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25
#25
효원은 평소 산을 좋아했던 아버지를 위해 수목장으로 치렀다. 유골을 묻고 그 위에 작은 벚나무를 옮겨다 심었다. 아버지는 죽어서나마 마음껏 자연을 느끼며 나무와 살아갈 것이다.
발인 후, 서범익은 급하게 출근했다. 며칠 자리를 비운 만큼 그에게 많은 일이 쌓여 있을 게 분명했다. 효원은 범익의 뒷모습을 바라보다 발을 돌렸다. 그리고 그의 아파트 앞에서 잠시 머뭇거렸다.
“들어가자.”
“응.”
이설의 눈치를 봤다. 그녀가 꺼내는 말이 무엇일지 예측했기 때문이었다. 이미 이설도 눈치를 챈 것 같았다. 서범익이 제 스폰서라는 것을…….
장례식장에 왔던 당숙과 이설이 심각하게 이야기하는 것을 들었으니 그녀도 이미 상황 파악을 다 했을 것이다. 역시나, 이설은 자리에 앉자마자 담배를 꺼내 물었다. 어떻게든 피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우두커니 서 있자, 이설이 힐끔거렸다.
“앉아. 할 말 많으니까.”
“나중에 하면 안 될까? 나 속이 좀 안 좋은데…….”
효원은 속이 좋지 않다는 핑계를 댔다. 그러나 이설에게 통하지 않았다.
“성질 돋우지 말고. 앉아.”
“…응.”
“네가 말 안 하면 언제까지 모를 것 같아?”
“할 말 없어.”
“잘난 알파 사귄다고 너를 탓하겠어? 그런데 당숙 이야기를 듣고 보니 회장님과 네가 계약했다고 하던데… 그럼 그걸로 끝나야지, 누구라고 그를 넘봐?”
효원은 이설의 눈치만 살폈다. 효원이 매번 이설에게 절절매는 건 이설이 엄마와 비슷했기 때문이다. 철없이 매번 사고를 치곤 해도, 엄마가 없는 빈자리를 이설이 채워 주었다. 그냥 그 자리에 있는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되는 사람이었다.
“그래, 사랑 좋아. 사랑해서 결혼하고 덕분에 신분 상승을 하면 더더욱 좋겠지. 그런데 이건 아니야. 그냥 잘 사는 집안이 아니라 재벌이라니… 분명, 너만 상처를 받고 버려질 게 뻔해. 그리고 네가 뭘 모르는 것 같은데, 남자의 사랑은 바람 같은 거야. 특히나 알파의 사랑은 믿을 게 못 되지. 오메가의 페로몬에 혹해 바람을 피우는 알파, 질리게 봤어. 그러다 눈이 맞으면 몇 년 사귀던 연인을 차 버리지. 남은 연인은 상처만 남아.”
그것을 모르지 않았다. 베타가 아닌 알파에게는 억제제를 먹어도 견딜 수 없는 성욕이 있었다. 제 몸에 끌리는 오메가를 만나면 언제든지 옷 벗고 달려들어 짐승처럼 관계를 가지곤 했다.
그것을 알기에 효원도 서범익을 받아들이기까지 힘들었다. 그를 사랑하는 것을 인정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그녀는 짧은 한숨을 쉬며 담배를 깊게 빨았다가 뱉어 냈다.
“떠나.”
“누나!”
“그를 떠나는 것이 너에게 가장 좋은 방법이야. 그 집에서 5억을 준다고 했다며? 그 돈으로 외국으로 가. 그곳에서 화가가 되는 것이 부모님의 기대에 부응하는 길이니까.”
“그래도… 믿어 줄 수 없겠어? 다른 알파와 달라. 범익 씨는 다른 알파들과 달라.”
“다르다고? 이런 웃긴 이야기는 첨 들어 봐. 그는 우성 알파야. 그만큼 그에게 빠질 오메가도 많고, 그 오메가 중에 맞는 사람 하나 없을까?”
