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금수의 붉은 달-4화 (4/113)

4화

남자는 손을 내려 연화의 가슴을 움켜잡았다. 작은 몸에 비해 소담하고 풍성한 젖가슴이 그의 손 안에 만족스럽게 들어찼다. 아주 얇은 비단으로 만들어진 잠옷을 입고 있었으나 벗은 것이나 매한가지라, 그는 그냥 옷의 위로 연화의 가슴을 한입 크게 베어 물었다.

“……!”

막 잠에서 깬 연화가 채 소리도 내지 못하고 놀라 몸을 웅크렸고 백호는 그녀의 팔을 잡아 침대로 눌렀다. 혀를 내어 유두를 핥고 이빨로 긁으면서 애무하자 금세 얄팍한 천이 젖어든다. 사내의 뜨거운 호흡과 질척한 점막의 느낌에 연화가 작게 울었다.

“흐, 응…….”

“어딜 물어도 맛있군.”

양쪽 가슴을 번갈아 핥고 베어 먹으며 백호가 만족스럽게 중얼거렸다. 그는 금수의 왕, 입맛을 돋우는 여인의 살결은 먹음직스러웠다.

옷이 걸리적거리자 그는 구태여 벗기기가 귀찮아 그대로 옷을 찢었다. 얇디얇은 비단이 그의 손짓에 따라 종잇장처럼 쭉 갈라졌다.

“배…… 백호 님…….”

밝디밝은 햇살 아래 매끄러운 속살을 내놓고 연화가 부끄러움에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였다. 백호는 입으로 그녀의 목덜미와 가슴을 연신 애무하면서 손을 그녀의 다리 사이로 넣었다. 까슬하면서도 연약한 음모를 헤치고 손가락이 살짝 갈라진 은밀한 틈을 쓰다듬었다.

“흣…….”

어젯밤의 여파인가 그녀의 다리 사이는 도톰하게 부어올라 있었다.

이미 입맞춤과 가슴을 어루만진 손길로 인해 손끝에 느껴지는 습기가 음모까지 번져 있었다. 그는 머리끝까지 열이 훅 치받는 것을 스스로 다스리려 애쓰면서 조심히 그 틈을 어루만졌다.

“이 작은 몸으로 나를 잘도 받았군.”

어처구니가 없을 정도로 좁은 틈이고 작은 몸이다. 아마 백호의 양물이 들어서면 이 아랫배가 불룩해질지도 모른다. 그 광경을 상상하자 백호의 물건에 자신도 모르게 힘이 들어갔다.

반쯤 발기했던 큰 것이 완전히 힘을 얻어 곧추서는 모습을 눈앞에서 보고 연화는 어쩔 줄 몰라 했다.

“네 탓이다. 괜히 붉은 달이 떴을 때 죄를 범해서는.”

여인의 탓으로 돌리면서 백호는 그녀의 아랫배로 고개를 숙였다. 약한 관절 부위와 배꼽 밑의 동그란 아랫배를 혀로 핥고 입술을 문대자 연화의 몸이 움찔거렸다.

“응…….”

그녀는 신음성을 내지 않고 싶었지만 양손을 백호에게 꽉 잡혀서 꼼짝도 할 수가 없었다.

“여기, 정말 좁구나. 하지만 촉촉하고 매끄러워서 내 걸 또 삼킬 수도 있겠어.”

다리 사이에 엎드려서 백호가 입맛을 다셨다. 발정기를 거치고 또한 반려인 여인을 곁에 둔 적은 많았으나 실제로 관계를 가진 것은 연화뿐이었다. 발정기에 맞춰 제사를 망가뜨린 운 나쁘고 대담한 여인은 연화밖에 없었으니.

손가락으로 천천히 살점을 벌리자 위쪽으로 도드라진 돌기가 보였다. 부끄럽다는 듯 숨어 있다가 흥분을 견디지 못하고 존재를 드러내는 곳. 그곳을 손톱으로 긁자 갈라진 틈 사이로 애액이 스며 나왔다.

