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1화 (11/11)
  • "선생님!" 

    ?갑작스러운 상황에 세진이 새된 비명소리를 내질렀다. 우악스럽게 세진을 둘러업은 것과는 달리 진한은 조심스럽게 

    ?세진을 침대에 내려놓았다. 조심스러운 진한의 손길이 세진의 머리카락에 살포시 닿았다 떨어진다.

    ?"오늘은.. 그냥 푹 자자." 

    ?그런 진한을 가만히 쳐다보는 세진은 진한의 행동에 의아함을 느꼈지만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진한이 세진의 옆에 자리를 잡고 누워 팔을 피자 세진이 말갛게 웃었다. 진한의 팔을 베고 누운 세진이 마치 어린 아이의 

    ?잠투정과도 같이 얼굴을 부비자 진한은 세진을 꼭 끌어안았다.  

    ?세진은 그 무엇과도 비교 할 수 없는 따스함에 괜시리 눈물이 나올 것만 같았다. 두 눈을 감고 진한의 품에 파고 들자

    ?진한이 다 알고 있다는 듯 세진의 등을 달래듯 쓸어주었다.  

    ?"쉬이ㅡ.. 착하지.." 

    ?세진의 귓가에 아련하게 말하는 진한의 목소리는 평소보다 짙었다. 손 끝이 떨리도록 다정한 진한의 음성에 세진은

    ?마치 마법에 걸린 듯 깊은 수면의 나락으로 빠져들었다.  

    침실을 파고 드는 따스한 햇살에 세진이 살며시 눈을 떴다. 너무 오랫동안 수면을 취한 탓인지 세진의 눈두덩이는 조금 부어 있었다.

    ?아직도 수면의 욕구에서 벗어나지 못한 세진이 멍한 두 눈을 깜빡이며 주변을 훑어 보았지만 진한은 없었다. 

    ?"흐으응-.." 

    ?가볍게 기지개를 펴던 세진이 인상을 쓰며 고개를 갸웃했다. 침대에서 벗어나 천천히 옷장 앞으로 걸어간 세진은 몸을 굽혀 옷가지를

    ?들어올렸다. 진한의 체취가 많이 묻어 있는 이 옷들은 진한이 어제 밤에 입고 자던 옷이었다. 

    ?그러고 보니 옷장의 문도 열려 있는데다 평소의 진한 답지 않게 옷들도 이리저리 널부러져 있었다. 

    ?피식- 한동안 진한이 벗어 놓은 옷을 끌어 안고 있던 세진이 입가에 잔잔한 미소를 머금었다. 이 사람도 지각이란걸 하는구나..

    ?제 볼을 긁적이던 세진은 진한의 옷을 잘 개어 놓곤 옷장의 문을 닫았다. 

    ?띠링- 

    ?옷장 안에서 들려오는 익숙한 알람 소리에 세진은 고개를 갸웃했다. 옷장 문을 열어 재킷 주머니를 살피자 낯익은 핸드폰이 나왔다.

    ?"..오늘 정말 급하셨나보네.."

    가만히 진한의 핸드폰을 쳐다보던 세진이 자신의 입술을 가볍게 깨물었다.

    잠시 심호흡을 하던 세진은 자신에겐 그 무엇보다 친숙한 번호를 눌렀다.

    익숙한 클래식이 흘러나오고, 얼마 지나지 않아 짜증 섞인 수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여보세요

    "형.."

    - 누구

    "..나, 세진이."

    - 장세진? 진짜 장세진이야? 너 어디야 이 새끼야!! 너 아직도 그새끼 집에서 살고 있어?!

    "형, 잠깐, 잠깐 진정 좀 해봐.."

    - 내가 진정하게 생겼어!!

    "나 이제 괜찮아.. 진짜라니까?"

    - 그럼 왜 연락은 다 씹어, 이 번호는 또 뭐야?

    "어.. 그게, 잃어버렸나봐. 어디갔는지 모르겠는거 있지..

    이거 선생님 핸드폰이야. 이렇게 걱정할까봐 전화했지.."

    - .... 어휴, 이 썩어 문드러질 새끼야.. 걱정하는 사람들 생각은 안하냐!

    "내 걱정할 사람이 형말고 또 있나.. 아, 이젠 진한씨도 내 생각하겠다.."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리듯 내뱉어 버린 말에 세진은 기분 좋은 듯 눈꼬리를 휘어 웃어보였다. 

    - 지이인하아안씨이이이? 

    비아냥 가득한 수현의 말에 세진의 얼굴이 발갛게 달아올랐다.

