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화
익숙한 남자의 체향에 연화의 이성은 마지막 끈이 끊어졌다. 그녀는 완전히 달아오른 몸을 어쩔 줄 몰라 하며 백호의 옷자락을 쥐었다. 말없이 내려다보던 남자는 그녀를 끌어당겨 안아 올렸다.
“……지금 너는, 네가 아니로구나.”
연화의 눈은 완전히 초점이 풀려 있었다. 새빨간 눈가에 눈물을 매단 채로 그녀의 손이 백호의 어깨를 긁었다. 피가 나는 줄도 모르고 연화는 입술을 씹었다.
“백호 님, 제발…… 제발.”
간신히 단어를 만들어내면서 연화가 속삭였다. 백호는 느리게 그녀의 정수리에 입을 맞췄다. 거의 다 벗겨진 상의 때문에 연화의 맨살이 손 안에 감겼다.
“네가 내 이름을 부르는 게 기쁘구나. 이 상황에서도.”
조금 어처구니가 없어서 백호가 중얼거렸다. 연화가 안달을 내며 백호의 목덜미에 달라붙었다. 허벅지 사이가 조이며 비틀렸다.
연화의 상태는 한눈에 봐도 정상이 아니었다. 열은 지나치게 높았고 손 안에 닿는 피부에는 온통 땀이 가득했다. 무엇보다 언제나 맑고 총명했던 그녀의 눈동자가 완전히 흐트러져 색기로 가득했다. 발갛게 달아오른 눈가는 찡그려지는 것만으로도 요염해 보였다. 그녀로부터 피어오르는 체향 역시 비정상적으로 달큰했다.
‘……아마도 약.’
주술이나 약 모두 가능하지만 미약 쪽이 훨씬 간편하다. 주술은 상당히 도가 높아야 유혹술을 쓸 수 있지만 미약은 만들어내면 된다.
그리고 그 약을 만들어낼 수 있는 자들을 백호는 알고 있었다. 미약을 향유처럼 피부에 바르고 자신을 유혹하려던 사영과 대놓고 연회장에 풀어놓았던 혼향. 그의 머릿속에서 고리가 서로 연결되었다.
백호는 그녀를 침대 위에 내려놓았다. 그에게 달라붙는 가느다란 팔다리를 부드럽게 떼어놓으면서 그는 연화의 이마에 입을 맞췄다. 확실히 그녀에게는 어떠한 주술도 걸려 있지 않았다. 백호가 느끼지 못하는 주술 따위는 신령계에 존재하지 않는다.
‘저 멍청한 우현 녀석에게서는 확실히 주술의 잔재가 남아 있었다.’
뱀의 일족의 수하 중 그 정도 주술을 쓸 수 있는 자들이야 넘치겠지. 백호는 이를 갈았다.
“백호 님…….”
다시 한 번 연화가 애처롭게 애원했다. 흰 이마가 땀으로 젖어 머리카락이 달라붙어 있었다. 그것을 손으로 쓸어주면서 백호가 입술으 가져가 연화의 얼굴 이곳저곳에 입을 맞췄다.
“쉬, 괜찮다.”
약으로 완전히 정신이 엉망이 되어버렸을 텐데도 연화는 힘겹게 백호의 이름을 불렀다. 그것을 깨닫고 백호는 기꺼움이 가슴 저 밑바닥에서 차올랐다.
처음 데려왔을 때부터 쭉 잠자리를 할 때마다 연화는 간혹 두려움에 질린 눈길을 숨기지 못했고, 백호 역시 그 사실을 알았다.
연화의 가느다란 팔다리가 그에게 달라붙어 왔다. 길고 부드러운 팔은 필사적으로 백호의 목덜미에 감겨 뜨끈한 체온을 전했다. 그녀는 스스로 백호의 입술을 찾아 자신이 입을 맞췄다. 반들거리는 입술이 뜨거웠다.
“백, 호 님.”
애원이 담긴 소리가 연화의 입에서 흘러나올 때마다 백호의 몸도 뜨거워졌다. 그는 자신의 양물이 이미 한계까지 단단해진 사실을 알았다.
미약의 대부분은 관계를 가지면 해독된다. 백호는 그를 위해서라고 중얼거리며 연화의 치마를 걷어 올렸다. 얇은 비단으로 된 잠자리용의 옷이 이미 땀에 젖어 반투명했다.
