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7화 (7/96)

<7화>

“…….”

뜨겁게 달아올랐던 침실의 공기는 침묵 속에서 어느새 뻘하게 식어 버렸다. 성현은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한아연이 좋아하는 크로플에 아이스크림을 얹어서 내주면서 잠깐 먹고 있으라고 다독여 놓고 재빨리 내려가서 콘돔을 사 오면…….

“왜?”

“……뭐?”

콘돔을 사 오는 사이 아연을 붙잡아 둘 계획을 짜느라 성현은 뒤늦게 대답했다.

“보통 있잖아.”

“보통 뭐.”

“콘돔 말이야. 보통 이런 데에 두지 않나?”

성인 남자의 집에 왜 콘돔이 없는지 의아한 듯 아연은 순수한 의문에 찬 얼굴로 팔을 쭉 뻗었다. 시트로 가슴을 가린 채 몸을 반쯤 돌린 아연이 침대 바로 옆 협탁 서랍을 드르륵 열었다.

“뭐야. 여기 있네.”

아연은 서랍 안에서 콘돔 상자를 집어 들었다. 잊고 있던 기억이 그제야 번뜩 떠올랐다. 이사 후 집 구경을 한답시고 놀러 왔던 성현의 큰누나 지연이 넣어 놓은 것이었다.

‘이사 선물이야. 여기 협탁에 넣어 놓는다? 근데 너, 여자 친구는 있어? 알았어. 안 물어볼게. 이게 누나한테, 표정 뭐야. 그래도 피임은 중요한 거 알지? 잊지 마라.’

그때는 그의 사생활을 어떻게든 캐고 싶다는 듯 지연이 능글맞게 눈을 밝히는 게 짜증 나서 못 들은 척 한 귀로 흘리고 지나갔다. 그 이후론 쓸 일이 없었으니 존재 자체를 까맣게 잊고 있었고.

“너 설마 콘돔 없이 하고 싶어서 수작 부린 거야?”

아연은 웃는 듯 마는 듯 미묘한 표정으로 성현을 바라보았다.

“그런 거 아니거든.”

“그럼 왜. 혹시 진짜 나랑 할 생각 하니까 갑자기 겁나서 그러는 거면…….”

성현은 피식 코웃음을 쳤다.

“겁먹은 건 너 아니고?”

“나는…… 아니거든?”

“그냥 까먹은 거야.”

성현은 무뚝뚝하게 말을 자르며 아연의 손에서 콘돔 상자를 낚아챘다.

안에 싸지르고 싶어서 콘돔이 있으면서 없는 척하는 천하의 쌍놈 취급을 당한 것은 퍽 억울했지만, 아래를 터질 듯이 세운 상태로 헐레벌떡 편의점에 달려가지 않아도 되는 것만큼은 다행인 일이었다.

다만 문제는…… 그의 형제가 제 동생의 성기 크기를 과소평가한 데에 있었다.

‘씨발, 왜 이렇게 꽉 끼어. 원래 이런 건가?’

성현은 짜증스러운 눈길로 콘돔 상자를 흘끗 쳐다보았다. 겉면에 ‘라지 핏’이라 쓰여 있다. 아무리 콘돔을 처음 착용해 본다지만, 제 좆에 비해 터무니없이 작다는 것만큼은 분명했다.

기둥을 옥죄는 느낌에 미간을 찌푸리던 성현은 이내 표정을 덤덤하게 가다듬었다. 한아연 앞에서 서툰 모습을 보이고 싶진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미숙해 보이고 싶지 않았을 뿐, 동정이라는 사실이 쪽팔린 건 아니었다.

‘내가 지금까지 여자 안 만난 건 옆에서 봐 온 한아연도 뻔히 알 테고. 여기저기에 아랫도리를 더럽게 휘두르고 다닌 것보단 순결한 쪽이 한아연 입장에서도 더 낫지 않나?’

성현은 침착하게 귀두에서부터 천천히 콘돔을 씌웠다. 돌돌 말려 있는 콘돔 링을 밀어 올리자 음경의 뿌리 부분은 끝까지 채 덮지도 못하고 어중간한 곳에서 콘돔이 끝났다.

황당했지만 어쩔 수 없다. 오늘까지만 대충 쓰고 새로 사야겠다는 생각과 함께 성현은 고개를 돌렸다.

“……아. 다 됐어?”

그가 콘돔을 착용하는 모습을 숨죽인 채 관찰하던 아연은 갑자기 성현과 시선이 마주치자 흠칫 놀랐다. 눈을 동그랗게 뜬 아연이 뒤늦게 어색하게 미소 지었다.