“……!”

반복적으로 자극하며 혀를 가져다 대 스민 액체를 고양이처럼 핥았다.

“아……. 응…….”

입을 막지 못해 신음은 자연스레 흘러나왔다. 꽃잎처럼 벌어진 분홍빛의 살점을 혀와 손끝으로 괴롭히면서 백호는 연화가 쾌락을 견디지 못해 몸부림치는 것을 즐겼다.

“흐, 흐으……!”

가느다란 몸이 허덕이며 뒤로 넘어갔다. 벌어진 다리는 발버둥이라도 치는 듯 침대 위로 마구 비벼졌다.

“백호 님……. 제발……!”

부끄러움에 연화는 견딜 수가 없었다. 아무리 지난밤 파과를 했다 한들 그녀는 여태껏 사내와 관계를 전혀 하지 않고 살아왔던 몸이다. 애원에 가까운 말에 백호가 낮게 웃었다.

“아침엔 너무 괴롭히진 않겠다. 하지만 네가 내 식욕을 돋우는구나.”

자신의 허리춤을 헤치고 백호가 그녀를 끌어안았다. 밑은 상당히 젖어들었고, 어젯밤 덕분에 여전히 풀린 상태였다. 그는 망설이지 않고 그녀의 다리 사이로 자신의 것을 밀어 넣었다.

“아, 아응……. 흑…….”

잠에서 깬 지 얼마 되지도 않아 아랫배로 불기둥 같은 것이 들어온다. 꿈인지 생시인지 구분이 가지 않았다. 그녀는 백호의 양손에 잡힌 채 무력하게 흔들리며 울었다.

“흑, 흐응……!”

그는 너무 괴롭히지 않겠다는 말과 다르게 점점 자제가 힘들어진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충동을 참지 못하고 남자의 두 손이 연화의 가느다란 두 다리를 벌려 세워 어깨에 걸었다. 거의 반절로 접힌 상태로 그가 체중을 싣자 연화가 비명을 올렸다.

지나치게 큰 양물이 지나치게 깊이 들어왔다.

“아, 아아……!”

“정말로 좁고 정말로 따뜻하구나. 내 것을 오물거리며 잘도 먹어치워.”

“제발, 아, 읏, 아응!”

반복적인 추삽질에 연화의 고개가 뒤로 넘어갔다. 백호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려고 본능적으로 발버둥을 쳤지만 가는 종아리가 허공을 찰 뿐이었다. 그는 연화의 복숭아뼈와 정강이를 이빨로 물어 자국을 남기며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마치 호랑이에게 잡아먹히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아랫배에서 오싹거리는 쾌락이 거부할 수 없이 치고 올라와 전신을 사로잡았다.

연화는 이제 자유로워진 두 손으로 이불을 움켜잡았다. 그녀의 손 안에서 비단금침이 마구잡이로 구겨졌다.

“백, 호 님……!”

“큭……!”

찰박거리는 소리와 함께 백호의 허릿짓이 절정으로 치달으며 연화가 고개를 뒤로 젖혔다. 매끄럽게 드러난 목덜미에 남자가 날카로운 송곳니를 박았다. 고통에 가까운 폭력적인 쾌감에 점령당하면서 연화는 자신의 몸 안에서 작은 폭발을 느꼈다.

그녀의 내벽이 힘 있게 백호의 양물을 조였다.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백호 역시 절정을 맞이했다. 그녀의 작고 따뜻한 몸 안에 자신의 씨물을 퍼뜨리면서 자신을 품고 있는 여인의 몸에 푹 묻혔다. 연화는 가쁘게 숨을 갈구했다.

“하아, 하아…….”

그는 팔꿈치로 자신의 몸을 지탱하며, 밑에서 바르작거리며 경련하듯 떨고 있는 연화에게 입을 맞췄다. 벌어진 입술 사이로 가쁜 호흡마저 뺏어갈 듯 거친 입맞춤이었다.