다리 근육이 힘에 겨워 벌벌 떨면서도 백호의 허리를 휘감아 온다. 흰 피부 위로 땀이 반들거렸다. 백호는 손을 그녀의 가운데로 넣어 손가락을 은밀한 틈 위로 문질렀다.
“아! 아아!”
이미 질척한 애액이 허벅지를 타고 흐를 만큼 젖어 있었다. 손가락 한 마디를 단숨에 삼키고 오물거리는 내벽을 느끼며 남자가 그 안을 더 깊이 더듬었다. 탄력 있고 좁은 근육이 손가락을 씹어 삼킬 듯 조여들었다.
“제발. 제, 발……. 아흣…….”
연화의 흐느낌이 이어졌다. 백호는 허리춤을 풀고 그녀의 위로 엎드렸다. 다리를 한계까지 벌려 자신의 어깨에 걸치고 그는 그대로 양물을 진입시켰다.
굵디굵은 귀두 부분이 달아오른 질구를 파고들었다. 연화가 정신이 없는 중에도 압박감에 숨을 크게 들이켰다. 입구는 좁았으나 이미 뜨거워진 몸은 거대한 양물을 버겁지만 기쁘게 받아들였다.
“흣, 흐윽!”
찔걱이며 애액이 흘러 둘의 접합부 사이로 흘러내렸다. 백호가 사정 봐주지 않고 앞으로 밀어붙였고 연화의 머리가 침대 머리맡까지 밀려 올라갔다.
“으응!”
그녀의 가느다란 허리를 붙잡아 품 안에 가두고, 그는 여자의 자그마한 엉덩이를 손 안에 쥐었다.
배 안을 온통 짓누르는 뜨거움에 연화가 눈을 크게 뜬 채 소리 없이 울었다. 관계는 언제나 고통과 쾌락이 동반된다. 지금은 더 그랬다.
약으로 인해 곤죽이 된 머릿속에서 이성 대신 감각만이 극대화 되어 있었다. 고통도 쾌락도 평소보다 수십 배는 더 격렬하게 뇌리에 새겨졌다.
“……!”
연화는 자신의 밑이 벌어지고 아랫배 속으로 파고드는 백호의 양물이 지나오는 길을 마치 눈으로 보는 것처럼 세세하게 느꼈다. 내벽 속으로 그의 남근 모양이 낙인을 찍듯 모양이 조각되는 것 같았다.
그녀는 흐린 눈으로 백호를 올려다보았다. 온통 뿌연 세상 속에서 백호의 형형한 푸른 눈만이 선연했다. 마치 차가운 불꽃처럼 타오르는 남자의 눈은 연화가 잃을 수 없는, 잃어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백, 호 님……. 흐, 으…….”
“그래.”
백호는 그르렁대는 소리를 내며 충동을 참아냈다. 연화의 몸에서 전달되는 열기에 그도 전염되는 것처럼 몸이 뜨거워졌다. 하지만 충동대로 함부로 굴면 이 연약한 여인은 그대로 부서질지도 몰랐다. 금수의 왕과 인간의 몸은 지나치게 격차가 컸다.
그의 허리가 움직였다. 연화는 백호의 목덜미에 매달려서 다리를 한껏 벌려 그를 반겼다. 양물이 출입할 때마다 애액이 찔걱이며 허벅지를 타고 흘러내렸다.
“흐, 응! 아……앙!”
백호가 연화의 이마와 머리카락이 달라붙은 뺨에 입을 맞췄다. 그대로 이빨을 세워 잡아먹고 싶을 만큼 연하고 부드러운 살이다. 그의 눈은 자꾸만 호랑이로서의 본능이 나오려는 듯 홍채가 세로로 가늘어졌다가 돌아오기를 반복했다.
“흐, 아, 응……! 아!”
“큭, 연화야.”
남자의 손이 여자의 가느다란 허리를 손자국이 남을 만큼 거세게 붙잡았다. 움직임이 반복될 때마다 허리가 허공에 떠서 흔들렸다. 백호는 이미 미약으로 인해 많은 무리가 갔을 연화의 몸을 생각해 이를 악물고 자신의 충동을 참았다.
