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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여독비-231화 (231/442)

231화 전화위복

목운요는 황제의 얼굴이 부드럽지 않은 것을 확인하고 조심스레 그를 떠보았다.

“혹시 하운방의 옷이 터무니없이 비싸서 제게 죄를 물으라 한 것입니까? 아니면 불선루의 찻잎이 비싸다 하던가요?”

“모두 아니다.”

“둘 다 아니라면 무엇입니까? 제가 하는 일이라곤 하운방과 불선루 두 가게를 운영하는 것뿐입니다. 두 가게 다 최근에 개업하여 장사를 시작한 지도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제 어떤 점을 책망하라 한 것입니까?”

목운요는 아무리 생각해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에 황제가 입을 열었다.

“네가 불량한 의도로 민심을 농락했다고 한다.”

목운요의 두 눈이 더욱 커졌다. 충격이 컸는지 얼굴도 조금 하얗게 질린 것 같았다.

“황상께서는 용과 같은 천자이시니 제가 억울하다는 것도 알고 계실 겁니다. 그렇지 않으십니까?”

“네가 억울하게 누명을 썼는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다. 다만 불선루에서 싼값에 차를 파는 노점 찻집을 여러 곳 열었다고 들었다. 가격도 낮은데 간단한 요리까지 무료로 주어 민심을 산 뒤 부두의 일꾼들이 소란을 피우도록 선동했다지?”

목운요는 얼굴을 찌푸리다 분을 터뜨렸다.

“백성을 모함하는 것도 죄에 속하지 않습니까?”

“일부러 민심을 샀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 것 같구나.”

“부디 이번 일을 면밀히 살펴 주십시오. 저희는 그저 좋은 일을 하려 했을 뿐입니다. 노점을 세웠다는 이유로 원한을 살 줄은 상상도 못 했습니다. 그리고 일부러 민심을 샀다고 하신 것은……. 고단한 백성을 위해 베푼 사소한 호의를 그렇게 곡해하는 관리들이 있다면, 황상께선 최대한 빨리 그들을 해임하셔야 합니다.”

“무엄하다!”

황제는 얼굴로 불쾌함을 표출했다. 하늘처럼 높은 황제가 분노하니 목운요의 마음 저 밑에서부터 공포가 몰려왔다.

그녀는 몸을 일으켜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하지만 두 눈에는 아직 고집이 남아 있었다.

“억울하다는 것이냐?”

“네.”

목운요가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황상께서 말씀하신 부두의 소란은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일은 당시 순천부에 보고하여 심 대인께서도 자세히 알고 계십니다. 심 대인께서 증인이 되어 주실 겁니다. 그 일은 누군가 차를 파는 노점을 아니꼽게 보고 고의로 사람들을 보내 소란을 피운 것입니다. 차를 파는 어르신을 밀치기도 했죠. 그래서 그 광경을 보고 분노한 일꾼들과 어르신을 밀친 이들 사이에서 싸움이 붙은 겁니다.”

옆에 있던 서립은 그 말을 듣고 몰래 식은땀을 훔쳤다.

‘목 소저는 정말 겁이 없구나. 황상 앞에선 입단속을 해야 하거늘……. 이렇게 있는 그대로의 사실만 말했다가는 화를 입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정녕 모르는 것인가?’

황상은 목운요를 보며 고개를 저었다.

“일어나라. 네 성격은 정말이지 예전의 누님과 똑 닮았구나. 그래도 노점의 운영은 그만두어야겠다. 하운방과 불선루의 운영에만 집중하도록 해라.”

목운요는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은 채 이해할 수 없다는 눈빛으로 황제를 쳐다봤다.

“설마 황상께서도 제가 일부러 사람들의 환심을 사려고 노점을 열었다 생각하십니까? 저는 진심으로 백성을 위해서 그런 것입니다. 목이 마른 이들에게 따뜻한 차를 내주어 좋은 일을 하려 했을 뿐, 민심을 사려는 생각은 추호도 없었습니다.”

“노점을 연 것은 큰 잘못이 아니다. 그건 짐도 안다.”