    "하..하하.."

    - 하, 됐고 긴말 할 거 없어. 만나. 만나서 얘기해.

    "그치만, 선생님이 싫어하실텐데.."

    - 지금 그새끼가 더 중요해?! 로엠으로 지금 당장 나와!

    "..으..ㅇ..어?"

    세진이 차마 대답하기도 전에 전화는 끊겨져 있었다. 난감한 듯 자신의 볼을 긁적이던 세진이 가볍게 한숨을 쉬었다.

    '선생님이 오기 전까진.. 괜찮겠지..?'

    가볍게 샤워를 마친 세진이 침대에 놓여져 있는 핸드폰을 보고 살짝 입술을 깨물었다.

    "..미안해요 선생님. 나 진짜 금방 돌아올게요.."

    로엠에 도착한 세진이 두리번거리며 수현을 찾았다. 수현을 발견한 세진의 입가엔 웃음이 맴돌았지만, 그의 맞은편에 앉아 있는

    여자의 뒷모습에 세진은 고개를 갸웃했다. 고개를 든 수현이 세진을 향해 가볍게 손을 흔들었다.

    왠지 모를 꺼림칙한 느낌에 떨어지는 발걸음이 무거웠다. 

    "..형?"

    조심스럽게 수현을 부른 세진은 천천히 맞은편에 앉아 있는 여자를 쳐다보았다.

    멍해있던 세진의 눈이 점점 커지자 앉아 있던 여자가 천천히 일어서며 세진의 손을 꼭 잡았다.

    "세진아.."

    "..이거였어? 날 불러낸 이유가?"

    수현을 노려보며 잡혀 있던 세진이 손을 빼내려 하자 여자는 세진의 손을 더욱 꽉 쥐었다.

    "엄마랑 가자, 집에 가자 세진아."

    "..싫어, 엄마랑 못가. 아니.. 안가."

    "장세진!"

    세진의 엄마인 희주가 세진의 이름을 소리쳐 부르자 세진이 거칠게 희주의 손을 뿌리쳤다.

    "왜! 이제와서 이러는 이유가 뭔데?

    원래 나같은거 신경안쓰잖아. 뭘 하고 돌아다니던 신경안썼잖아!!

    아들이 사내새끼랑 붙어먹는다고, 소문이라도 났어?

    자식새끼란 놈이 남자랑 정분나고 그 엄마는 이남자 저남자 붙어먹으니

    더이상 지 새끼들 못맡기겠대?!"

    짝ㅡ! 

    세진의 말이 끝나자마자 희주가 세진의 뺨을 쳤다. 자신의 입술을 악세게 깨문 세진이 희주를 노려보았다.

    "두 말 할 거 없어. 집으로 가."

    "엄마!!"

    표독스럽게 세진의 팔을 움켜쥔 희주가 세진을 끌고 카페를 나섰다. 희주의 차가 주차된 곳 까지 세진을 끌고 가던 희주가

    차 키의 리모컨 버튼을 눌렀다.

    "조용히 타."

    "....."

    세진을 밀치고 차문을 연 희주가 세진의 어깨에 손톱을 세우며 짓눌렀다. 그 따끔한 쓰라림에 인상을 쓴 세진이 희주를 노려보았지만

    그녀는 얼굴을 굳힌 채, 세진을 내려다 볼 뿐이었다.

    결국 체념한 듯, 세진이 차에 올라타자마자 희주는 차 문을 거칠게 닫았다.

    세진을 싣은 차는 그렇게도 세진이 끔직해 했던 그의 집으로 향하고 있었다.

     수현은 세진의 집으로 향하는 그녀의 차를 지켜보다 그대로 걸음을 돌렸다.

    '장세진. 지금은 힘들지 몰라도 언젠간 나한테 고마워할거야.'

    점퍼 주머니에 두 손을 찔러넣은 수현은 굳어진 얼굴로 땅을 쳐다보았다.

    "그런데.. 왜 이렇게 기분이 좆같냐.. 씨발."

    카페 안에서 세진의 엄마와 자신이 같이 있는 모습을 봤을 때, 세진은 배신이라도 당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

    바로, 자신을 향해.

    왠지 모를 착잡한 기분에 수현은 손바닥으로 자신의 얼굴을 쓸어내렸다.

    운전대를 잡은 희주의 손은 새하얗게 질려있었다.

    힐끔, 세진이 그런 희주를 쳐다보았지만 이내 곧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언제부터니?"