“아니야. 그는 다른 오메가를 안지 못해.”
“그 병? 그 병이 나으면? 어떻게 되는 건데?”
“그건…….”
입을 다물었다. 그가 불감증을 극복하면 그다음은 어떻게 될 것인지… 저도 쉽게 상상이 되지 않았다.
등에서 진땀이 흘러내렸다. 그런 효원을 이설은 냉정한 시선으로 훑었다. 이설의 입가에서 냉랭한 말투가 튀어나왔다.
“그것 봐. 너도 못 믿는 거잖아?”
“…믿어.”
“그럼 지켜봐. 네가 믿는 그의 사랑이 진짜인지 거짓인지… 네가 평생 꿈꾸던 화가의 길에 그 집에서 진흙탕을 뿌릴 걸 알면서도 어려운 길을 간다고 하면, 나도 더는 말리지 않을 거야. 그런데 이거 하나는 꼭 짚고 넘어가자. 난 네 누나이자 가족이야. 앞으로 세상에는 우리 둘뿐인데, 내가 부모님 대신이 되어야 하지 않겠어?”
“누나…….”
“들어가 쉬어. 잘 생각하고 결정해.”
효원은 고개를 푹 숙였다. 무거운 다리를 억지로 일으켜 방으로 들어가자 이설의 표정이 바뀌었다. 좀 전의 효원을 위로하던 이설은 온데간데없고 들끓는 질투심이 스며든 눈빛이었다.
* * *
눈을 잠깐 감았다 떴는데 어느새 저녁이었다.
부르르. 부르르-.
휴대폰이 쉼 없이 울렸다. 확인해 보니 범익에게 온 전화가 대부분이었다. 효원은 영상 통화를 시도했다. 기다렸다는 듯 그가 전화를 받았다. 배경을 보니 차 안인 것 같았다.
- 잤어?
“네.”
- 더 자라고 할 거 그랬나? 밥은 먹었고?
“아뇨.”
이설이 우리의 관계를 반대한다고 어떻게 말을 할까? 우린 너무 어려운 사랑을 하고 있는 것 같아 혼란스러웠다.
코끝이 시렸다. 저도 모르게 눈가에 눈물이 맺히자 그가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 울고 싶으면 울어. 참는 것보다 그게 정신 건강에 좋으니까.
“괜찮아요. 아버지도 그곳에서 행복할 테니까. 울지 않아요.”
효원은 마음속으로 아버지를 떠나보냈다.
- 어디 가서 밥 먹을래?
“안 돼요. 파파라치가 따라 붙으면 어떡해요?”
- 그게 어때서. 이왕이면 여기저기 찍히는 편이 좋겠지.
“집이 편해요.”
효원은 고개를 저었다. 그렇지 않아도 회장의 심기가 불편한데, 더 보태고 싶지 않았다.
- 금방, 도착해. 내 집으로 가 있어.
“네.”
효원은 전화를 끊고 욕실로 가 세수를 했다. 집안일을 해 주는 아주머니를 보자 이설의 방을 힐끔거렸다.
“나가셨어요.”
“언제요?”
“1시간쯤 전에요. 오늘 늦을 거라고 전해 드라고 하셨어요.”
“네. 퇴근하셔도 돼요. 그리고 당분간 며칠 쉬세요.”
“…….”
“혼자 있고 싶어서 그래요.”
“대표님께 여쭤볼게요.”
“…네.”
아주머니가 퇴근하자 효원도 집을 나섰다. 몇 걸음만 걸으면 바로 그의 집이기에 엘리베이터를 돌았다. 그때 놀랐다. 이설이 그의 집 앞에 서 있었다.
“누, 누나? 뭐 하는 거야?”
“그러게. 내가 왜 여기에 있지?”
“…….”