“아! 아아! 아아앙!”
하지만 참지 못한 것은 연화 쪽이었다.
그녀는 달아오른 육체에 지나치게 부드럽고 느린 남자의 움직임에 죽을 만큼 갈증을 느꼈다. 지금 당장, 뼈가 모두 부서져도 좋으니, 자신을 짓누르고 파헤쳐 저 깊고 깊은 곳에 있는 가장 격렬한 욕망을 전부 만족시켜 주기를 바랐다.
“학, 하앗…….”
그녀는 허덕이면서 백호의 얼굴을 양손으로 잡았다. 연화의 작은 손바닥 안에 잡힌 남자가 눈을 크게 떴다.
초점이 없는 눈으로 연화가 속삭였다.
“더, 더…… 더 세게 해, 주세요. 흑, 흐윽…….”
“……연화야.”
“제발…… 제가 부서져도 좋으니, 흣. 더 세게 안아주세요. 으, 흣……. 더 빨리…….”
“…….”
“못 견디겠어요, 흐, 흑……. 백호 님, 제발.”
백호는 그녀의 이마에 자신의 이마를 대고 눈을 질끈 감았다. 애써 진정시켰던 욕망이 아랫배 속에서부터 치받고 올라왔다. 눈을 다시 떴을 때, 그의 눈 안에는 세로로 긴 홍채가 자리 잡고 있었다.
연화는 자신도 모르게 백호의 푸른 눈을 홀린 듯 바라보았다. 앞으로 흘러내린 긴 백발 사이로 선명한 눈. 그 안에는 오로지 연화에 대한 욕망만이 타오르고 있었다. 그녀는 손을 내밀어 그의 눈가를 쓰다듬었다.
연화의 손을 잡아 그 손등에 입술을 내리누른 후 백호는 그녀를 결박하듯 꽉 끌어안았다.
“백, 호 님……! 아! 아아!”
꼼짝도 못 하는 몸의 안으로 사내의 양물이 짓쳐 들었다. 여태까지와 완전히 다른 깊이였다.
“아! 흐응! 흑!”
아직까지 완전히 들어온 게 아니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연화는 신음을 터뜨렸다. 아랫배 깊숙이 배꼽 부근까지 백호의 존재감이 느껴졌다.
약으로 사내를 갈구하게 된 몸에도 버거울 정도의 양물이다. 연화는 하지만 더 이상 억누르지 않고 신음을 내면서 백호를 기쁘게 받아들였다.
“배, 백호 님! 아! 앙!”
남자의 거대한 체구가 그녀의 위를 덮치면서 완전히 시야를 차단했다. 그녀는 몸이 거의 반으로 접힌 채 골반이 한계까지 벌어졌다. 불가능할 정도로 깊이 사내를 받아들이고 연화는 고개를 뒤로 젖혔다.
“아! 아흑!”
내벽 전체를 쾅쾅 짓누르는 사내의 물건에 눈앞이 캄캄했다. 뭔가 소리를 내고는 있었지만 입에서는 제대로 단어가 만들어져 나오지도 않았다.
연화의 양손이 필사적으로 백호의 팔을 긁었다. 뇌가 녹아내리고 있었다. 뱃속의 내장을 전부 화롯불로 지지는 것처럼, 인두를 밑으로 넣은 것처럼 뜨거웠다.
“아으! 응……!”
더 이상 이성의 끄트머리조차 남아 있지 않았다. 눈물이 줄줄 흘러내려 뺨과 턱을 온통 적셨다.
“아, 백, 백호 님……. 좋, 좋, 아요……. 아! 아응, 흐읏……!”
자신이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르며 연화가 허덕였다. 그녀의 입이 벌어져 발간 혀가 보였다. 백호는 그 입술을 물고 혀를 섞으며 뜨거운 호흡을 삼켰다. 연화에게서 나오는 그 무엇도 누구에게도 내주고 싶지 않았다.
뱃속 깊은 곳에서 연화의 가느다란 몸은 백호를 빨아당기며 오물거렸다. 아기집의 입구까지 닿은 백호의 양물 끄트머리에 연화가 몸부림치며 울었다. 너무 깊고 너무 뜨겁다.
금수의 붉은 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