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7화
(130/1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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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주 에스퍼 117화
의심은 여전했지만, 사실 연우라기엔 차인호는 그보다 차갑고 그보다 덜 다정하며 그보다 더 자주 웃는다. 주현은 이제 무엇이 진실인지 모른다.
차인호에게 주현은 귀찮고 까다롭고 위험한 폭주 에스퍼다. 어차피 몇 달 후면 헤어질, 다시는 만나지 않을 남자. 그런 사람이 죽는다는 소식을 들어 봤자 불쌍하다는 생각 이상을 할 수는 없을 터다.
설령, 아주 만약의 경우에, 세상에 정말 기적이라는 게 있어서 그동안의 불운을 청산하듯 차인호가 그에게 일말의 호감을 느꼈다면. 그래서 주현의 죽음을 진심으로 슬퍼하며 안타까워하고 살아 달라고 애원한다면…….
말도 안 되는 상상은 빠르게 머릿속을 지배했다. 주현은 차인호가 잘됐다며 웃는 것보다 우는 게 더 싫었다. 확률 100% 예언 앞에서 주현이 할 수 있는 일은 없고, 좋아하는 사람의 부탁을 들어주지 못하는 못난 남자가 되는 건 싫었다.
‘죽어도 말 못 하지.’
폭주 에스퍼가 웃었다. 늘 솔직하게 감정을 내보이는 붉은 눈이 눈꺼풀 아래로 완전히 숨었다.