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8화
[매크로 ‘방어1검식(A)’ 사용합니다.]
[받아치기(C)―흘려보내기(A) 스킬을 사용합니다.]
[순간가속(SS) 스킬을 사용합니다.]
[잔상(SS+)―잔상(SS+)―잔상(SS+) 스킬을 사용합니다.]
[나는 언제나 네 앞에(SS) 스킬을 사용합니다.]
[빠른 스킬 중첩으로 속도 보너스 적용(30%, 헌터랭크 상한)]
[빠른 스킬 중첩으로 능력치 보너스 적용(30%, 헌터랭크 상한)]
―챙! 채챙!
내 검과 잔상이 어지럽게 공중을 수놓았다. 대부분의 물건이 튕겨나갔지만 들어오는 데미지는 무시할 수 없었다.
[나는 언제나 네 앞에(SS) 데미지 감소 99%]
데미지 감소가 99%인데도 불구하고 체력이 떨어지는 게 보일 정도였다.
[‘헌터 주이안(S)’이 ‘손상 회복(A→S)’ 스킬 효과를 부여합니다.]
바로 힐이 올라와 채워질 정도였지만 마냥 안심할 수는 없었다.
주이안 헌터의 스킬이 올라올 때마다 심장이 조이는 기분이었으니까.
[‘헌터 소예리(S)’의 ‘보호막(S)’ 스킬 효과를 받습니다.]
소예리 헌터가 공격이 아니라 방어 위주로 스킬을 써도 데미지가 들어오는 건 마찬가지였다.
[MRI기기가 ‘자기장확장(L)’을 가합니다!]
[MRI기기가 ‘자기장확장(L)’을 가합니다!]
[MRI기기가 ‘자기장확장(L)’을 가합니다!]
그야말로 쉴 새 없이 공격이 들어왔던 것이다.
“진짜 X랄맞네!”
욕을 씹어뱉은 내가 검을 내지른 순간이었다.
아직 안 끝났다는 듯이, 보스 몬스터의 몸에서 새까만 무언가가 뻗어 나왔다.
우주처럼 검은 것이 우리를 삼킨다고 생각하는 순간.
[이공간 ‘단층촬영(L)’에 들어섭니다!]
시스템창이 번쩍였다.
[MRI기기가 ‘헌터 신유리(S)’를 분석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불길한 시스템 메시지를 뱉어냈다.
“이게 뭐야?”
일단 쏟아져 들어오던 공격은 없어졌다.
하지만 우주 한가운데 내던져진 것처럼 새까만 공간은 불길함을 가중시켰다.
게다가 바닥도 벽도 하늘도 없어 보이는 공간이다.
[분석 중…….]
심지어 저 ‘분석’이란 걸 막을 수도 없었다.
[인벤토리에서 ‘불쏘시개(B)’를 꺼냈습니다.]
[잔상(SS+→L+) 스킬을 사용합니다.]
[국소 범위 : ‘불쏘시개(B)’]
어떻게든 데미지를 먹여야겠다는 생각에 아무 물건이나 허공으로 집어 던져 보았다.
―콰직!
그런데 허공 멀리로 사라져 버릴 것 같았던 불쏘시개는 금세 무언가에 꽂혔다.
[MRI기기 92%]
“어?”
그리고 데미지가 제대로 박혀 들어가는 게 보였다.
“여긴 자기장결계 영향을 안 받는데?”
그걸 깨닫거나 말거나 시야가 갑자기 확 바뀌었다.
[이공간 ‘단층촬영(L)’이 해제됩니다.]
[MRI기기가 ‘분석(L)’을 마쳤습니다.]
[분석대상 : 헌터 신유리(S), 헌터 소예리(S), 헌터 주이안(S), 헌터 신재헌(S)]
그리고 새빨간 시스템창이 떴다.
[분석 효과로 디버프 ‘약점노출(L)’ 효과를 받습니다.]
[MRI기기로부터 받는 데미지 50% 증가]
버프 한 번에 50%가 어딨어! 난 기겁했다.
[MRI기기가 ‘자성발현(S)’을 가합니다!]
놈은 뒤이어 자성발현으로 다시 물건들을 끌어당겼다.
―콰직!
나와 신재헌은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바닥에 아예 발을 박아 넣고 버텨 버렸다.
소예리 헌터와 주이안 헌터도 소예리 헌터의 지하탐험 스킬을 얕게 사용해 버티는 게 보였다.
―슈우웅!
그런다고 날아 들어오는 물건을 피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후웅!
내가 고개를 숙인 곳으로 빠르게 뭔가 스쳐 지나갔다. 병원에서 쓰는 스테인리스 트레이 같았다.
맞았으면 적어도 중상이었을 것이다.
모골이 송연해졌다.
물론 저쪽에서 쉼 없이 공격한다고 처맞고만 있을 순 없었다.
난 자성발현이 끝나자마자 바닥을 박찼다.
