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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경하는 들러리양-53화 (53/100)

00053  5. 에이레네의 밤: 무도회  =========================================================================

“ 아, 있잖아.”

나는 아윈이 텔레포트로 사라지기 전 급히 그를 불렀다. 그냥 혹시나 해서 묻는 건데. 혹시나.

“ 산채로 잡아올 거지?”

숨만 붙어있으면 안되고 말도 할 수 있고 움직일 수도 있어야 한다? 추가 조건을 붙이기도 전 아윈은 대꾸할 가치도 없다는 듯 자리에서 모습을 감췄다. 어, 그래 믿을게…. 내 말을 씹은 아윈이 다시 나타난 것은 속으로 숫자를 열쯤 세었을 때였다.

“ 허어억!”

비숏이 허공에서 생겨나자마자 바닥을 뒹굴었다. 사, 살아있니! 다행히 살아있었다. 아윈이 던진 건 아니고 그냥 제가 힘이 풀려 나뒹군 것 같았다. 잘 살펴본 비숏은 공포로 낯빛이 파랗게 질린 것만 빼면 아주 멀쩡했다. 휴.

“ 라, 라테님?”

“ 괜찮아요?”

“ 저, 저 다시는…세상 빛을 보지 못하는 줄로만….”

“ 그래요, 그래요.”

붙잡히자마자 파들파들 떨었을 모습이 눈에 선했다. 아유, 불쌍한 우리 비숏. 잡아다준단 말에 옳다구나 예스하긴 했지만 막상 떠는 걸 보니 양심이 아팠다. 그러게 누가 도망치래요.

“ 발닦개 잘 데리고 다녀, 고객님.”

아윈은 그 말만 남기고 다시 사라졌다. 뭐 인사를 하거나 그럴 틈도 없었다. 쟤 약간 홍길동 기질 있지않나? 어쨌든 비숏 데려다준 건 고맙다고 얘기해야 하는데. 흠, 내 머리 엉망으로 만든 거랑 쌤쌤 칠까.

공포의 근원이 퇴장하자 비숏은 빠르게 안정을 찾았다. 먼지를 털며 몸을 일으키는 비숏을 응시하는데 순간 그의 눈가에서 뭔가가 반짝이는 게 시야에 들어왔다. …물기가……?

“ 저기, 비숏.”

“ 네?”

“ 울었어요?”

“ 네, 네?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그, 그냥 조금 놀랐을 뿐입니다.”

조금 놀라서 눈물이?

그 정도로 무서웠나. 나는 비숏을 향한 안쓰러움이 증폭되는 걸 느꼈다. 10초면 그냥 발견하자마자 별 말없이 붙잡아왔다는 소린데 그 잠깐사이에 눈물샘이 자극될 수준이라니. 지금도 이런데 마탑으로 돌아가면 어찌 사나 싶었다. 나는 애잔한 심정을 담아 그의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

“ 마탑은 한번 들어가면 죽을 때까지 못 나오나 봐요?”

신체포기각서 급의 평생 노예계약인 모양이다. 그러니 저리 바들바들 떨면서도 마탑에서 탈출을 못하지. 그러나 대답은 예상외로 생각과 반대였다.

“ 아뇨?”

“ 네?”

“ 그냥 아무 때나 나오면 되는데요?”

“ 엥?”

뭐어? 그게 무슨 소리야. 근데 왜 안 나와? 말이 되나. 그럼 그 심경을 살짜쿵이라도 건드렸다간 내 목도 살짜쿵 날아가는 미친놈을 상관으로 둔 환경에 제 발로 머무르고 있다는 얘기 아냐? 이해가 되지 않아 나는 잠시 혼돈에 빠졌다. 아윈이 마탑주인데 자기의지로 버티고 있다고?

“ 아아, 그러니까 목 아래는 언제든지 마탑 밖으로 나올 수 있단 말이죠? 목 위는 그대로 탑 안에 두고?”

그럼. 이게 정답이지. 명쾌해하는데 비숏이 고개까지 붕붕 저었다.

“ 아, 아닙니다. 그게, 음…. 확실히 탑주님께선 조금…아니 많이…그러니까 조금 많이 무서우시긴 합니다만….”

합니다만? 비숏이 우물쭈물 내 의아함에 대한 답을 뱉기 시작했다. 무섭긴 하지만 사실 알고 보면 속은 귀여운 마탑의 아이돌? 아 이건 너무 개소리네…. 죽은 사람들한테 사과해야겠다.

“ 뭐라고 말씀드리기가 어려운데, 제가 마탑에 들어오기 전엔 단거리 텔레포트도 버거워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장거리 텔레포트까지 가능해요.”

