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9
#09
퇴근 시간 전이라 호텔은 북적거리지 않았으나, 파티에 참석하는 차량으로 주차장은 꽉 찼다. 작은 규모라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오는 자리 같았다. 조금 긴장이 되었다. 억제제를 먹긴 했지만 알파들의 페로몬에 자극받을 수도 있어서 걱정됐다.
효원은 유준태를 힐끔거렸으나, 그는 평소와 같은 표정이었다. 억제제를 두 배로 먹은 효과를 보는 것 같았다. 다행이었다. 효원은 긴장감에 괜스레 목 부근을 만졌다.
이윽고 차는 발레파킹 요원에게 맡기고 유준태와 엘리베이터를 탔다. 실내 연회장일 거라 생각했는데 의외로 야외 연회장이었다.
고급스러운 옷을 입고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이 보였다.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냥 파티가 아니었나?
“휘익, 역시 위령 그룹 아들의 생일파티답네.”
“…위령 그룹 아들의 생일이었어요?”
“뭐, 생일 겸 모임 겸 겸사겸사인 거지. 이런 파티는 많아서 굳이 생일이라고 특별하지 않아.”
우리나라 재벌 그룹 중에서 3위에 드는 위령 그룹 아들의 생일이었다. 그만큼 손님이 많았고 파티의 규모도 상당했다. 젊은 층으로 구성된 모임은 앞으로 그룹을 이끌어 갈 차기 오너가 될 사람들로서 제 3의 세력이나 마찬가지였다.
너 나 할 것 없이 앞다퉈 잘 보이기 위해 파티에 참석했다. 조금이라도 더 단단한 인맥의 끈으로 엮이고 싶어 하고, 끈끈한 우정을 쌓기를 원했다.
이쯤 되자 효원은 이 자리에 있는 게 불편했다. 곁에서 챙겨 주는 유준태가 있어도 음식이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지는 몰랐다. 점차 시간이 지나자 슬슬 속이 좋지 않았다. 효원은 주위를 둘러봤다. 그러나 아무리 둘러봐도 화백의 모습이 보이지 않자, 울상을 짓기 시작했다.
“정말, 왜 안 오시지? 나도 오늘 봐야 하는데…….”
유준태는 시계를 쳐다보며 혀를 찼다. 속상한 것은 효원이었으나, 그것을 드러내지 못하니 효원은 타는 듯한 갈증을 속으로 삼켰다.
그때, 어떤 남자가 유준태에게 다가왔다. 둘은 저들만의 세계의 이야기를 하며 신명 나게 떠들었다. 정치와 경제를 비롯해 세계 경제의 흐름을 주제로 토론을 했다.
자신은 이런 자리에 어울리지 않는 것 같아 답답했다. 효원은 목 끝까지 채운 드레스 셔츠가 목울대를 짓누르는 것 같았다. 긴장된 상태로 먹었더니 위가 쿡쿡 찔렸다. 두 시간 정도 지났을 뿐인데 위액이 올라오는 것 같았다.
효원의 낯빛이 벌겋게 변하자, 근처의 남자들이 효원을 바라봤다. 알파들이 한꺼번에 효원을 쳐다보자 자극이 됐는지 숨쉬기가 어려워졌다. 정신이 혼미해지며 현기증이 일어났다.
파티에 참석하겠다던 화백의 모습은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고, 시간이 지날수록 효원은 창백해져갔다.
“효원아, 어디 안 좋아? 얼굴색이…….”
“잠깐, 화장실 좀 다녀올게요.”
“같이 갈까?”
효원이 화장실을 가겠다고 하자 유준태가 손을 잡으려고 했다. 순간, 효원의 입에서 윽, 하는 소리가 튀어나왔다. 작게 토해 낸 소리에 모든 이들의 시선이 효원에게 집중되었다. 처음부터 저런 얼굴이었다.
오메가야? 베타야? 하는 의문에 찬 표정…….
“아니, 됐어요. 금방 다녀올게요.”
효원은 서둘러 이 자리를 벗어나고 싶은 마음에 등을 돌리고 바쁜 걸음으로 걸었다. 등 뒤로 사람들의 시선이 신경이 쓰였지만, 속을 빨리 게워 내고 싶은 마음이다. 토할 것 같았다. 위에서는 쉼 없이 위액이 역류하며 구역질이 치밀었다.