차근차근 달궈졌던 분위기가 콘돔 때문에 팍 식은 것 같아 조금 언짢았지만, 아연이 웃는 것을 보니 이것도 꽤 나쁘지 않은 것 같았다. 성현은 그녀의 미소에 화답하듯 씨익 미소 지으며 침대 위를 기듯이 다가와 아연의 어깨를 스윽 밀었다.

자연스럽게 누르는 힘에 밀려 뒤통수가 폭신한 침구에 닿았다. 그와 동시에 입술이 겹쳐졌다. 살며시 벌어진 아랫입술을 은근하게 빨아 당기며 지분거리던 키스는 점점 고조되어 어느새 집어삼킬 것처럼 짙어졌다.

아연은 아랫배가 간질거리는 느낌에 몸을 꿈틀거렸다. 커다란 손이 뒤통수를 받치듯 감싸 왔다.

다른 손으로 가슴을 뭉그러뜨리듯 주물럭거리던 성현은 이내 손을 내려 그녀의 음부를 더듬었다. 성심성의껏 풀어 놓았던 그녀의 질구는 다행스럽게도 여전히 흥건히 젖어 뜨거운 열기를 머금고 있었다.

성현은 키스를 이어 가며 자연스럽게 아연의 두 다리를 벌렸다. 그러곤 다리 사이에 자리 잡고 입술을 떼어 냈다. 아연으로서는 넋을 빼놓는 키스에 온통 팔려 있던 정신을 문득 차리고 보니 이미 그에게 붙잡힌 두 허벅지가 양껏 벌려져 있는 셈이었다.

‘뭐가 이렇게…… 능숙해.’

능란하게 저를 휘두르는 게 왠지 괘씸하게 느껴지기까지 하는 건, 그저 제 심술맞은 치기에서 비롯한 것이리라.

아연은 색색 차오른 숨을 가만히 내쉬며 성현이 제 성기 기둥을 붙잡아 그녀의 음부에 문지르는 것을 보았다.

“흐으…….”

잔뜩 달아오른 음부에 마찬가지로 뜨겁게 열 오른 귀두가 뭉근하게 비벼졌다. 피부끼리 닿은 것만으로 엉덩이가 움찔거렸다. 아연은 얕은 신음을 흘리며 눈을 질끈 감았다.

성현은 잘게 튀어 오르는 그녀의 아랫배를 지그시 누르며 다른 손에 쥔 성기 기둥을 느릿하게 위아래로 움직였다. 뭉툭한 귀두가 이리저리 치대자, 통통한 음순이 밀려 벌어지고 야릇하게 뭉그러진다.

선홍빛의 속살을 야하게 드러낸 질구가 투명한 애액을 뱉어 내며 벌름거릴 때마다 찔꺽찔꺽, 젖은 살갗이 마찰하는 소리가 났다. 귀두에 애액을 바르듯 얕게 문질러 대던 그는 이윽고 귀엽게 뻐끔거리는 구멍에 선단을 끼우듯 맞췄다.

도무지 제 좆을 삼킬 수 있을 것처럼 보이지 않는 작은 구멍이었다. 어쩐지 한아연에게 무도한 짓을 저지르려는 듯한 기분이라 찰나의 망설임이 스쳤다.

그러나 그 순간에도, 본능에 충실한 좆은 당장이라도 아연의 안을 무도하게 쑤시고 싶어서 난리가 난 것처럼 신나게 꿈틀거리고 있었다.

성현의 가슴팍이 크게 오르내리고, 나지막한 목소리가 경고하듯 말했다. 짙은 흥분으로 깊게 가라앉은 음성이었다.

“넣는다.”

넣는다니. 내가 한아연의 안에 좆을 넣는다니.

본인이 말해 놓고도 몹시 이상하게 들리는 말이었다. 제가 한아연의 안에 들어가게 되리라곤, 이제껏 단 한 번도, 꿈에서라도 생각해 본 적 없었던 말도 안 되는 일…….

그래. 사실 고백하자면, 과거의 한때는 분명 방황했던 시기가 있었다.

중학교 3학년 때였을까. 어느 날 난데없이 그의 꿈속에 한아연이 나왔다.

성현은 그날 새벽 속옷을 흥건하게 적신 채 숨을 몰아쉬며 깨어났다. 그것이 그의 첫 몽정이었다.

또래의 친구들은 숱하게 겪어 온 일이었고, 경험담 늘어놓듯 지껄이는 것을 지겹도록 들어왔다. 그들에 비하면 성현의 경우 시기적으로 퍽 늦은 편에 속했지만, 그만큼 정신적 타격이 더욱 컸다.