이설의 눈빛이 슬퍼 보였다. 공허한 눈빛이 그의 집을 훑어보더니 곧이어 그녀는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한껏 꾸민 뒷모습이 예뻤다. 누군가의 파티에 가는 것일까? 긴 웨이브 머리카락이 찰랑찰랑 흔들렸다.
그녀에게도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면 좋을 텐데…….
아쉽게도 저만큼 사랑을 모르는 여자였다.
* * *
허전한 마음은 달래기에는 섹스만큼 좋은 것은 없었다. 오랜만에 몸을 겹치는 연인은 그 어느 때보다 열정적이었다.
효원은 범익의 잘생긴 얼굴을 쓰다듬었다. 짙고 까만 눈썹이 남자다웠다. 더불어 곧게 뻗어 내린 시원스러운 콧날은 무척이나 강렬했다. 육감적인 입술은 누구라도 빠지게 만드는 얼굴이다.
그가 고개를 숙여 입을 맞췄다. 순간, 그의 향긋한 체취에 효원은 넋을 놓고 그를 올려다봤다. 한 입, 한 입, 베어 물고 맛을 보는 눈에 정염이 타올랐다.
범익은 마치 탐스러운 자두 열매를 먹는 듯 양쪽 유두를 탐했다. 척추를 타고 소름이 돋았다. 찌릿찌릿한 감각에 몸 안에 모든 혈류가 아랫배로 향했다. 효원의 볼이 복숭아 빛으로 물들었다.
“오늘은 괜찮아?”
“…네.”
두 사람은 약속이라도 한 듯 장례 이후 며칠 간 관계를 하지 않았다. 가벼운 입맞춤은 물론이고 스킨십조차 없었다. 그러나 범익의 러트사이클이 오자 이성으로 누를 수 없었다.
러트사이클에 두 사람은 참아 왔던 성욕을 터트렸다. 서로의 땀방울이 맺혀 있는 가슴이 비벼지자 효원의 입에서 가벼운 탄성이 터졌다.
“으으- 읏!”
“효원아, 효원아.”
범익이 효원에게 깊게 키스를 하며 구멍에 손가락을 넣어 길을 넓히기 시작했다. 효원은 긴장해서인지 저도 모르게 손을 꽉 쥐었다. 구멍 사이로 미끈한 감촉과 함께 녹아내린 젤이 흘러내렸다. 그 미끈한 감촉은 이내 질척이며 달달한 향을 풍겼다.
평소 효원이 좋아하던 바닐라 향이 첨부된 러브젤이었다. 흘낏 시선을 돌리자 범익이 효원의 구멍을 쳐다보며 침을 삼키고 있었다. 기대감에 벌름거리는 구멍이 그의 눈앞에 적나라하게 까발려지자 부끄러워 미칠 지경이었다.
“그냥, 넣어요.”
“그래도 길을 넓혀야 안 아프지.”
“괜찮아요.”
그의 질문에 담백하게 대꾸하면서도 효원의 얼굴은 화끈화끈했다.
범익은 효원의 양손을 잡고 손등에 쪽쪽 입을 맞추며 손가락을 입 안에 넣고 굴렸다. 쾌감을 참으며 허리를 비비 꼬는 효원을 보며 범익은 음탕한 눈으로 전신을 훔쳤다.
“미치겠어. 아마도 날뛰기 시작하면 정신 못 차릴 것 같아.”
효원은 각오를 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아윽-! 으윽-!”
“조여, 크읏-!”
충분히 젖고 있기에 손가락으로 벌렸지만, 오랜만에 남자를 받아들이는 구멍은 버거웠다. 장이 터질 듯 팽팽해지는 감각에 효원은 잔뜩 근육을 수축했다.
“긴장 풀어…….”
“혹시, 음경 확대 수술 같은 것 받은 거 아니죠?”
“그동안 자랐나?”
두 사람은 동시에 서범익의 페니스를 쳐다보았다. 원래도 컸지만, 오랜만이라 그런지 더 크게 느껴졌다.
