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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여독비-64화 (64/442)

64화 일사천리

* * *

장 순무와 경릉성 관리들은 애가 닳아서 머리가 새하얗게 셀 지경이었다. 그들은 하운방에 불이 난 원인을 조사하기 위해 밤새도록 뛰어다녀야만 했다.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하운방 대문에 걸린 묵직한 자물쇠를 보곤, 누군가가 목운요를 해치려 한 거 아니냐며 수군거렸다.

목운요한테서 배운 자수법으로 먹고살게 된 이들이 많았기에, 그들은 최대한 빨리 사건의 진실을 파헤쳐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 * *

이튿날 아침, 금 부인이 목운요의 거처로 달려왔다.

소청은 금 부인을 보고는 희색을 띠었다. 아직 어색하긴 했지만 반가운 마음은 진심이었다.

“금 부인을 뵙습니다. 몸이 편치 않으시다고 들었는데 먼 곳까지 왕림해 주시다니, 요아를 대신해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금 부인은 소청의 손을 맞잡으며 걱정스럽다는 표정을 지었다.

“운요는 나를 몇 번이나 도와주었답니다. 그런 아이가 큰일을 당했는데, 내 어찌 가만히 있을 수 있겠습니까? 운요는 일어났나요?”

“예, 방금 일어났답니다. 아침부터 약식을 먹고 싶다고 떼를 쓰길래 밥을 짓고 있던 중이랍니다.”

“다행이네요. 운요를 지금 만나 보고 싶군요.”

문밖에서 나는 소리에, 목운요는 장난스러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어머니, 아직 다 안 됐어요? 배고파 죽을 거 같아요!”

소청이 금 부인을 향해 민망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아직도 저렇게 떼를 쓴답니다, 후후.”

지금의 상황이 금 부인에게는 꽤나 당혹스러웠다. 평소 철두철미하던 목운요가 아이처럼 어리광을 피우고, 그런 목운요를 보고 환하게 웃는 소청의 미소를 보니 문득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에게도 저런 딸이 있다면, 행여나 닳을세라 애지중지할 텐데…….

소청의 목소리에 목운요는 손님이 왔다는 것을 깨닫고 민망한 표정을 지었다.

절을 하러 침상에서 내려오려는 목운요를 금 부인이 재빨리 막아섰다.

“이런 몸으로 무슨 절이야? 어서 누우렴. 네가 크게 다쳤다고 조 대인께서 알려 주셨단다. 높은 데서 떨어질 뻔했다는 말을 듣고 내가 어찌나 놀랐는지 아니?”

“심려 끼쳐서 죄송해요, 부인. 크게 다친 건 아니에요. 며칠 쉬면 괜찮아질 거예요.”

창백한 얼굴에 새하얀 옷을 걸친 탓에 아이는 평소보다 더 가녀려 보였다. 특히 가뜩이나 작은 얼굴에서 혈색을 찾아볼 수 없자 더욱 가슴이 아파 왔다.

금 부인은 목운요의 손을 살펴봤다. 흰 면포 위에 핏자국이 배어난 걸 보니 저도 모르게 미간이 구겨졌다.

“조부에 있는 약을 보내 주마. 열심히 바르면 상처도 희미해질 거다. 지금은 아무것도 생각하지 말고 네 몸만 챙기거라.”

고개를 숙인 목운요의 눈빛이 어두워졌다.

“지난번에 불이 났을 때도 범인을 찾지 못했는데, 이번에도 조사하기 어려울 거예요.”

“걱정하지 말거라. 이번에는 끝까지 조사해서 반드시 범인을 찾아내고 말 테니!”

단호한 말투의 금 부인을 보며 목운요는 고개를 끄덕이며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감사합니다, 부인.”

“네 손이 얼른 나아야 할 텐데. 그래야 네가 지은 옷을 입을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예, 부인을 위해서라도 하루빨리 나을 수 있도록 신경 쓰겠습니다.”

