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화
얼마 지나지 않아 두 번째 사정을 한 고결이 뒤로 한껏 젖히고 있던 고개를 느리게 차우현의 어깨에다 툭 기댔다. 하아, 하아. 거칠게 몰아쉬는 숨에서 단 냄새가 났다. 고결의 아래턱을 붙잡아 들어 올린 차우현이 그대로 입을 맞췄다. 제 성기를 물었던 입이지만 더럽다는 생각 따윈 들지 않았다. 차우현은 아무렇지 않게 고결의 입안으로 혀를 밀어 넣었다. 어설프게 맞닿아 오는 혀끝을 조금 강하게 문지르고 입천장을 건드리며 입안 곳곳을 맛봤다. 매끈한 점막이 지금 제 것을 삼키고 있는 구멍만큼이나 뜨거웠다.
“으응… 읏, 흐으….”
통째로 잡아먹히는 것 같은 다소 거친 키스에 고결이 잔뜩 억눌린 소리를 흘렸다. 차우현의 힘에 의해 몸이 자꾸만 뒤로 떠밀렸다. 고결은 더 버티지 못하고 결국 뒤로 쓰러지듯 누웠다. 살짝 빠진 성기를 재차 다급하게 밀어 넣은 차우현이 고결의 허벅지 안쪽을 강하게 붙잡곤 허리를 앞뒤로 크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고결은 그런 우현을 밀어내지도 못하고 두 다리를 활짝 벌린 채로 신음했다. 고결이 내뱉는 신음이 모조리 우현의 입안으로 삼켜져 들어갔다.
결아. 결아. 결아. 차우현은 계속해서 속으로 고결의 이름을 되뇌었다. 정복욕이 움텄다. 고취됐다. 그렇게나 기다리고 바라던 순간이었다. 뭉개지며 넘어오는 신음이, 제 것을 콱콱 물어 대는 아래가 너무 좋아서 등줄기로 소름이 돋아날 지경이었다.
입술을 떼어낸 차우현이 굽혔던 허리를 펴곤 고결의 오금을 붙잡아 다리를 위로 들어 올렸다. 고결의 허리가 반쯤 접힌 채 허공에 떴다. 그 상태로 강하게 안쪽을 찔러 대는 차우현에 고결의 입에서 새된 비명과도 같은 신음이 튀어나왔다.
붉고 하얀 몸이 차우현의 아래서 정처 없이 흔들리며 울었다. 그 모습을 제 눈에 새기듯 형형한 시선으로 담아내며 차우현은 근육이 서도록 저작근에 힘을 줬다. 턱이 뻐근한지도 몰랐다. 그것보다는 피가 잔뜩 몰린 채 좁고 뜨거운 점막과 마찰을 반복하고 있는 제 성기가 몇 배로 더 뻐근했으니까.
정복욕에 입이 말랐다. 이렇게 가지고도 더 갖고 싶었다. 뼈와 살을 낱낱이 다 발라 먹고 싶었다. 아니. 그냥 뼈까지 남김없이 다 씹어 먹어 버리고 싶었다. 울지 말라고 다정하게 달래 주고 싶기도, 저 때문에 힘들어서 죽고 싶어질 때까지 잔뜩 몰아붙이고 싶기도, 또 소중하게 아껴주고 싶기도, 마냥 괴롭히고 싶기도 했다. 여러 갈래로 움트는 다양한 감정들이 버거웠다. 결아, 내가 이 감정을, 지금 이런 내 마음을 대체 뭐라고 불러야 하는 걸까. 응? 혹시 너는 알아?
“하으읏! 으, 으흣… 아, 아아! 아흑!”
차우현은 혀를 내밀어 자신의 입술을 핥았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다. 여전히 갈증은 해소되지 않았다. 허리를 숙인 차우현이 뾰족하게 세운 혀를 고결의 귀 안으로 집어넣었다. 결이 질겁하며 우는 소리를 냈다. 그와 동시에 아래가 콱 조여들었다. 욱신거릴 정도로 뻐근한 그 조임에 차우현은 낮게 웃음을 흘렸다. 아주 만족스러웠다. 밀려들던 갈증이 깔끔하게 해소됐다.