뱃속이 불을 품은 듯 뜨거웠다. 다시 한 번, 까무룩하고 연화의 정신이 잠시 멀어졌다. 눈앞이 흐려졌다가, 온전히 암전되었다.

아주 느리게 세상이 돌아왔다.

“정신이 드나 보군. 아무래도 몸이 힘들었나?”

백호가 미소를 지었다. 연화는 자신의 눈앞에 있는 아름다운 흰 머리카락의 남자를 보면서 잠시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아침햇살이 그의 등 뒤에서 후광처럼 빛났다.

설마, 꿈이라고 생각했던 그 모든 게 현실이었나.

방금 전의 관계까지도 꿈인지 생시인지 헷갈렸다. 연화는 눈을 비볐다. 설마 자신이 한밤 깊은 산속에서 산주 백호와 관계를 가진 것이 진짜였다니.

갑자기 꿈인지 현실인지 구분이 안 되어서 그녀는 다소 멍청한 얼굴을 했다. 그 얼굴이 꽤 귀여워서 백호는 웃음을 터뜨렸다.

“뭐야, 그 표정은.”

백호는 그녀의 곁으로 다가가 덥썩 연화를 안아 들었다. 꺅, 소리를 내며 처녀가 남자의 목에 매달렸다.

“아, 아아……. 저…….”

“내 이름도 잊은 건 아니겠지? 백호다. 사방신 백호. 널 붉은 달이 뜨는 동안의 신부로 데려왔지.”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지 몰라 더듬거리는 인간 여자를 보면서 백호는 친절하게 설명해 주었다.

그녀는 아주 가느다랗고 부드러웠다. 키는 그리 작지 않았는데 유달리 몸이 부서질 듯 가녀렸다. 백호는 그녀가 마치 날짐승 같다는 생각을 했다.

연화는 몸을 움츠렸다. 눈앞의 남자는 인간 세상의 것 같지 않게 아름다웠고 실제로도 인간이 아니었다.

옛 이야기, 그들의 신앙 속에서만 전해지던 사방신이자 이 세상 모든 산의 주인인 백호. 흰 호랑이는 가장 무섭고 공포스러운 존재인 동시에 경외의 대상이었다.

만약 어젯밤 눈앞에서 그가 변하는 것을 직접 보지 않았다면 결코 믿지 못했을 것이다. 몸집이 집채만 한 흰 호랑이가 아름다운 사내로 변하던 모습. 마치 환각처럼 눈을 의심하게 만들었던 그 광경.

“무서운 게냐?”

백호는 피식 웃으면서 고개를 숙여 인간의 여인을 들여다보았다.

지난밤 그녀를 취한 방식이 자신이 생각하기에도 거칠기는 했다. 하지만 지금도 그는 어제와 똑같이, 방금 전과 똑같이 그녀를 손 안에 쥐고 안고 싶었다.

하지만 지금 그의 손 안에서 연화는 너무 작고 가냘픈 꽃 같아서 함부로 하면 바로 바스라질 것 같았다.

“아뇨……. 아닙니다. 아닙니다.”

연화는 떨리는 속내를 감추고 간신히 고개를 저었다. 거대한 호랑이가 형형한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던 모습이 그리 쉽게 잊힐 리가 없었다. 눈앞의 미남자가 그 호랑이라는 사실을 자신의 눈으로 확인까지 했으니 더욱 그러했다.

“흠, 흠.”

침실 입구에서 헛기침하는 소리가 들렸다. 예상외의 방해에 백호가 인상을 쓰면서 돌아보았고, 그곳에는 호접이 점잖게 손을 모으고 서 있었다.

“백호 님, 지금 반려님께서는 잠시의 쉼과 목욕재계가 필요하실 듯하옵니다.”

호접은 영 섬세하지 못한 백호를 걱정해서 따라 들어온 참이었다. 그녀는 날개를 팔랑이며 다가와 주군에게 눈짓을 했다. 잔뜩 긴장해서 몸이 굳은 연화를 깨달은 백호는 아무 말 없이 그녀를 침대 위에 다시 내려놓고 호접에게 넘겨주었다.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