    차분하게 가라앉은 희주의 목소리가 세진의 고막을 타고 흘러들어왔다. 

    희주의 질문에도 대답을 하지 않던 세진은 살짝 인상을 찌푸리며 자신의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는 세진을 곁눈질하던 희주의 눈매는 세진과 매우 닮아있었다.

    "학원 선생이라며?"

    질문이 아닌, 확인 받기 위해 내뱉은 말에도 세진은 그 어떤 말도 하지 않았다. 조용히 내리깐 그의 시선은 

    불안정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난 절대 인정못해. 내 배아파 낳은 자식새끼가..

    말 그대로 사내새끼랑 붙어먹는거, 인정못해."

    "....."

    "나이가 어려서, 그럴수도 있는거라고? 

    다시 정상적으로 돌아올 수 있을거라고? ..웃기지말라그래,

    내 새끼를 내가 모를까.."

    희주의 손이 부들부들떨리며 자조적으로 중얼거렸다.

    "..엄마,"

    "좋아한다고? 네가, 사내새끼를? 사랑을 해? 

    정상적인 기집년 하나 꿰차고 살아도 모자를 판에!?"

    "엄마!!"

    끼익ㅡ!

    감정적인 컨트롤이 안되는 모양인지, 희주가 급하게 브레이크를 밟았다.

    자신을 달래려는듯, 급하게 내뱉는 희주의 숨결은 떨리고 있었다. 두 눈을 부릅- 뜨고 세진을 쳐다보는 희주의 눈빛은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

    "어떻게 살려고 그래!!"

    "....."

    "내가 엄마라는 소리 못들어도 싼 년이라는거 알아!

    네 아빠 옆에 두고도 다른 남자 만나면서 너 하나 제대로 케어 못해준 것도 알아!

    그래도 그렇지, 네가 어떻게 이럴 수 있어.

    남자라니? 여자도 아닌 남자라니!

    차라리 여자를 그렇게 후리고 다녔으면, 너나 나나 이렇게 힘들지는 않잖아!!"

    "엄마, 제발!!"

    "내가 아무리 널 방치하고 키웠어도, 넌 내 새끼야.

    지 자식 새끼가 손가락질 받으며 살겠다는데, 좋아할 엄마는 없어.

    내 말 무슨 뜻인지 알아들어?!"

    울먹이며 한자 한자 똑바로 말하려 애쓰는 희주의 모습에 세진은 울음을 터트렸다.

    자신의 무릎 위에 두 주먹을 꼭 쥐며 눈물을 떨구고 있는 세진의 모습에 희주는 난생 처음 가슴이 미어진다는 뜻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느꼈다.

    "..미안해."

    속삭이듯 희주에게 사과한 세진의 표정은 많이 지쳐보였다. 쉴 새 없이 자신의 손등으로 떨어지는

    눈물을 빤히 쳐다보면서 머리 속에서 자꾸만 맴도는 진한의 생각에 세진은 자신의 가슴이 찢기는 고통을 느껴야 했다.

    어느새 자신의 손을 꼭 잡고 있던 희주가 세진에게 나긋하게 말했다.

    "..집에, 가자.."

    방울진 눈물을 후두둑- 떨구던 세진은 잔뜩 쉬어버린 목소리로 대답했다.

    "..응. 쉬고 싶어.."

    현관 비밀번호를 누르고 들어오며 진한은 자신의 목에 매어져 있는 넥타이를 느슨하게 풀었다.

    자신을 반겨야할 녀석의 반응이 없자 진한은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다..크흠, 다녀왔어-"

    한번도 하지 않았던 인사에 조금 부끄러웠던 모양인지 진한의 목이 살짝 달아올라있었다.

    자신의 인기척에도 별다른 반응이 없자 진한의 미간이 확연하게 찌푸려졌다.

    안방 문을 거칠게 열자 사람의 온기가 아닌 싸늘한 공기만이 자신을 반겼다. 

    진한은 자신의 심장이 미친듯이 뛰는것을 느꼈다. 문고리를 잡은 손이 차갑게 식는것 또한 느꼈다.

    천천히 돌아서 나가려는 순간, 침대에 올려져 있는 검은 물체가 진한의 시선을 끌었다.

    침대를 향해 한걸음 한걸음 발을 뗄 때마다 진한의 몸은 위태롭게 휘청거렸다.

    핸드폰을 고이 들어 통화버튼을 누르자 머지않아 꽤나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 여보세요?

