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화
만희가 그녀의 검은 눈에서 발견한 것은 공포였다. 경험은 없어도 눈치는 있는 모양이군, 하며 왕이 비웃음을 머금었다. 작은 새 같은 여자는 몸이 뻣뻣하게 굳어서 얼굴이 새파랬다.
어쩔까. 만희는 잠시 저울질을 해보았다. 그는 숫처녀를 좋아하긴 했지만 두통이 심해지고 난 다음에는 서툰 여자보다 길들여진 쪽을 선호했다. 신경을 안 써도 여자 쪽에서 스스로 움직일 수 있기 때문이었다.
“숫처녀인가? 쯧.”
그는 흥미가 떨어져서 연화를 한쪽 구석으로 치웠다. 나중에 경험 없는 여자가 필요할 때에 그녀를 안을 생각이었다.
“이 여자를 앞에 앉혀놔라. 그리고 침방시녀 중 한 명을 데려와라. 잘 교육받은 것으로.”
왕의 명에 따라 연화는 알현실의 바닥에 내려가 꿇려 앉혀졌다. 그녀는 잠시 자신이 만희의 욕정의 대상에서 벗어났다는 사실에 가슴을 쓸어내렸다. 사내의 눈은 곧 인간을 잡아먹을 짐승과 닮아 있었다.
곧 어전으로 시녀 서넛이 들어왔다. 내관에게 이끌려 들어온 여자들은 침착했지만 얼굴이 어두웠다.
연화는 바닥에 엎드린 채 내관이 시녀들에게 속삭이는 소리를 들었다.
“잘 모셔라. 침방시녀들 중 전하의 심중에 든 아이들은 품계를 받았느니라. 언제 기회가 올지 모르는 것이니.”
내관의 감언이설에도 시녀들의 낯빛은 그리 밝아지지 않았다. 연화는 살짝 든 시선으로 흘긋거리며 그들을 훔쳐보았다. 그 이유가 궁금했다.
“뭘 하는 게냐, 어서 오지 않고!”
제사장이 성화를 부렸다. 시녀들이 급히 걸음을 옮겨 만희의 앞에 섰다.
왕은 차례로 늘어서 인사하는 침방시녀들을 보다가 가장 풍만한 몸을 지닌 여인 쪽을 가리켰다.
“너, 이쪽으로 와라.”
“예, 전하.”
시녀는 조금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성숙하고 굴곡 있는 육체의 시녀는 만희의 손짓에 따라 그의 앞에 허리를 숙였다.
“제법 볼 만한 가슴이군.”
만희의 커다란 손이 아무런 경고도 없이 여자의 가슴을 움켜쥐었다. 얇은 비단천의 저고리 위로 막무가내로 움켜쥐는 사내의 손에 놀라서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시녀는 입을 달싹였다.
그녀의 가슴을 주무르는 만희의 커다란 손은 무자비했다. 아플 정도로 떡처럼 가슴을 주무르면서 왕은 만족스럽게 웃었다.
“큰 데다 둥글고 모양이 예뻐, 손맛이 좋아.”
유두를 손톱으로 긁어 자극에 그녀가 움찔 등을 휘자 만희가 이제는 아예 소리 내어 웃었다.
“적당히 민감하기도 하고……. 오, 가만 보니 교육을 제법 받은 모양이야. 가슴도 제대로 발달했어. 방중술을 담당한 내관에게 상을 줘야겠군.”
그는 치마 밑으로 손을 넣었다. 곁에 늘어서 있던 시종들과 제사장은 그 모양을 빤히 바라보았다. 왕은 이런 광경에서 그들이 눈을 피하는 걸 원하지 않았다.
연화는 너무 놀라서 그 광경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눈을 크게 뜨고 바라보는 그녀와 만희의 시선이 마주쳤다.
얼어붙은 듯 꼼짝도 못 하고 있는 연화를 알아채고 만희가 히죽 웃었다. 손 안의 여인을 희롱하면서 그는 연화에게 턱짓을 했다.
“그래, 저것도 교육을 받아야지. 직접 보는 것도 좋은 교육이 될 것이다. 아니냐?”
“그러하옵니다, 전하.”
시녀들을 따라온 내관이 깊이 허리를 숙였다. 어차피 왕은 상당히 자주 백관들 앞에서 여자를 안았다. 특별할 일도 없는 노릇이다.
하지만 연화는 어떤 가림막도 치지 않고 날것 그대로 보이는 광경에 기절할 것 같았다. 낯빛이 창백해진 그녀를 보면서 만희가 낄낄거렸다.
“저것이 눈을 돌리지 못하도록 잘 감시해라. 만약 피한다면 채찍질을 해도 좋다.”
“받들겠나이다.”