성현은 깊은 자괴감과 자기혐오에 빠졌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다음 날, 또 그다음 날 밤에도 여지없이 꿈에 아연이 등장한 것은 사춘기 소년이었던 성현에겐 몹시 잔인한 일이었다.

꿈속에서 상상력은 얼마나 풍부한지, 밤새 그녀와 이런 짓 저런 짓을 몽땅 저지르고는 아침에 속옷이 흠뻑 젖은 것으로도 모자라 또다시 발딱 선 물건을 맞이하게 되는 악몽의 반복.

그때부터 그가 아연을 슬금슬금 피해 다니기 시작한 것은 당연한 결과였다.

아무것도 모르고 해맑은 한아연의 얼굴을 볼 때면 꿈에서 더러운 상상이나 해 대는 스스로에 대한 자기혐오로 뻔뻔하게 낯을 들 수가 없어 목덜미가 뻣뻣해졌다.

물론 그가 그런 꿈을 꾸고 싶어서 꾸는 것은 맹세코, 절대, 결단코 아니었지만, 흔히들 꿈은 무의식에 숨은 욕망의 발로라고 하지 않는가.

더러운 욕구 불만 종자. 색마. 변태.

성현은 어느덧 새벽에 눈을 뜨면 제 머리털을 움켜쥐고 스스로를 질타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자괴감을 넘어 인격이 스러지는 모멸감마저 느껴졌다.

그렇게 한 달 정도 그녀를 피해 다녔을 즈음, 갑작스러운 투명인간 취급에 열 받은 아연에게 정강이를 수 차례 차이고 나서야 성현의 방황은 끝이 났다.

‘한아연은 대체 언제부터 나랑 자고 싶었던 거지?’

성현은 흘끗 시선을 올렸다. 내리감은 그녀의 속눈썹이 파르르 떨린다. 쑥 들어간 아랫배가 가쁘게 오르내리며 아연은 한껏 긴장한 채로 그가 들어오길 기다리고 있었다.

성현은 문득 깨달았다. 결국, 이건 관성의 문제였다.

한아연이 원하면, 저는 그냥 명령을 들은 사냥개처럼 움직이게 되는, 둘 사이에만 성립되는 관성.

“아읏…….”

성현은 서서히 허리를 밀어 넣었다. 빠듯하게 다물어져 있는 내벽을 짓이기듯 벌리며 들어가자, 아연의 허벅지가 뻣뻣하게 굳어졌다.

“한아연. 숨.”

끄트머리만 겨우 꽂아 넣은 채 성현은 허옇게 질린 아연에게 속삭였다. 아연의 안쪽은 그의 침입을 허락지 않는 것처럼 꽉 조여든 상태였다.

뭉툭한 귀두가 매끄럽게 젖은 질 입구에 자리 잡았으니 힘으로 밀어붙이면 당장 그녀의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단번에 쑤셔서 꿰뚫어 버리고 싶은 격렬한 본능을 가까스로 억누른 성현은 상체를 굽혀 바들거리는 아연의 턱 끝에 입을 맞추었다.

“숨 쉬어.”

“하으……. 하아…….”

“잘했어. 이제 힘 빼.”

“내가 힘을, 주는 게 아니…… 읏! 네가, 네가 너무…… 흐윽.”

성현은 내벽을 넓히려 얕게 쑤석이던 성기를 느리게 밀어 넣었다. 아연은 그의 어깨를 끌어안고 턱 막혀 오는 숨을 고르려 애쓰듯 가쁘게 색색거렸다.

“알아, 너 힘든 거. 느껴져.”

그의 커다란 성기를 받아 내느라 아연이 느끼는 둔통이 연결된 안쪽을 통해 고스란히 전해졌다.

이렇게 작은 몸으로 얼마나 아파하는지 눈에 그대로 보이는데, 멈춰야겠다는 생각이 들기는커녕 좆을 끊어 먹을 것처럼 조이는 느낌이 황홀하기만 한 걸 보니 내가 진짜 개새끼지.

그가 허탈하게 자조하며 진입을 멈추었다. 그러자 성현의 어깨에 고개를 박고 있던 아연이 살며시 얼굴을 떼어 냈다.

“다, 들어왔어?”

성현은 그녀의 눈을 마주 보고 피식 웃었다.

순진하기도 하지. 반도 안 넣었는데.

“응.”

단호한 대답과 동시에 그가 허리를 세게 쳐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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