남자의 페니스 크기는 흥분한 만큼 그 크기를 키우게 되는 성질이라 생물학적으로 설명하기는 어려운 부분이 있다. 바로 오늘처럼… 평소보다 배는 부풀어 보이는 페니스가 그러했다.
“천천히 할 테니까. 엉덩이에 힘을 좀 빼 봐.”
“그게 그렇게 쉽지 않을 거 같아요.”
효원은 얼얼한 통증에 얼굴을 찡그렸다. 다시금 효원의 허벅지를 열고 자리를 잡은 범익은 떨고 있는 효원에게 짙은 키스를 선사했다. 욕망에 흔들리는 두 육체는 삽시간에 열기를 지폈다.
“아윽… 윽-.”
“봐, 다음은 쉽게 들어가잖아?”
“아… 아, 커. 너무 커요… 으읏-!”
경련하는 허벅지와 페니스를 꽉꽉 물고 있는 구멍도 훌륭했다.
“아윽, 아-! 아앗-! 흐흥-.”
“아윽, 으읏-, 아아, 아아아-!”
입술을 찍어 내리는 듯 두 입술이 맞물렸다. 뜨거운 호흡과 신음이 두 연인의 입에서 쉴 새 없이 터져 나왔다. 입술에서 터지는 짧은 탄성에 더욱 깊어진 눈빛이 허공에서 얽혔다.
매력적인 서범익의 입술이 환하게 열렸다. 효원은 범익이 급하게 치고 빠지는 구멍에 힘을 주었다. 그러자 그는 더욱 흥분한 표정으로 페니스를 강하게 박아 넣었다.
효원은 더없이 황홀한 표정이 되었다. 그러다 물기 어린 눈빛으로 범익을 쳐다봤다. 농밀한 시선이 효원의 시선과 마주쳤다.
어느새 효원의 눈에는 그간 아버지의 죽음으로 인해 암울했던 눈빛이 모두 사라졌다. 쾌락의 열락에 잠시나마 슬펐던 감정이 사라졌다. 범익은 효원은 어깨를 더 강하게 끌어당겼다.
“안아 줘요. 계속… 계속, 안아 줘-!”
효원의 말에 일순 범익의 움직임이 멈췄다. 잠시 주저하던 그는 다시 거칠게 안을 파고들었다. 효원의 하얀 목을 본 범익은 짐승처럼 이로 잘근잘근 씹어 흔적을 만들었다.
능숙하게 아래를 파고들며 효원의 포인트를 찾아 그곳만을 공략했다. 목이 순간 움츠러들며 찾아든 오르가슴에 떨었다. 참을 수 없는 전율이 두 사람의 육체와 뇌에 퍼졌다.
범익은 애원하듯 매달리는 효원의 허리를 꽉 잡았다. 그리고 그가 원하는 것 이상으로 열정을 쏟아부으며 피스톤질을 했다. 걷잡을 수 없는 쾌락의 폭풍과 열기가 두 사람을 삼켰다.
그럼에도 범익은 눈빛 가득 씁쓸한 미소를 지우지 못했다. 상처로 얼룩진 효원의 몸과 마음을 조금이나마 편안해질 수 있다면 무슨 짓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얼음처럼 차가워진 손을 꼭 잡았다. 그리고 안고 안았다. 몇 번이고 효원의 몸에 불씨를 지피고, 쾌락이라는 열락에 떨어지게 했다. 그로 인해 그의 불안감과 슬픔이 사라질 수 있다면, 매일매일 효원의 몸에 불을 붙일 수 있었다.
아버지가 어떤 수를 써 우리를 갈라놓으려고 해도 무너지지 않을 것이다. 뭐든 하겠어.
그러나 효원만큼은 건들면 안 돼. 절대… 내게서 효원을 떼어 낼 수 없을 거야.
범익은 효원의 비좁은 곳을 파고들며 말했다.
“결코, 너를 아프게 하지 않아.”
