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그 던전의 S급 시한부 영애 (120)화 (120/218)

120화

헬렌의 조사 결과는 예상대로였다.

“포를랭 자작가에서 악의적인 소문을 퍼뜨린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그래…….”

그 발전 없는 인간들이 또 그랬단 말이지?

……라는 말을 덧붙였다간 페널티였으므로 나는 안타까운 표정을 지어주며 이마를 짚었다.

그러면서 생각했다.

그럼 그렇지, 이 바닥에 이렇게 눈치 없는 놈들이 또 없다니까?

지금 에델바이스 백작가는 황제도 모자라 교황과 마탑주의 시선까지 받고 있는 잘나가는 영지였다.

내가 이 땅 주인이라서 이렇게 말하는 게 아니라 진짜로.

게다가 게이트 방어율 1위로 주목받고 있는 영지이기도 했다.

이런 동네에 쓸데없는 시비를 걸어올 가문들이 많지가 않다니까?

쯧쯧.

적당히 찌그러질 것이지 꼭 눈에 띈다니까?

인맥의 무서움을 맛보라실 땐 언제고, 맛보기는커녕 입에도 못 대봤거든요?

이렇게 자꾸 건드리는 걸 내버려 둘 수도 없고.

그렇다고 세니아 성격상 모가지를 날려버리지도 못할 거고.

[세니아 드 에델바이스(신유리)>>> 포를랭은 뭐 반란같은 거 안 한대요?]

하면 내가 망나니 대신해줄 수 있는데?

어디서 S급 망나니, 아니 전직 S급 현직 B급 망나니 쉽게 찾을 수 있는 줄 알아?

[아이반 엘레티아 폰 카르만(신재헌놈)>>> 찾아볼까요?]

근데 올라오는 답이 더 압권이었다. 난 황당해서 웃어 버렸다.

넌 그게 찾는다고 나오냐?

실없는 소리 하는 건 하여간 평소하고 똑같다.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 서브 퀘스트가 불쑥 떴다.

[서브 퀘스트 : 가문의 명예]

[에델바이스의 명예를 깎아내리려는 자들이 있습니다. 가주로서 이것을 두고 볼 수는 없죠.

소문을 바로잡고, 명예를 회복하세요.]

[보상 : 전체 능력치+5%]

보상은 하여간 끝내주게 좋았다. 음, 포를랭 털면 거기에 보너스로 능력치까지?

[세니아 드 에델바이스(신유리)>>> 네 털어봐요 뭐좀 나오나]

있으면 싹싹 긁어서 불어버리게!

그때 시스템창이 하나 더 떴다.

[가문의 명예 : 10000(0-)]

저 근본 없는 숫자는 뭐지? 긴 수포자 인생이 숫자를 경계하기 시작한 순간.

―뾰롱!

[가문의 명예 : 9973(27▼)]

뜬금없이 가문의 명예가 내려가기 시작했다.

뭐임?

[헛소문을 퍼뜨리는 자들에 의해 가문의 명예가 훼손되었습니다!]

[가문의 명예가 9000 이하로 내려갈 경우 ‘서브 퀘스트 : 가문의 명예’가 실패합니다.]

[실패 시 ‘굴욕(SS+)’ 디버프 효과를 받습니다.]

[굴욕(SS+) : 72시간 동안 시야 감소, 전체 능력치 -30%]

디버프가 너무 센 거 아니냐?

내가 입을 떠억 벌렸을 때였다.

[사교계에 미친 영향으로 가문의 명예가 회복되었습니다!]

사교계에 내가 뭘 했는데? 난 가만히 앉아 있었는데?

[가문의 명예 : 10064(91▲)]

오른 수치도 높았다.

[‘서브 퀘스트 : 가문의 명예’는 일주일 후 자동 클리어됩니다.]

[클리어 보상 : 신의 상점 Coin(클리어 시점의 가문의 명예 수치의 3배)]

아니, 보상이 아까 그게 끝이 아니었어?

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날 뻔했다. 3배라고?

