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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권-Prologue (1/23)

Prologue

“선생님!”

“응. 마샤.”

“저기! 사과가 빨갛게 익었어요!”

해맑게 웃으며 한나에게 달려와 안기는 아이는 9살의 마샤였다.

붉고 몽글몽글한 머리카락, 초롱초롱 빛나는 노란 눈동자.

빵빵하고 발그레한 볼이 너무 귀여운 여자아이였다.

통통 튕기며 뛰어와 치맛자락을 당기는 아이의 모습은 하늘에서 막 내려온 천사 같았다.

“그럼 오늘 간식은 직접 딴 사과로 할까?”

“네! 좋아요!”

“제레미랑 이안도 같이 하자.”

그 말에 마샤의 얼굴이 조금 찡그려졌다. 제레미와 이안은 마샤와 함께 신전 보육원에 사는 아이들이었다.

“왜 그러니? 혹시 싸웠어?”

설마, 모르는 사이에 다투기라고 한 건가? 짧은 걱정이 한나의 머릿속을 스쳤다.

“아니에요! 먹을 사과가 줄어들까 봐 그랬어요!”

마샤가 서둘러 말을 덧붙이고는, 한나의 허리를 꽉 끌어안으며 얼굴을 비벼 왔다.

귀엽기도 하지.

“사과는 많이 있는걸. 걱정하지 마.”

붉은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며 멀리서 흙장난을 하고 있는 두 아이에게 고개를 돌렸다.

“이안! 제레미! 이리 와서 같이 사과 따자!”

한나의 외침에 두 남자아이가 쪼르르 달려왔다.

“제가 제일 많이 딸 거예요! 초록색도 따도 돼요?”

“벌레는 없겠죠?”

“선생님! 선생님! 사과 파이도 만들어 줄 거예요?”

양옆으로 둘러싼 아이들이 종알종알 떠들었다. 참새들이 지저귀듯 소란스럽지만 귀여운 소리였다.

“응. 해 줄게. 내가 이 이불을 너는 동안, 너희는 최대한 사과를 많이 따는 거야! 알겠지?”

나무를 가리키며 말하자, 아이들이 신나게 달려갔다. 사과가 익기를 누구보다 목을 빼고 기다린 아이들이었다.

서로 저가 따겠다며 아웅다웅하는 모습에 웃음이 나왔다.

“어쩜 귀엽기도 하지.”

한나는 가지고 나온 빨래 바구니에서 잘 씻은 이불보를 꺼내 탈탈 털었다. 빨래를 너는 와중에도 시선은 줄곧 아이들에게 향해 있었다.

“저 천진한 모습 좀 보라지.”

누가 상상이나 하겠어.

저 아이들이 미래에 제국을 박살낼 악당들이란 걸.

그렇다.

저 천진하고 귀여운 아이들은 그녀가 빙의한 [찬란한 악당들의 세계]의 주역 3인방이었다.

9살 마샤 플레트.

흑마법 단체를 만들어 흑마법으로 세상을 종말 시키려는 미치광이 마법사.

9살 제레미 알란데.

미래 암흑가의 수장이 되어 온갖 노략질을 하고 다니는 돈을 위해선 어떤 더러운 짓도 마다하지 않는 악당.

10살 이안.

황제가 되어 제국을 불지옥으로 만들 사이코패스 폭군.

“선생님! 저 사과 잘 따죠?”

멀리서 제레미가 사과를 흔들며 말했다.

“응. 대단해!”

네가 커서 그 사과 따듯이 사람 목을 따고 다니리라고 누가 상상이나 하겠니.

한나는 생각했다. 그래도 생각보다 아이들은 바르게 자라고 있는 것 같다고.

이게 바로 바른 교육의 효과일까?

“이제 들어갈까?”

빨래 바구니를 비운 한나는 아이들을 향해 걸어갔다. 그러다 아까 이안과 제레미가 땅에 그림을 그렸던 게 눈에 들어왔다.

연필처럼 쓰던 나뭇가지 옆에는 엉성한 그림으로 사람이 그려져 있었다.

그것도 사지가 분리된 채로.

“…….”

뭐…… 이 나이의 아이들은 종종 이상한 걸 그리곤 하지. 한나는 흐린 눈으로 바닥의 그림을 발로 문질러 흙을 덮었다.

그리고 다시 걸었다.

“얼른 가자!”

이렇게 귀여운 아이들과 평화로운 나날은 며칠 전, 아주 어이없게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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