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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여독비-242화 (242/442)

242화 소씨 가문의 혈육이 아니다?

“할머니께서 깨어나시면 직접 사죄드리러 오겠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우선 짐을 정리하러 가 봐야겠습니다.”

목운요는 말을 마치고 하인들에게 분부했다.

“마차를 준비해라. 가지고 갈 수 있는 물건만 일단 챙기고, 옮기지 못하는 건 나중에 다시 가져가자꾸나.”

“네, 소저.”

소문원은 서늘한 낯빛으로 심병괴를 바라보았다.

“심 대인, 하인들도 모두 포박했으니 이제 그만 떠나시지요.”

심병괴는 다소 걱정스러운 눈으로 목운요를 응시했다. 한눈에 봐도 소청과 목운요가 쉽게 떠나게 놔두지 않을 것 같았다.

목운요는 그런 심병괴를 보며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듯 살며시 고개를 저어 보였다.

그 모습에 소문원이 더욱 악랄하게 말했다.

“다른 용무라도 있으십니까?”

“아닙니다. 그럼 전 이만 가 보겠습니다.”

“앞으로는 수고 끼칠 일 없을 겁니다.”

소문원은 눈으로 심병괴를 배웅한 후, 시위를 불렀다.

“대문을 굳게 닫아걸어라!”

* * *

목운요는 소청과 함께 제월각으로 향했다.

뒤에선 소문원이 화를 내는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그는 일부러 들으라는 듯 목소리를 낮추지 않고 있었다.

소청이 목운요의 손을 잡고 천천히 힘을 주었다.

“요아야, 어떤 집을 살지는 정했니?”

걱정이 담긴 어머니의 눈빛을 보자 목운요는 절로 미소가 번졌다.

“어머니 마음에 드는 집이면 되지요. 서릉에는 살기 좋은 집이 참 많아요. 경치도 무척 좋지요. 시간을 두고 천천히 골라도 된답니다.”

소청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앞으로 오래 머무를 곳이니 꼼꼼히 따져 보고 고르자.”

“그렇게 할게요.”

제월각에선 하인들이 서둘러 짐을 싸고 있었다. 소청도 가서 돕는 사이, 목운요는 마루에 앉아 육냥이 오길 기다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육냥이 문으로 들어왔다.

“주인님을 뵙습니다.”

“다친 데는 어때?”

“걱정하실 필요 없습니다. 거의 다 나았습니다.”

육냥은 무척 평온해 보였다. 예를 갖추고 목운요를 바라보는 눈빛이 맑았다.

“그보다 대문이 굳게 닫히고 시위들이 그 앞을 지키고 있습니다. 마차와 말도 통제하고 있어서 도울 사람을 불러야 할 것 같습니다.”

목운요가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그렇다고 네 부하들을 드러낼 순 없어. 감춰진 비수가 많을수록 중요한 순간에 큰 효과를 발휘하니까. 소씨 가문도 참……. 대문을 걸어 잠그면 우리를 가둘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는 건가?”

그때, 육냥이 갑자기 고개를 돌렸다.

“주인님, 누가 왔습니다.”

목운요는 육냥에게 병풍 뒤에 숨으라고 지시했다.

곧 이부인과 소우가 들어왔다.

“작은외숙모와 우 언니를 뵙습니다.”

이부인은 소우를 앉히더니 걱정스러운 얼굴로 입을 열었다.

“운요야, 우가 뭔가 생각난 것이 있다고 해서 말이다.”

“무슨 일인가요, 언니?”

소우는 창백한 얼굴에 짙은 불안감을 띠었다.

“사실 오늘 연못에서 건져 올린 묵옥을 보니 문득 어떤 기억이 떠올랐어요. 아마 제가 대여섯 살쯤에 일어난 일인 것 같아요…….”

소우가 몸을 심히 떨자 목운요는 뜨거운 차를 따라 주었다.

“언니, 당황하지 말고 천천히 말씀하세요.”

“전 어렸을 때부터 몸이 약하고 성격이 괴팍하여 언니들이 가까이 오길 꺼려 해, 주로 혼자 놀곤 하였어요. 하루는 영화원에 갔는데, 우연히…… 쿨럭……!”

머릿속에 어떤 장면이 스치자 소우는 절로 긴장이 되어서 사레가 들렸다.