    "...김수현,"

    수화기 저편에서 급하게 숨을 들이키는 소리가 들렸다. 그 모습에 진한은 비웃어주고 싶었지만, 차마 그럴 수 없었다.

    "어디에 있지?"

    - ..뭐가?

    "..장세진, 장세진 어디에 있어!"

    참지 못해 터져나온 그의 목소리는 갈라져있었다. 지친듯한 진한의 표정은 퍽 괴로워 보였고, 침대 시트를 쥔 그의 손은

    바르르 떨리고 있었다.

    - 세진이를.. 왜 나한테서 찾는건데?

    "하.. 어디 있는지 넌.. 알고 있으니까."

    - .......

    "나는 그 여자와는 달라. 녀석을 혼자 두는 일은 없을거다."

    - ....개같은 새끼. 세진이 지금 쯤은 집에 있을꺼다.

    "..큭.. 그래. 그 여자에게 있는거였군."

    - ..그래. 내가 아주머니를 불렀어. 난 도저히 그녀석을 그냥 둘 수 없었다고.

    "..그거, 알고 있는지 모르겠군. 그 애미는.. 이미 나에게 장세진을 넘겼어."

    말을 마친 진한은 통화를 마침과 동시에 핸드폰을 집어던졌다.

    진한은 눈 앞에 보이는것 없이 미친듯 운전했다. 이미 그 집에 대해선 전부터 잘 알고 있었다.

    세진과 자신이 학원에서 처음 만난 그 날부터.

    손 끝이 저릴 정도로 운전대를 잡은 진한의 손은 핏줄이 불거져있었다.

    "..씨발,"

    머릿속이 새하얗게 비워지고, 눈 앞이 타들어가는 것처럼 뜨겁다. 내뱉는 호흡이 가늘어지고, 아랫배에 힘이 들어갔다.

    끼이이익ㅡ!

    진한이 거칠게 세진의 집 앞에 차를 댔다. 차 밖으로 튀어나온 진한은 단단히 닫혀진 대문을 노려보고 있었다.

    띵ㅡ동.

    벽에 붙어있는 초인종을 누르는 손 끝은, 인내심이 바닥이 난 듯 떨리고 있었다.

    쾅ㅡ! 쾅쾅ㅡ!

    결국 진한은 저 밑바닥에서부터 끓어오르는 화를 참지 못하고 무작정 주먹을 들어 대문을 치기 시작했다.

    그의 살가죽이 대문에 긁혀 벗겨졌지만, 그의 표정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송글송글 새빨간 피가 맺히더니 진한의 손목을 타고 흐르기 시작했다. 

    붉은 피가 진한의 셔츠 소매를 적실 때 대문 너머에서 잠금장치를 푸는 소리가 들렸다.

    대문을 치려던 손을 떨군 진한은 한 발자국 뒤로 물러섰다.

    느릿하게 열린 대문 안쪽에서는 상당히 지쳤지만, 강단있는 표정의 희주가 서 있었다.

    "..무슨 일이죠?"

    "데리러 왔습니다."

    "세진이는 보내줄 수 없어요. 그만 돌아가세요."

    "어머님."

    "난 그쪽 어머님 아니에요. 더이상 할 말 없으니까 돌-.."

    "제게 그 아이를 떠민 건 어머님이시지 않습니까."

    "..이봐요,"

    희주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내뱉은 진한의 말에 희주는 표독스럽게 진한을 노려보았다.

    "그 아이가 태어났을 때부터 쭉 그러셨죠. 

    가정부에게 녀석을 맡겨놓은 채로 다른 남자와의 정분을 즐기셨습니다.

    제말이 틀립니까?"

    "이봐요, 박진한씨!"

    "세진이 제 집으로 오겠다고 한 그날도, 어머님은 끝까지 잡지 않으셨습니다.

    알고 있었습니다. 어머님이 그러실거라는거. 그래서 녀석을 집으로 데려온겁니다.

    전 누구와는 다르게 녀석을 혼자 두지 않을테니까요. "

    희주를 내리깔아 보며 조롱하던 진한은 희주에 뒤에서 위태위태하게 서 있는 세진을 보았다.

    그제야 표정이 풀어진 진한이 자신의 입술을 잘근잘근 깨물고 있는 희주를 쳐다보았다.

    "세진을 제게 주십시오."

    단도직입적인 진한의 말에 희주의 표정이 굳어졌다.

    "이보세요, 지금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요?!"

    희주의 목소리가 한층 날카로워졌다. 경악하는 표정을 숨기지 않은 채, 희주는 신경질을 부렸다.