그럼 1만만 유지해도 3만이라는 거네?

갑자기 매우 흥미로워지기 시작했다.

근데 평판이 진짜 왜 오른 거지?

그 이유는 곧 알 수 있었다.

***

[세니아 드 에델바이스 백작이 마법약을 먹고 검술대회를 치렀다.]

그 소문은 빠르게 사교계를 휩쓸었다.

가십이 늘 그렇듯이, 누가 처음 퍼뜨렸는지도 모르는 이야기들은 ‘아니면 말고’식의 뒷말을 달고 사교계 여기저기로 퍼져 나갔다.

“하긴, 검술대회 전까지 아프다고 하지 않으셨소?”

“게다가 그 검술도 수상했소이다. 원래 포를랭 가의 검술이 그렇게 힘이 들어간 검술이 아닌데…….”

“하긴. 포를랭을 바로 나선 것 하며……. 원래 키칼 경이 가문의 후계로 정해져 있지 않았습니까?”

물론 그들은 한 발 뺄 자리를 만들어두는 것도 잊지 않았다.

실컷 떠든 후에야 말하는 것이다.

“어허, 뜬소문일 수도 있지 않소?”

“자제합시다. 폐하께서도 지켜보시는 자가 아닙니까?”

“게다가 게이트 방어율이 높은 건 사실이지 않소?”

그럴 때마다 세니아 드 에델바이스의 명예 수치가 올라가거나 내려간다는 걸 알 리가 없는 그들은 주절주절 떠들어대기 바빴다.

그런데 그런 그들에게 강하게 반발하는 자들이 있었다.

에델바이스 백작이 뭔가 손을 쓰기도 전이었다.

“지금 뭐라고 하셨소? 에델바이스 백작께서 쌓아오신 실력을 무시하시는 것이오?”

“검술의 검류를 따지는 고리타분한 습관은 어디서 든 것이오?”

그건 연합 ‘미야’의 귀족들이었다.

특히 바이야 백작은 얼굴에 피까지 몰린 채로 포효했다.

“에델바이스 백작은 텐치아 백작과 함께 우리 영지를 도운 피의 동지이외다! 에델바이스 백작을 욕하는 건 곧 바이야를 모욕하는 것!”

“크흠.”

“그것이 아니라…….”

곤란해하는 귀족들은 그럴 때마다 뿔뿔이 흩어졌다.

“검술 대회에서 약을 드셨다는 증거가 있소? 게다가 약을 드셨다면 그걸 폐하께서 알아차리지 못하셨을 것 같소?”

“그건…….”

곤란해하던 귀족들은 그들이 포효할 때마다 뿔뿔이 흩어졌다.

하지만 물밑에서는 의심하기를 반복했다.

“괜히 이야기가 나오진 않았을 것 아닙니까?”

“하긴, 폐인이 되었던 자가 어떻게 그런 실력을 보였겠소?”

“약을 먹어서 계속 그 힘을 유지했다면…….”

그렇게 떠드는 자들에게 바이야 백작은 장갑을 던지려고 했다.

“문답무용! 그분의 실력을 인정한 나를 먼저 이기고 입을 놀려 보시오!”

“바이야 백작!”

“진정하시게!”

싸움판이 벌어지려는 찰나, 그들 사이로 끼어든 사람이 있었다.

“잠깐만요.”

온화하지만 단호한 목소리. 그 목소리는 다름 아닌 카를렌타 후작 영애였다.

그녀는 검술대회에서 마지막까지 에델바이스 백작과 검을 겨룬 사람이기도 했다.

“그렇게 말씀하시는 분들께서는 그분과 직접 검을 맞대어보았는지 모르겠네요.”

“카를렌타 후작 영애?”

다가오는 그녀의 기세에 눌린 귀족들이 입을 다물고 물러나기 시작했다.

지금 저렇게 주눅 든 척해 봐야 어차피, 뒤에 가면 다시 떠들 사람들이었다.

그리고 카를렌타 영애는 그들을 귀족답게 다루는 법을 알고 있었다.

