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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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온을 재듯 잠시 그 상태로 머무르더니 여전히 열감이 느껴지는 것을 알곤 안쓰러운 인상을 보인다.
왠지 그런 시선을 받는 게 부끄러워서 태리는 화제를 전환하듯 허리춤에 묶어진 그의 옷을 서둘러 풀려고 했다.
“근데 이거 어떡하죠. 내가 깔아뭉개고 앉아서 많이 구겨진 것 같아요. 얼른 다려서 돌려줄까요?”
“괜찮으니까 그냥 입고 들어가십시오.”
풀어내려는 손길을 막으며 그는 그녀의 의복을 점검하듯 살짝 접힌 옷깃의 끄트머리까지도 반듯하게 펴 주었다.
“보이는 건 전부가 아니지만…… 공주는 흐트러진 모습을 타인에게 쉽게 노출해선 안 됩니다. 많은 사람들의 의지를 받는 존재일수록 더욱 의연하고 반듯한 모습을 갖춰야 합니다. 그러니까 그냥 입고 가요.”
새삼 진중하게 느껴지는 조언이 무엇 때문인지 알 것 같아서 태리는 쑥스러운 얼굴을 숙여 감췄다.
말 안 할 거라고, 하기 싫다고 그렇게나 떽떽거렸던 일들을 결국 오는 길에 다 해 버렸다.
너무 속상해서 털어놓을 곳도 필요했고, 그가 자꾸 받아 주니까 마음 놓고 울어도 되는 사람이라는 생각에 도저히 투정 부리지 않을 수가 없었던 탓이다.
넓은 가슴팍에 물미역처럼 철푸덕 붙어선 엉엉대면서 어찌나 진상을 떨었는지. 거의 술주정에 가까운 수준이었다.
― 나는 공주 자격도 없는 사람이야. 나쁜 놈들이 거기 가서 매일 사람들을 괴롭히고 있었는데도 그런 것도 몰랐어, 바보같이. 어떻게 그런 걸 모를 수가 있어? 내가 사람이야? 무슨 이런 공주가 다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