“잘못이 아닌데 왜 운영하지 말라고 하시는 겁니까?”

목운요의 이해할 수 없다는 눈빛이 점점 짙어졌다.

“저를 책망하라고 상소문을 올린 관리들의 말만 듣고 이러시는 겁니까?”

황제의 미간에 주름이 잡혔다.

“앞으로 누군가 네게 죄를 물으라며 상소문을 올리고, 심지어 거기에 월왕이 연루된다고 해도 계속 지금처럼 고집을 피울 것이냐?”

월왕이 목운요와의 사이를 공공연히 드러낸 후에, 황상은 두 사람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있었다.

월왕의 성격이 워낙 완고한 데다, 목운요가 총명하여 황제는 둘의 관계가 문제 될 것 없다고 판단했다. 게다가 장공주의 호감도 얻었으니 반대를 살 일은 없을 터였다.

황제가 목운요에게 노점 찻집의 경영을 접으라고 한 것은 목운요가 이런 시비에서 멀어지길 바라기 때문이었다. 정말 보잘것없는 사소한 일이 화근이 되어 소란이 일어날 필요는 없었다.

목운요는 잠시 곰곰이 생각하더니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황상, 누군가가 저를 계속 고발한다고 해도 저는 올바른 일을 계속할 생각입니다. 전 제가 한 일에 잘못이 없으며, 남에게도 이로우면 이로웠지 해를 끼치는 것이 없다고 자부합니다. 그런데 왜 남의 질투 때문에 그만두어야 합니까?”

황제는 시선을 내리고 목운요의 얼굴을 훑어보았다.

고개를 든 목운요의 눈빛은 또렷하고 완강해 용맹한 기세마저 느껴졌다. 자신을 고발한 사람에게 금방이라도 달려들어 승리를 쟁취할 것만 같았다.

그에 황제의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이렇게 예리하고 솔직한 아이는 처음 보는구나. 잘못도 없는데 억지로 재능을 빼앗아서야 되겠는가? 서릉에는 여우처럼 약은 자들만 있는 줄 알았더니, 모처럼 괜찮은 아이를 발견했군.’

“작은 선이라도 아니 행하지 말고, 작은 악도 행하지 말아야 하거늘. 짐이 너를 얕잡아 보았구나. 어서 일어나라.”

목운요는 눈을 깜빡거렸다. 황제의 미소를 보자 급속도로 안심이 되었다.

“그럼 노점을 닫지 않아도 되는 겁니까?”

“그래. 너만 원한다면 계속해도 된다. 백성들을 돕는 좋은 일이 아니더냐.”

목운요는 공손하게 황제를 향해 예를 올렸다.

“황송할 따름입니다. 그리고 황상과 상의하고 싶은 일이 하나 있습니다.”

“짐과 상의할 게 있다고?”

황제가 웃으며 말했다.

“이제껏 감히 짐에게 무언가를 상의하자고 논하는 자는 없었는데……. 그래, 어디 한번 들어 보자.”

천자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천금과 같거늘, 상의가 가당키나 하겠는가? 서립은 점점 식은땀이 났다. 다행히 황제의 말투가 부드러워 심기를 거스른 것 같진 않았다.

목운요는 일어나서 옆에 있는 의자에 앉아 입을 열었다.

“강남의 하운방에서는 많은 여인이 수를 놓아 돈을 벌고 있습니다. 하지만 서릉에는 자수를 아는 여인이 무척 적습니다. 서릉에도 하운방이 개업했으니 서릉에 자수법을 전파하고 싶은데, 이를 허락해 주실 수 있으십니까?”

“서릉에 자수법을 전파한다고?”

“네. 서릉에 오고 난 뒤 사정을 살펴보니 모든 조건이 완벽했습니다. 서릉은 황상의 보살핌 아래 인구가 번성하여 각종 상점이 즐비하지요. 그러니 다른 지방에 비해 사람들의 시야도 넓어 자수법을 배우면 그 결과물이 비할 바 없이 탁월할 겁니다.”

목운요가 서릉을 칭찬하자 황제는 내심 뿌듯했다.

“그래, 네 말이 맞다. 서릉을 다른 지방과 비교할 수야 없지.”