어째 예전보다 증상이 더 심했다. 약을 두 배로 먹은 날은 음식 안 먹는 게 상책이었는데… 아무래도 체한 것 같았다.
빠른 걸음으로 걷다 보니 모퉁이를 돌던 사람과 부딪칠 뻔했다. 휘청거리며 넘어질 뻔했던 팔이 잡혔을 때였다. 살갗이 따끔거렸다. 제 몸을 잡은 사람은 생각지도 못한 남자였다. 효원의 눈이 커다랗게 변했다.
……!!!
‘서범익……!’
왜, 생각을 못했지?
이렇게 큰 사교계의 파티라면 응당 JK 그룹 아들 또한 참석할 텐데… 어리석게도 지금에서야 깨닫게 된 효원이었다.
서범익의 얼굴이 엉망진창으로 일그러졌다.
“지금 히트사이클인데, 겁도 없이 알파들이 우글거리는 곳에 온 거야?”
“아… 그게… 윽…….”
다른 알파에게 들키지 않았어도 우성 알파라 자신이 히트사이클이라는 것을 눈치를 챈 것 같았다. 약을 두 배로 먹어도 미미하게 흘러나오는 페로몬이 그에게 닿은 것처럼 보였다. 서범익의 단정한 눈썹이 위로 치켜떠졌다.
“누구와 왔어? 설마, 어장 관리하던 남자 중에 하나인가?”
“그게…….”
효원은 서범익에게 이곳에 온 이유를 설명해야 하는지 몰랐다. 그는 머뭇거리는 효원의 보더니 손을 잡아끌었다. 그러자 몸이 서범익에게 쭉 빨려들어 코앞에 닿았다.
그를 만나자 속이 더욱더 울렁거렸다. 금방이라도 토할 것 같아 이를 악다문 효원이었다.
“결국, 유준태를 따라왔어? 그놈이 너를 이곳에 데려온 의미가 뭔지 모르는 거야?”
“어, 어떻게 알아요? 교수님을…….”
“교수는 얼어 죽을.”
서범익의 입에서 가벼운 욕설이 쏟아졌다. 그가 어떻게 유준태를 알고 있지? 물론 지난번에 클럽에서 유준태를 봤겠지만, 어떻게 알고 있는지 모르겠다. 예상치 못한 말에 효원은 말을 더듬거렸다. 격양된 어조가 들린 건 다음이었다.
“다른 날도 아니고, 히트사이클에 알파 앞을 알짱거린다는 건 나 잡아먹으라는 것과 같은 거 몰라?”
“억제제 먹었어요. 두, 두 배로…….”
효원이 입을 열 때마다 뜨거운 입김이 튀어나왔다.
‘억제제를 두 배로 먹었는데… 분명, 먹었는데… 왜! 왜! 우성 알파 앞에서 듣지 않는 거야?’
효원의 몸은 저도 모르게 그에게 끌렸다. 얼굴을 찡그린 서범익은 당장이라도 효원을 끄집어낼 것 같았다. 잔뜩 날이 서 있었다. 속에서 울컥, 울컥, 치미는 위액에 효원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보통 이런 파티에 함께 오는 상대는 제 애인이라는 뜻이야. 알겠어?”
효원은 머리가 어질어질했다. 서범익이 하는 말을 들으니 드레스를 입은 여자들이 떠올렸다.
“윽… 우웁!!!!”
‘토할 것 같아!’
우우우욱!!!
일생일대의 최대 위기가 찾아온 듯하더니 효원은 결국 사고를 치고 말았다. 효원은 소리 없는 비명을 질렀다.
아악……!
그도 그럴 게 자신이 서범익의 슈트에 구토를 하고 말았기 때문이다.
* * *
어쩌다 이렇게 되었을까?
갑작스러운 구역질에 서범익뿐 아니라 효원이 입고 있던 옷까지 더러운 토사물로 범벅이 되었다. 할 수 없이 두 사람은 룸으로 올라왔다.
효원은 그에게 미안해 죽을 것 같았다. 히트사이클에 두 배로 약을 먹은 것도 그렇고, 더럽게 구토까지 한 것도 너무도 미안했다. 정작 상대는 더럽기는커녕, 효원이 모두 토할 수 있게 등을 가볍게 툭툭 쳐 줬지만…….
