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헬로우, 곤니치와, 안녕-19화 (19/29)

[19]

턱이 아팠다. 무턱대고 입을 크게 벌리고 그의 것을 뿌리까지 삼켰다가 목청에 닿는 바람에 구역질을 할 뻔 했다. 다시 입 밖으로 꺼내자 그만두려는 것으로 알았는지 아힘은 다급하게 손가락으로 내 입을 벌리려 했다. 혀에 닿은 그의 손가락을 가볍게 물어주자 당황한 듯 얼른 그것을 빼내었다. 그러나 곧 좀 전보다 더 다급하게 내 입을 벌린 채 허리를 내밀었다. 나는 여전히 눈가에 눈물을 방울방울 단 채 그를 올려다보았다.

<천천히 할게요.>

여전히 울먹이는 음성이었다. 흠, 흠, 목을 다듬자 그가 침을 꼴깍 삼키는 것이 보였다. 목의 굵은 목젖이 꿈틀거리는 것을 올려다보며, 나는 그것이 묘하게 야한 느낌이라고 생각했다.

<아아……. >

한 손은 그의 허리를 잡고 나머지 한 손으로 그의 페니스를 붙잡고 혀를 내밀어 샅샅이 핥아주자 그가 낮고 굵은 신음을 내뱉었다. 그 소리를 듣자 내 페니스 또한 다시 반응하는 것이 느껴졌다. 허리 아래가 근질거렸다.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그가 좀 더 보채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한동안 계속 혀만 놀리고 있자 아힘이 허리를 움직여 그것은 내 얼굴에 비볐다. 뜨거운 얼굴에 더 뜨겁게 와 닿는 것에 놀라 그것을 잡고 호호 입김을 불었다. 위에서 아힘이 작게 웃는 소리가 들렸다.

<응…으응……. >

이번에는 조심해서 입을 벌렸다. 그가 함부로 허리를 움직이지 못하도록 그의 골반뼈를 단단히 붙잡은 채 거근을 삼켰다. 그 상태에서 혀를 사용하고 싶었지만, 무리였다. 고개를 움직여 그것을 몇 번 상냥하게 훑어주는 데에도 벌써 턱이 얼얼했다. 입의 압력을 이용해 조여주자 그가 한순간 허리에 힘을 넣었다. 목을 찔러오는 것을 겨우 고개를 뒤로 젖혀 피할 수 있었다.

무어라 항의의 말을 하려 고개를 들었지만 그의 표정 때문에 아무 말 없이 다시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무언가를 참는 듯 잔뜩 인상을 찌푸린 채 아랫입술을 꽉 깨물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또다시 취중 객기가 슬슬 머리를 들었다.

<허리 움직이지 말아요. 그냥 내가 알아서 할게요.>

<…알았어요.>

그의 대답을 듣자마자 나는 입을 크게 벌린 채 곧바로 그의 것을 빨아들였다. 부러 야한 소리를 잔뜩 내며 혀까지 놀리자 침이 턱을 타고 흘러 내렸다. 그것을 닦을 새도 없이 그의 골반뼈를 붙잡고 머리를 움직였다. 그가 내 어깨를 꽉 잡아왔다. 응, 응, 응. 움직임에 따라 웅얼거리는 신음이 따라 새어나왔다. 그 상태로 눈을 치켜떠 올려다보자 그가 이를 악물고 있는 것이 보였다. 단단한 턱이 힘을 줘 툭 튀어나와있었다. 그의 목젖을 빨고 싶었다.

입술을 조인 채 움직임을 빨리 하자 그가 가픈 숨을 쉬었다. 그의 것이 팽팽하게 솟아올랐다. 그에 따라 움직임이 힘들어졌지만 개의치 않고 요리조리 고개를 돌렸다. 그와 나의 신음소리 외에도 점액과 점액의 소리가 방안을 채웠다. 미쳤어, 미쳤어. 귓속이 왕왕 울렸지만 눈을 감아버렸다.

