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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수의 붉은 달-3화 (3/113)

3화

그르릉. 남자는 잔인하게 여자의 목덜미를 물어뜯었다. 피는 흐르지 않았지만 사정없이 문 그의 송곳니에 연화의 여린 피부에 생채기가 났다.

“아, 아파, 아픕니다……!”

간신히 숨을 찾은 연화가 애원했다. 살려달라 빌었다. 그녀는 백호의 손을 꽉 쥐고 목숨줄처럼 매달렸다.

“처음은, 언제나 고통스럽게 마련이지. 흣…….”

백호는 미소를 지으며 여인을 내려다보았다. 하지만 그의 하반신은 무자비하게 움직였다.

“아, 흑!”

완전히 벌어져 제대로 닫히지도 않는 여자의 양다리를 잡고 남자는 거칠게 허리를 쳐올렸다. 연화의 가느다란 몸이 그 서슬에 풀 위로 밀려 올라갔다.

서로의 음모에 애액이 엉켜 끈적거렸다.

남자는 정신없이 바닥을 쥐어뜯고 있는 연화의 손을 잡아 자신의 목을 잡게 했다. 여자는 손 안에 잡히는 강인한 남자의 목덜미와 어깨에 정신없이 매달렸다. 백호의 흰 피부 위로 손톱자국이 벌겋게 생겼다.

“흣, 흐윽……! 백호 님, 백호 님……!”

“그래, 나는 여기 있다.”

허리 아래로는 무자비하게 쳐올리면서 백호는 진득한 목소리로 연화의 귓가에 다정하게 속삭였다. 낮고 달콤한 목소리.

몸 전체가 덜컥 덜컥 아래위로 흔들리면서 연화는 남자의 몸에 팔과 다리를 얽었다. 남자의 숨소리도 점점 더 거칠어져 갔다.

둘의 맞닿는 하지에서 찰박거리며 물기 젖은 피부가 서로 마찰하는 소리가 났다. 그 소리가, 너무나 음란했다.

“나만 보아라. 다른 걸 보는 건 용서하지 않아. 찢어 죽일 것이다.”

백호는 유혹적인 동시에 위압적으로 속삭였고 연화는 숨을 몰아쉬었다.

다 들어왔다고 생각했는데, 백호가 허릿짓을 할 때마다 그의 양물은 점점 더 깊이 연화의 아랫배로 파고들었다. 그녀의 좁고 가느다란 골반 밑으로 들어온 남자의 양물은 믿어지지 않게 커서 연화는 하반신 전체가 그의 것으로 가득 찬 것 같다고 생각했다. 음부를 넘어서 마치 배꼽까지도 백호의 물건이 들어찬 기분이었다.

그녀는 허덕이면서 자신도 모르게 아랫배를 만졌다. 손바닥 밑으로 꾸물거리며 양물의 움직임이 느껴지는 듯했다. 마른 배 안쪽에서 크고, 두꺼운 것이 부피를 늘려가며 움직이는 것만 같았다.

“크……!”

여자의 몸이 빠듯하게 백호의 양물을 조여 왔다. 내벽 한구석의 어딘가를 그의 물건이 치고 지나가면서 연화는 정신을 놓은 것처럼 바르작거렸다.

가느다란 사지가 경련을 일으키며 백호의 가슴을 밀어댔지만 그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도리어 본능적으로 허릿짓이 빨라졌다. 그녀의 가장 예민한 부분을 발견했다는 기쁨에 백호가 이빨을 드러내고 웃었다.

“아, 아응……. 하읏! 아!!”

“큽……!”

연화는 전신을 옭아매는 절정의 감각에 도리질 쳤다. 백호 역시 여자의 몸을 꽉 끌어안고 동시에 절정을 맞았다.

“후우…….”

그는 낮은 신음성을 삼키면서 여인의 몸 안에 자신의 뜨거운 정액을 분출했다. 연화의 경험 없던 몸은 난생 처음 맞이하는 절정에, 머리끝까지 정복하는 진득하고 충격적인 쾌락에 간헐적으로 경련을 일으켰다. 백호는 토정하면서 그녀의 탄력 있는 내벽이 쥐어짜듯 자신의 물건을 조이는 것을 느꼈다.

“…….”

연화의 눈앞이 새하얗게 변했다. 그녀는 점멸하는 시야 속에서 저 멀리 붉은 달을 보았다. 곧, 그녀의 의식이 재빠르게 사라졌다.

백호는 축 늘어지는 여인의 몸을 안아 올렸다. 그의 전신에 땀이 흘러내렸다. 가냘픈 인간 여인은 금수의 왕을 받아내다가 결국 정신을 잃은 듯했다.

“간만에 괜찮은 여인을 찾은 것 같군.”

백호는 만족스럽게 미소를 지었다. 체력이 약한 것은 흠결이지만 그거야 인간의 여자이니만큼 어쩔 도리가 없었다. 그녀의 매끄럽고 빠듯한 내벽이나 눈물 어린 자그마한 얼굴, 손에 착 감기는 매끄러운 피부를 생각하면 그 정도는 감수하고도 남았다.

연화를 들어 안은 채로 그는 숲 안으로 걸어들어 갔다. 백호의 몸은 천천히 투명해져 갔다. 그렇게 그는 인간계에서 차원을 건너 자신의 영토인 신령계로 들어섰다.

숲의 반대편으로 나왔을 때는 신령계였다.

