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화 (1/40)

프롤로그 In Game

[수호 선수! 세계 최초라는 타이틀을 다시 한번 갈아치우며 개인 기록 통상 4번째 월드챔피언십 우승컵을 들어 올립니다!]

캐스터의 시원한 샤우팅이 환호성으로 시끄러운 경기장을 꿰뚫었다.

수호, 세계를 통틀어 가장 많은 월드챔피언십 우승을 차지한 선수. 18살에 데뷔해 길다면 긴 4년의 시간을 프로게이머로 보내면서 그는 한국을 넘어서 세계에 최고의 선수로 이름을 날렸다.

세계가 주목하고 환호하는 남자.

유니폼 등에 박힌 SUHO라는 그의 닉네임이자 이름이 펄럭였다.

수호와 팀을 이루는 팀원들이 무대 중앙에 있는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정말 대단한 선숩니다! 데뷔 4년차가 4번째 트로피라뇨?! 데뷔한 이래로 단 한 번도 챔피언십 트로피를 놓치지 않았다니…… 정말 믿기지가 않네요.]

[그러게 말입니다. 대체 어떻게 된 선수인가요?! 세계 최고의 선수라는 타이틀이 전혀 아깝지 않은 선숩니다!]

수많은 환호성이 울려 펴졌다. 팀을 우승으로 이끈 주력 이수호는 그렇게 자신의 이름을 세계에 다시 한번 떨쳤다.

그리고 소란스러운 경기장 뒤편에서 그런 수호의 사진을 찍고 있는 한 남자가 있었다.

수호가 속한 ‘주이’의 결승 상대, ‘제라드’의 유니폼을 입고 있는 남자의 등에는 RAIN이라는 그의 선수명이 적혀 있었다.

1초에 10번씩 그의 카메라 플래시가 번쩍거리자 그의 옆으로 같은 제라드의 유니폼을 입은 남자가 다가왔다.

“형, 지금 꼭 그런 사진 찍어야겠어요?”

조은기가 질린다는 듯 얼굴을 찡그렸다. 미친 듯이 커다란 카메라로 수호의 사진을 찍고 있는 RAIN, 김주오가 카메라에서 시선을 떼며 은기를 돌아봤다.

“그럼 언제 찍어.”

연예인이라고 해도 믿을 만큼 화사하고 잘생긴 남자가 불만스러운 얼굴을 했다. 그러자 은기의 표정이 더욱 일그러졌다.

“아니, 지금 우리 쟤네한테 졌잖아요! 우승 트로피가 눈앞에서 멀어 졌는데 슬퍼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

“후회해서 돌아올 트로피도 아니잖아. 열 내지 말고 머리 비워. 내년엔 우리가 트로피 들 테니까.”

“그게 말처럼 쉬워요?”

“안 쉬우니까 연습하라는 거잖아. 너 쟤네 팀 연습 기록 봤어? 우리 팀보다 하루에 적어도 5판씩은 더 했어. 연습량이 많다고 꼭 우승한다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자격은 갖는 거야. 어쨌거나 너도 오늘 고생했다.”

무심하지만 다정한 위로를 건넨 주오는 다시 카메라로 시선을 돌렸다. 프레임 사이로 하얗고 깨끗한 남자가 들어왔다. 눈가가 길게 빠진 깨끗한 얼굴은 프로게이머라면 누구나 탐내는 챔피언십 트로피를 들고도 무심했다. 아주 작은 미소만 그려진 얼굴이 참 어색해 보였다.

주오는 좋으면서 표현도 잘 못 하고 저렇게 어색한 미소만 짓는 수호가 좋았다.

주오의 입가에도 미소가 그려졌다. 조각 같은 얼굴에 봄꽃 같은 화사함이 번졌다. 수호를 바라보는 주오의 깊은 다갈색 눈이 따사로운 애정으로 빛났다.

데뷔 6년차, 수호가 데뷔하기 전 챔피언십 트로피를 2번이나 들어 올린 남자, 김주오. 6년간 기복 없이 늘 최상의 모습을 보여주며, 무엇보다 화려한 외모로 많은 팬을 보유한 그는 4년째 짝사랑 중이었다.

그것도 자신을 밀어내고 세계 최고 자리를 차지한 남자, 이수호를 맹목적으로 사랑하고 있었다.

그건 e스포츠 관계자를 비롯해 팬들 또한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그리고 김주오의 끈질긴 외사랑의 주인공인 이수호 또한 모르지 않았다. 다만 너무도 당당한 사랑 표현에 모두들 수호를 향한 주오의 마음을 팬심으로 여기고 있었다.

어느새 카메라 렌즈에 눈을 박고 사진을 찍어대는 주오를 은기가 질린다는 듯 바라봤다. 은기도 수호라는 선수를 동경하고, 대단하고 여기기는 했지만 이렇게 대포카메라를 들고 찾아와서까지 사진을 찍을 정도는 아니었다.

덕질 같은 걸 할 거라고는 상상도 안 가는 얼굴로 당당하게 스토킹과 덕질을 넘나드는 짓을 저지르는 주오였다.

은기가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든 말든, 주오는 신경도 주지 않은 채 수호의 사진을 열심히 찍기 바빴다. 다시는 오지 않을 순간을 조금이라도 아껴야 했다. 우승컵을 든 수호 컬렉션 20XX을 얻기 위해서는 한 번이라도 더 셔터를 눌러야 했다.

주오가 셔터를 마구잡이로 누르는 동안 간략한 시상식이 끝나고 해설자들이 마이크를 다시 잡았다.

[한 가지 알려 드릴 게 있습니다. 체이스의 마지막 축제, 올스타전이 한 달여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홈페이지를 통해 올스타전에 참가할 선수를 선정하고 있으니 모두 투표해 주시길 바랍니다. 이번에도 늘 올스타전에 참가하는 선수들이 가게 될지, 아니면 새로운 선수가 가게 될지 궁금하네요. 그러면 이것으로 월드 챔피언십 중계를 마치겠습니다!]

해설자와 캐스터들이 인사를 하는 것을 마지막으로 TV는 점등됐다.

* * *

[게임/006924] 올스타 누구 투표함[email protected]볼드

일단 난 SUHO, RAIN 투표함. 님들 누구 함?

└ 나도 수호, 레인 투표함.

└ 얘네는 투표 안 해도 가지 않음?

└ 이런 애들이 투표해서 가는 거지.

└ 이번에는 레인이랑 수호랑 친해질 수 있을까?

└ 내 생각에는 절대 불가능... 수호 철벽 오지잖아.

└ 김레인...당신은 대체 언제 수호랑 친해집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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