<으- 으읏!>

그리고 내 입안에서 그의 것이 절정을 맞이했다. 자제할 수 없었던 것이 미안했는지 그가 얼른 빼내려 했지만 나는 그의 낭심까지 골고루 핥아주었다. 그리고, 재빨리 몸을 올려 그의 목젖을 입에 담았다. 쪽, 쪽, 소리를 내며 두어 번 입술을 모아 핥고 또다시 재빨리 제자리에 앉아버렸다. 그가 멍하니 그런 나를 내려다보았다.

<…미안해요, 그걸 한번… 그렇게 해보고 싶었어요.>

그의 것이 묻은 입술을 손등으로 닦으며 웅얼거리듯 변명했다. 아힘은 바지를 올리지 않았다. 오히려 무릎에 걸린 바지를 완전히 벗어 던져버렸다. 그리고 순식간에 윗옷까지 벗어버리곤 침대 위로 무릎을 딛고 올라왔다. 그런 그를 올려다보는 순간, 몸이 뒤로 넘어갔다. 등에 와 닿은 매트리스 덕분에 몸이 퉁, 튀었다. 그와 맨살이 맞닿았다는 생각에 또다시 얼굴이 화르륵 불타올랐다.

<아!>

그런데 그가 갑자기 가슴 쪽으로 고개를 숙이더니 작고 딱딱해진 유두에 입을 맞추었다. 그리고 내가 했던 것처럼 쪽, 쪽, 소리를 내며 입술을 모아 그것을 빨아들였다. 까슬한 그의 혓바닥이 생생하게 느껴졌다. 허리가 뒤틀렸다. 조금 서 있던 페니스가 배 쪽으로 올라붙는 것이 느껴졌다. 그에게 닿지 않으려 꿈틀거렸지만 그도 따라 꿈틀거려 아무 소용이 없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쪽, 소리를 내며 아힘은 가슴에서 입을 뗐다.

<작아……. >

<잇! 그건 당신도 마찬가지잖아요!>

순간, 이 사람이 아직도 날 여자 대용으로 착각하고 있는 건 아닌가 생각했다. 하지만 그는 곧 자신의 배에도 와 닿은 내 페니스를, 그가 역시 ‘작다’고 표현한 것이 팽팽하게 기운을 얻어 올라선 것을 바라보았다. 그가 그것을 신기한 것 바라보듯 보고 있다는 생각에 나는 아힘을 떼어냈다. 그리고 이불을 덮었다. 그런데 그가 다시 이불을 젖혔다. 나는 또 이불을 덮었다. 그가 또 이불을 젖혔다. 그리고 멍하니 내 것을 바라보았다.

<아까 다 봤잖아요.>

<이거… 이젠 어떻게 하지?>

그가 내 것을 손가락질 하며 말했다. 나는 ‘에라 모르겠다’는 생각으로 그에게 무릎을 꿇은 채 몸을 세우도록 했다. 그리고 나 역시 그러한 자세로 몸을 겹쳤다. 그와 마주보고 있다는 것이 부끄러워 고개를 푹 숙였다. 그러자 아힘은 자신의 어깨를 조금 숙여 내가 그 위에 얼굴을 얹게 해주었다.

그 상태로 나는 두 개의 페니스를 겹쳐 쥐었다. 아힘이 어깨를 움찔하는 것이 느껴졌다. 두 손으로 그것을 감싸 쥔 채 서로 비비기도 하고 주무르기도 하자 어느새 그의 것도 다시 단단하게 힘을 더해갔다. 맞닿은 가슴이 서로 들썩였다. 귓가로 그의 신음이 들렸다. 또다시 울음이 터질 것 같았다.

<엘씨오에게도, 하… 이런 걸 해 줬나?>

<아…아니야……. 흐읏.>

<그럼 그 전의 남자한테는, 후…으으- 다른 남자들하고도 이렇게 하나?>

<아…아니…>

<치워, 내 손이 더 커.>

문득 그가 어깨를 치우더니 몸을 떼었다. 그리고, 명령했다. 나는 절정을 향해 움직이던 손을 멈춘 채 멍하니 그를 바라보기만 했다. 그러자 아힘은 직접 내 손을 떼어내 자신의 어깨로 올려준 뒤, 자신의 커다란 한 손으로 두 개의 페니스를 맞잡았다. 그리고 다시 가슴을 붙였다. 그가 내가 했던 대로 천천히, 그러나 서서히 더 빨리 손을 움직였다. 나는 악, 소리를 냈다.

