보았다. 응접실과 발코니, 커다란 욕실에 들렸다가 침실에 이르자 그녀는 무심한 남편의 태도 탓에 잊고 있었던 사실을 떠올리게 되었다.
초야!
어떻게 그걸 잊을 수 있지? 나디아는 하얗게 질렸다. 엘란츠 후작이 지나치게 무심한 얼굴을 하고 있었던 탓이다. 원인을 남에게 돌리며 나디아는 허둥거렸다.
남녀의 밤에 대해서 조금은 알고 있었다. 가정 교사가 해 준 말이나 티타임에서 잠깐 들었던 음담과 연애 소설이 전부였지만 그것이 어디로 들어간다든가, 죽을 만큼 아프다든가, 아니면 죽을 만큼 좋다든가 하는, 어디까지 믿어야 좋을지 모를 뜬구름 잡는 듯한 이야기 정도는 알고 있었다.
심장이 거세게 뛰었다. 나디아는 어떻게든 진정해 보려 심호흡을 하다가 갑자기 들려온 노크 소리에 깜짝 놀라 펄쩍 뛰었다.
다행히도 들어온 것은 후작이 아니라 시중을 들 하녀들이었다. 입 안의 혀처럼 구는 그녀들의 극진한 시중을 받으며 나디아는 조금씩 긴장을 풀었다. 그러나 얇은 슬립에 가운 차림으로 커다란 방에 홀로 남자 다시 두려움이 차올랐다.
하필이면 지금 다시 후작에 대한 험악한 소문들이 떠올랐다. 처음 들었을 적에는 사람이 그럴 리가 있느냐며 대수롭지 않게 넘겼던 것들이 왜 이리 신경이 쓰이는지.
남의 일이라 여겼던 탓이었다. 그 소문 속의 무서운 남자가 제 남편이 될 것이라고는 지난달까지 상상조차 한 적 없었던 일이 아니던가.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함부로 대해도 좋을 창녀도 아니고 부인이니 심하게 대하지는 않겠지. 애써 스스로를 다독였지만 결국에는 황제가 이대로 후작을 보내 주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나디아는 초조하게 응접실을 서성이다가 이내 조심스럽게 침실로 들어갔다. 주위를 둘러보던 그녀는 침대 옆 테이블 위에서 고급 와인 한 병과 예쁘게 썰린 과일들 그리고 크리스털 잔이 곱게 놓여 있는 것을 발견했다.
기다림에는 차가 더 적합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테이블 앞에 앉은 나디아는 몇 번이고 망설이다가 병을 열었다. 맨정신으로 하기 힘들다면… 아니야, 변명하지 말자. 마시라고 둔 것일 텐데 마시는 게 무엇이 나쁜가?
술이라고는 가끔 무도회에서 샴페인 몇 모금을 마셔 본 게 다였지만 긴장을 풀 수 있다면 아무래도 좋았다. 나디아는 잔의 반 정도를 와인으로 채운 뒤에 홀짝이며 맛을 봤다. 너무 쓰지도 않고 약간 단맛이 도는 게 생각보다 먹을 만했다.
틈틈이 과일을 집어 먹으며 홀짝이자 잔은 금방 비었다. 그동안도 엘란츠 후작은 오지 않았다. 그녀는 조금 망설이다 딱 한 잔만 더 마시고 그동안에도 그가 오지 않으면 먼저 잠자리에 들겠다고 다짐했다. 자는 사람을 어쩌지는 못하겠지. 언젠가는 겪어야 하는 일임이 분명한데도 나디아는 어떻게 해서든 미루고 싶었다.
나디아가 와인 한 잔을 마저 비울 때까지 엘란츠 후작은 돌아오지 않았고 시간은 자정을 훌쩍 넘겼다. 그녀는 더 기다리지 않고 침대에 누웠다. 술기운이 오르자 더욱 피로를 참을 수 없게 되었기 때문이다.
제법 깊게 잠들었던 나디아가 이상함을 느끼기 시작한 것은 잠든 지 한 시간도 채 지나지 않았을 때였다.
침대가 흔들렸다. 아니, 그녀가 흔들리는 것 같았다. 그도 아니면 둘 다인가? 나디아는 작게 신음을 흘리며 잠에서 깨어났다.
위화감을 느낀 것은 그때였다. 모로 누워 있던 그녀는 몸 위를 내리누르는 검은 그림자의 무게와 아래가 빠듯하게 벌어지며 마찰하는 강렬한 느낌에 소스라치듯 놀라 비명을 지르려 입을 벌렸다. 하지만 커다란 손이 입을 틀어막는 탓에 그저 눈을 부릅뜨는 것밖에 할 수 없었다.