목운요가 수긍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맞습니다, 황상. 그럼 소인이 백성에게 자수법을 가르쳐도 되겠습니까?”

“그래. 이 또한 백성에게 도움이 되는 일이니 네가 원하기만 한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

목운요는 눈부시게 웃었다.

“황상께서 허락하셨으니 황명을 받들어 자수법을 전파하겠습니다. 그럼 관리들도 더 이상 저를 고발하여 민심을 어지럽히지 못하겠지요.”

목운요를 고발한 관리들을 생각하니 황제는 진절머리가 났다. 안 그래도 조정에 처리할 일들이 산더미 같은데, 관리라는 자들이 소녀 한 명을 못 잡아먹어 난리라니. 정무에는 손 놓고 있다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짐이 칙령을 내리길 원하느냐?”

“네, 그럼 제가 자수를 가르치는 방에 그 칙령을 걸어 두겠습니다. 황상의 크나큰 은혜를 자수를 배우러 오는 이들에게 알리고, 언제나 저희 마음에 새기겠습니다.”

“그럼 짐이 네 공로를 빼앗는 것인데?”

“온 천하가 황상의 것인데 무슨 공로가 중요하겠습니까? 굳이 공로를 따지자면 황상께서 보살펴 주신 공로가 크지요.”

목운요가 진심 어린 말과 함께 존경의 빛이 가득한 눈으로 바라보자 황제의 미소는 더 짙어졌다.

“듣기 좋은 말을 참 잘하는구나. 본래 벌을 주려고 너를 불렀지만 듣다 보니 네게 상을 줘야 할 것 같다.”

목운요는 황제의 눈을 피해 무릎을 매만졌다. 반 시진 동안 무릎 꿇고 있었더니 무릎이 아직도 아팠다.

황상이 이를 보고 물었다.

“좀 전에 벌을 내려서 불쾌했느냐?”

목운요는 서둘러 고개를 저었다.

“제게 잘못이 없는데 벌을 주신 것에 너무하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누군가 고의로 소인을 고발하여 황상께서 오해하셨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억울한 마음이 사라졌습니다. 그보다 중요한 것은…….”

목운요가 머뭇거리며 말을 잇지 못하자 황제의 눈에 흥미가 깃들었다.

“말해 보아라. 더 중요한 게 무엇이냐?”

“이건 그저 소인의 생각이니 부디 죄를 묻지 말아 주십시오.”

“말해 보아라.”

“소인은 일개 백성일 뿐이지요. 그러니 황상의 속을 썩여 용안을 직접 뵙는 것도 쉽지 않은 기회입니다. 무릎을 꿇는 벌을 받긴 했지만 남의 눈에는 이게 얼마나 부럽겠습니까? 만약 황상께서 상을 내리신다면 사람들은 제가 황상의 신임을 얻었다고 생각하여 쉽게 미워하지 못할 겁니다.”

“하하하!”

황제가 웃음을 터뜨렸다. 그가 붓으로 목운요를 가리키더니 서립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대놓고 짐의 후광을 받으려고 하다니, 이렇게 대담한 녀석은 처음 보는구나.”

목운요는 얼굴을 붉힌 채 겸연쩍게 웃었다.

“황상의 관대함에 망극할 뿐입니다. 내년 설날에 꼭 큰 선물로 보답하겠습니다.”

“좋다, 기대하고 있으마. 짐이 인색하다고 생각하지 않도록 네게 진주를 하사하겠다.”

서립이 서둘러 허리를 숙였다.

“소신이 가져오겠습니다.”

“성은이 망극합니다.”

목운요는 눈을 초승달처럼 휘며 해사하게 웃었다.

진심으로 기뻐하는 목운요의 얼굴을 보니 황제도 마음이 무척 편해졌다.

그는 월왕의 선택에 믿음이 가서 절로 웃음이 나왔다. 그러잖아도 월왕의 성격이 무척 냉랭하여 주위에 따뜻한 사람이 많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한데 이런 아이가 월왕의 옆에 있다고 생각하니 퍽 안심이 되었다.

“그럼 가 보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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