<으읏…아, 아아, 응……>

두 팔 가득 그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 그의 긴 목에 얼굴을 가져다 대고 나오는 대로 신음을 흘렸다. 눈을 질끈 감고 있다가 잠시 떴는데, 그의 엉덩이 근육이 단단하게 경직되어 있는 것이 어깨 아래로 보였다. 완전한 흥분 상태였다. 허리가 덜덜 떨렸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허리를 움직였다. 그가 잠시 멈칫하는 것이 느껴졌다. 그러나 내가 그의 목에 얼굴을 비벼대자 곧 바삐 손을 움직였다. 마음껏 그 커다란 손과 단단한 페니스를 몸의 중심으로 느끼고 있는데, 갑자기

<아! 으응… 아앗!>

그가 나머지 한쪽 손을 뒤로 두르더니 내 엉덩이를 움켜잡았다. 그때 이미 몸이 경직되었는데, 그는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그대로 손가락 하나를 밀어 넣어버렸다. 깜짝 놀라, 나도 모르게 그의 어깨를 물어버렸다. 그러나 그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손가락을 휘저었다. 이미 발라놓은 바디오일 때문에 아프지는 않았다. 다만, 너무 놀라서 몸이 풀리지 않았다. 그가 나머지 손가락과 손바닥으로 한쪽 엉덩이의 살집을 그러모아 주물렀다.

<아아, 아…제발, 으읏…하지 마…으응…안 돼…>

그의 목에 묻은 얼굴을 도리질하며 신음을 내뱉는데, 그가 갑자기 손가락을 빼버렸다. 역시 이번에도 깜짝 놀라 얼굴을 들고 그를 바라보았다. 아힘은 조금 힘든 표정으로, 그러나 무덤덤한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 말라고 해서.>

나는 다시 그의 목에 얼굴을 묻어버렸다. 그리고 연약한 목의 피부를 앞니로 살짝 물었다. 이번에는 그가 화들짝 놀라 몸을 떼고 내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냥, 해요….>

아힘은 한심한 표정으로 나를 내려다보았다. 손가락 한 개에 이미 내 것은 바짝 섰고, 세 개째 들어왔을 때에는 그저 손가락들을 한번 휘저었을 뿐이었는데 곧바로 사정해버리고 말았기 때문이었다.

<하, 하지만 당신이 여기저기 건드리기도 했잖아요.>

나는 울먹이며 스스로를 변호했다.

아닌 게 아니라, 그는 손가락을 하나 둘 넣은 채로 한참을 몸 구석구석을 눌러보고 찔러보고 쓰다듬어보고, 자신과 별 다를 것 없는 몸인데도 마치 처음 보는 신기한 외계 생명체를 관찰하듯 대했다. 여긴 어때요? 여긴 뭐죠? 이건 왜 색이 다르죠? 이렇게 하면 항상 그렇게 울어요? ……. 호기심 천국이 따로 없었다. 나는 팔꿈치와 무릎만으로 체중을 지탱해 엎드린 채 그 굴욕적인 자세로 바들바들 떨며 숫처녀처럼 ‘몰라요, 몰라요’만 외쳤다.

<이제 내 걸 넣나요?>

아힘이 내 엉덩이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고개를 돌려 바라본 그의 얼굴은 어떤 기대로 가득 차 있었다. 저렇게 차분한 얼굴의 남자에게서 저런 표정을 끌어낼 수 있다니, 순간 환호라도 지르고 싶었다. 누가 그랬던가. 섹스는 연인들 사이의 최상의 스포츠이자 가장 흥미진진한 게임이라고. 그러나 그러한 스포츠와 게임에는 반드시 승자와 패자가 나누어진다. 나는 그가 조금 더 취했다는 것을 빌미로 이 게임을 내가 주도해나가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엉덩이를 주무르는 그의 손에서 육식동물의 감춰진 손톱을 느낄 수 있었다. 조금, 겁이 났다.