“일어났나?”
검은 그림자는 나디아의 귓가에서 작게 숨을 몰아쉬며 반복적으로 그녀의 몸 안을 파고들었다.
익숙한 목소리였다. 나디아는 상상조차 해 본 적 없는 상황이었지만 목소리의 주인공을 알자 일말의 안도감이 들었다. 오늘 처음 만난 남편이었다.
그녀는 머릿속의 혼란을 정리하려 애쓰며 무력하게 흔들렸다. 무서운 동시에 약간의 통증과 함께 야릇한 흥분감이 아랫배를 달궜다. 죽을 만큼 아프다더니 그렇지도 않았다. 술 때문인가? 나디아는 제 입술을 덮은 손바닥 안으로 가빠지는 숨을 내뱉었다.
“그대가 잠들었기에, 후우, 먼저 시작했어.”
그가 나디아의 귓불을 아프게 깨물며 속삭였다. 그녀는 움찔하며 목을 움츠렸다. 그의 입술이 목덜미의 얇은 살결을 빨아들이자 오싹한 느낌이 등줄기를 가로질렀다.
나디아는 뒤늦게 제가 벌거벗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녀는 당황스러움을 감출 수 없었다. 먼저 잠자리에 들면 그가 저를 내버려 둘 줄 알았지 자는 사람을 상대로 일을 칠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런 가능성 자체를 생각해 본 적도 없었다.
어쩌면 후작의 취향에 대해 돌던 소문들이 모두 거짓은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건 아직 모르겠지만 적어도 변태이기는 한 듯했다.
“읏!”
입을 덮은 손이 떨어져 나가고 이내 가슴을 꽉 움켜쥐자 나디아는 반사적으로 그의 손목을 잡았다. 얼굴에 불이 붙은 듯 열이 올랐다.
그러나 후작은 그녀의 힘 정도는 아무런 방해가 되지 않는다는 듯이 말랑한 가슴을 손자국이 날 만큼 주무르고 곤두선 젖꼭지를 꼬집었다. 그의 손길에 전류가 흐르는 듯한 느낌과 함께 아래쪽이 울컥 젖어 들었다.
나디아는 그 감각에 당황하며 몸을 일으키려 했지만 남자가 그녀의 발목을 잡아당겨 제 어깨에 걸치며 짓누르자 꼼짝도 할 수 없게 되었다.
“제법인데, 처음 맞아?”
무슨 말을 하는 거냐고 묻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그가 그녀의 허리를 꽉 틀어쥐고 거세게 허릿짓을 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의 것이 흠뻑 젖은 안쪽을 거세게 문지르며 드나들자 아릿한 고통과 함께 간지러운 듯, 짜릿한 듯 묘한 감각이 온몸에 퍼졌다.
“앗, 응, 으읏… 아아….”
자세가 지나치게 낯 뜨거웠다. 당장 몇 시간 전까지만 해도 만난 지 얼마 안 된 남자와 벌거벗은 채 이런 자세로, 이런 행위를 하게 될 거라고는 짐작조차 못 했었다.
다들 이런 걸 한단 말인가? 나디아는 자꾸만 흐려지는 머릿속으로 생각했다. 맨 살갗에 닿는 낯선 온기와 존재하는 줄도 몰랐던 곳으로 파고드는 타인의 신체가 거북하게 느껴졌다.
남자가 드나들 때마다 젖은 살이 철벅이며 부딪히는 소리가 났다. 참을 수 없게 부끄러웠다. 제 입에서 나오는 소리도 마찬가지였다. 나디아는 손을 들어 올려 제 입을 틀어막았다. 남자가 웃으며 그녀의 손을 낚아챘다. 순식간에 양 손목이 붙잡혔다. 그녀의 힘으로는 떨쳐 낼 수 없는 악력이었다.
그가 일부러 괴롭히려는 것처럼 허리를 거세게 올려치기 시작했다. 나디아는 정신없이 흔들리며 비명을 질렀다. 퍽퍽 소리가 날 정도로 부딪히는 엉덩이와 허벅지 안쪽도, 그리고 그를 받아들이고 있는 질 안도 마치 얻어맞는 것만 같았다.
어처구니가 없는 점은 거칠기 그지없는 그의 움직임에도 그녀의 몸은 희미하게 피어 올라오는 쾌감을 느끼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감각은 남자가 움직일 때마다 조금씩, 조금씩 몸집을 불렸다.
