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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전 22화 (95/96)

<외전 22화>

성현은 눈매를 설핏 찌푸리고 아연의 배를 응시했다. 예정일까지는 아직 한 달의 시간이 남아 있지만, 이쯤 되면 스스로 적당히 걸어 나와야 하지 않나 싶을 정도로 아연의 배는 크게 불러 있었다.

그가 아내의 둥근 배를 찬찬히 쓰다듬었다. 평소에는 기운 좋게 발을 뻥뻥 차대며 자신의 존재를 나타내던 아들도 지금은 눈치껏 자는 척을 하는 모양인지 고요하기만 했다.

제 부모가 부부만의 좋은 시간을 보낼 땐 배 속에 있어도 없는 척, 조용히 빠져 있어야 한다는 것을 배 속에서부터 용케 깨달은 점만큼은 기특할 따름이다.

가냘픈 몸으로 아기를 품느라 갖은 고생 중인 아연을 두고 감히 ‘순조로운 임신’이라니. 황 박사의 그 건방진 평은 분명 성현을 분노케 했지만, 임신 기간 내내 순조롭게 부부 생활을 지속한 것도 사실이었다.

그러니까 임신 전부터 늘상 그랬듯이 잘도 붙어먹었다는 말이다. 아주 뻑적지근하게.

임신으로 인한 호르몬의 변화는 아연의 성욕을 대폭 증진시켰다. 그리고 그 천재일우의 기회를 사양할 리 없는 성현은 즐거이 몸을 내줬다. 성심성의껏 그의 아내를 만족시키기 위해 물심양면으로 노력을 기울였다.

자신은 신나게 정액이나 싸질러 놓고, 임신으로 인한 수많은 고생은 아연이 혼자 다 하는데 이런 걸로라도 만족시켜 주어야 하지 않겠는가.

성현은 다시 한번 남편의 책임과 의무를 되새기며 임신한 아내의 젖가슴을 입에 물었다. 딱딱해진 귀여운 유두를 혓바닥에 문대며 뺨이 깊게 패도록 강하게 빨아 삼켰다. 입 안에 단내가 퍼지고 본능적으로 허기가 돌았다.

“달아.”

은밀하게 속삭이며 혀로 젖꼭지를 빠르게 퉁겼다. 아연이 짧은 신음과 함께 턱을 하늘로 높게 쳐들었다. 아흑. 흠뻑 젖은 다리 사이가 근지러운지 허벅지를 배배 꼬는 게 그가 들어와 쑤셔 주길 바라는 눈치였다.

“어떻게 된 게, 네 위아래에서 흘러나오는 건 하나같이 다 달짝지근해.”

그는 젖꼭지 위로 다시금 몽글몽글 솟아오르는 크림색 방울을 할짝거렸다. 아연이 엉덩이를 들썩거리며 그의 발기한 성기에 대고 음부를 스스로 문지르는 것을 천연덕스럽게 모른 척하고서.

“아무래도 나눠 주기 싫은데 어쩌지.”

그게 내 아들일지라도.

이 작은 앵두 같은 젖꼭지에서 허연 모유가 물줄기처럼 쏘아져 나올 모습을 상상하면 목구멍이 바짝 말랐다. 하루 종일 이 젖가슴에 매달려서 게걸스럽게 빨아대기만 해도 하루 24시간이 부족할 텐데.

그가 아연의 가슴을 입에 물고 빨며 타는 속을 적시는 동안, 나머지 한쪽 가슴은 제 아들에게 내주어야 할 순간이 훌쩍 다가와 있었다.

그의 서늘한 눈매에 짙은 소유욕이 얼룩졌다. 아연은 익숙한 듯 그의 눈가를 엄지로 쓸며 뺨을 감쌌다.

“알았으니까, 얼른…….”

그러고는 다리를 더욱 넓게 벌렸다. 훤히 켜진 조명 아래 드러난 음부가 그야말로 엉망이었다.

짓궂은 장난기가 돈 성현이 상체를 뒤로하며 괜히 시간을 끌었다. 그러자 아연이 손을 내려서는 검지와 중지를 이용해 자신의 음부를 활짝 벌리기까지 했다.

부끄러워 죽겠다는 듯 얼굴을 시뻘겋게 붉히면서, 홍수가 나도록 적신 은밀한 구멍을 활짝 벌려 보여 주는 이중성에 뒷골이 찡했다. 온몸에 혈류가 빨라지며 좆이 터질 것만 같았다.

성현은 뜨끈하게 열기가 느껴지는 좆기둥을 움켜쥐고 음부 위에 귀두를 문댔다. 여유 따윈 사라진 지 오래였다. 그는 단번에 허리를 밀어 넣어 삽입했다.

“아……. 너무 좋아.”