<정말… 할 거에요?>

<손은 ‘대신’일 뿐이잖아요. 진짜를 해야죠.>

<아니, 손은 ‘대신’이라기보다는… 늘리는 건데요….>

<그럼 늘인 다음에 하는 걸 해야겠네요. 이제부터는 … 여자와 같은 방식입니까? 자, 그럼 똑바로 누워요.>

아힘이 손톱을 드러냈다. 힘으로 내 자세를 바꾸려 한 것이었다. 나는 무릎을 접어 아예 납작 엎드려 버렸다. 더 이상 그에게 우위를 빼앗겼다간 정말 형편없이 망가져버릴 것 같아 두려웠다. 그러니까 그것은, 미약하나마 반항이라고 한 것이었다.

<그냥 이대로도 괜찮은데요.>

<당신 얼굴을 보면서 하고 싶어.>

<하지만 그건……>

허리에 무리가 더 가는 체위거든요. 뒷말은 잇지 못했다. 그가 내 엉덩이를 토닥이며 재촉했기 때문이었다. 그런 행동이 순간 기분 나빴지만 또 귀엽기도 했다. 다른 놈이었으면…… 언젠가, 하는 도중 엉덩이를 찰싹 때리는 남자의 머리를 한 움큼 쥐어뜯어놓은 적도 있었는데. 아마 내가 아주 많이 취했거나 아니면 아주 많이 미쳤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며 그의 바람대로 천천히 돌아누웠다. 그는 얼굴을 보고싶다고 했지만, 나는 그의 얼굴까지 봤다간 정말 완전히 퓨즈가 나가버릴 것 같아서 애써 천장의 어느 한 부분을 응시하고 있었다.

<아, 아아!>

아힘은 내 허벅다리 사이에 자리를 잡자마자 내 발목을 잡고 다리를 자신의 허리에 두르게 했다. 그리고 내가 미처 준비도 하기 전에, 그의 끝을 밀어 넣었다. 신음이라기보다는 고함에 가까운 비명을 지르자 더 이상 들어오지는 않았다. 그의 가슴을 두 주먹으로 밀며 음영이 진 얼굴을 올려다보았다. 잔뜩 인상을 찌푸린 채 훅,훅, 숨을 고르고 있는 것이 보였다.

<아파… 힘 좀 빼요.>

그리고 그는 한껏 들려진 내 엉덩이를 슬금슬금 주물렀다. 네가 그렇게 아프면 난 어떻겠냐! 바락 승질이 나는 걸, 그냥 고개를 팩 돌리는 것으로 표현했다. 먼저 반한 사람이 지는 거다. 그래서 나는 곁눈질로 그의 눈치를 봤다.

<오일을 좀… 발라 봐요. 그리고 너무 힘으로만 밀어 넣지 말고….>

웅얼거리며 말한 것을 아힘은 잽싸게 오일을 집어든 채 자신의 것 위에 들이부었다. 그리고 내 엉덩이에도 역시 흘러내릴 정도로 적셔주었다. 미끈거리는 오일이 엉덩이에서 척추뼈로 미끄러져 내려오는 것이 느껴졌다. 이불은 물론 매트리스까지 적시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들었다. 하우스 키퍼에게 미안한데…… 생각하며 눈알을 굴리는데, 순간 밑에서 강한 충격이 느껴졌다.

<으…윽!>

한번 실패로 요령을 익혔는지, 잠시 긴장을 푸는 사이 아힘은 순식간에 내 무릎을 접어 올리며 밀어 넣었다. 눈이 번쩍 뜨였다.