“아! 아앗…! 안, 안 돼, 읏, 그마안….”
쉴 새 없이 터져 나오는 나디아의 비명과 애원에도 남자는 멈추지 않았다. 멋대로 연약한 점막을 문지르고 짓누르는 감각에도 위로, 위로, 자꾸만 떠밀려 올라가는 쾌감이 두렵기까지 했다. 벗어나려 몸부림을 쳤지만 그것마저 가볍게 제압한 남자가 그녀를 몰아붙였다.
나디아는 울음 섞인 비명을 내뱉으며 눈앞을 새하얗게 물들이는 거대한 파도를 맞이했다. 그녀는 제 몸이 희열로 경련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배 속이 한껏 조여들고 아랫배가 멋대로 경련하며 튀어 올랐다.
거칠게 으르렁거리며 몰아붙이던 그는 제 몸을 모두 욱여넣기라도 하겠다는 듯이 제 성기를 한껏 쑤셔 넣은 채 욕망을 터트렸다. 몸 깊은 곳으로 흘러 들어오는 액체를 느끼며 나디아는 발작처럼 몸을 떨었다.
죽을 것처럼 아프고 힘들기만 하다던 가정 교사의 말과 달콤하고 감미롭다던 로맨스 소설 속의 말은 모두 거짓이었다. 이건, 이건 그런 게 될 수 없었다.
태풍같이 몰아치던 감각들이 잦아들기를 기다리며 숨을 고르던 나디아는 아직 경도를 잃지 않은 남자의 성기가 새빨갛게 달아오른 질 안을 문지르며 느릿하게 빠져나가는 감각에 작게 몸을 떨었다.
아래에서 무언가 주르륵 흐르는 느낌이 들자 얼굴이 새빨개졌다. 이걸로 끝이겠지. 여전히 엉덩이를 주무르며 그녀의 턱을 깨물던 남자의 어깨에 조심스럽게 손을 얹은 나디아는 조심스럽게 그를 밀었다.
눈이 마주쳤다. 엘란츠 후작은 흥미롭다는 눈으로 그녀를 내려다보니 피식 웃으며, 밀려나기는커녕 입 맞춰 왔다. 입 안을 파고드는 혀에 깜짝 놀라는 나디아를 달래듯이 허리께를 어루만지던 손이 이내 엉덩이를 꽉 잡으며 그녀의 몸을 끌어당겼다. 작은 비명 소리가 그의 입 안으로 먹혀들어 갔다.
한껏 민감해진 음부에 그가 자신의 성기를 문질러 댔다. 정액이 엉겨드는지 점도 높은 액체가 끈적이는 소리가 들렸다. 나디아는 부끄러움에 고개를 돌리고 싶었으나 남자가 그녀의 혀를 잘근잘근 씹으며 놓아주지 않았기 때문에 그럴 수 없었다.
지금껏 키스라고는 뺨에 살짝 입술을 대었다 떼는 것 정도밖에 경험해 보지 못했던 그녀에게 입술 안쪽 점막을 빨리는 감각이나 혀가 핥아지거나 깨물리는 모든 감각은 생경하기 짝이 없었다.
그녀로서는 씻을 때를 제외하면 손 한번 대 본 적 없던 은밀한 곳과 몸을 어루만지는 타인의 뜨거운 손길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의 것이 음순 사이를 벌리며 한껏 예민해진 곳을 이리저리 문질렀다. 그때마다 긴장으로 굳은 허리가 흠칫거리며 튀어 올랐다.
그의 성기가 다시 단단해지는 것이 적나라하게 느껴졌다. 나디아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그녀는 바로 직전의 행위로 이미 뼈마디가 녹아내린 것처럼 녹초가 되어 있었다. 또다시 그런 격렬한 관계를 가지기에는 너무 지쳤다.
그 얼굴을 봤는지 한쪽 입꼬리만 올린 후작이 그녀의 몸을 가볍게 뒤집었다. 그녀가 제대로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허리가 잡혀 들려 올라가고 엉덩이만 치켜든 추잡한 자세로 다시 삽입당했다. 나디아는 충격으로 울먹였다.
“이, 이런… 이런 건 싫어, 악!”
그가 단번에 제 것을 끝까지 욱여넣는 바람에 절로 비명이 터져 나왔다. 기분 탓인지 이전보다 더욱 깊게 들어온 듯하였다.
그 압박감은 생각보다 더 거대하게 다가왔다. 빠듯하리만치 벌어진 내부가 힘겹게 남자의 성기를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 선명하게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