목운요는 소우의 손을 잡아 주며 따뜻하게 말했다.

“지나간 일일 뿐이니 겁먹지 마세요.”

소우는 깊게 숨을 들이마시며 천천히 마음을 가라앉혔다.

“그날 할머니께선 대야에 어떤 마마의 머리를 집어넣으라고 시키고 계셨지요. 마마가 발버둥을 쳐서 물이 사방으로 튀는데도 할머니는 무척 기쁜 표정이었어요…….”

목운요는 살짝 눈썹을 찌푸렸다. 대여섯 살밖에 안 된 아이가 보기에는 굉장히 무서운 광경이었을 터다.

“할머니는 마마를 거의 죽기 직전에 풀어 주었어요. 그 마마가 소리치길, 할머니께서 황실의 아이를 훔쳤으니 반드시 천벌을 받을 거라고 했어요.”

소우는 주먹을 꽉 쥐고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그러자 할머니는 마마의 뺨을 때리라 명했고, 마마는 이가 부러질 정도로 맞으며 계속 피를 토했어요. 할머니께선 하나도 무섭지 않다면서, 그 누구도 소씨 가문의 앞날을 막지 못한다고 하셨지요. 장공주 전하께서도 원망하기는커녕 오히려 무척 고마워할 거라면서요.”

순간 목운요는 심장이 두근거리는 것을 느꼈다.

‘황실의 아이……. 그리고 장공주 전하……?’’

“마마는 안간힘을 쓰며 기어 일어나려 했어요. 하지만 시녀가 마마를 끌고 가서 다시 대야에 머리를 집어넣었고, 마마는 결국 익사했습니다. 깨끗했던 대야 물이 시뻘게졌지요. 전 너무 놀라 그만 옆에 있던 화병을 깨뜨리고 말았어요. 저를 발견한 할머니는 절 연못에 빠뜨리셨어요. 다행히 목숨을 건지긴 했지만, 그때의 기억은 전부 잃었지요.”

이야기를 들은 이부인의 눈에는 깊은 원한이 서려 있었다.

“우가 다섯 살하고도 석 달이 되던 해였단다. 우를 건져 올렸을 땐 거의 숨소리도 들리지 않았지. 그 사건 후 난 우의 시녀를 크게 벌했다. 시녀가 성심껏 보살피지 않았다고 생각했지. 다른 사정이 있었는진 전혀 몰랐다. 그때부터 우의 몸이 점점 나빠지기 시작해서 나는 매일 불안에 떨었단다. 연못에 빠진 것이 병의 원인인 줄 알았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노부인이 우가 비밀을 말할까 봐 남몰래 죽이려고 했던 거야.”

‘연못에 빠진 후 고열로 기억을 잃지 않았다면 아마 죽임을 당했겠지.’

머릿속에 온갖 생각이 소용돌이치자 목운요는 미간을 찌푸렸다. 황실의 아이를 훔쳤다는 말과, 장공주에 대한 언급……. 실마리가 조금씩 연결되자 무언가가 뇌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목운요의 눈빛이 번쩍였다.

소씨 가문에선 목운요와 소청을 찾고 나서도 외려 둘의 목숨을 앗을 기회만 노렸다. 특히 목운요를 보는 노부인의 눈빛은 증오와 거리낌으로 가득해서 마치 재앙의 화근이라도 보는 듯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되지 않던 부분이 이제 좀 풀리는 것 같구나. 어머니는 소씨 가문이 아니라 아마도 장공주 전하의…….’

이부인이 고개를 들더니 걱정스럽게 목운요를 보았다.

“운요야, 내 생각엔 시누가…… 아니, 소 부인께선…… 장공주 전하의 잃어버리신 딸이 아닐까 싶다.”

“진실은 노부인께 물어보면 알겠지요.”

“운요야, 아무래도 이건 너무 큰 문제다. 노부인께서도 대답하지 않으실 거야.”

“노부인의 대답은 이제 중요하지 않아요. 실마리를 찾았으니 계속 조사해 보면 언젠가는 분명 진실을 찾을 겁니다. 지금은 그저 확인해 보고 싶을 뿐이에요. 어차피 저희는 곧 소씨 가문을 떠날 테니 작별 인사를 드리는 것이 도리이기도 하고요.”