토사물로 더러워진 옷을 어찌할 수 없어 호텔 룸을 잡았지만, 그와 같은 공간에 있으니 그가 더욱 신경 쓰였다. 내색하지 않고 효원은 억지로 허리를 세우며 욕실로 향했다. 등 뒤로 벌거벗은 제 몸을 쳐다보는 눈길이 쏟아졌지만, 효원은 그 시선을 의식하지 않으려고 무던히 노력했다.
효원은 샤워기에 물을 틀고 머리를 내밀었다. 따뜻한 물로 씻어야 감기가 걸리지 않겠지만, 효원은 부러 차가운 물줄기에 몸을 맡겼다.
왜, 하필 그 순간 구역질이 치밀었을까?
원망스러웠다. 효원은 약한 위장과 더불어 이성적이지 못한 육체가 너무도 원망스럽고 미웠다. 아무리 히트사이클이라도 억제제까지 먹었는데, 구역질까지 하다니…….
“미치겠다… 꼼짝없이 두 시간을 기다려야 되잖아?”
호텔 클리닝 서비스를 맡겼으니, 슈트가 세탁되고 마르는 시간까지 꼼짝없이 두 시간을 함께 있어야 했다. 그와 1분도 마주치고 싶지 않은데, 두 시간이라니… 상상만 해도 또다시 속이 울렁거리는 느낌이다.
속에 있는 것을 다 게워 냈더니 울렁거림은 덜했지만, 문제는 억제제도 토해 냈기에 효원의 히트사이클 증상은 심해졌다. 효원은 샤워기 앞에서 한참을 차가운 물로 씻었다. 그리고 배치된 가운을 입고 밖으로 나왔다.
룸은 서범익이 급하게 잡은 터라 스위트룸이 아닌 일반 룸이었다. 방 하나와 욕실뿐인 룸에서 효원은 서범익을 힐끔거리며 눈치를 살폈다.
“오늘은 억제제 먹지 마. 다시 토할 거다.”
“네…….”
효원의 몸이 떨렸다. 그의 덩치가 커서 그런 것인지, 서범익은 목소리조차 우렁찼다.
“속 안 좋으면 한숨 자던가.”
“네.”
효원은 얌전히 고개를 끄덕였다. 서범익은 효원의 머리에 손을 대려다가 재빨리 손을 거두었다. 의미심장한 행동에 효원의 심장이 철렁했다.
서범익은 제 손을 바라보다 인상을 쓰더니 욕실로 들어갔다. 그가 씻는 소리를 듣고서야 효원은 소파에 풀썩, 주저앉았다. 눈앞이 흐릿했다. 억제제를 먹고 싶어도 여분으로 가지고 있는 약이 없으니 먹지 못했다. 꼼짝없이 기다려야 했다.
문뜩 효원은 자신이 걸치고 있는 샤워 가운이 무척 작다고 느꼈다. 두 사람 체격 차이가 있는지라 효원은 별수 없이 작은 가운을 걸쳤다. 사이즈가 다른 두 개의 샤워 가운을 보면서 욕실에서 몇 번이고 입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했다. 그러나 큰 사이즈를 입으면 서범익이 입을 것이 없으니, 결국 효원은 작은 가운을 입고 나올 수밖에 없었다.
겨우 허벅지 중간까지 가리는 가운이라 어딘가에 앉으려니 허벅지가 훤히 노출되고 페니스가 그 사이로 드러났다. 놀란 효원은 서둘러 주위를 둘러보며 침대가 있는 곳으로 걸었다.
그때, 메신저가 울렸다. 휴대폰을 열어 보니 유준태의 메시지였다. 부재중 전화가 무려 30통이 온 것을 보니 샤워하는 내내 전화가 온 듯했다.
[너, 어디 있어? 최동혁 화백 도착했어.]
[죄송해요. 갑자기 몸이 안 좋아서 혼자 나왔어요.]
[뭐? 어디가 얼마나 아픈데? 내가 갈까? 집이야?]
[아니에요. 오랜만에 파티에 참석했는데 불편하게 그러지 마세요. 좀 자면 되니까. 내일 학교에서 뵐게요.]
[아까운 기회인데…….]
그가 아까운 기회라고 하는데, 왠지 그 기회가 서범익이 했던 말과 오버랩되었다. 파티에 참석할 때 데리고 오는 파트너는 애인이라던 말이 걸렸다. 물론 서범익의 말을 100% 믿을 수 없지만, 그가 자신에게 거짓말을 할 이유는 없었다.