<하아… 조여…….>

그리고 그가 한숨을 토해내듯 말했다. 그의 뜨거운 숨이 피부에 와 닿았다. 피부가 오돌오돌하게 일어나는 것 같았다. 숨이 턱턱 막혔다. 단박에 포인트를 맞추었다. 어떻게, 이렇게 한번에, 이런 적은 한 번도 없었는데. 입을 벌린 채 뻐끔거리자 그가 눈을 가늘게 뜬 채 시선을 붙박아 두었다. 눈과 입과 머리와 가슴과 팔과 다리가 모두 따로 떼어진 것 같았다. 엉엉 울고싶은 것을 겨우 참고 침을 꼴깍 삼키는데, 그가 내 접힌 종아리의 안쪽으로 손가락 끝을 밀어 넣어, 근육이 없어 말랑말랑한 그 살들을 쓰다듬었다. 소름이 돋았다.

<아, 아… 우, 움직여…으응……>

그의 눈에서 시선을 떼지 못한 채 애원했다. 아힘은 들어온 뒤 어떤 움직임도 없었다. 한참을 내 종아리를 쓰다듬으며 뻐끔거리는 내 입술을 바라보다가 드디어 움직이려는 기미를 보였다. 그러나 골똘히 무언가를 생각하는 표정으로 아래쪽을 바라볼 뿐이었다. 아마도 내 안에 자신이 어떤 식으로 들어와 있는지 보고 있는 것 같았다. 심장이 팔딱팔딱 뛰었다. 허리를 흔들고 싶었지만 다리가 그에게 꽉 잡혀있어, 대신 속을 움찔거렸다.

<읏!>

아힘이 신음을 내지르며 놀란 표정으로 다시 내 얼굴을 바라보았다.

<…한 번 더 해봐요.>

<아아… 아힘… 움직여 줘요, 움직여……>

<해봐요.>

<…으…으…아, 아아!>

<한 번 더.>

<으흣…아힘, 제발……>

결국 또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고작 그런 일로 운다는 게 창피하고 또 속상해서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린 채, 그러나 꺽꺽 소리 내어 울었다. 그래도 아힘은 좀처럼 움직여주지 않았다. 한참 낑낑대며 울고 있는데 갑자기 허리가 뻐근하고 가슴이 답답해져 왔다. 아힘이 상체를 숙여 얼굴을 가까이 댄 것이었다. 그리고 얼굴에서 내 손을 떼고 눈물을 닦아주었다.

<정말 평소엔 잘 울지 않습니까? 그런데 내 앞에선 벌써 몇 번째인지 알아요?>

모르겠다. 왜 그 앞에서만 유독 이렇게 추태를 부리는지. 탈곡기를 거친 곡식처럼, 차곡차곡 껍질이 벗겨지는 것만 같았다. 이건 해방감인 동시에 두려움이었다. 태초에 신이 아담과 이브에게 옷을 입힌 이유가 무엇이었던가. 나는 순간 사랑이 ‘신’ 그 자체가 아닐까 생각했다. 신에게 다시 용서를 받음으로써 사랑을 한다. 그리고 나는 그 앞에서 옷을 하나씩 하나씩 벗는다.

<작아……>

한참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는데 그 '작아' 타령에 이번엔 또 뭘! 하고 노려봤다. 아힘은 손끝으로 내 속눈썹을 따라 눈꺼풀을 어루만지고 있었다. 눈물을 닦아주는 척 하며 내 눈을 보고 하는 말이었다. 위로 조금 찢어졌다는 말은 들어봤지만 작은 편은 아닌데!

<동양인은 다 이 정도예요!>

울다말고 바락 소리 지르며 그의 것을 조여버렸다. 그러고 보니, 잡혔었던 다리가 어느새 풀려 있었다. 이를 악물고 허리까지 움직여버렸다.

<으윽!>

그가 어깨를 움찔거리며 신음을 냈다. 흥, 콧방귀를 끼며 그의 찡그린 얼굴을 노려봤다. 맺혔던 눈물이 또로록 귀 뒤로 넘어갔다. 그것을 슥 닦아내자 더 이상 눈물은 흐르지 않았다. 아힘은 입을 버린 채 어벙한 표정으로 내 얼굴을 내려다 봤다. 한쪽 눈이 찡그려져 있었다. 그게, 밉지가 않았다.