“난 에델바이스 백작님과 검을 직접 나눈 사이예요. 좋은 시합이었고요. 그런데 그분이 마법약을 드셨다는 소문이 정말이라면, 유서 깊은 검가 카를렌타가 마법약으로 강해진 사람조차 알아보지 못하고, 심지어 졌다는 말인가요?”

그녀는 팔짱을 낀 채 말했다.

“앞으로 에델바이스 백작가에 대한 헛소문을 퍼뜨린 자를, 카를렌타의 이름으로 추적해 에델바이스는 물론이고 폐하께도 알리겠어요.”

그녀의 당당한 목소리가 울렸다.

“그건 명백히, 황제 폐하를 기만하는 일이니.”

그러자 아예 입을 다무는 사람부터, 뒷말을 한 걸 들킬까 봐 슬그머니 에델바이스 백작가에 선물을 빙자한 사과의 뇌물을 보내는 자들까지 생겨났다.

***

그리고.

[가문의 명예 : 11937(16▲)]

사교계에 나설 필요도 없이 그 소문을 전해 들은 나는 가만히 앉아서 꿀만 받아먹으면 그만이었다.

“다들 고맙네.”

난 떨떠름한 얼굴로 볼을 긁적였다.

태생 S급으로 S급 모임에 갈 때마다 시기질투하고 견제하느라 정신없는 인간들만 보다가, 순수한 호의를 받으니 몸 둘 바를 모를 지경이었다.

“내가 꼭 가기 전에 기력 전수하고 간다.”

바이야 백작한테는 발전의 기회라도 주는 게 좋을 것 같았다.

오랫동안 발전하지 못해서 고민이 많은 것 같던데.

그런 사람들은 작은 깨달음만 얻어도 크게 도약하기 마련이다.

[아리엔사 시안 데마르(주이안씨)>>> 생각보다 귀족가의 반응이 날카롭습니다]

다른 헌터들도 나랑 비슷한 생각인 듯했다.

[클로나 에이센(예리언님)>>> 뭐야뭐야 쥐도새도 모르게 묻어버리려고 했더니 알아서 땅파고 들어가네]

그런 살벌한 생각 하고 계셨습니까? 그 사근사근한 캐릭터로요?

[아이반 엘레티아 폰 카르만(신재헌놈)>>> 그러게요 뭐 끼어들 틈이 없네]

[세니아 드 에델바이스(신유리)>>> 아니 이렇게 내 편이 많았어?]

좀 감동인데? 그러자 소예리 헌터의 채팅이 바로 올라왔다.

[클로나 에이센(예리언님)>>> 그렇다니까~ 감동이야! 이제 우리 유리헌터님 독립해도 되겠어]

[세니아 드 에델바이스(신유리)>>> 여기 신유리 헌터팀 아니었어? 나 독립시키는 거야?]

[클로나 에이센(예리언님)>>> 오늘부터 소예리 헌터팀이다]

이게 독립이야, 반란이야?

어이없는 채팅이 오가는 사이, 포를랭 가는 신나게 역풍을 맞기 시작했다.

연합 미야와 카를렌타가 가문의 명예를 걸고 소문의 발원지를 색출해냈기 때문이었다.

***

한편 포를랭 자작가.

“빨리빨리 움직이지 못해! 기사들은 뭘 하는 거냐!”

“저택을 지킬 인원들을 제하고는 모두 이미 출정 중입니다!”

그 보고에 포를랭 자작은 성을 냈다.

“얼른 돌아오지 않고 뭘 하는 게야!”

그야 어려운 게이트에 보냈으니 오래 걸리는 게 당연하죠!

……라는 옳은 말을 하는 사용인들은 이미 포를랭에 남아 있지 않았다.

그런 자들은 어려운 일에 투입되거나 전장 최전방에 투입되어 죽어나갔기 때문이었다.

때문에 포를랭 자작에게 보고를 올리는 집사는 새로운 집사였다.

포를랭 자작가의 집사는 게이트 사태가 터진 이후 벌써 두 번째로 바뀌어 있었다.

