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교여독비-143화 (143/442)

143화 온 백성의 배웅

아침부터 분주한 와중에 목운요가 소청을 데리고 나왔다.

“새벽부터 도와주시느라 수고가 많으십니다.”

“부인과 소저를 뵙습니다. 물건들은 거의 다 싸 놓았습니다. 비교적 크기가 큰 것들은 나중에 보내야 할 것 같습니다.”

목운요는 마당에 놓인 상자들을 훑어보았다.

“당분간 쓸 일이 없는 것들은 일단 놓아두세요. 여기 있는 짐도 적지 않으니까요.”

“마당에 있는 것은 일부이고, 금수원에 상자가 더 있습니다. 이따 같이 배에 실으려 합니다.”

“진 총관님께서 언제나 꼼꼼히 일해 주시니 마음이 놓이네요.”

빙그레 웃은 목운요가 온 마마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온 마마, 이제 출발해도 될 것 같습니다.”

온 마마의 얼굴은 굳어 있었다. 그녀는 겨우 정신을 차리고는 약간 난처한 듯 말했다.

“소저, 배에 물건들을 실을 자리가 부족할 것 같습니다만…….”

“음, 진 총관님. 사람을 시켜 조금만 더 짐을 간추릴 수 있을까요?”

진 총관은 황급히 고개를 저었다.

“소저, 이게 다 간추린 것입니다. 더 줄일 수는 없습니다.”

“그러면…….”

목운요의 난처한 표정에 진 총관이 의견을 제시했다.

“소저, 배를 빌려 보는 것은 어떨까요?”

“아, 좋네요.”

“위일, 얼른 알아보고 오거라.”

“네.”

위일이 떠나자 진 총관이 서둘러 나머지 사람들을 지휘했다.

“소저의 창고에 있는 물건들을 다 옮겨라. 배가 몇 척 더 생길 테니 이제 다 실을 수 있겠다.”

곧 위일이 한 남자를 데리고 왔다.

“저는 흥순 선박의 선주, 풍흥(冯兴)이라 합니다. 부인과 소저를 뵙게 되어 참으로 영광입니다. 배는 모두 준비해 두겠습니다. 불편한 점이 있으시거든 말만 하십시오. 소인들이 힘써 돕겠습니다.”

소청은 그 말을 듣고는 미소를 지었다.

“풍 선주, 고맙습니다. 바쁘신데 귀찮게 해 드린 건 아닌지 걱정입니다.”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흥순 선박도 불선루 덕을 톡톡히 봐서 한층 더 발전할 수 있었습니다. 늘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 * *

드디어 떠날 시간이 되었다.

이에 대문을 나서는데, 발걸음이 돌연 멈췄다. 대문 앞 거리에는 백성들이 잔뜩 있었다. 얼굴에는 하나같이 아쉬운 표정이 가득했다.

“소 부인, 목 소저…….”

“두 분을 배웅하기 위해 나왔습니다. 두 분의 앞길이 순탄하길 기원합니다.”

“저희가 몇 가지 선물을 준비했습니다. 부디 받아 주세요.”

목운요와 소청은 감동할 수밖에 없었다.

“모두 감사드립니다. 이렇게까지 배웅해 주시다니, 저희 모녀는 정말 감개무량합니다. 하지만 선물은 가지고 돌아가 주세요. 마음만 감사히 받겠습니다.”

시간이 지체되자 두 사람은 서둘러 마차에 올라 부두로 향했다.

가는 길 내내 백성들의 감사와 축복의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부두에 나온 사람들은 더 많았다.

목운요와 소청이 사람들에게 돌아가도 된다고 말하려는 차에, 장 순무와 순무 부인이 시야에 들어왔다. 이목년과 주 부인도 함께였다.

백성들이 급히 무릎을 꿇고 절을 하니 그 광경이 장관을 이루었다.

장 순무가 사람들에게 그만 일어나라고 손짓했다.

“소 부인, 목 소저. 제가 공무로 바빠 어제 잔치에는 함께하지 못했습니다. 그래도 오늘 두 분께서 서릉으로 가신다기에 이렇게 서둘러 달려왔습니다.”