백호는 밤하늘을 바라보았다. 신령계의 달은 더욱 붉고 커다랗고 잔인했다. 저 달이 뜰 때는 언제나 모든 금수들이 발정기에 미쳐 날뛴다. 가장 위험한 날일 것이다.

백호 역시 예외는 아니라서 그는 금수의 신임에도 불구하고 붉은 달이 뜰 때마다 한 번씩 발정기를 맞이했다. 붉은 달이 떠 있는 한 달가량 지속되는 그 기간마다 신에게는 반려가 필요했다. 자신의 발정기를 달래고, 마치 한 쌍의 부부처럼 지낼 만한 반려가.

원래라면 그저 형식상의 반려로 서로 예를 갖춰 같은 공간에 있다가 돌아갔겠지만 이번엔 이야기가 다르다. 백호는 만족스러운 얼굴로 그녀를 내려다보다가 공중에 몸을 띄웠다.

사방신의 신형은 공기를 타고 까마득한 절벽 위, 백호의 궁궐을 향해 올라갔다.

***

백호가 발정기를 맞이해 여자를 들이는 것은 몇십 년마다 한 번씩 있는 일이다. 붉은 달이 떠서 오게 되는 발정기는 꽤 간헐적이라 대중이 없었다.

백호의 반려 중에는 신령도 있었고 길짐승도 있었고 인간의 여자도 있었다. 인간 반려가 처음은 아니었다.

금수와 초목을 다스리는 사방신은 형식상의 반려라도 그들을 모두 존중했다. 여태까지의 반려들은 대부분 평화롭고 즐겁게 그의 발정기를 가라앉히고 함께 하다가 재화와 상을 받고 각자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간혹 그렇지 않은 자들도 있었는데, 한 인간의 여인은 그를 진심으로 사랑하게 되어 백호의 정식 반려가 되겠다고 고집을 부리다 끝끝내 벌을 받았다. 그저 한 공간 안에 달포가량 있었을 뿐인데도 그녀는 백호를 사랑하게 되어버렸던 것이다. 사방신끼리 얽혀 마찰이 있을 만큼 상당히 큰 소란이었다.

그래서 백호궁의 신령들은 또 다시 인간의 여인을 안고 불쑥 들어온 주인을 다소 당혹스럽게 바라보았다.

백호는 2층 누각에서 밖을 바라보았다. 너른 대지가 눈앞에 펼쳐졌다. 아침 햇살이 눈부셨다.

“청룡(靑龍) 놈이 또 지랄을 떨겠군.”

금수의 신은 투덜거렸다. 이 작은 산은 백호의 영토지만 산이 자리한 나라, 수국은 청룡의 가호를 받았다. 산의 모든 동물들은 백호의 수하이나 수국의 인간들은 청룡의 밑에 있다. 백호가 마음대로 연화를 데려와 반려로 삼았으니 꽤 말이 많을 것이었다.

“어차피 반려님도 좋다고 하셨잖습니까. 비록 공물의 대신이라도요.”

수호령 호접이 곁에서 날개를 팔랑거렸다. 그녀는 작은 몸에 어울리지 않는 무표정한 얼굴로 서 있었다.

“그리고 제가 말씀드렸지요. 인간은 건드리지 않으시는 게 좋다고.”

“또 잔소리냐?”

“인간은 연약하고 동시에 강한 생물입니다. 백호 님의 수하인 짐승들과는 다릅니다. 교활하면서도 강인하죠.”

“무슨 일을 벌일지 모른다 이거야?”

“그렇습니다. 아시는 분이 멋대로 인간의 여자를 데려오시다니.”

“겨우 한 달 남짓이야. 어차피 잠시 데리고 있다가 재물을 주고 내려 보낼 것이다.”

호접의 곁에 서 있던 묘우가 눈썹을 찌푸렸다. 그는 잔소리를 쏟아붓고 싶어서 입을 씰룩거리다가 간신히 말을 줄였다.

“예전에도 인간의 여자가 한 번 소란을 피우지 않았습니까. 당시 청룡 님께 꽤 큰 보상을 하셨었는데.”

“또 그러리란 법은 없잖아.”

“제발 신령 중에서 반려를 찾으세요. 어찌 이번 대의 사방신들께선 제대로 반려를 찾으시는 분이 단 한 분도 안 계신지.”

“구닥다리, 그 소리 좀 그만해.”

“다음 대를 이으셔야 하지 않습니까. 사방신의 다스림이 안정화되려면 반려와 가정이 있으셔야…….”

“현무 놈부터 찾으라고 해. 그놈이 제일 나이가 많으니까.”

백호는 투덜거리면서 손을 휘저었다.

호접과 묘우의 입을 다물게 해놓고 그는 휘적휘적 걸어서 침실로 돌아갔다. 거대한 욕실과 연결되어 있는 침실에서 연화는 정신 차리지 못하고 깊게 잠이 들어 있었다.

“……예쁘긴 하군.”

백호는 팔짱을 끼고 침대가에 기대서서 그녀의 얼굴을 감상했다.

아침 햇살 속에서 연화의 피부가 투명하게 빛났다. 울어서 조금 부은 듯한 발그레한 눈가와, 간밤에 그가 물고 빨아서 빨갛고 도톰한 입술이 눈을 끌었다.

백호는 충동적으로 고개를 숙여서 그녀의 입술에 다시 입을 맞췄다.

처음에 가벼웠던 입맞춤이 곧 깊어졌다. 입술을 벌리고 치열을 훑는 남자의 혀에 연화가 신음하면서 몸을 뒤척였다. 그녀의 부드러운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면서 백호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연화가 눈을 크게 뜨고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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