만족스러운 신음을 흘린 아연이 눈을 요망하게 빛내며 가는 손끝으로 성현의 유두를 문질러 자극했다. 이를 악물어 자극을 억누른 그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오늘 애 낳고 싶어서 이래?”

아연의 담당의는 임신 중 부부 관계에 대해 긍정적인 태도를 유지하는 편이었다. 성욕 증가로 인한 고민을 털어놓는 아연에게는 건강한 성관계의 안전성을 설파함으로써 그녀의 기분을 북돋아 주기도 했다.

두 사람이 상상 이상으로 자주, 많이 하고 있다는 걸 몰라서 하는 소리인 것 같았지만…….

그리고 황 박사는 얼마 전 아연과 함께 병원에 찾은 성현을 따로 불러 경고 같은 당부를 했다. 격렬한 성관계는 자궁 수축을 일으킬 수 있으니 주의해 달라고 말하는 그녀의 얼굴은 몹시 엄격했다.

성현에게 ‘격렬하지 않은 성관계’란 참으로 어려운 숙제였다.

그는 소파 위에 살짝 옆으로 누운 아연의 가슴을 움켜쥐며 몸을 뒤로 물렸다. 그러고는 깊숙한 곳까지 찌르지 않도록 주의하며 허리를 느릿하게 밀어 넣었다. 축축한 내부가 빈틈없이 성기를 감싸며 빠듯하게 쥐어짰다.

제 좆 하나도 겨우 받아먹는 이 좁은 곳으로 어떻게 아이를 낳을 수 있을는지. 정말 의문이었다. 애가 좆보다 작지는 않을 텐데.

그가 혀를 쯧 차며 최대한 느긋하게 아연의 안을 드나들기 시작하는 순간.

딩동.

……씨발. 뭔데.

불길한 기시감에 성현이 인상을 있는 대로 구기며 움직임을 멈췄다. 크리스마스이브 저녁, 그들의 신혼집 현관 벨을 울릴 수 있는 정신 나간 인간은 흔치 않다.

그는 아연의 안에 성기를 처박은 채로 고개를 돌렸다. 현관문을 비추는 화면 속에 반갑지 않은 신수 훤한 얼굴이 보였다.

저 새끼가 진짜 돌았나.

성현은 거칠게 욕설을 내뱉으며 몸을 일으켰다. 아연이 임신한 후로 잘만 참아 오던 욕이 절로 터져 나왔다.

* * *

“너 뭐야.”

“메리 크리스마스.”

문전박대에 버금가는 성현의 쌀쌀한 반응에도 유현은 방긋 웃으며 반갑게 팔을 뻗었다. 포옹하려는 제스처를 취했으나 애석하게도 성현은 굉장히 짜증 난다는 얼굴로 눈을 부라리며 그의 손을 밀쳤다.

“네가 여기 왜 있어. 못 본 걸로 할 테니까 꺼져.”

“에이……. 소중하신 조카님의 탄생을 미리 축하하려고 이 추운 날 미국에서부터 허겁지겁 달려온 동생한테 말본새가 그게 뭐냐?”

유현은 상처받았다는 양 손바닥으로 가슴을 문지르며 서운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다가 금세 유들유들하게 웃었다.

“임신은 형수가 했는데, 왜 형이 이렇게 예민해.”

내가 또 타이밍을 잘못 잡은 것 같기는 한데…….

유현은 들릴 듯 말 듯 한 목소리로 중얼거리며 성현 몰래 그의 머리끝부터 발끝까지를 재빨리 훑어보았다. 집 밖의 살이 에이는 날씨와는 전혀 계절감이 맞지 않는 옷차림.

성현은 몸의 실루엣이 대충 다 드러나는 얇은 가운을 아무렇게나 걸치고 있었다. 가운 사이로 보이는 가슴 근육은 조금 전까지 격렬한 운동을 지속한 것처럼 잔뜩 부풀어 천천히 오르내리는 중이었다.

그뿐이랴. 얼굴은 갑자기 찾아온 불청객을 향해 성을 내고 있는데, 하체는 영 다른 쪽에 잔뜩 성을 내고 있는 게 아닌가.

아니, 왜 매번…….

유현은 콧등을 긁적거렸다. 그 역시도 금술 좋은 부부의 방해꾼 역할이 달가울 리 없었다. 시간을 잘못 잡았네 싶다가 불현듯 그는 생각을 바꾸었다.

‘허구한 날 저러고 있으니 타이밍이 이렇게 된 거 아냐…….’

유현의 의식은 제 형에게 책임을 돌리는 쪽으로 뻔뻔하게 흘러갔다. 유현은 얇은 가운을 불룩 밀어내고 있는 중심에서 자연스럽게 눈을 올려 성현과 시선을 마주쳤다.