“내일 또 올 테니 몸조리 잘하거라.”

배웅하겠다며 목운요가 침상에서 내려오려 하자, 금 부인이 한사코 막아섰다.

소청이 대신 배웅하겠다며 나서 준 덕분에 두 사람은 더 이상 실랑이하지 않을 수 있었다.

* * *

조부가 하운방에서 가장 가까운 탓에, 장 순무와 소청오 일행은 아침 일찍부터 조부에 모여 있었다.

금 부인이 돌아오는 것을 확인한 사람들 모두 초조한 기색이 역력했다.

“장 대인, 소 대인을 뵙습니다…….”

“편히 말씀하십시오, 부인. 아침 일찍부터 부인께서 수고가 많으십니다. 목 소저는 상태가 어떻습니까?”

어두운 표정의 금 부인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한밤중에 불이 난 데다 높은 곳에서 떨어질 뻔했으니……. 가뜩이나 가녀린 아이의 상태가 좋다고 할 순 없겠지요.”

“금 부인께서 좀 더 수고를 해 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 경릉성 최고의 의원을 찾아 목 소저를 꼭 낫게 해 주십시오!”

“손에 입은 상처가 유독 심합니다. 경릉성 최고의 의원이라고 해도 그 손은 아마…….”

금 부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녀의 말속에 담긴 뜻을 모두가 알아차렸다.

목운요는 뛰어난 손재주로 이름을 날렸는데, 이제 손을 다쳤으니 명성은 고사하고 생계가 막힐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장 순무의 이마에서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일단 힘닿는 데까지 최대한 해 보는 수밖에요.”

소청오는 평소와 다름없는 표정이었지만, 소매 속에 감춰진 손은 하얗게 질릴 정도로 주먹을 꽉 쥐고 있었다. 목운요가 자신의 품 안에 떨어지던 아찔한 장면이 아직도 눈에 선했다.

“장 대인, 조 대인. 이번 일은 성상에게 반드시 보고드려야 하니 두 분께서 철저히 조사해 주십시오.”

“걱정하지 마십시오, 소 대인. 기필코 범인을 색출하겠습니다.”

이야기를 나누는 도중에, 조사에 나섰던 관리가 다급히 달려왔다.

“보고드립니다. 하운방 대문에 걸려 있던 자물쇠는 정씨 가문이 운영하는 가게에서 파는 것이라고 합니다.”

“정씨 가문?”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장 순무의 눈빛에 이채가 돌았다.

“그러고 보니 최근 하운방과 사이가 틀어진 게 정씨 가문이렷다!”

“하운방과 사이가 틀어졌다뇨? 정씨 가문은 어떤 자들입니까?”

장 순무는 소청오에게 정씨 가문 사건을 설명하며, 경릉 동지와 선무사에 관한 일을 슬쩍 입에 올렸다. 대놓고 이야기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장 순무의 의도를 눈치챘다.

조운년도 그저 묵묵히 이야기만 듣고 있을 뿐이었다. 그는 선무사 주고와 척을 진 사이였다. 지금 이 자리에서 가만히만 있는다면, 장 순무는 분명 선무사 주고를 제거하려 할 것이다.

소청오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장 순무께선 의심 가는 자가 있거든 최대한 빨리 조사해 보십시오. 그래야 성상께 드릴 말씀도 있을 테니 말입니다.”

그 말에 장 순무는 뛸 듯이 기뻤다. 지금 소청오의 태도는 누가 보더라도 자신의 손을 들어 준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삼 일 안에 소 대인에게 결과를 들려 드리겠습니다.”

* * *

금 부인의 입가에 미소가 드리워졌다.

“단서를 찾은 건 물론이고, 이제 보니 결론까지 나온 것 같구나.”

“나리께서 일사천리로 문제를 해결하실 것 같습니다.”

“아니, 이번 일은 나리가 아닌 장 대인의 공로가 될 것이다.”

삼 일 안에 결과를 가져오겠다고 호언장담한 것은 장 순무였다.