메마른 입술을 핥으며 그의 목젖이 꿈틀거리는 것을 보았다. 나도 따라 침을 삼켰다. 그가, 천천히 자세를 잡았다. 다시 그의 손에 잡힌 다리는 결국 그의 허리와 어깨로 각각 올려졌다. 약간 삐뚤어진 자세 때문에 그의 것이 좀 더 깊이 들어오는 느낌이었다. 아, 신음을 삼키는데 아힘이 짙어진 눈매로 나를 똑바로 응시했다.

<미나모토…>

그가 나직이 내 이름-이라고 알고 있는 이름-을 불렀다. 그리고, 움직였다.

그날 밤, 도대체 몇 번을 했더라. 소리를 지르고 울부짖으면서도 이 호텔, 방음은 잘 될까 걱정했다. 그래도 그가 허스키한 목소리로 ‘미나모토’하고 부르면 나는 딴 생각에서 얼른 벗어나 허벅지로 그의 허리를 꽉 조였다. 그가 신음을 흘릴 때마다 나는 그의 눈가를 핥아주었다. 내가 입을 벌린 채 마음껏 신음을 내지르다가 입가로 침이 흐르면, 아힘은 내 턱과 입 주위를 핥아주었다.

연속으로 두 번을 빼지 않고 했다가, 문득 콘돔을 쓰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가 잠시 빠져나간 틈에 얼른 욕실로 뛰어가 씻어내는데, 어느새 따라왔는지 아힘은 그 모습을 또 신기한 것 보듯 눈을 반짝이며 지켜보았다. 그리고 커다란 타월로 하체를 가리고 비틀거리며 나오자 얼른 타월을 벗기고, 바닥에 넘어뜨렸다. 등이 아프다고 하자, 이번에는 얼굴을 보지 않아도 되는지 엎드리게 했다. 그러면 무릎이 아프다고 했지만, 아힘은 못들은 척 했다. 결국 씻어낸 보람이 없었다.

콘돔을 쓰면 또 뭐가 다르냐며 쓰러져 누운 나를 기어코 일으켜 세웠다. 이젠 죽겠다, 생각하며 납작 엎드려 있는데 아힘은 화장실에 갔다가 냉장고에서 에비앙을 가지고 나와 옆에 앉은 채 꿀꺽꿀꺽 소리 내어 한꺼번에 마셨다. 머리를 쓰다듬는 것을 느끼며 ‘나도 물 줘요’ 쉰 목소리로 말했더니 착하게도 얼른 일어나 냉장고에서 에비앙을 가지고 왔다. 마개를 따고 직접 입에 대주기도 했다. 꼴깍꼴깍 마시다가, 그가 빤히 쳐다보고 있는 시선에 풉- 하고 물을 내뿜고 말았다. 그의 가슴에 튄 물을 손바닥으로 닦아주며 당황해하고 있는데, 그가 문득 내 손을 잡아끌었다.

설마, 설마, 하는데 어느새 그의 위에 앉아 있는 포즈였다. 다리를 파닥거렸지만, 내 엉덩이는 그의 두 손에 거뜬히 들리고 말았다. 다시 내려앉을 때에는 두 팔로 그의 목을 꽉 조였다. 그리고, 허리를 흔들며 그의 귀를 물어뜯었다.

둘 다 완전히 녹초가 되어 좁은 침대 위에 서로 몸을 겹쳐 누웠을 때에는 침대 헤드에 달린 전자시계가 3시 20분을 표시하고 있었다. 그렇게, 서로 이마를 맞댄 채 마지막으로 굿나잇 키스를 나누었다.

<잘 자요, 미나모토.>

그의 낮은 목소리를 들으며, 나는 감았던 눈을 다시 떴다. 그는 이미 눈을 감은 채 잠에 빠져들고 있었다. 그에게 어서 본명을 말해줘야 하는데, 하는데, 생각하다가 무시무시한 수마(睡魔)에 항복하고 말았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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