* * *
비가 왔다. 조금은 불편한 월요일이었다. 차창에 부딪히는 빗방울을 바라보다 문득 저 비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매일 행복했지만, 불안했다. 아버지를 잃은 공허한 마음과 행복 사이에서 효원은 불안정하게 부유했다.
‘왜? 이런 기분이 드는 걸까? 뭐가 모자랄까?’
제 마음이지만, 좀처럼 이해할 수 없었다. 그가 집에서 나온 뒤 하루도 편한 날이 없었기에 이런 기분이 드는 것인지 아니면 갑작스러운 사고로 아버지가 돌아가셔서인지 알 수 없었다.
효원은 작은 빗방울이 무척이나 부러웠다.
“오늘부터 작품을 내 아파트에 가져나 놔.”
“학교에 있는 작품들요?”
“그래, 휴학하기 전에 옮길 건 옮겨 놔야지.”
“네.”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범익과 살림을 합쳤다. 본격적인 동거에 들어가자 그의 집은 이제 작업실 겸 창고가 되어 갔다. 작업실 용 방이 따로 있으니 집에 유화 물감 냄새도 덜 나고 깨끗하게 유지됐다.
“아, 그리고 별채 지하에 작품 보관할 창고를 만들고 있어. 나중에 결혼하게 되면 집으로 들어가서 네 작업실로 쓸 곳이니까. 그곳에서 편하게 그림도 그리고 간단한 음식을 먹기 위해 홈바도 만들 거야. 작품 구상을 하느라 굶을 일은 없겠지. 본격적으로 화가로 활동하려면 많은 그림을 그려야 해. 전시회를 열려면 최소한 50점 이상은 그려야 하지 않겠어?”
“저, 전시회요?!”
전시회를 열겠다는 말에 효원이 펄쩍 뛰었다. 화가라면 누구보다도 꿈을 꾸고 원하는 행사였다. 제 이름을 걸고 전시회를 연다는 것은 화가로서 가장 빨리 성장할 수 있는 길이었다.
가슴이 떨렸다. 정말, 서범익의 말처럼 결혼을 하고 저택으로 들어가면 꿈만 같을 듯했다.
“고마워요. 저는 아무것도 해 준 게 없는데… 나중에 열심히 그림을 그려서 조금이라도 보답할게요.”
“보답은 무슨, 다 너를 위해서 하는 건데, 돈이야 썩을 정도로 많아. 그러니 넌 돈 걱정하지 말고 꿈을 키워, 내 아내가 되어서…….”
감정이 울컥 올라왔다. 저 남자는 저를 이렇게 사랑하는데, 정작 저는 마음이 헛헛하고 싸했다. 다시금 창문으로 고개를 돌린 효원은 이내 소나기가 된 빗줄기를 슬픈 눈으로 응시했다. 그러다가 창가에 비친 범익의 얼굴이 보였다. 그의 시선은 여전히 효원에게 머물러 있었다.
‘그렇게 바라보지 마요. 안심해요. 아직까지 당신을 떠날 마음은 없으니…….’
조금 더 인내하고 힘낼게요, 라는 말을 목 안으로 삼켰다. 미처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한 말이 입안을 맴맴 돌았다.
효원은 알고 있다. 그의 아버지가 그냥 두고 보지 않을 것임을…….
“비가 많이 오네요.”
효원이 고개를 돌리지 않은 채 말하자 손끝에 그의 손가락이 닿았다. 밤새 섹스로 인해 기진맥진한 몸이지만, 그의 가벼운 접촉에도 화다닥 열꽃이 폈다. 그와 동시에 두근거리는 심장은 그를 향해 있었다. 이 와중에도 히트사이클이 빠지지 않고 찾아왔다.
그런 제 육체에 짜증이 솟구쳤지만, 효원은 그저 제 감정을 꾹꾹 눌렀다. 언젠가 터져 버릴지 모를 둑이 효원의 가슴에 차곡차곡 쌓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