삼 일 안에 사건을 해결하고 범인을 찾아내겠다고 했으니, 경릉 동지와 선무사의 목숨도 삼 일 후에는 장담할 수 없게 될 것이다.

그리고 선무사가 사라진다면 조운년으로서는 십 년 묵은 체증이 내려가는 셈이 될 터였다.

* * *

목운요가 집에서 몸조리하는 동안, 경릉성은 말 그대로 발칵 뒤집어졌다.

하운방에 불을 낸 게 정씨 가문 짓이라고 모든 이들이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가뜩이나 미운털이 박힌 정씨 가문을 향해 사람들은 죄를 따져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정씨 가문 사람들은 죄다 관아로 잡혀 들어가 심문당한 뒤, 경릉 동지와 선무사의 지시를 받고 불을 질렀다고 실토했다.

그 소식이 퍼지자마자, 경릉성은 혼란의 도가니에 빠지고 말았다.

경릉 동지와 선무사는 대외적으로 평판이 좋았던 탓에 그들을 따르는 이가 적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이번 일을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이 적지 않았다.

그러자 장 순무는 두 사람을 공개적으로 심문하기로 했다.

여러 사람이 지켜보는 가운데서 경릉 동지와 선무사는 자신들의 무고함을 주장했지만, 심도 있는 조사를 통해 믿을 수 없는 비밀이 만천하에 드러나고 말았다.

경릉 동지가 권세를 앞세워 수십만 냥의 이익을 취한 것은 물론, 상관의 환심을 사기 위해 아내인 정열심을 바친 것이었다.

이 이야기에 선무사는 경릉 동지에게 달려들어 주먹을 휘둘렀다. 보다 못한 장 순무가 경당목을 탕탕 내리치면서 가까스로 상황을 정리했다.

하지만 사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뒤이어 공개된 이야기에 사람들은 자신의 귀를 의심할 정도였다.

정열심은 총 다섯 명의 사내와 부적절한 관계를 가졌는데, 정씨 가문이 짧은 기간에 세력을 키울 수 있던 것 모두 그녀의 베갯머리송사 덕분이라는 것이었다.

하운방에 불을 지른 것이 누구였든 간에 상관없이, 경릉 동지와 선무사는 그야말로 재기불능의 상태로 전락하고 말았다.

소청오는 이러한 일을 상주문에 소상히 적어 조정에 올렸다. 민심을 들끓게 할 수 있다는 사태의 심각성을 고려해 밤새 말을 달려 서릉에 소식을 전한 것이다.

이 소식이 서릉에 퍼지면서 그들에게 엄벌을 내려야 한다는 상주문이 앞다투어 올라왔다.

* * *

경릉 동지와 선무사가 끌려갔다는 소식에 목운요는 금란을 시켜 정열람의 근황을 알아 오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쓸 만한 답을 얻어내진 못했다.

한숨을 내쉬던 그녀는 날짜를 헤아려 보다 육냥 등이 돌아올 때가 되었음을 깨달았다.

목운요는 곧장 금란과 금교를 데리고 금수원으로 건너갔다.

목운요가 왔다는 소식에 진 총관이 버선발로 달려 나왔다.

“목 소저를 뵙습니다. 상처는 어떻습니까?”

“심려 끼쳐서 죄송해요. 이젠 많이 좋아졌어요.”

“이리 초췌한 걸 보니 좀 더 쉬어야 할 듯하군요. 제비집과 인삼을 좀 챙겨 왔습니다. 이따 가실 때 꼭 챙겨 가십시오.”

“감사합니다, 진 총관님.”

목운요는 정자에 앉아서 사람들이 돌아오기를 기다렸다. 오늘은 당초에 약조했던 보름이 되는 날이었다. 육냥이라면 분명 오늘 돌아올 것이다.

때마침 시종 한 명이 부리나케 달려왔다.

“소저, 진 총관님. 위일과 운춘 등이 돌아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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