그는 세 번째로 집사가 바뀌기 전에 입을 다물기로 결정했다.

“얼마 전까진 게이트가 적어서 방어하기 어렵지 않았습니다만, 이 기세로 게이트가 증가하면 내일부터는 저택을 지키는 기사들도 빼야 합니다.”

“그럴 순 없어!”

포를랭 자작은 고함을 질렀다.

포를랭 자작가의 게이트 방어율은 40%.

나타난 게이트의 반 이상이 폭주해서 몬스터들을 쏟아낸다는 소리였다.

그리고 당연히 그것들은 기사들이 해치워야 했다.

물리치지 못한 몬스터들은 인간들을 공격하다 못해 저택으로 몰려오기도 했다.

그리고 포를랭 자작은 그런 몬스터들을 막기 위해 저택 주변에 충분하다 못해 넘치는 기사들을 배치해 놓았다.

영지민들은 계속 죽어 나갔지만, 모른 척하면서.

“키칼은 아직 아프다고 하더냐?”

포를랭 자작이 날카로운 목소리로 물었다.

지금까지 멍하니 그의 앞에 앉아 있던 포를랭 가의 둘째, 리카스가 그에게 반응했다.

“……네. 아직 아프다던데요.”

멍하니 있다가 두어 박자 늦게 답하는 목소리에 포를랭 자작은 인상을 썼다.

이놈은 어릴 때부터 영 시원치 않은 놈이었다.

원래도 뭔 생각을 하는지도 모르겠는 놈이었지만 어릴 때 바깥에서 이상한 놈들과 어울리는 것 같더니 더 멍청해져 버렸다.

“쯧.”

게다가 검 실력은 형편없었다.

제 형인 키칼과 동생인 세니아가 빠르게 정진하는 동안 이놈은 기대치를 채우는 역사가 없었다.

그래서 키칼이 긴 시간 아프다며 기사들을 지휘하지 못하는 지금, 리카스에게는 현장 지휘를 맡길 수가 없었다.

“아무래도 직접 만나봐야겠다!”

아무리 부자지간이라고 해도 이렇게 늦은 시간에 기별도 없이 찾아가는 건 매너가 아니었다.

그것도 아픈 사람의 방에.

하지만 포를랭 자작은 슬슬 그 인내심이 끊기려고 했다.

지금 놈이 아픈 게 문제야?

이대로 지휘관도 없이 기사들이 쓸려 나가면 다음 게이트는 어떻게 막을 거야?

선두에서 검을 들고 몬스터들을 쓸어버려야 할 놈이, 벌써 몇 달째 침대에서 골골거리고 있으니!

독을 먹은 게 세니아지, 네놈이냐? 응?

“아버지, 정말 형한테 가시게요?”

리카스는 놀란 얼굴로 그를 보았다. 포를랭 자작이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그럼 이대로 지켜보랴?”

그러고는 뒤도 안 돌아보고 키칼의 방으로 향했다.

“가주님?”

“안에 기별을―”

소란스러워지려는 사용인들을 손짓으로 조용히 시킨 포를랭 자작은 키칼의 방 문을 열었다.

―쾅!

어제 낮에도 열에 들떠서 머릿수건을 얹고 누워 있었다고 들었지만, 대화는 가능할…….

“아하학!”

테니……까……?

포를랭 자작은 멍하니 키칼의 방 안을 들여다보았다.

키칼은 낄낄거리면서 책을 보고 있었다. 절대 귀족다운 품격 있는 책은 아니었다.

“내가 함부로 들어오지 말랬지. 당장 안 꺼헉.”

신경질을 내며 문 쪽을 돌아보던 키칼과 포를랭 자작의 시선이 마주쳤다.

“…….”

“…….”

아프다며?

몇 달 동안 앓고 있다던 첫째아들놈은 야위기는커녕 통통하게 살찐 얼굴로 놀고 있었다.

“이놈이…….”

누가 봐도 멀쩡한 꼴에 포를랭 자작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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