“그것도 그렇지. 그럼 난 네가 노부인과 단둘이 얘기할 수 있도록 아주버님의 주의를 돌릴 방법을 생각해 보마.”

“그럼 부탁드리겠습니다.”

“인사는 그만두렴.”

이부인이 손을 내저으며 목운요가 예를 취하려는 걸 막았다.

“만약…… 만약에 소 부인과 네가 정말 황실 출신이라면…….”

“작은외숙모께선 그동안 저와 어머니께 정말 잘해 주셨지요. 몰랐던 것이 어찌 죄가 되겠습니까?”

그 말에 이부인은 작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고맙구나. 그럼 난 일을 처리하러 가 보겠다.”

* * *

이부인이 고심하여 계획하지 않아도 소문원은 목운요가 소씨 가문에서 나가는 걸 막기 위해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그 틈을 타 목운요는 영화원에 방문했다. 그녀가 입구로 들어오자, 노부인의 시중을 드는 하인들의 얼굴에 긴장감이 감돌았다.

이부인이 차가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모두 물러가라.”

이부인의 명이 떨어졌지만 하인들은 계속 주저했다.

그러나 온 마마가 예를 차리고 자리에서 물러나자 다른 하인들도 서로 눈치를 보더니 너도나도 밖으로 나갔다.

이부인은 고개를 돌려 목운요에게 말했다.

“난 밖에서 지키고 있을 테니 다녀오렴.”

“감사합니다.”

잠시 휴식을 취한 덕분인지 노부인은 빠르게 정신을 되찾았다. 하지만 기절하기 직전에 일어났던 일들이 떠올라 그녀의 표정이 한순간에 흉악하게 변했다.

‘당했다, 분명 음모에 당한 것이다!’

“표정이 왜 그러십니까? 가장 인내심이 있는 분 아니셨나요?”

목운요의 차가운 목소리가 노부인의 귓속 깊이 박혔다.

“목운요, 이 불효녀 같으니. 감히 내게 그딴 식으로 말을 해?”

노부인은 자리에서 일어나려 했지만, 일어날 기력이 없었다. 그에 목운요는 침상 옆에 다가서서 입꼬리를 올렸다.

“뭐, 뭐 하려는 것이냐!”

“노부인께서는 그동안 소씨 가문을 위해 고생하셨잖습니까? 이제 연로하셨으니 쉴 때도 되셨죠.”

“너……! 나는 네 외조모다! 넌 지금 불효를 저지르는 거야!”

“친손녀도 해치려 하셨으면서, 아랫사람들이 효를 다하길 바라십니까? 웃기지 않나요?”

“우는…… 우는……!”

노부인의 이마에 퍼렇게 핏대가 섰다.

“우가 왜 죽지 않았지? 오늘 일어난 일도 모두 네년이 수를 쓴 것이지?”

“드디어 알아내셨네요. 맞아요. 협조해 주신 것에 대한 감사는 드릴게요.”

“어찌 내 계획을 알아챈 것이냐?”

노부인의 눈에는 노기가 가득했다. 저도 모르는 새 목운요의 수작에 당했는데 그 이유도 알지 못하다니 마음이 언짢았다.

목운요는 낮게 비웃었다.

“오랫동안 음모를 꾸며 오셨으니, 응당 사람의 마음이 쉽게 변한다는 것도 아셨어야죠. 노부인의 측근이 수많은 악행을 도무지 볼 수 없었는지 미리 저와 작은외숙모께 살짝 귀띔을 해 줬답니다.”

“내 측근? 설마 온 마마 말이냐?”

노부인의 얼굴이 점점 일그러졌다.

“온 마마는 오랫동안 날 따랐다. 한데 마지막에 나를 배신할 줄이야…….”

“그렇게 상처받지 마세요. 온 마마가 아니었어도 다른 사람이 말했을 겁니다.”

“또 누가 있더냐?”

“연회에서 갑자기 발광하시고 지금도 침상에서 일어나지 못하시는데, 그게 누구 짓인지는 아주 명확하지 않습니까?”

“임우함이로군……! 임우함이 몰래 손쓴 것이야. 맞느냐?”

분명히 임우함이 먹인 약 때문에 갑자기 혼절하고 미쳐 날뛴 것일 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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