“바쁘신 와중에 저희를 보러 와 주시다니, 황송할 뿐입니다.”

“경릉성은 제 관할 지역이지 않습니까? 부인과 소저께선 경릉성에 이바지한 바가 대단히 큽니다. 온 백성을 대신하여 정말 감사드립니다. 일이 바빠 제대로 된 선물은 준비하지 못했고, 작은 성의 표시를 하려 합니다. 부디 받아 주십시오.”

소청은 애써 거절하지 않았다.

지체 높은 가문의 사람이 선물을 준다면, 그건 인연을 맺고 싶다는 뜻이었다. 선물을 받는 것은 곧 그들의 호의를 받는 것이었고 상부상조를 의미했다.

“정말 감사합니다, 대인.”

한편 그 모습을 지켜보던 온 마마와 시녀들은 다소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장 순무까지 두 모녀에게 저렇게 예를 갖추니, 두 사람이 이 자리의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인물로 보였다.

그때, 물이 쏟아지는 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돌려보니 웅장하고 화려하게 장식된 선박 두 척이 들어오고 있었다. 이 두 척의 배 앞에서 소씨 가문이 보낸 배는 너무나도 초라해 보였다.

서릉에 도착했을 때 어떤 유언비어가 떠돌지 상상이 됐다. 배를 물리고 싶었지만 두 모녀가 장 순무와 담소를 나누고 있어서, 자신 같은 하인이 끼어들 자리는 없었다.

온 마마는 쓴맛을 삼켰다. 마님은 체면을 가장 중시하시니 아마 이번 일로 화가 단단히 나실 것이 분명했다.

* * *

장 순무 등이 모두 떠난 후, 목운요는 정열람을 쳐다보았다.

“하운방은 총관님께 맡기겠습니다. 부디 신경 써 주세요.”

“걱정하지 마세요. 하운방의 운영에 전력을 다하겠습니다.”

목운요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정열람 곁에 있는 채청과 남아 등의 아이들을 보았다.

“너희들은 정 총관님을 따라 열심히 공부해야 한다. 언젠가 배움을 마치면 서릉으로 와 날 찾으렴.”

채청의 얼굴에는 감격의 빛이 가득했다. 반면 남아는 연신 눈물을 훔쳤다.

“아가씨, 저도 데려가 주시면 안 되나요?”

“지금은 안 돼. 나중에 서릉에도 하운방을 열게 되면 그때 도와주러 오도록 해.”

남아가 고분고분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아가씨, 부인, 부디 건강히 지내세요.”

목운요는 애써 웃음 지었다. 금란과 금교를 제외한 사람들은 모두 하운방에 남았다. 적절한 때가 오면 모두 서릉으로 부를 생각이었다.

그사이, 진 총관이 다가왔다.

“부인, 소저. 짐을 다 실었습니다. 이제 배에 오르시면 됩니다.”

소청이 감사의 인사를 짧게 올린 후 입을 열었다.

“요아야, 이제 갈 시간이구나.”

“네, 어머니. 진 총관님, 다음에 뵈어요.”

사람들이 한 명씩 배에 올랐다. 부두에 걸린 줄을 거두니 배가 앞으로 나아갔다.

백성들이 배웅하는 소리가 강기슭에 우렁차게 울렸다. 처음에는 가지각색이었던 배웅의 말은 점차 한 소리로 합쳐졌다.

“부인, 소저! 앞으로 만사형통하십시오!”

* * *

목운요는 방에서 소청 곁에 앉아, 창문을 통해 강기슭을 바라보았다.

“이렇게 떠나니 아쉬운 마음이 드네요.”

“그러게나 말이다. 그렇게 많은 사람이 나와서 우릴 배웅해 줄지 몰랐어.”

백성들이 축복의 덕담으로 배웅한 걸 생각하자 목운요의 입꼬리가 조금씩 올라갔다.

“모두의 축복을 받았으니, 서릉에 가서도 분명 모든 일이 잘 풀릴 거예요. 간절히 바라면 이루어진다잖아요!”