“ 아.”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무슨 말인지 알겠다. 비숏은 제금 제가 마탑에 들어온 뒤로 실력이 일취월장했다고 이야기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마탑은 속한 마법사들에게 상당한 능력상승을 보장해주는 모양이었다. 간달프나 비숏같은 가련한 친구들만 보다보니 잊고 있었다. 원작에서 묘사한 마탑은 ‘강해질 수만 있다면 악마에게 영혼이라도 팔 수 있을 만큼 눈 돌아간 놈들’이 바글바글 넘치는 장소였다. 나는 당연히 힘이고 나발이고 목숨이 가장 중요한 사람이지만, 그네들에겐 우선순위가 조금 다른 것이다. 힘이 곧 법이자 모든 것. 그런 곳이었다.

“ 이해 돼요. 앞으로도 계속해서 더 강해지면 좋겠네요.”

“ 저, 저도 그러길 바라고 있습니다.”

쑥스러운 듯 비숏이 뒷머리를 긁적였다. 그래그래, 많이 쎄지렴. 울기까지 하면서 원하는데….

아무쪼록 참 대단한 사람들이다. 나라면 손에서 장풍을 쏠 수 있게 만들어준다고 해도 아윈과의 동거동락은 사양할 텐데. 평소와 같이 잠자리에 들었는데 그게 갑자기 영원한 숙면이 될 줄 어찌 알고. 하긴, 일평생을 마법에 바친 이들일 테니 그럴 만도 하다 싶었다.

“ 그런데……라테님?”

“ 네?”

“ 모습이…?”

마음에 평화가 찾아오자 비숏은 이제야 내 몰골이 눈에 들어온 듯 했다. 표정이 뭔가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로 묘하게 일그러진다. 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처음 함께 입성할 때와 비교하면 정말 충격적일 정도로 달라지긴 했지. 어차피 이제 집에 갈 거니까 뭐, 난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 어쩌다 보니.”

“ 어쩌다 가능한 정도가 아닌 것 같습니다만….”

“ 그 정도로 심해요?”

다시 말하지만 난 내 꼴을 직접 본건 아니다. 그냥 이런 수준이 아닐까 짐작만 했을 뿐이었다. 비숏은 주저주저하더니 이내 마법으로 거울을 만들어 내 앞에 대령했다.

“ …….”

그리고 거울을 본 나는 할 말을 잃었다.

이거 사람 맞…?

문득 아윈의 말이 떠오른다. 헷갈리게 하는 재주가 있다고 했나? 뭔 말인가 싶었는데 이제 보니 알겠다. 사람인지 아닌지 헷갈린다는 뜻이 틀림없었다. 와 진짜 심하다. 진짜, 정말 진짜. 내가 구른 게 회장 바닥이 아니라 어디 산속이었나.

나는 내 눈의 한계를 시험하듯 거울속의 내 모습을 뚫어져라 쳐다보다 견디지 못하고 눈을 돌렸다. 황태자랑 카노가 지금 보니 대인배였어. 나였으면 보자마자 욕했다.

“ 비숏, 저기. 부탁이 있는데요.”

“ 넵.”

“ 혹시 마법 중에 더러운 거 씻는 마법도 있나요? 있으면 좀….”

“ 마, 맡겨주십쇼!”

비숏은 뭐라뭐라 열심히 영창하더니 곧 내 머리며 드레스에 빛 같은 걸 퍼부었다. 시동어로 클린을 외친 것도 같았다. 와 씻어주는 마법 진짜 있네. 근데 이거 기분이 좀…음, 정화되는 느낌……?

그렇게 빛무리를 통한 한동안의 정화(?)를 마친 나는 샴페인이나 먼지 등이 사라진 나름 말끔한 상태가 되었다. 어, 나름. 슬프게도 초원을 갈구하는 사자갈기 스타일의 머리와 열정적인 브레이크 댄스를 마친 것 같은 구겨진 드레스는 그대로였지만. 이거야 어쩔 수 없지.

“ 고마워요. 이제 돌아갈까요?”

말하면 알아서 텔레포트 주물을 욀 거라 생각했는데, 그러지 않고 비숏이 자리에서 머뭇거렸다. 꼭 미련이 한가득 남아 떠나고 싶지 않아하는 사람 같았다. 나는 그 꼴을 지켜보다 짐작 가는 이유를 내뱉었다.

“ 가넷 영애 집에 갔어요.”

“ !”