연화가 더 견디지 못하고 고개를 숙이려 하자 등 뒤에서 내관이 말총 회초리를 휘둘렀다. 찰싹 하고 등에 감기는 통증에 연화가 움찔하며 고개를 들었다.
“왕명을 듣지 않았느냐, 다음번에는 옷이 찢어질 정도로 때려주겠다. 하고많은 시녀들을 체벌해 왔는데 네 등 정도 갈기갈기 엉망되는 것은 일도 아니지.”
내관이 경고했다. 등이 화끈거릴 정도로 아픈 것이 그의 말이 과장이 아니었다. 연화는 시선을 피할 생각을 하지 못하고 덜덜 떨었다.
가슴을 끈질기게 괴롭히는 만희의 손길에 시녀가 몸을 뒤틀었다.
“전, 전하……. 제, 제발……! 아, 읏……!”
“어허, 승은을 입는 게 아니냐. 감사해야지.”
만희는 여인을 희롱하면서 낄낄 웃었다. 왕의 손은 그대로 속곳 안으로 파고들었다. 여린 음부로 남자의 굵직한 손가락이 어떤 애무도 없이 그대로 꽂혔다.
빡빡하고 물기 없는 내부에 만희가 혀를 찼다. 그를 밀어내려는 가느다란 손목을 한 손에 말아 쥐고 왕은 손가락을 두어 번 더 움직였다. 빡빡해서 시녀가 고통스러운 소리를 냈다.
“교육을 받았는데도 아직 여기가 말라붙었잖아? 이래서야 재미를 볼 수가 없지.”
그는 불을 붙이는 용도로 쓰는 향유를 쏟아 손바닥에 담고 그것을 침방시녀의 음부에 문질렀다. 질척하고 향내 나는 기름이 그녀의 음모를 흠뻑 적셨다.
젖을 리 없는 몸 안쪽을 억지로 부드럽게 만들기 위해 그의 손가락이 기름을 잔뜩 머금고 그녀의 내벽을 더듬어 올라갔다. 음핵을 엄지손가락으로 자극하면서 그는 긴 손가락을 아주 깊이까지 밀어 넣었다.
기름으로 미끌거리는 검지와 중지가 한꺼번에 밀고 들어와 그녀는 아파서 신음을 삼켰다. 내관에게 방중술 교육을 받았던 몸이라 갑작스러운 삽입에도 찢어지지는 않았으나 억지로 열린 내벽이 고통스럽지 않을 리가 없었다.
연화는 자꾸만 떨리려는 입술을 물었다. 자신이 당하는 게 아닌데도 수치심과 모욕감이 밀려들었다. 알현실에 늘어선 모든 수하들이 전부 시녀가 능욕당하는 모양을 빠짐없이 들여다보고 있었다. 그리고 간혹 연화의 얼굴을 보며 그녀가 느끼는 모욕감 역시 구경하고 있었다.
“다리를 좀 더 벌려. 방중술을 익히지 않았느냐?”
왕이 킬킬 웃었다. 간만에 맑은 머리로 즐기는 정사다. 검지와 중지를 넣어 내벽 안에서 휘휘 저으면서 그는 시녀의 안을 즐겼다.
내관이 방중술을 핑계 삼아 여기에 이것저것을 밀어 넣고 민감하게 만들었겠지. 상상만 해도 즐거워서 만희는 웃음을 그치지 않았다. 침방시녀들이 배우는 밤의 기술은 그가 특별히 내관에게 지시해 가르치라 한 것이었다. 어떤 것을 배우는지 만희는 아주 잘 알았다.
게다가 밑에서 연화의 시선이 느껴졌다. 그녀는 울음을 참는 것인지 눈가가 붉어져서 바라보고 있었다.
아아, 저 얼굴은 제법 동하는군.
만희는 생각했다. 숫처녀라도 색기는 제법 보인다. 연화 자체도 소박하고 깨끗한 미인이니.
그는 심술궂게 시녀를 자신의 무릎 위에 바로 앉혔다.
“자, 저들에게 보여줘라. 네 다리 사이 말이야. 음부도 깨끗하고 예쁜지 검사를 받아야지.”
손을 뺀 왕은 그녀의 양다리를 들어 벌리고 사람들의 앞에 시녀의 음부를 드러냈다. 치마가 전부 흘러내리고 속곳도 반쯤 찢어버려 향유와 애액에 젖은 둔덕과 은밀한 틈이 그대로 모두의 눈앞에 활짝 벌려졌다.
아무리 이런 일을 미리 알았다고 해도 감정적으로 대비가 되는 것은 아니라 침방시녀의 얼굴은 잔뜩 일그러져 있었다.