효원은 다시 한번 정중하게 사과를 했다. 끝끝내 아쉬워하는 텍스트를 보며 전원을 꺼 버렸다.
뒤를 돌아 본 순간 심장 마비가 걸릴 뻔했다. 언제 샤워를 마친 것인지, 서범익이 문가에 기대어 효원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것도 차가운 눈빛으로…….
“계속 걸리는 것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말해야겠어. 계약 기간에 다른 놈과 섹스는 금지야.”
“네?”
“남자든 여자든 금지라고. 여기저기서 쑤신 구멍에 넣고 싶은 마음은 없으니까.”
“…….”
서범익의 눈동자가 이글이글 탔다. 그가 성큼 다가와 효원의 가운을 훤히 벌렸다. 그러자 며칠 전 그가 목덜미에 남겨 둔 흔적이 선명하게 드러났다. 서범익은 시선으로 샅샅이 훑었다. 뜨거운 눈동자, 열망이 잠식된 무언가가 속에서 꿈틀거렸다.
“내가 남겨 놓은 키스 마크를 달고 다른 놈과 섹스하는 건 불쾌해. 약속해. 지금 당장.”
“그건…….”
“네 사생활은 터치하지 않아. 이거 하나만 확실히 하면 되니까. 질척거리는 건 내 스타일도 아니고.”
그를 몇 번 만나지 않았지만, 완벽주의자라는 것은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모든 것을 다 갖춘 우성 알파의 우월함을 지닌 남자… 그런 성격을 지닌 사람이라면 계약 관계도 철저하게 따질 것 같았다. 뒤가 구린 것은 참을 수 없을 테니까… 10억이라는 돈을 받는 판에, 자신이 상대의 요구 조건을 들어줘야 하는 건 당연했다.
“그러죠. 다른 사람과 섹스하는 일 없어요.”
“키스도 안 돼.”
“하… 섹스를 안 하는데, 키스를 할 일은 없잖아요?”
“손을 잡아서도, 잡혀서도 안 돼.”
“서범익 씨…….”
‘도대체가, 이 남자는… 어떻게 이런 것까지 다짐을 받고 싶을까?’
서범익은 효원의 얼굴을 뚫어지게 보며 당장 답을 하라는 듯 손목을 휘어잡았다. 효원은 할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그의 얼굴에서 차가운 표정이 사라졌다.
“실수라도 잡혀선 안 돼. 명심해.”
“네…….”
계약 조항을 가지고 그와 신경전을 치르고 싶지 않았다. 지금 그럴 상황이 아니었다. 차가운 물로 몸을 식혔는데 다시금 열이 치솟았기 때문이다.
아마도 히트사이클이 절정에 달한 같았다. 효원은 숨쉬기가 어려웠다. 금방이라도 헐떡거리는 숨을 토할 것 같았다. 효원은 침대로 올라가 등을 둥글게 말았다. 속으로 끙 소리를 냈다. 그러자 날카로운 비명이 터져 나왔다.
어떻게 하지? 아…….
제발, 이 사람이라도 없으면 좋겠는데… 어떻게든 견디면 되는데…….
문제는 오메가의 육체가 가장 원하는 우성 알파가 곁에 있다는 점이 걸렸다. 효원은 눈을 크게 떴다. 그리고 시트 안에서 점점 고개를 세우는 페니스를 꽉 쥐었다.
제발… 멈춰…….
이러면 큰일 나.
“저… 서범익 씨. 룸 하나를 더 잡으면 안 될까요?”
“오늘 파티에 온 손님이 몇인데, 이 룸도 겨우 잡았어.”
억지로 쥐어짜 말을 해 봤지만, 돌아온 말은 룸이 없다는 것이었다. 클리닝 서비스가 끝나는 두 시간이면 서범익은 룸을 나갈 테니 그때까지만 견디자… 그래…….
정신이 아찔했다. 어디론가 숨고 싶어 시트 속으로 고개를 파묻었다. 열이 솟았다. 뜨거운 열기가 안쪽에서부터 위로 확 올라왔다. 식은땀이 흘렀다. 손으로 입을 틀어막아도 신음이 터질 것 같았다. 동시에 빳빳하게 발기한 페니스에서 묽은 물기가 뚝뚝 떨어지자 효원의 머릿속은 하얗게 질렸다.