사실 차우현은 이 감정의 이름을 알고 있었다. 이 앞에 붙을 수 있는 이름은 딱 하나뿐이었다. 이 복잡한 감정들은 오직 이 단어에 의해서만 하나로 정의될 수 있었다. 적어도 차우현의 앞에서는 그랬다. 드글드글 끓다 못해 검게 그을려 밑바닥에 끈적하게 눌어붙은 이 감정은 누가 뭐라고 해도 사랑이었다. 사랑이 맞았다. 왜냐면 차우현이 그렇게 부르기로 했으니까.
“결아.”
작게 고결의 이름을 속삭인 차우현이 귀에다 짧게 입을 맞춘 후 안을 가득 채우고 있던 제 것을 천천히 빼냈다. 성기가 느릿하게 빠져나가는 감각조차도 자극적이라 고결은 경련하듯 몸을 떨며 바르작거렸다. 눈물로 범벅이 된 얼굴을 다정하게 쓸어 준 차우현이 옅게 미소 지었다. 벅찬 호흡 탓에 고결의 판판한 가슴팍이 위아래로 빠르게 들썩거렸다. 고결이 열을 머금은 흐릿한 눈으로 차우현을 멍하니 올려다보았다.
차우현은 그런 고결과 잠시 눈을 맞추다 허리 아래로 팔을 넣어 엎드리게끔 만들었다. 차우현의 손길을 따라 착실하게 몸을 뒤집으면서도 고결은 고개를 옆으로 틀었다. 제 뒤에 있는 우현의 얼굴을 보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그건 별 의미 없는 몸짓이었다. 다시 아래를 꿰뚫고 들어오는 차우현의 성기에 고결은 베개에다 얼굴을 처박듯이 기대야만 했다.
“아흐, 으으읏!”
고결이 앓는 소리를 냈다. 그것과는 별개로 이제 고결의 아래는 전혀 무리 없이 차우현의 성기를 뿌리까지 삼켜냈다. 철벅철벅 살과 살이 맞부딪혔다. 계속된 마찰로 인해 구멍뿐만 아니라 엉덩이 주변의 살까지 붉게 물들었다. 하지만 고결은 화끈거리는 감각도 느끼지 못했다. 그저 우현이 주는 쾌락을 좇고 따라가기에 바빴다. 아까와는 달리 얕고 잦게 허리를 움직이는 차우현을 따라 고결의 몸도 잘게 흔들렸다.
“응, 으… 으응! 하읏! 흐….”
“하아.”
한참 동안 고결의 골반을 붙잡고서 허리 짓을 하던 차우현이 별안간 강한 힘으로 아래를 쿵 치받았다. 윽. 고결이 억눌린 소리를 냈다. 내장이 밀려 올라오는 거북한 느낌에 약간의 구역감마저 몰려들었다. 아무리 아래가 노곤하게 풀렸다고 해도 갑자기 이렇게 강한 힘으로 끝까지 밀고 들어오면 힘들었다.
버티지 못한 고결의 허리가 맥없이 아래로 내려갔다. 차우현이 골반을 붙잡고 있는 탓에 엉덩이만 위로 바짝 치켜올린 자세가 됐다. 도드라진 날개 뼈와 움푹 안으로 들어간 척추뼈에 우현은 저절로 시선을 빼앗겼다. 고결의 등을 감상하듯 느리게 훑는 차우현의 두 눈이 육욕에 젖어 번들거렸다. 이제 각인만 하면 됐다. 고결의 목을 문 채 이 좁은 안에다 사정만 하면, 그걸로 끝이었다.
차우현은 위로 솟은 고결의 엉덩이에다 몇 번 더 강하게 피스톤질을 반복했다. 선을 넘지 않고 찰랑이기만 하던 쾌감이 그제야 드디어 흘러넘쳤다. 차우현은 마른 골반을 붙잡은 손아귀에 힘을 실었다. 고결이 도망가지 못하도록. 상체를 숙인 차우현이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고결의 뒷덜미에다 자신의 이를 강하게 박아 넣었다. 그리고 그 상태로 파정했다.
허억. 익숙지 않은 감각에 고결은 크게 숨을 들이마셨다. 아까와는 다른 의미로 안이 홧홧했다. 뜨거운 무언가가 제 안쪽 깊은 곳으로 끊임없이 흘러 들어오고 있었다. 본능적인 거부감에 고결은 도망치려 했다. 하지만 강하게 제 골반을 틀어쥐고 있는 차우현 때문에 조금도 움직이지 못했다. 고결의 발이 힘없이 침대 시트만 죽죽 밀어 댔다.