    천천히 무릎을 꿇는 진한은 세진을 향해 있는 시선을 돌리지 않은 채 말했다.

    "저녀석을 사랑하고 있습니다. 압니다. 남자끼리 사랑하는것이, 많이 괴롭다는거.

    사회적인 시선도 곱지 않을거란거 잘 알고 있습니다. 제가 더 많이 노력하겠습니다.

    저녀석 제가 평생 책임지고 끌어안고 살겠습니다. 못미더우시다면 지켜봐주세요. 

    이제라도 제대로된 어미 노릇을 하고 싶으시다면요."

    세진에 대한 자신의 감정을 털어놓던 진한은, 희주에 대한 원망도 숨기지 않았다.

    당황한 듯 고개를 들리고 눈살을 찌푸리던 희주는 자신의 뒤쪽에 가만히 서있던 세진을 발견했다.

    "장세진.. 이리와."

    희주에 부름에 미적거리며 다가간 세진은 힐끔 진한을 쳐다보았다.

    세진의 시선에, 진한은 해맑게 웃어보였다. 순간, 세진의 두 눈이 커다랗게 뜨이고 얼굴이 확 붉어졌다.

    홱- 소리가 날 정도로 고개를 돌린 세진은 어쩔 줄 몰라하고 있었다. 처음으로 진한이 자신에게 예쁘게 웃어주었다.

    아니, 진한의 웃음은 예쁘기도 했고 멋있기도 했다. 붉게 달아올라 안절부절 못하는 세진을 본 

    희주가 어이가 없다는 듯 콧방귀를 꼈다.

    "..그렇게 좋아?"

    "어?"

    "좋냐고-.. 저놈이."

    "어..엄마, 아무리 그래도 놈이 뭐야.. 선생님이신데.."

    "흥, 그걸 누가 몰라?"

    "..음. 나도 선생님이 좋아. 아니, 그 이상으로.."

    "...됐어, 그만- 알았어. 알아 들었어. 그 이상 듣기엔 엄마가 좀 힘들거같다."

    "..엄마-.."

    "저 놈이나 일으켜 세워. 빨리 저 놈 집으로 가."

    "아? .. 엄마? 그치만-"

    "아예 나가 살라는거 아냐. 적어도 일주일에 두번은 와.

    그리고 당신. 나 아직 박진한씨 인정한거 아냐. 내 새끼한테서 눈물흘리는 날엔

    아예 목을 따버릴테니까."

    희주의 표독스러운 말에도 진한은 웃음을 잃지 않았다. 느릿하게 자리에 일어선 진한이 자신의 무릎을 두어번 털더니 

    깊게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감사합니다. 절대- 제 목이 따이는 일은 없을겁니다 어머님."

    "흥."

    진한이 말을 마치자마자 희주는 몸을 돌려 집 안으로 들어갔다. 희주의 모습이 사라지자 세진이 진한의 곁으로 가, 

    그의 손을 꼭 잡았다.

    "..미안해요 선생님."

    고개를 숙이고 자신의 입술을 깨무는 세진의 턱을 살짝 들어올린 진한이 세진의 이마에 가볍게 입술을 찍었다.

    "뭐가 미안하지?"

    "그냥.. 다.."

    "사과해야할건 나다."

    "응..?"

    "내가 네 어머님, 꽤나 힘들게 했잖아. 겉으론 강한척하셔도 상처받으셨을거다."

    "아..."

    "네가 내 옆에 있어 상관없다하면.. 내가 정말 못된거냐?"

    "..풋- , 네. 선생님 정말 못됐어요."

    눈꼬리에 눈물을 매달고 기쁜듯 웃는 세진을 보자 진한도 따라 웃었다.

    "끝까지 책임져줄게. 내 옆에.. 계속 붙어있을 자신 있나?"

    "먼저 고백한것도 저에요, 선생님. 벌써 잊으신거에요?"

    피식ㅡ 웃은 진한이 손을 들어 세진의 머리를 헝클었다. 세진의 어깨를 감싸안은 진한이 귓가에 나즈막히 속삭였다.

    "집에 가실까요, 여보님?"

    "푸흐-.. 네. 집에 가요."

    진한에게 자신의 몸을 기댄 세진의 표정은 처음으로 가장 편해보였고, 진한의 표정엔 따스함이 물들어 있었다. 

     *

    아, 완결이 드디어 났네요 ㅠㅠㅠ .. 

    긴 글 읽으시느라 수고 많으셨습니다. 여태까지 응원해주시고 읽어주셨던 분들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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