[매크로 ‘비켜(A)’ 사용합니다.]
[순간집중(SS) 스킬을 사용합니다.]
[잔상(SS+)―잔상(SS+) 스킬을 사용합니다.]
[매크로 '지금몬스터날아오는데그게문제냐' 중첩사용 중]
[버터관자구이먹고싶다(E) 스킬을 사용합니다.]
[포를랭 4검식(A)을 사용합니다.]
[빠른 스킬 중첩으로 속도 보너스 적용(30%, 헌터랭크 상한)]
[빠른 스킬 중첩으로 데미지 보너스 적용(30%, 헌터랭크 상한)]
다행히 세니아의 시스템창에 있던 스킬도 계승된 상태였기에, 스킬은 막힘없이 나갔다.
자성발현 중간에는 자기장결계가 잠시 벗겨지는지, 검은 크게 빗나가지 않고 기계 이곳저곳을 짜부라뜨렸다.
―콰직! 콰드득!
[MRI기계 84%]
생각보다 잡을 만한데?
[MRI기기가 ‘집중포화(L)’ 스킬을 사용합니다!]
[매크로 ‘방어1검식’을 사용합니다.]
[-192765]
[-99217]
[-149571]
……
스치는 물건들 때문에 체력이 떨어지자 곧바로 주이안 헌터의 힐이 들어왔다.
[헌터 주이안(S)이 ‘치료(S→SS)’ 스킬 효과를 부여합니다.]
아까보다 아파 보였는지 한 단계 높은 치유 스킬이었다.
그래도 이대로면 자성발현 때마다 데미지 먹이면 될 것 같은데?
생각보다 희망찬 던전이라고 난 아주 짧은 순간 생각했다.
그리고 ‘자성발현’ 스킬이 나오길 기다렸다. 그때 자기장결계가 걷어질 테니까.
[MRI기기가 ‘극성부여(L)’를 가합니다!]
[디버프 ‘N극(L)’이 ‘S극(L)’으로 변경됩니다!]
[파티원에게 부여된 극성이 변경됩니다!]
[헌터 주이안(S) : 변경 없음(N)]
[헌터 소예리(S) : 변경 없음(N)]
[헌터 신재헌(S) : S극→N극]
다 같은 N극?
우리 넷이 붙어 있기가 힘들어진다는 말이었다.
하지만 상관없다. 어차피 저게 끝나면 자성발현이 나올 거고, 그때 치면 되니까!
난 기다려 왔던 순간에 입꼬리를 올렸다.
예상치 못한 문제가 생길 거라곤, 생각지도 못한 채로.
[MRI기기가 ‘자성발현(L)’을 가합니다!]
나와 신재헌이 스킬 때문에 앞으로 끌어당겨진 순간.
―콰직!
바닥에 검을 박아 넣고 버틴 우리와는 달리.
“!”
우리보다 조금 뒤에 있던 소예리 헌터가 빠르게 이쪽으로 끌려 왔다.
미처 지하탐험 스킬을 쓰지 못한 것 같았다.
하지만 같은 N극이라 우리에게 붙지는 못하고, 우리 사이의 허공에서 멈췄다.
그리고 그 순간.
―후우욱!
바깥에 있던 물건들이 끌어당겨지면서 주변이 시끄러워졌다.
나는 그래서 내가 뭔가를 잘못 본 줄 알았다.
―푸욱!
아까 밖에서 봤던 거대한 주사기의 바늘이, 소예리 헌터의 가슴을 꿰뚫는 것을.
잘못 본 줄 알았다.
“……!”
그녀는 살짝 입을 벌렸다. 비명은 나오지 않았다.
[예리언님 – S급(보조)]
파티창에서 소예리 헌터의 이름이 번쩍이는 순간이 찰나처럼 짧게 느껴졌다.
[‘헌터 주이안(S)’이 보호의 손길(A→S)’ 스킬 효과를 부여합니다.]
[‘헌터 주이안(S)’이 ‘응급처치(S→SS)’ 스킬 효과를 부여합니다.]
[‘헌터 주이안(S)’이 ‘치료(S→SS)’ 스킬 효과를 부여합니다.]
[‘헌터 주이안(S)’이 ‘손상 회복(A→S)’ 스킬 효과를 부여합니다.]
주이안 헌터의 놀란 목소리가 들리는 것도 같았다.
야전병원 스킬 효과 때문에 소예리 헌터에게 쏟아져 들어가야 할 스킬들이 나와 신재헌에게도 부여되었다.
[예리언님 – S급(보조)]
[예리언님 – S급(보조)]
[예리언님 – S급(보조)]
[예리언님 – S급(보조)]
하지만 느리게 깜빡이는 파티창은 변함이 없었다.
그리고.
[예리언님 – S급(보조)]
시스템창에서 소예리 헌터의 이름이 꺼졌다.
[파티원 ‘헌터 소예리(S)’가 사망하였습니다.]
새빨간 시스템창이 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