효원은 양팔로 제 몸을 감쌌다. 이 뜨거운 열기가 빨리 사라지기를 빌고 빌었다. 조용한 룸 안에 효원의 페로몬이 퍼졌다. 거기다 우성 알파의 페로몬까지 있으니 몸뚱이가 더 아우성이었다.
‘괴로워…….’
“하아, 하아…….”
효원은 시트에 조금만 닿아도 움찔움찔 떨렸다. 제 손으로 몸을 만졌는데도 성감대를 건드린 것 같았다. 이를 꽉 물고 참았다. 다른 접촉을 피하려고 시트를 걷어찼지만, 그 순간 다시 이글거리는 눈빛을 마주했다. 서범익이 침대 위로 올라와 효원의 몸 위에 자리를 잡았다.
“이게… 오메가의 히트사이클인가?”
“서… 서범익 씨… 저는…….”
“하아, 젠장. 이런 상태로 밖에 나간다면 누구라도 유혹되고 말 거야.”
“으읏…….”
“이효원…….”
“네…….”
“너 또한 이 열기는 알파로 식혀야 하겠지?”
“으윽… 안 돼요. 히트사이클에 하면 임, 임신이…….”
“누가 삽입을 한다고 했어? 이것만 빼내면 될 거 아니야?”
그가 효원의 발기한 페니스를 잡았다. 그러자 효원의 허리가 하늘로 솟았다.
“아윽.”
효원은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신음을 터트렸다. 그리고 그 순간 서범익의 입술이 자신의 입술에 닿았다.
“으읍-!”
그가 효원의 입술을 덮치며 거칠게 혀를 섞었다. 효원은 입을 더 크게 열어야 했기에 최대한 고개를 틀고 입술을 벌렸다. 고개가 각도를 달리할 때마다 키스는 더더욱 깊어졌다.
그가 자신의 입천장과 치아 사이사이를 하나씩 훑을 때마다 등줄기가 짜릿하게 감전됐다. 혀가 하나의 생명체처럼 생동감 있게 움직였다. 뻣뻣하게 굳은 효원의 혀를 부드럽게 터치하며 감미롭게 감아올렸다. 입술과 입술 사이에 젖은 소리가 나며 뜨거운 호흡이 느껴졌다.
“으읍-!”
몸을 비틀었다. 효원 나름대로 거부의 의사를 보인 것이었지만, 범익은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한 손으로 효원의 얇은 팔목을 잡아 고정했다. 다른 손은 효원의 뒤통수를 강하게 틀어잡고 있었다. 몸부림치지 못하게 고정한 뒤, 깊게 혀를 넣어 입 안을 휘저었다.
“으읍, 읍-, 흡-!”
숨을 쉴 수 없었다. 어디서 숨을 들이마시고 어디서 뱉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그의 키스는 마치 효원의 영혼까지 빨아들이는 것 같았다. 움직일 때마다 복부를 찌르는 단단한 중심에 심장이 철렁 떨어졌다.
효원과 마찬가지로 잔뜩 부풀어 오른 그의 페니스가 적나라하게 느껴졌다. 서범익은 키스를 하며 효원의 알몸을 정신없이 더듬었다. 참을 수 없는 쾌감이 가슴 한구석을 얇고 생생하게 저미고 지나갔다.
“싫… 으읍-!”
“다른 의도는 없어. 너에게 필요한 것을 주려는 것뿐이야.”
싫다는 입과 달리 육체는 그에게 반응해서 효원도 당황스러웠다. 눈부시게 멋진 알파의 유혹에 유두가 바짝 서고 페니스가 팽팽하게 발기했다. 당연한 반응이었다. 이렇게 자극적인 키스를 받았는데 육체가 반응하지 않는다면 히트사이클이 아니다. 히트사이클을 떠나 효원도 기본적인 욕망과 쾌락을 갈구하고, 성욕이 있는 건장한 남자였다.
“안 돼요…….”
“넣지는 않을 거야.”
놀라운 것은 그때였다. 서범익은 손으로 효원의 페니스를 덥석 잡고 가볍게 흔들었다. 효원의 온몸에 쾌감이 덮쳤다. 몸속으로 오묘한 기운이 불시에 퍼지며 머릿속이 백치처럼 멍하니 비어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