곧바로 눈에 띄게 시무룩해진 비숏이 얌전히 텔레포트 수식을 외기 시작했다. 축 처진 어깨가 왠지 아까보다 더 불쌍했다. 그러게 왜 도망을 치고 그랬어.

“ 힘내요. 무도회는 길잖아요.”

그렇다. 에이레네의 밤은 무려 열흘이나 지속된다. 열흘! 그야말로 훌륭한 세금 브레이커였다. 일반 평민과 상인들이 주로 즐기는 거리의 축제도 그 기간만큼 열렸다. 물론 그 열흘 내내 축제며 연회에 참석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지만. 특히 황성의 무도회는 먼 거리를 힘겹게 올라온 지방의 소귀족이 아니라면 닷새쯤 이후부터는 대개 참석률이 뜸해지는 편이었다. 주로 연회나 무도회가 뒤로 갈수록 친목도모의 목적이 강해지는 성격상, 일부러 참석하지 않음으로써 ‘나는 이미 인맥이 충분해’를 과시하는 것이다. 솔직히 이해는 안 되지만…뭐 그들이 사는 세상이려니.

어쨌든 이런 실정에 내 영혼없는 위로는 그닥 위안이 되지 않을 게 뻔했다. 페리도트 가넷이 황태자가 없는 연회에 다시 참가할 확률은 몹시 낮았다. 그리고 황태자는 내일부터 가면하나 쓰고 거리의 축제에 뛰어든 이벨린을 쫓아다니느라 바쁠 것이다. 덤으로 케니스도, 아윈도.

아니 잠깐. 그러고 보니 오늘이 지나면 아윈이 무도회에 나타날 일이 없네?

“ 비숏. 오늘 보니까 가넷 영애 말고도 미녀들이 참 많더라구요. 그리고 내일부터는 아윈이 연회에 안 갈 거예요.”

“ !!”

비숏은 금세 다시 활기를 찾았다. 캐스팅 속도가 빨라진다. 오구오구 이 쉬운 남자.

그렇게 나는 밝아진 비숏과 함께 무사히 자작저로 귀택했다.

============================ 작품 후기 ============================

엄청예쁜언니: 안녕, 마법사씨?

비숏: 결혼해주세요.

+

(친척들이 모인 자리. 막내 남친이 막내에게 머슴처럼 잘해준다며 얘기 중인 엄마)

엄마: 얘가 이래서 남친한테 푹 빠졌잖아

막내: 안 빠졌거든??!!

아빠: 빠졌잖아 가시나야 헤어지지도 못하잖아

막내: 안 헤어지는 거거든??!!!

아빠: 그럼 헤어져!! 헤어져봐

해봐해봐해봐해봐해봐해봐

막내: !!

엄마: ㅋㅋㅋㅋ얘 이거 언니한테 알려줘라 후기에 쓰게ㅋㅋㅋㅋㅋㅋ

전해들은 나: 엄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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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무서어...8ㅁ8 추..추천도 무서어;;

이번주 3일씩이나 쉬었는데 3일내내 구들만 썼어..!;ㅁ; 다 여러분 때문이야..!

(내일부턴 쭉 일하는게 함정)

엘리아냥: ^^다써따 이건 비축분으로 해야지~

독자: 큭큭 멍청한 작가야...과연 네가 그걸 업뎃하지 않고 버틸 수 있을까?

엘리아냥: ?!

독자: 받아라 추천이다!!

엘리아냥: 크..크윽!!

독자: 아직 끝이 아니야! 하아앗!! 댓☆글☆러☆쉬!!!!

엘리아냥: 크...크아아아앗!

업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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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tebok님, soulover님, goldfish7님, 겨울잠자는백곰님, 쿠웨님, 헤롱2님, 찰밥님, 루히비아님, 흑마노님, runien님, 채꼬지님, 0네레시스0님, sjdj님, 란르님 후원쿠폰 감사합니다! 이..이게 뭔일이래;;ㅁ;;; 이게 무슨 일이람 (떨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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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 소설 댓글란에서 제 닉네임이 보이신다면 그건 제가 맞습니다 ㅇㅁㅇa 요기조기 종종 남기고 다닌다능...'ㅁ'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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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과 소설을 병행하는 게 버겁다고 친구와 상담을 했는데, 미리보기를 해보면 어떻겠냐는 조언을 받았어요. 미리보기로 수익이 나면 그만큼 일을 줄이고 소설을 자주 쓸 수 있지 않겠냐고. "ㅁ"a 앗 좋은뎅...해봐야 알겠지만 잘하면 주 5회나 일일연재도 가능하지 않을까요?(희망) 고민중이랍니다. 끙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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