시녀들의 교육을 맡는 내관이 다가와 그녀의 음부를 회초리로 열어 뒤적거렸다. 무기질의 말총 회초리가 성기를 뒤적거리는 감각에 그녀는 거의 숨이 넘어갈듯 허덕였다.
“아주 예쁜 분홍빛입니다.”
내관이 무감정하게 왕에게 아뢰었다. 침방시녀는 제대로 된 말을 잇지 못하고 입을 뻐끔거렸다. 주변 사람들은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시녀의 은밀한 틈을 목을 쭉 빼고 구경했다.
별다를 일은 아니었다. 가끔 왕은 이렇게 계집을 모두에게 내놓는 놀이를 즐겼으니.
“어때, 감상을 말하거라. 왕이 이렇게 네게 승은을 내리는데, 기뻐해야지.”
만희는 그녀의 다리 사이로 자신의 무릎을 밀어 넣은 후, 아예 저고리를 위로 올려버리고 가슴을 애무했다. 시녀는 제대로 말을 내놓지 못하고 더듬거렸다.
“저, 저는…… 명대로 따를 뿐이오라…….”
“그래, 너 같은 한낱 시녀에게 승은을 내리는 내가 자비롭지 않으냐?”
“전, 전하께서는 언제, 언제나 자비로우시며…….”
시녀는 앵무새처럼 말을 이었고 만희가 그녀의 뺨에 입을 맞추며 말을 막았다.
“쓸데없는 소리는 말고, 너에게 승은을 내리도록 부추긴 것이 누구인 줄 아느냐?”
“모, 모르옵나이다.”
“저런, 그런 평생의 은인을 몰라보면 안 되지.”
왕은 가벼운 어조로 그녀를 타박했다. 손은 계속해서 그녀의 가슴을 유린했다. 한쪽 손은 그녀의 깊숙하고 은밀한 곳을 희롱했다. 제대로 대답도 하지 못하는 시녀의 뺨에 자신의 얼굴을 가져다대고 만희가 연화 쪽을 향해 고갯짓을 했다.
“저 여인이다. 저 여인이 내 두통을 고쳐 주며, 내게 마음껏 정사를 펼치라 해줬단다.”
그 순간 고개를 돌린 시녀와 연화의 시선이 마주쳤다.
침방시녀는 자신의 다리 사이가 완전히 벌어져 남들에게 전부 보이는 상황에 거의 정신이 날아가 있었다. 그녀의 초점 잃은 눈동자를 마주 보고 연화는 시선을 피하려다 다시 한 번 채찍을 맞았다. 악 하는 소리를 삼키며 몸을 웅크리는 그녀를 보다가 만희가 시녀에게 속삭였다.
“내 저 여인 대신 너를 안는 거란다. 실은 저 여자의 속살을 전부 이곳의 사내들에게 보이고 모두 한 번씩 맛을 보여주고 싶었는데, 고귀하신 치유사인데다 경험도 없는 쑥맥이라 하니 그럴 수가 있어야지.”
웃음소리가 시녀의 귓전을 울렸다. 이제 완전히 젖은 음부에서 애액이 질척이며 흘러나왔다. 흑, 하고 우는 소리를 흘리는 여인을 보며 만희가 껄껄 웃었다.
“그래, 이편이 훨씬 재미있기도 하고 말이다. 저 여자도 이제 다가올 일을 기대하게 되겠지.”
왕은 시녀를 안고 마치 연인처럼 다정하게 물었다.
“자, 네 이름이 무엇이냐?”
“……흐, 은, 은연이라 하옵니다…….”
간신히 대답하는 시녀 은연의 입술을 만희는 탐욕스레 삼켰다. 하지만 그의 눈은 연화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새빨간 눈동자에 광기가 돌아 연화의 등골에 오싹 소름이 끼쳤다.
사내의 눈은 연화에게 말을 걸고 있었다.
자, 어떠하냐? 이것이 네 미래다.
여인은 이를 악물었다. 손톱이 손바닥 안을 파고들었다. 스스로 정신 차리지 않으면 실신이라도 할 성싶었다. 그녀의 파리한 얼굴이 점점 더 공포로 물드는 것을 보며 만희가 만족스럽게 웃었다.
내관이 다가와 고개를 숙였다.
“질이 좁은 편인 듯한데 도구를 대령할는지요?”
“오, 그래. 가지고 오너라.”
내관은 곧 양물 모양으로 깎은 나무조각을 여러 개 가지고 들어왔다. 그중에서 가장 가는 것을 골라낸 왕은 그의 앞에 대령된 최음제가 섞인 향유 속에 조각을 담갔다.
푹 적셔진 나무 양물을 보면서 은연은 덜덜 떨었다.
금수의 붉은 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