“그럼, 그럼.”

목운요는 소청의 어깨에 기대어 바깥의 은은한 물소리를 들었다. 꽃잎처럼 여린 입술이 옅은 웃음을 머금었다.

소청은 천천히 고개를 들어 아이의 얼굴을 보았다.

목운요의 용모는 점점 더 꽃을 피우는 듯했다. 특히 피부가 두부처럼 희고 부드러워 찌르면 물이 흐를 거 같았다. 키도 많이 자랐다. 몸의 곡선은 전보다 더 우아해졌지만, 허리와 팔다리는 여전히 가늘었다.

‘이렇게 고운 우리 딸을 대체 누가 독한 마음으로 해쳤단 말인가?’

* * *

배 위에서의 둘째 날, 온 마마가 시녀들을 대동하고 소청을 만나러 왔다.

“부인과 소저를 뵙습니다.”

“온 마마, 무슨 일이십니까?”

온 마마는 얼굴에 미소를 가득 지으며 말했다.

“경릉성에서는 두 분께서 바쁘신지라 방해될까 염려되어 미뤄 왔는데, 부인의 수발을 들 시녀 몇 명을 소개해드릴까 합니다. 이쪽은 주 마마(周嬷嬷), 그 옆의 시녀들은 영설(映雪), 전춘(剪春), 관하(观夏), 그리고 지추(知秋)라 합니다. 서릉에 가면 적응해야 할 것이 많을 테니 이들을 부리시면 됩니다.”

목운요는 온 마마 뒤에 있는 시녀들 중 주 마마를 자세히 살펴보았다.

회귀 전에 자신에게도 자신 곁에 시녀 몇 명이 붙었는데, 그중 한 명이 주 마마였다. 유달리 자신을 성심껏 돌봐 주어 처음엔 깊이 감동했으나, 알고 보니 큰 아가씨의 계략을 도와 목운요를 죽이려 하고 있었다.

지금까지도 그녀의 악랄한 짓들이 기억 속에 생생했다.

한편 온 마마가 소개한 시녀들을 살펴보는 소청의 낯빛은 조금 난감해 보였다.

“지금 제 곁에는 이미 사금을 포함해서 네 명의 아이들이 있습니다. 새로 들인 양 마마도 옆에서 보좌해 주고 있고요. 그 외의 하인들도 남아 있는데 주 마마와 다른 시녀들까지 거느리는 건 너무 과한 게 아닌지…….”

그에 온 마마가 웃으며 입을 열었다.

“소저께도 수발이 필요하지 않겠습니까? 게다가 소씨 가문에 가면 손님들이 많이 찾아올 테니 일손이 모자랄까 걱정이 됩니다.”

하지만 소청은 사람을 함부로 곁에 두고 싶지 않았다. 심지어 딸의 시중이라면 더더욱 싫었다. 다시 거절하려 하는데 목운요가 먼저 나섰다.

“어머니, 온 마마께서 저리 세심히 챙겨 주시는데 호의를 받는 것이 어떨까요? 어머니 곁에는 사금과 양 마마, 그리고 다른 하인들도 있으니 충분하지만, 제 곁에는 금란과 금교 두 아이뿐이니 사실 조금 부족하긴 합니다. 이렇게 하지요! 주 마마와 영설, 전춘. 세 사람만 제 곁에 둘게요.”

데리고 온 이들을 전부 받지 않아 온 마마는 약간 실망하였으나 단호한 목운요의 얼굴에 더는 토를 달지 못했다.

결국 주 마마와 영설, 전춘만이 목운요에게 인사를 올렸다.

“부인과 소저를 뵙습니다.”

목운요는 가벼운 미소를 지은 채 답했다.

“예의는 그만하면 됐습니다. 서릉에 가면 모르는 게 많을 테니 앞으로 많이 가르쳐 주십시오.”

이에 주 마마가 황급히 고개를 저었다.

“소인이 어찌 감히 소저를 가르치겠습니까? 정성껏 시중들겠습니다.”

매우 공손한 주 마마의 표정은 회귀 전과 아주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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