차우현은 고결을 놔 주지 않았다. 고결의 안에다 제 모든 것을 하나도 남김없이 쏟아 낸 뒤에도 아주 오랫동안.
-9. 포박-
“이 쓸모라곤 없는 쓰레기 새끼 같으니라고!”
차우현이 서재의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차 회장이 몸까지 부들부들 떨어 가며 악을 썼다. 그것만으로는 분이 삭질 않는 건지 차 회장이 분주하게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차 회장의 시선이 향한 곳은 책상 한편에 자리 잡은 거북이 모양의 천연 흑요석 장식품이었다.
차 회장은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그걸 집어 차우현이 서 있는 문가로 힘껏 내던졌다. 무거운 거북이 장식품은 다행스럽게도 차우현한테까지 날아오지 못하고 발치로 고꾸라지듯 떨어졌다. 차우현은 제 발치에서 나뒹굴고 있는 장식품을 잠시 내려다보다 작게 고개를 꾸벅거렸다.
“안녕하세요. 회장님.”
뒤늦은 인사가 전해졌다. 차우현이 차 회장이 앉아 있는 책상 앞으로 가까이 다가갔다. 차 회장이 두 눈을 날카롭게 부릅떴다. 감히 네놈이 지금 안녕이라는 말을 입에 올릴 수 있냐는 듯이.
고결과 각인한 지 이제 겨우 이틀째였다. 차우현은 이 사실을 세상에 공공연하게 알릴 생각이었다. 그래야 보다 온전히, 견고하게 고결을 제 옆에 묶어 둘 수 있을 테니까. 하지만 배우 차우현한테 각인을 한 반려자가 생겼다는 사실은 세상에 단 한마디도 전해지지 않았다. 기사가 나갈 것을 미리 접한 차 회장이 모든 수단을 동원해 그걸 막은 탓이었다. 당연히 기자 회견도 열 수 없었다. 차 회장은 당장 차우현을 본가로 불러들였다.
“내가 네놈한테 바라는 거라곤 그저 씨, 우성 알파라는 그 씨 하나뿐이었는데 그걸 이딴 식으로 망쳐?”
차우현에 대한 기대감을 모두 거둬 낸 차 회장은 다른 방법을 고안해 냈다. 어쨌거나 차우현은 우성 알파였다. 차우현은 쓸모없을지언정 그의 형질만큼은 CH그룹에 반드시 필요했다. 차 회장은 차우현을 일찍 결혼시켜 그의 형질을 물려받을 2세를 보기로 결심했다. 이미 괜찮은 우성 오메가도 알아봐 둔 차였다. 바로 한성물산의 둘째 딸, 박아린이었다.
그녀는 한성문화재단 문화예술본부팀의 팀장이었다. 아직 나이가 어려 팀장 자리를 맡고 있긴 하지만 추후에 그녀가 이사장 자리를 꿰찰 거라는 건 자명한 사실이었다. CH병원을 통해 검사해 본 결과 차우현과 박아린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가 우성 알파로 발현할 확률은 약 67%정도였다. 완벽히 마음에 차지는 않지만 그래도 여태껏 검사를 맡긴 우성 오메가 중에선 가장 높은 수치였다.
“정해 준 우성 오메가랑 결혼해서 가정만 꾸리면 된다는데 그거 하나도 못 해서 열성 오메가를. 그것도 심지어 사내놈이랑 각인을 해?”
차 회장은 차우현이 배우로 데뷔한 이래 꾸준히 강요해 왔다. 네놈의 쓸모라고는 우성 알파라는 형질뿐이니 최대한 얌전히 활동하다 내가 골라 준 여자와 결혼해 가정을 꾸리라고. 이 집안에서 네놈의 필요는 그게 전부라고. 그래서 차우현이 배우로 활동하는 걸 딱히 막지 않은 것이었다. 이 과정에서 배우 차우현이라는 이름이 가지는 장점이 제법 커서 오히려 혼사에 도움이 되기까지 했기에.
얌전히 활동하라고 당부하긴 했지만 사실 차우현이 사고를 칠 거란 생각 따위는 하지 않았다. 애초에 그럴 만한 위인이 되지 못한다고 여겼기 때문이었다. 저딴 게 어딜 가서 무슨 짓을 할 수 있겠어. 차우현에 대한 차 회장의 감상이란 그런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