지난 5월 성현의 결혼식 이후로 처음 보는 것이다. 결혼식 직후 유현은 곧장 미국으로 돌아갔고, 채 여름이 되기도 전에 형의 부부가 아기를 가졌다는 소식을 전해 듣게 되었다.

애지중지 갖은 과보호와 유난을 다 떨던 주제에 결혼하자마자 임신부터 되었다는 소식에 어찌나 기가 막히던지. 게다가 출산이 겨우 한 달 남은 지금까지도 저러고 있을 줄이야……. 저걸 받아 주는 형수도 대단하단 말이지.

유현은 사뭇 신기한 눈길로 성현을 바라보았다. 그는 요즘 부쩍 남녀 사이에 서로의 감정이 쌍방으로 통하는 쉽지 않은 가능성에 대해 높은 관심과 의문을 품고 있었다.

……서로 잘 만났네.

그러니까 한 마디로, 부럽다는 뜻이다. 그러나 곧 죽어도 형에게 부럽다는 말을 입 밖으로 꺼내 전달할 생각은 전혀 없었기에, 유현은 가볍게 어깨를 추켜올렸다. 그리고 눈꼬리를 추욱 내려뜨리며 동정심 자극을 꾀했다.

“근데 우리 들어가서 얘기하면 안 될까, 형? 나 너무 추운데. 배도 고프고. 비행기에서부터 아무것도 못 먹었어. 알잖아. 나 기내식 싫어하는 거.”

그는 어깨를 한껏 움츠려 열린 문 사이로 슬그머니 진입을 시도했다. 그러나 문지기처럼 떡 버티고 선 성현에게 즉시 뒷덜미가 붙잡혀 제지당했다.

“그러니까 기내식도 싫어하고 비행기도 싫어하는 놈이 여긴 왜 왔는데.”

“왜겠어. 할아버지가 형수 베이비샤워 해 준답시고 한 달 전부터 난리를 치잖아. 80이 넘은 노인네가 그런 건 또 어디서 주워들어서는 그 귀찮은 걸 한다고 사람을 못살게 굴어. 또 밑에 직원들이랑 나만 죽어나지.”

와이프를 향한 권성현의 저 유난스러운 지극정성은 권 회장으로부터 유전된 것이 분명했다. 손주며느리 사랑이 어찌나 극진하신지. 유현은 질렸다는 듯이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나한텐 일주일에 일곱 번씩도 더 전화해서 참석 안 하면 내 앞으로 된 지분을 다 빼서 곧 태어날 증손주한테 주겠다느니 어이없는 협박을 하는데, 그럼 안 들어오고 배겨? 아주 내 조카님은 태어나자마자 삼촌보다 부자 되게 생겼어.”

저라고 뭐 한국에 들어오고 싶어서 들어온 줄 아나.

유현은 미간을 찌푸리며 미국에 남겨 두고 온 중요한 일들을 떠올렸다. 아니, 정확히는 사람을.

크리스마스부터 연초까지 쭉 이어지는 기나긴 연휴에 여자는 내내 집에만 있을 예정이라고 했다. 수업을 준비해야 한다는 식으로 말했지만, 보나 마나 비행깃값이 없어서 그런 게 뻔했다. 일주일 넘게 단둘이 집 안에서 부대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는데…….

며칠 전 그가 아침 식사 자리에서 일주일간 한국에 다녀온다는 말을 전했을 때, 여자는 아주 무관심한 눈으로 그를 쳐다보았었다.

걸레 같은 네까짓 놈이 어딜 다녀오든 말든 저랑 무슨 상관이냐는 듯. 겨울 식량을 모으는 다람쥐처럼 양 볼을 동그랗게 부풀리고 샌드위치를 오물오물 깨물어 먹으며.

아마도 지금쯤이면 불편한 인간 하나가 사라졌다며 신나서 집 안을 활보하고 있을지 모른다. 평소에는 제 방에 콕 처박혀서 머리털 하나 제대로 보여 주는 법이 없으면서.

“나도 할아버지 등쌀에 못 이겨서 축하 행사 들러리 서러 들어온 거니까, 형이 좀 봐주라.”

“그건 네 문제고. 왜 자꾸 여길 기어들어 오는 건데. 본가에 네 방 있잖아.”

“본가 들어가기 싫어. 너무 귀찮게 해. 시차 적응도 제대로 못 하게 한다니까? 그렇지 않아도 잠 못 자서 빌빌거리는 거 아는 사람들이…….”

유현은 자신의 약점을 살짝 들춰 보이며 눈꼬리를 축 늘였다. 성현이 낮게 한숨을 내쉬었다. 조금만 더 설득하면 곧 넘어올 듯한 기색에 유현이 눈을 반짝 빛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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